처음 읽는 셰익스피어
오다시마 유시 지음, 송태욱 옮김 / 푸른숲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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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를 한번도 안 읽어보고 그냥 그렇게 갈 것인가? 라는 김정운 교수의 말처럼 그냥 그렇게 갈 수는 없기에 셰익스피어는 항상 나의 관심사다. 셰익스피어 전 작품을 완역한 일본 최고 영문학자라는 오다시마 유시 도쿄대 교수가 가려 뽑은 대표작이라는 이 책에는 총 9가지의 작품이 수록되어있다. 로미오와 줄리엣, 한여름 밤의 꿈, 베니스의 상인, 줄리어스 시저, 십이야, 햄릿,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 이렇게 9편. 줄거리를 요약하고 중요 장면들만을 간추렸기에 전편이 실린 것은 아니지만 작품들의 분위기와 내용 전달에 뭔가 빠지는, 미흡하다는 느낌이 전혀 없이 부드럽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9편 중에 내가 이미 읽었던 것도 있고, 아직 만나보지 못한 책들도 있었지만 셰익스피어를 느끼기에 전혀 손색이 없는 느낌이었다.


엘리자베스 여왕 시절 연극이 아주 유행하여 극장에서 사람들과 호흡했을 이야기들이 40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세월의 흔적없이 고대로 느껴지고 상상이 된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젊은 남녀의 비극적 사랑과 그 결과로 이어지는 두 가문의 화해를 바라보며 사람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네 남녀의 엇갈린 사랑이 요정의 장난을 통해 비틀어지고, 또한 다시 제자리를 잡는 이야기를 듣고 보며 사람들은 사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로미오와 줄리엣>, <한여름 밤의 꿈>, <십이야>를 읽으며 셰익스피어는 사람의 여러 감정 중 사랑에 대해서 아주 관심이 많은 작가라고 생각했다. 비극으로 끝나기도 하고,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도 하는. 그래서 당시 사람들의 희노애락을 21세기를 사는 우리도 상상할 수 있다.


<베니스의 상인>, <줄리어스 시저>를 읽으면서는 또 연극을 보며 사람들이 얼마나 통쾌함을 느꼈을까 이런 생각들을 하며 읽게 되었다. 이상하게도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는 자꾸 극장에서 상연되고 있는 희곡을 상상하게 되었다. 왜 그랬을까? 이미 아는 유명한 이야기들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처음 듣는 이야기가 아닌, 아주아주 유명한 이야기들임에도 책으로 또 만나는 기쁨이 컸다. 역시 셰익스피어가 괜히 명성이 자자한 게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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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계급투쟁 - 난민과 테러의 진정한 원인
슬라보예 지젝 지음, 김희상 옮김 / 자음과모음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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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선택하여 읽게 된것은 순전히 슬라보예 지젝이라는 이름을 어디서 들어보았다는 이유 하나 뿐이었다. 계급투쟁이라든가 난민 같은 단어와 워낙 친하지 않고 관심사도 아닌 나같은 사람마저도 그 이름을 들어봤다는 것은 그만큼 유명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책을 받고 심술쟁이 욕심보같은 인상에 약간 실망했었드랬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점점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사상가 중의 한명이라는 저자 소개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작년 가을 파리 테러에 정말 놀랐었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도 경악할 만한 사건이었던 일이 서구사회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졌을까? 그 테러의 피해자중 하나는 난민들이다. 난민들속에서 테러리스트를 찾고자 하고, 거기에서 원인을 찾으려 하는 대중들에게 애꿎은 원망을 받으며 얼마나 고달플까.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에 무조건 반대하는 대중영합주의도, 그렇다고 자비와 관용에 호소하는 좌파의 태도도 모두 옳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감성을 배제하고 올바른 이성의 힘으로 난민과 테러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규칙을 세워 체계적으로 난민을 도와야한다고 말한다. 동정심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으로 난민을 도우려 해서는 안되고 돕는 것이 의무이기 때문에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감정에 호소하지 않고, 예리하면서도 일체의 가식이 없는 저자의 접근태도에 더욱 진실성이 느껴졌다.


이 모든 문제의 핵심에는 글로벌 자본주의가 있다. 그것을 변화시키는 데에는 다른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가 없다. 우리 스스로가 혁명가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계급투쟁을 수행하는 유일할 길은 착취당하고 억압받는 자들의 세계적 연대를 강조하는 것 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책을 읽어내기가 쉽지는 않았다. 번역 어투에 모르는 용어들, 철학적 사유들로 인해 한문장을 여러번 읽어야 했던 적도 많다. 그러나 한문장 한문장 읽어나가며 지금 이 사회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하나하나 곱씹으며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 굉장히 뿌듯하다. 큰 스승에게 지적 자극을 받으며 큰 배움을 얻은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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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 가족
그레구아르 들라쿠르 지음, 이선민 옮김 / 문학테라피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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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곱살때 운율을 잘 맞춘 시를 써 크게 칭찬을 받고, 우리 가문의 작가님이라는 기대와 부담속에 자란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자 엄마, 아빠는 긴 상의 끝에 나를 기숙학교로 보내게 된다.


열살때 간 기숙학교는 감옥생활로 기억될 정도로 끔찍했다. 게다가 거기서 겪은 끔찍한 총기 사고. 사감 신부와 친구 다섯명을 쏘아 죽이고 스스로를 쏜 범인은 그나마 주인공 "나"에게 호감을 갖고 친해지고 싶어했음이 먼 훗날 밝혀진다.


대학에 들어가 만나게 된 여자와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지만, 애정없는 결혼이었으므로 당연한 절차처럼 헤어진다. 그러는 동안에 소설을 한편 썼지만 출판관계자로부터 호평을 받지는 못하고 카피라이터의 길로 접어들어 크게 성공하는 나.


하지만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의 기대를 항상 의식하고, 사람을 치유하는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만은 항상 간직하고 있다.


아버지는 우울증으로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버리고, 사랑받지 못하는 엄마는 줄담배를 피우고, 다른 남자를 만나러 돌아다니며, 남동생은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여동생은 미혼모가 되어 생의 기쁨을 잃어버린다.


이러한 가족들의 일과 나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들이 얽히며 이루어지는 이 소설.


행복할 건덕지가 하나도 없어보이고, 인생은 고해라는 말이 딱 어울릴만큼 각박한 하루하루. 나는 그러한 날들을 보내는 가운데 아버지와의 일들을 상기하고, 어머니에 대해 생각하며 다시 예전처럼 식탁에 둘러앉아 행복한 식사를 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내가 겪는 일들을 통해 옛일을 상기하고는 그것의 의미에 대해 곱씹어본다.


이렇게 각박한 내용이지만 책장을 덮으며 우울하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제목과는 동떨어지게 가족의 힘을 믿게 되었다.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치매에 가까운 상태가 되어 요양원에 모셔놓은 아버지. 아들도 알아보지 못하던 아버지가 15년만에 만난 아내는 한번에 알아보며 고맙다고 말한다. 그동안 돌고 돌아온 과정이 어쨌든 간에 서로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어나 보다.


나는 어떠한가. 이혼한 아내에게 어마어마한 위자료를 물고, 자식들 양육비를 대야하는 힘겨운 현실이 남아 있지만, 새로운 인연을 만나 새 삶을 꾸려가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결말이다. 카피라이터가 아닌 책을 내는 글쓰기에도 도달할 것 같은 느낌.


과정은 어두웠지만 결말은 밝게 끝난 소설. 물론 그 이후의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알 수 없다. 밝을지, 여전히 어두울지... 가족이라는 것의 의미와 글쓰기라는 것은 무엇인지, 이 두가지 모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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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할 권리 -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인문학 선언
정여울 지음 / 민음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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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것이 의무가 아니라 권리라고 하니 더욱 하고 싶어진다. 학창시절의 공부보다 지금하는 공부들이 훨씬 재미있고 할수록 더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인간에 대한, 삶에 대한 공부라 그런가 보다.


정여울 작가가 말하는 공부도 이와 같다. 인문학에 여러 정의가 있을 수 있겠지만 역시 인간을 더욱 사랑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것이 가장 맞는 것이라는 것을 책을 읽으며 내내 느꼈다.


작가가 읽은 여러 책들과 본 영화를 통하여 삶의 여러 방향에서 다각도로 공부하는 시간이었다. 소개해준 책들 하나하나 읽어보고 싶은 욕심이 났지만 그 중 가장 마음을 끌었고 조만간 만나고 싶은 사람은 수잔 손택이다. 시대의 지성으로서 비평을 지식의 뽐냄에 한정짓는 것을 비판하고 새로운 창조로 만들어냈다는 것도 매력적이었고, 질병 하나만으로도 힘겨운 사람들에게 그러한 질병에 걸렸다는 사실 자체도 큰 벌을 받은 것처럼 손가락질을 받게 만드는 사회의 시선에 대해 날카롭게 꼬집는 것이 멋졌다. 예를 들어 에이즈 환자를 죄악시하는 것을 들 수 있겠다. <타인의 고통>, <은유로서의 질병>, <다시 태어나다>까지 모두모두 읽고 싶어졌다.


신데렐라를 비롯한 동화에서 마녀나 계모로 등장하는 것들이 사실은 어머니를 말하는 것이라는 첫번째 장부터 매우 놀라웠다. 모든 인간은 어머니를 깨고 나와야 진정한 인간으로서 설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신데렐라 스토리를 흔히 알고 있는 멋진 왕자님으로부터의 구원이 아닌,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어려움을 참고 견딘 인간의 승리로 해석한 것 역시 아주 신선했다.


이외 안티고네에서 소로, 마르크스, 셰익스피어 등등 저자 정여울이 공부한 책들에 대한 새로운 해석들이 나의 눈을 틔워주었다. 더욱 공부에 매진하여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웃을 사랑하고 공동체 연대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작가가 거듭 강조하는 부분들도 눈에 띄었다. 나 하나만을 위하는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시야를 넓게 갖고 주변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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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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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의 책표지에서 고지식하고 까칠한 오베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었다면, 이번 책의 표지에서는 주인공 엘사의 똑똑하고 야무진 성격이 드러나는 듯 하다.


엘사는 곧 여덟살 생일을 앞두고 있는 아이다. 나이보다 똑똑하고 성숙해서 아이들이나 학교생활에 평범하게 섞여 지내질 못하고 튄다. 그리하여 또래들로부터 괴롭힘을 많이 당하고, 친구가 없고, 교장실에도 자주 불려간다. 그런 엘사에게 친구는 일흔 여덟의 할머니 뿐이다. 이 할머니 역시 대단히 튄다. 자애롭고 따뜻하게 손녀를 보듬고, 맛난 것 만들어주어 먹이는 일반적인 할머니가 아니다. 욕도 잘하고, 담배에 술도 즐기고, 규칙 따위 간단히 무시하는 등 손녀인 엘사가 오히려 말려야 할 상황에도 잘 이르게 한다. 그야말로 친구같다.


사랑하는 손녀딸을 위하여 깰락말락 나라의 동화를 만들어 이야기해주는 할머니. 손녀가 괴롭힘을 당하고 온 날엔 위로해주기 위하여 스스로 사고뭉치가 기꺼이 되어주는 할머니. 그런 할머니가 암에 걸려 세상을 떠난다. 여러 사람에게 편지를 전해주도록 손녀에게 미션을 주어 슬픔에 빠질 틈이 없게 한다. 같은 아파트 건물에 사는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편지를 전해주며 그들의 아팠던 과거를 알게 되는 엘사. 그러면서 엘사도 이웃들도 함께 치유의 과정을 거치고 삶의 용기를 얻어나가게 된다. 그러면서 점점 할머니의 정체도 드러나게 되는데.


고아였던 할머니는 세상의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세계 곳곳을 누빈다. 그리하여 막상 자신의 딸, 그러니까 엘사의 어머니는 외로움에 방치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엄마는 거기에 큰 상처를 입는다. 여자에게 투표권도 없던 시대에 외과의사가 될 정도로 의지가 있고, 또한 어려운 사람을 도울 줄 아는 맘을 가졌던 따뜻한 한 여성. 전쟁터에서, 쓰나미 현장에서 어려움을 당해 살아갈 힘을 잃은 사람들을 자신의 이웃으로 데려왔던 것이다. 할머니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면 엘사가 자신에게 실망할 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알면 알수록 할머니는 진짜로 멋진 사람, "슈퍼 히어로"였다.


엄마도, 엘사도 할머니로 인해 오해를 풀고 다시 다정한 가족이 되어 이웃들과 행복한 생활을 이어갈 것이다. 흐뭇한 미소가 나오는 책이다. 시종일관 깰락말락 나라의 동화와 실제 이웃들을 매칭해가며 소설의 재미에 푹 빠져 있다가 마지막 할머니의 편지를 읽다가는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나의 기사 엘사에게.

주글 수밖에 없어서 미안해. 주거서 미안해. 나이 먹어서 미안해.

너를 두고 떠나서, 이 빌어먹을 암에 걸려서 미안해.

    (......)

비정상이었던 거 미안해.

사랑한다.

우라지게 사랑한다.


이렇게 끝나는 편지는 그 어떤 구구절절한 내용이 들어있는 편지보다도 진심이 느껴져 정말 펑펑 눈물이 나왔다. 외과의사씩이나 되는 할머니가 과연 맞춤법을 저렇게 밖에 못했을까? 손녀의 눈높이에 맞춰주려고 배려한, 절절한 사랑이 그대로 느껴진다.


평범하건 그렇지 못하고 특이하건, 할머니의 저런 사랑을 받는 손자손녀들은 그 자체로 빛이 나고 행복할 것이다.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눈높이를 맞춰주어 친구가 되어주고자 했던 할머니가 함께 해주었던 시간은 7년밖에 되지 않지만, 그래도 엘사가 너무너무 부럽다. 나중에 나도 내 손자 손녀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주고 싶다. 이 책이 할머니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을 깨어주었다. 나만 할 수 있는, 개성적인 할머니가 되어보겠다는 꿈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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