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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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의 책표지에서 고지식하고 까칠한 오베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었다면, 이번 책의 표지에서는 주인공 엘사의 똑똑하고 야무진 성격이 드러나는 듯 하다.


엘사는 곧 여덟살 생일을 앞두고 있는 아이다. 나이보다 똑똑하고 성숙해서 아이들이나 학교생활에 평범하게 섞여 지내질 못하고 튄다. 그리하여 또래들로부터 괴롭힘을 많이 당하고, 친구가 없고, 교장실에도 자주 불려간다. 그런 엘사에게 친구는 일흔 여덟의 할머니 뿐이다. 이 할머니 역시 대단히 튄다. 자애롭고 따뜻하게 손녀를 보듬고, 맛난 것 만들어주어 먹이는 일반적인 할머니가 아니다. 욕도 잘하고, 담배에 술도 즐기고, 규칙 따위 간단히 무시하는 등 손녀인 엘사가 오히려 말려야 할 상황에도 잘 이르게 한다. 그야말로 친구같다.


사랑하는 손녀딸을 위하여 깰락말락 나라의 동화를 만들어 이야기해주는 할머니. 손녀가 괴롭힘을 당하고 온 날엔 위로해주기 위하여 스스로 사고뭉치가 기꺼이 되어주는 할머니. 그런 할머니가 암에 걸려 세상을 떠난다. 여러 사람에게 편지를 전해주도록 손녀에게 미션을 주어 슬픔에 빠질 틈이 없게 한다. 같은 아파트 건물에 사는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편지를 전해주며 그들의 아팠던 과거를 알게 되는 엘사. 그러면서 엘사도 이웃들도 함께 치유의 과정을 거치고 삶의 용기를 얻어나가게 된다. 그러면서 점점 할머니의 정체도 드러나게 되는데.


고아였던 할머니는 세상의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세계 곳곳을 누빈다. 그리하여 막상 자신의 딸, 그러니까 엘사의 어머니는 외로움에 방치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엄마는 거기에 큰 상처를 입는다. 여자에게 투표권도 없던 시대에 외과의사가 될 정도로 의지가 있고, 또한 어려운 사람을 도울 줄 아는 맘을 가졌던 따뜻한 한 여성. 전쟁터에서, 쓰나미 현장에서 어려움을 당해 살아갈 힘을 잃은 사람들을 자신의 이웃으로 데려왔던 것이다. 할머니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면 엘사가 자신에게 실망할 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알면 알수록 할머니는 진짜로 멋진 사람, "슈퍼 히어로"였다.


엄마도, 엘사도 할머니로 인해 오해를 풀고 다시 다정한 가족이 되어 이웃들과 행복한 생활을 이어갈 것이다. 흐뭇한 미소가 나오는 책이다. 시종일관 깰락말락 나라의 동화와 실제 이웃들을 매칭해가며 소설의 재미에 푹 빠져 있다가 마지막 할머니의 편지를 읽다가는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나의 기사 엘사에게.

주글 수밖에 없어서 미안해. 주거서 미안해. 나이 먹어서 미안해.

너를 두고 떠나서, 이 빌어먹을 암에 걸려서 미안해.

    (......)

비정상이었던 거 미안해.

사랑한다.

우라지게 사랑한다.


이렇게 끝나는 편지는 그 어떤 구구절절한 내용이 들어있는 편지보다도 진심이 느껴져 정말 펑펑 눈물이 나왔다. 외과의사씩이나 되는 할머니가 과연 맞춤법을 저렇게 밖에 못했을까? 손녀의 눈높이에 맞춰주려고 배려한, 절절한 사랑이 그대로 느껴진다.


평범하건 그렇지 못하고 특이하건, 할머니의 저런 사랑을 받는 손자손녀들은 그 자체로 빛이 나고 행복할 것이다.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눈높이를 맞춰주어 친구가 되어주고자 했던 할머니가 함께 해주었던 시간은 7년밖에 되지 않지만, 그래도 엘사가 너무너무 부럽다. 나중에 나도 내 손자 손녀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주고 싶다. 이 책이 할머니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을 깨어주었다. 나만 할 수 있는, 개성적인 할머니가 되어보겠다는 꿈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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