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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멀리 뛰기 - 이병률 대화집
이병률.윤동희 지음 / 북노마드 / 2016년 8월
평점 :
이병률 작가를 여행 에세이스트 정도로 알고 있었다. 물론 저자의 약력을 책날개에서 읽으며 시인이라는 글자를 읽긴 했으나, 그래도 역시 여행 관련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이 분은 시인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시인으로서 살고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라디오 방송 작가와 시인의 간극이 너무 커서 한참 달려야만 다른 지점에 도착할 수 있어 힘이 들었다는 이야기가 와닿았다. 시는 그만큼 도달하기 힘든 지점에 고고히 있는 것인가보다.
안으로 멀리뛰기라는 제목이 참 멋있다. 우리 평범한 인간들은 그저 밖으로 확장해 나가는데에만 머리 싸매며 고민하며 살아가는데, 오히려 자신 안으로 깊이, 멀리 나아가 보려 노력하는 모습에는 고고한 아름다움이 있다. 나도 매일 안으로 멀리뛰기 연습을 해야겠다.
또한 여행을 대하는 작가의 자세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함께 하는 여행이 불편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낯선 곳에서 오로지 가져보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경험일지, 글을 쓰는데 있어 얼마나 큰 토양이 되어줄지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시끌벅적하게 함께 떠나는 여행만을 해온 나에게 혼자 하는 여행의 매력을 제대로 알려주고, 꼭 해보고 싶다는 열망을 갖게 만들어 주었다.
이병률 대화집인 만큼 시인 이병률의 이모저모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결혼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많아 싫다고, 아마도 결혼은 안할 거라고 하는 결혼에 대한 관점도 알 수 있고, 어떤 화장품을 쓰는지, 출판하는 일에 있어서는 또 어떻게 임하는지, 시는 언제 쓰는지 등등 시시콜콜, 세세한 내용들을 알아볼 수 있다. 또한 대학생활은 어떠했는지, 좋아하는 시인, 영향을 많이 받은 시인은 누구인지도 알 수 있다.
대화집이라고 하는데 질문이나 대답이나 모두 문학적이다. 일상에서 쓰는 단어들이나 표현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자나 대답하는 사람이나 모두 문학에 깊숙이 발담그고 푹 빠져 지내고 있음을 느낄 수가 있다. 참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그렇기에 대화집이 문학으로서의 풍미를 느낄 수 있게 하고, 또 시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한다. 시인들에게 시는 언제, 어떻게 찾아오는 것일까? 궁금하다. 이 가을, 시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당연히 이병률 시인의 시도 꼭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