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혜민 스님과 함께하는 내 마음 다시보기
혜민 지음, 이영철 그림 / 쌤앤파커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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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다름 아닌 승려이자 미국 대학 교수라는 특별한 인생을 사는 혜민 스님! 하버드대에서 비교 종교학 석사, 프린스턴대에서 종교학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미국 메사추세츠 주 햄프셔대 종교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혼자서 도 닦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함께 행복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그의 트위터가 놀라운 속도로 리트윗 되었다.

 전8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혜민 스님이 전하는 ‘휴식, 관계, 미래, 인생, 사랑, 수행, 열정, 종교’에 대한 아포리즘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다시금 생각의 시간을 너머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향한 따뜻한 지혜의 말씀들이 여기저기 퍼져 있다.

 ‘삶의 지혜’란 굳이 내가 무언가를 많이 해서 쟁취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편안한 멈춤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행복은 생각이 적을수록, 함께 같이 나눌수록, 지금 바로 이 순간에 마음이 와 닿을수록 더해진다. 사람들에게 행복을 결정하는 두 가지 질문이 있다. 첫째,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나에게 의미를 가져다 주는가? 둘째, 나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은가?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은 지금도 절대로 늦거나 뒤처진 적이 아니다. 지금부터 정말로 다양한 경험을 최대한 많이 하라. 둘째, 다양한 책들을 많이 보라. 셋째, 연애를 열심히 하라. 세상은 아래를 바라보면 나보다 못난 사람들로 꽉 찼고, 또 위를 바라보면 나보다 잘난 사람들로 꽉 찼다.

생각은 크게 하고 실천은 작은 것부터 하라. 어떤 생각을 하는가가 말을 만들고, 어떤 말을 하는가가 행동이 되며, 반복된 행동이 습관으로 굳어지면 그게 바로 인생이 되는 것이다. 지금 삶에 재미가 없는 것은 내가 지금 내 삶에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삶의 고통의 원인은 내 안의 ‘바라보는 자’를 잊고 외부의 사건과 대상에 마음을 빼앗긴 채 따라가기 때문이다. 내 주변 사람들을 내 마음에 맞게 바꾸려 하지 말고 오히려 바꾸려는 내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 훨씬 더 빠르다.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는 느낌은 주되 한 발짝 물러설 줄 알아야 한다.

“지금 잘나가고 있습니까? 지금 하시는 일이 잘되고 있습니까? 그렇다면, 지금 남을 제치고 잘나가고 있는지, 아니면 남과 함께 잘나가고 있는지 살펴라.” 늘 공부할 때는 거문고 줄 고르듯 팽팽하지도 느슨하지도 않게 하라.

지금 내가 하는 것을 잠시 쉬면 내 안팎의 전체가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다. 삶 속의 지혜는 이처럼 내가 뭔가를 해서 쟁취하는 것이 아니고 멈춘 후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들을 조용히 알아채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드러나는 것을 계속해서 알아채다 보면 어느 순간 알게 된다. 마음 안에는 항상 부족하고 온전하지 못한 나만 있는 것이 아니고 그것들을 조용히 바라보는 관조자가 또 있다.

 “남 눈치 너무 보지 말고 나만의 빛깔을 찾으세요.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입니다. 나는 나를 사랑합니다. 사람들한테 치여 상처 받았던 나를 사랑합니다. 남들과 비교 당하면서 아팠던 나를 사랑합니다. 남들 보기엔 좀 부족해 보일 수 있어도 나는 지금 이대로 그대로의 나를 너무도 사랑합니다. 이 세상 최고의 명품옷은 바로 자신감을 입는 것입니다. 옷이 아니고 내 스스로가 하나 밖에 없는 명품이 되세요. 내가 나를 사랑하기 시작하면 세상도 나를 사랑하기 시작합니다. 여러분을 항상 응원합니다. 파이팅! 지금 힘드신 거, 지나가는 구름입니다. 인생은 전체를 두고 봤을 때 한때 지나가는 구름입니다. 기운 내세요. 흔든다고 내가 흔들리면 세상이 나를 더 흔들어요. 다른 사람의 칭찬이나 비난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바위를 본받아요.” 이렇게 책속에 6장의 엽서가 숨어 있습니다. ‘잊지 말아요. 당신은 진정 특별하고 소중한 사람’이라는 혜민 스님의 그 한마디가 심금을 울린다. “멈추면, 비로소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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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기 좋은 날 - 그날, 그 詩가 내 가슴으로 들어왔다
김경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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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실린 시는 총50편으로, 크게 '너를 향한 눈빛', '나를 향한 응시', '세상을 향한 목소리' 로 논리적인 순서가 아닌 심리적 흐름을 따라 분류한 저자의 노력이 가히 돋보인다.

교과서에 수록된, 입시를 준비하는 과정 속에 만났던 시도 보이지만 "꿈, 신분증에 채 안 들어가는/ 삶의 전부, 쌓아도 무너지고/ 쌓아도 무너지는 모래 위의 아침처럼 거기 있는 꿈”(황동규, '꿈, 견디기 힘든')이라던가, “내 살아 있는 어느 날 어느 길 어느 길목에서/ 너를 만날지 모르고 만나도 내 눈길을 너는 피할 테지만/ 그날, 기울던 햇살, 감긴 눈, 긴 속눈썹, 벌어진 입술/ 캄캄하게 낙엽 구르는 소리, 나는 듣는다.”(이성복, '연애에 대하여')에 '미끄러운 거리'에 '정처 없이'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옛날 양반 집안에 상이 났을 때 대신 애타게 울어주던 노비 '곡비'를 노래한 문정희의 불면의 밤 또한 챙길 일이다. 50편의 시 가운데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빛깔들, 읽지 못한 마음들 꼭지에 실린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나희덕)' 의 시를 대할 때면 문득 대학 시절이 떠오른다. 멀리로 멀리로만 지나친 복숭아나무들을 떠올려볼 때가 있었다. 그로 인해 미처 보지 못한 '수천의 빛깔'들과, 읽지 못한 '여러 겹의 마음'들과, 알지 못한 '잘린 외쪽 손목'들에 대해 생각한 그럴 때마다 내 마음은 그들 모두에게 용서를 구하고 함께 '저녁이 오는 소리'를 듣고 싶은 뒤늦은 열망으로 차올랐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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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심전심 - 마음과 마음이 시로 서로 통할 때
정끝별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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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없어진, 2006년 겨울부터 청소년계간문예지 ’풋‘에 연재했던 원고를 책으로 묶었다. 시를 읽는다는 것, 특히 ’교과서에 실린 시‘를 읽는다는 것은 지식과 정보로서의 시 읽기를 넘어서야 한다. 최근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조차 두 편 이상의 시를 제시한 후 작품 간 공통점 및 차이점을 중심으로 시를 감상하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표현 능력까지 묻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전5장 40편의 시를 골라 묶은 시인의 시안이 유독 돋보인다. 학교 수업시간을 염두하고 선정한 시들도 있다. 매 편의 말미에 ‘그리고 여기’를 덧붙여, 앞서 읽은 시와 연관성 깊은 또다른 시를 제시하고 있다. 좋은 시와 의미 있는 시를 가려내기를 바라는 저자의 주문 또한 챙길 일이다.

습작이지만 한 주 한 편씩의 시를 써가려는 쓴이 역시 시를 짓는 일이 그 어떤 일보다 힘든 일임을 깨닫는다. 요즘 푹 빠져있는 김사인의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어린 외간 남자가 되어’를 읽을 때면 무릇 저이처럼 하고픈 이 시대 남성상의 꿈틀거림을 또 한번 느낀다. 늦잠과 노름과 술과 농(담)과 담배와 병으로, 폐인처럼 세월을 탕진하고 아무런 회한 없이 한 생을 보내고 싶은 방탕에의 유혹, 생의 헛된 보람 없이 망가진 필부로 늙어보겠다는 배짱, 이런 넉살 맞은 사랑과 날건달의 삶을 어느 남잔들 꿈꾸어보고 싶지 않겠는가? 현실이 답답하고 무겁고 각박하면 할수록 더욱 말이다. ‘이만하면 제법 속절없는 사랑 하나 안 되겠는가/ 말이 되는지는 모르겠으나’라는 마지막 두 행 덕분에 이 시는 위악(僞惡)이 되고 해학이 되고 현실이 아닌 꿈이 되고 있다.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어린 처녀의 ‘외간 남자’가 사는 삶과,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박목월)’의 길을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롭겠다.

시인의 약력에 이어 시 이론, 시 해설, 엮어읽기 순서로 이어지는 필자의 글쓰기의 맛은 제법 흉내내기에 썩 좋을 성 싶다. 작년 국어 수행평가로 자신이 읽었던 시 가운데 친구에게 소개하고 싶은 시 한 편과 그 이유를 가상공간에 남기게 했다. 아이들은 정말 기대 이상으로 과제를 성실히 잘 해(?) 냈다. 굳이 이건 비유, 상징 등 시 이론을 끄집어다 풀어 쓸 게 아닌 ‘먼저 읽어라, 느껴라, 상상하라, 그리고 궁금해하라.’ 그러면 열린다니……. 

여타 평론가와 다른 시각에서 한 편의 시를 접근하는 시력(詩歷)이 대단하다. 깊이와 여백, 그리고 미의식으로 중무장한 사유의 바다! 그 끝점에 ‘말로 하는 절집’(詩)이 있을까 보다. 그 절집에 가서 “공양주한테, 네기럴/ 누룽지나 한 덩어리 얻어먹으러 갈까.”(김사인, ‘장마’ 중에서)

마음과 마음이 시로 서로 통할 때 그 진자리, 마른자리에 문학동네가 있으리라. 잘 익은 홍시감마냥 ‘십오 촉(최종천)’ 전구를 켜고 있으려나. 험난한 시 읽기에 좋은 안내서 하나 챙겨 본 것이 큰 수확이다. 어떠한 시들 앞에서 주눅 들지 않는 ‘천하무적 시 읽기’가 가능할까 내심 궁금하다. 그러나 ‘시’는 여전히 어려운 녀석이다. 가만 보고 있으면 그저 웃음만 나오는…….

 

 

인물사진 

 

 1964년 전남 나주에서 태어나 명지여고, 이화여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88년『문학사상』 신인상 시부문에「칼레의 바다」외 6편의 시가, 199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평론부문에「서늘한 패러디스트의 절망과 모색」이 당선되어 시쓰기와 평론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시집으로 『자작나무 내 인생』,『흰 책』, 『삼천갑자 복사빛』,『와락 』, 시론 평론집『 패러디 시학』,『천개의 혀를 가진 시의 언어』,『오룩의 노래』, 『파이의 시학』, 시선 평론 『시가 말을 걸어요』, 『밥』,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등이 있다. 유심작품상과 소월시 문학상 수상한 바 있다. 현재 명지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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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명랑하거나 우울하거나 - 서른 살을 위한 힐링 포엠
장석주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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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시’란 빛, 깊이, 기쁨의 불꽃들로 충만한 시들이다.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는 시와 교감할 때 감정의 전이와 승화가 일어난다. 시는 느낌의 생동이요, 영감과 상상력의 생동이다. 그런 시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눌리고 찢긴 마음을 펴고 아물게 하는 힘이 있다.

이 책은 월간 <탑 클래스>에 지난 5년 동안 연재했던 글을 모아 놓았다. ‘외롬과 시림이, 식초보다 아프다. 꿈이 꿈을 떠나고. 노래가 노래를 잃었을 때. 진부하고 공소한, 그럼에도 현실. 누구나, 가슴에 벼랑 하나쯤 품고 산다’ 전4장으로 구성 총47편의 시를 소개하고 있다.

“어찌 사는가/방에 불은 들어오는가/쌀은 안 떨어졌는가”(이병률, ‘시인들’), 스물 살이기 때문에 청춘이 아니라 꿈을 찾아 방황하기에 청춘인 것이다. 피로와 고독 속에서 제 불행의 지도를 넓히는 이들이 바로 방황하는 청춘들이다. 사랑을 잃고, 새로운 사랑이 오기 전까지, 백 년 동안의 고독에 빠진 청춘들은 “간짜장처럼 쏟아지는 어둠”을 비비면서 고작해야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박정대, ‘음악들’)라고 중얼거린다. “부평고등학교 교사 3개월의 계약서에/햇살처럼 도장을 찍고 돌아온 날/와와 흩어지는 소금 알갱이 가슴에 쓰리다(정진혁, ‘간잽이’)”라는 ‘바닥난 통장과 빚’은 신분이 불완전한 기간제 교사의 불가피한 그늘이다. 그런 가운데 “먼 산이 한결 가까이 다가선다//사물의 명암과 윤곽이/더욱 또렷해진다//가을이다//아 내 삶이 맞는/또 한 번의 가을!//허나 더욱 성글어지는 내 머리칼/더욱 엷어지는 내 그림자//해가 많이 짧아졌다(김종길, ‘가을’)을 발견했다. 참으로 노시인의 말씀이 가슴에 콕 와 닿는다.

시 쓰기는 언어로써 생불(生佛)이 되는 것, 그런 까닭에 어떤 경지에 다가갈수록 어려운 게 시업(詩業)이다. 시인은 범속한 삶의 구체성 안에서 그 귀함과 숭고함을 건져 올린다. 어쨌든 시인은 무엇보다도 간절하게 깨끗함을 사모하고 깨끗하게 살고자 하는 열망을 가졌던 사람이다. 깨끗한 이마와 서늘한 눈매, 눈웃음이 선량한 사람마다 겉보기로 한없이 온화한데, 그 온화함은 무른 내면의 징표가 아니다. 개결하고 단정한 선비의 풍모를 지닌 김사인(1955~)의 ‘장마’를 보다 그이가 낸 두 번째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창비, 2006)을 사서 보았다. 백석이 살아온 듯하다. ‘장마’는 긴 비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는 중생의 꿈을 그린다. 아무도 모르는 산사에 숨어 “늙은 부처님께 절도 두어 자리 해바치고” 그도 지치면 “작은 며느리라도 불러 (저물도록) 민화투나” 친다. 연이은 태풍에 나도 온갖 세속의 욕망들 내려 놓고 “수타사 공양주한테, 네기럴/누룽지나 한 덩어리 얻어먹으러 갈까”

시인은 누구나 내면에 저를 시인으로 키운 천형(天刑)을 안고 있다. 그 천형들은 대개는 치명적 결핍들이다. 시인들은 가난, 육체의 결손, 죄, 마약중독, 불행, 외모 콤플렉스 등과 같은 몸쓸 천형과 극한의 나락이 물리는 젖을 먹고 자라난다. 보들레르, 비용, 장 주네, 김소월, 이상, 노천명, 한하운, 김신용 등이 그렇다. 새벽 어판장 바닥에 막 쏟아낸 고기들은 살아서 파닥거린다. 배한봉은 그것을 ‘육탁(肉鐸)’이라고 한다. “생애에서 제일 센 힘은 바닥을 칠 때 나온다.”는 것은 삶의 어떤 계기에서 얻은 시인 자신의 깨달음이다. 바닥을 친다는 것은 생의 나락으로 굴러 떨어진 상황을 가리킨다. 육탁은 온몸으로 바닥을 쳐서 제 살아있음을 알리는 일이고, 다시 일어서기 위한 몸짓이다. “새도 깃털이 자라지 않으면 높이 날 수 없고, 절망도 극한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그 뚜껑을 밀어 올리지 못한다.”(263쪽)

누구나 가슴에 벼랑을 하나쯤 품고 산다. 어떤 나무가 제 속에 도끼를 품고 번개를 품고 살듯이, 벼랑을 품은 삶과 그렇지 않는 삶 중에서 어느 쪽이 더 낫냐는 단순 비교는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잘 살아내는 것이다. “지상의 그늘들이 포개지는 저녁이 와도 내 산책은 저물지 못했는데. 나는 계속 덧나기만 했어요. 덧난 자리마다 부끄러운 길을 만들고, 그 길은 다른 길로 무수히 갈라졌어요. 갈라져서 돌아오지 못했어요, 이제 남아 있는 나는 아무 것도 붙잡을 수가 없어요.”(이수명, ‘생의 다른 가지’) 계속 덧나기만 하는 생. 부끄러운 그것마저도 차츰 줄어든다. 생은 줄어듦으로 우연과 시간 앞에서 우글거린다. 우연에 뺏기고 시간에 자발적으로 넘겨준 것, 그리고 남은 것이 남들과 인사말을 나누고 농담을 건네는 현재의 생이다. 그 생으로 길을 만들며 꾸역꾸역 간다. 그 길은 수많은 길들로 갈라지는데, 갈라진 그것들 위로 우리는 벼랑을 품은 생을 밀고 간다. 생의 안쪽은 텅 비고, 애초의 출발점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가 없다 할지라도 오늘, 명랑하거나 우울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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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프지 않아 - 청소년 테마 소설집 바다로 간 달팽이 1
이병승 외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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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소년문학이 떠오르고 있다. ‘난 빨강(박성우)’에 이어 ‘완득이(김려령)’에 이은 창비 청소년문학 시리즈 또한 걸죽한 작품들을 모아놓고 있다. 이번에 읽은 청소년을 위한 테마 소설집 ‘난 아프지 않아’ 역시 그에 버금가는 작품들을 담았다. 이 소설집은 학교 폭력, 탈북, 5․18, 가출, 꿈, 해외 입양을 테마로 한다. ‘작가의 말’을 각 작품 말미에 담아 테마에 대한 소소한 사유의 시간을 갖게 만든 구성 역시 돋보인다.

 

           

 

먼저 <난 아프지 않아> 속의 우현이는 친구들로부터 폭력의 대상이 된다. 몸의 고통을 참는 것보다 더 견디기 힘들었을 지독한 쓸쓸함. 도망치듯 병실을 빠져나와 어딘지도 모를 곳으로 마구 뛴 나는 등 뒤로 우현이의 몸에 박힌 시퍼런 멍 자국들이 허공으로 날아올라 따라오고 있음을 느낀다. 최근 일고 있는 학교 폭력을 다룬다.

<열하 일기> 속 선생님은 우리에게 인생에 있어 가장 오래된 기억을 글로 적어 보라고 하셨다. 기억을 감당할 수 있는 그 시간이 온다는 것을 믿어 보기로 한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온 탈북 소년 열하.

<명령>은 당시 동신중 3학년이었던 박기현(소설 속 박기훈)의 죽음을 다룬다. 머리뼈가 다 부서진 박 군은 현재 국립 5․18 묘지에 묻혀 있다. 명퇴를 앞둔 나이 든 수학 교사가 중학생 때 죽은 친구에 대해 기억하며 이야기한다. 세상의 폭력과 개인의 양심에 대해 생각할 여지가 충분히 있었던 작품이다.

미군 부대를 생계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부대 이전을 앞에 둔 예진이의 소설 쓰기를 다룬 <노랑 파랑 빨강> 역시 대학 입시를 목전에 둔 고민을 오롯이 담고 있다. 퇴직한 달샘과의 소설 작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예진이의 꿈을 향한 도전 역시 귀담아 들을 일이다. 18년 전 독일로 입양된 후 자신의 출생을 추적하는 인영이의 사연을 담은 <만남>은 해외 입양을 다룬다.

아픈 십대를 위한 위로와 희망의 여섯 빛깔 스토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지만 씩씩하게! 우리가 청소년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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