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가득, 추억 고즈넉이라는 부제가 딸린 민속학자 김열규의 손에 잡힌 <이젠 없는 것들 1>은 가히 두세 대 전 어른들의 안태 같은 고향 언저리에 그들의 생활 속에 자리잡고 있는 특별난 것이 아닌 것들이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가는 인터넷 시대 도처에 요즘 아이들이 놀 요량이 없을까마는 그들 삶 언저리에도 다소곳이 엄마 품처럼 그리운 것들이 똬리를 틀고 있을 게 분명하다. 일회성 소모 그리고 너무 빠름을 추구하는 시대 현실.

이 책은 여섯 마당으로 꾸며졌다. 첫째 마당 마음에 사무치고 가슴에 우리는 마을 안팎 : 정겨운 삶의 터전들’ -고샅, 솟대와 장승, 징검다리, 외나무다리, 나루와 나룻배, 서낭당, 대장간, 구멍가게, 방아, 물레방아, 우물, 주막집이 다루어졌다. 이어 집과 집 둘레에서’ - 마당, 바자울, 안채, 안방, 아랫목, 장독대, 아궁이, 사랑채, 사랑방, 마루, 대청마루, 외양간, 올게심니. 둘째 마당 마을에서, 집에서에서 다루고 있는 마을, 향약, , 초가삼간. 셋째 마당 집안 식구들 돌아보면서편에서는 할머니 무릎, 약손, 일가붙이들, 친인척들이 다루어졌다. 넷째 마당 이런 일 저런 일편에선 관례와 계례. 혼례를 다루었다. 다섯째 마당에서는 몸치장, 몸 둘레를 다루었으며, 여섯째 마당에서는 그 애틋한 먹을거리, 군것질거리를 다루었다.

이 책에서 정말 특이한 것을 발견했다. 그게 다름 아닌 올게심니라는 것이다. ‘올게심니가 든 대바구니와 명태. 옛사람들은 올게심니에 곡령이 깃들어 있다고 믿어 신주 모시듯 정성을 다했다. 올게심니는 집 안, 안채 대청마루 기둥에 걸려 있던 그 무엇이다. 옛사람들은 집 안에 곧잘 무언가 물건 가지를 앉혀 두거나 모셔 두거나 또는 걸어 두곤 했는데, 올게심니도 그중 하나다.

돌아보면 눈물 나는 것들이 책 속에 즐비하다. 마을 고샅길에서부터 일가 친인척 타성받이가 집성촌을 이루고 사는 정말이지 정겨움이 묻어나는 고향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너무 많이 변해 있다. 자본이 밀고 들어온 마을 어느 곳 하나 변하지 않는 곳이 없다. 또한 객지 사람들에 의해 너무 많이 망가져 가고 있다.

아무렴 검정 고무신 신고 책보따리 멘 채 다녔던 그 시절 초등학교 생각이 제일 먼저 난다. 검정 고무신 닳을까봐 뜨거운 모래 바닥을 딛고 다녔던 기억, 또한 참매미 울어 대는 여름밤 친구들과 수박 서리 하다 들켜 댄통 혼났던 추억, 지금도 침 흘리게 하는 구워 먹었던 것들 태반이 우리가 사는 주변 가까이에 있었다. 그러나 이젠 추억 속의 옛날 것들이 고스란히 동네 대형 마트 코너에 예쁘게(?) 진공 포장된 채 숨도 못 쉬고 있다.

이젠 없는 것들은 쌔고 쌨지만 그들을 복원하는 일도 이 시대 어른들의 크나큰 숙제가 아닐까. 박물관에 박제할망정 그들을 기억하는 것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대대로 희미하게나마 그 전통을 이어가는 용기를 내 본다. 그 길은 가히 험하고 험할거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