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카피라이터 정철의 머리를 9하라 - 머리를 가지고 신나게 노는 9가지 방법
정철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4월
평점 :
이 책은 ‘발상 전환’이라는 큰 주제로 모두 9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찾자’는 발상 전환의 정의. ‘떨자’와 ‘참자’는 발상 전환을 위해 해야 할 최소한의 노력. ‘묻자’, ‘놀자’, ‘돌자’, ‘따자’는 발상 전환의 요령. ‘하자’는 발상 전환의 자세. 마지막 ‘영자’는 발상 전환의 철학이라 할 수 있다.
발상 전환은 정답이 아니라 새로운 답 즉 오답을 찾는 것이다. 한결같은 답이 아니라 나만의 답을 찾는 것이다. “내가 꽉 움켜쥔 물건 몇 개 놓아 버려도 / 세상 살아가는 데 크게 지장이 없음을 깨우쳐 주는 / 한밤중의 가정교사.”라고 ‘도둑’을 정의한다. 도둑을 꼭 경찰이나 형사의 눈으로가 아닌 배울 만한 인생 한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으로 머리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었더니 이런 새로운 정의를 만날 수 있다.
평소에 뭔가 남이 하지 않는 짓을 해야 한다. 뭔가 이상하고 수상하고 발칙한 짓을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씩씩하게 해야 한다. 그게 바로 생각 비틀기 연습이다. 늘 해오던 익숙한 생각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는 연습, 익숙한 생각을 낯선 생각으로 교체하는 연습 그것을 해야 한다. 연습이 습관이 될 때까지 해야 한다.
오답을 찾겠다는 마음, 상식을 비틀겠다는 생각. 두려움 없이 아니요!라고 외치겠다는 자세에서부터 발상 전환은 싹튼다. “편식은 나쁘다. 아니요, 그것은 식성일 수도 있지요.”, “막차를 놓치면 끝이다. / 아니요, 다른 때보다 조금 오래 기다리면 첫차가 오지요.”. “가장 외로운 섬은 무인도다. / 아니요, 가장 외로운 섬은 한 사람만 사는 섬이지요.”, “천재의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 아니요,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칭찬으로 만들어져요.”, “가장 많은 음식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은 큰 그릇이다. / 아니요, 빈 그릇이지요.”, “잉꼬는 늘 다정하다. / 아니요, 잉꼬는 남들이 보지 않을 때만 싸우지요.(소문 한번 잘못 나서 참 피곤하게 살지요.)”, “결혼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것이다. / 아니요, 결혼은 가장 오래 사랑할 사람과 하는 것이지요.”, “해가 졌다. / 아니요, 별이 떴지요.”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는 그 순간에 메모를 하라. 무조건 그 순간에 해야 한다. “만남의 광장엔 만나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다. / 만나는 사람보다 기다리는 사람이 더 많다. / 두 사람이 똑같은 시간에 도착할 수는 없으니까. / ‘기다리다’를 견디지 못하면 ‘만나다’도 없다. / 만남의 광장의 다른 이름은 기다림의 광장이다.”(만남의 광장). 카피라이터가 되려면 사람을 관찰하고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발상 전환을 위해선 약간의 부지런과 약간의 인내다. 세상 모든 위대한 발견은 관찰이라는 지겹고 따분한 시간을 인내라는 침착한 무기고 버텨낸 후에 모습을 드러낸다. 친해지는 방법은 밀착이다. 설렁설렁 관찰이 아닌 집중력을 갖고 뚫어져라 바라보는 관찰이다. 바로 집중력이다. “한 글자로는 꿈, 두 글자로는 희망, 세 글자로는 가능성, 네 글자로는 할 수 있어!”(청춘)
머릿속에 발상의 근육을 만들려면 끊임없이 반복해서 관찰하면서 생각해야 하고, 또 근육을 안착시키려면 한번 만들어진 근육이 쉽게 풀리지 않도록 그것을 자주 사용해야 한다. “가로로 자르면 0 / 타고난 팔자란 없다는 뜻 / 세로로 자르면 3 / 누구에게나 세 번의 기회가 온다는 뜻. / 눕히면 무한대 / 그래서 당신의 성공 가능성은 무한하다는 뜻.”(8자의 의미). “H가 A에게 물었다. / 어떻게 하면 너처럼 ㄴ맨 앞에 설 수 있니? / A가 대답했다. / 평해선을 긋고 있는 너의 양쪽 세로막대에게 / 서로를 향해 머리를 숙이라고 해 봐. / 어때, A가 됐지? / 맨 앞에 서는 방법은 겸손이야.”(알파벳에게 배우는 겸손)
부록으로 있는 ‘내 머리 연습장’도 9개의 주제에 맞는 물음을 던져 쉼없는 발상의 전환을 재촉하고 있다. 글쓴이의 글쓰기 작법은 가독성이 꽤 있다. 그리 얇지 않는 책이지만 쉽게 읽힌다. 사회 여러 요소 요소에 발상의 전환 공장을 세워 현장에서 가공하고 재탄생하여 생각 공장을 넓혀 가는 것도 사람 사는 세상 만들기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29년차 카피라이터의 홀로 외침이 아닌 “나와 너의 합계. / 그러나 덧셈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불가사의한 계산. / 너와 나의 크기를 더한 것보다 훨씬 더 커지니까.(함께) 막, 그냥, 일단, 무조건, 함부로, 주저 없이, 망설임 없이, 앞뒤 살피지 말고,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습관적으로 뒤집어 생각하라는 주문은 ‘사람은 사람으로 행복해진다’고 한다. 머리를 가지고 신나게 노는 법. 찾자, 떨자, 참자, 묻자, 놀자, 돌자, 따자, 하자, 하자, 영자. 오늘부터 바로 9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