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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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 생애 마지막 소설.
전 세계 18개국 동시 출간

저자의 전작을 한 권밖에 읽어보지 않은 사람으로(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하이브리드 소설이 신선했다. 픽션, 논픽션, 자서전을 합쳐 쓴 책을 말한다고 한다.(저자가 이미 여러 번 이런 방식으로 책을 썼다고 함) 어느 부분이 픽션이고 논픽션인지 자서전인지 모호한 경계를 넘나드는 글이라 매력적이었다.

책의 큰 축은 예감은~에서도 그렇듯 기억에 관한 이야기다. 기억이 한꺼번에 몰려온다면? 기억이 사라져도 나인가? 기억의 오류는? 과거를 기억하고 있는 것은 과거뿐인 것인가? 현재까지 쌓아온 해석의 시간을 덧입은 것인가? 등
저자는 현재 혈액암 투병 중이다. 다행스럽게도 몸을 한꺼번에 망가트리는 나쁜 종류의 암이 아니라 남은 생에 함께 가는 관리형이라는 것. 그로 인해 체력이 예전과 다르지만 그것이 나이에서 오는 것인지? 정확하진 않다는 것. 70이 넘은 저자의 기억이 점차 흐려지고 있고, 관리형 암이지만 결국 자신이 죽음과 가까워져 간다는 것을 전보다 더 실감해야 한다는 것. 저자는 운이 좋게도 담대히 마지막을 보내고 떠난 아내와 친구들이 있었다.

20대에 저자의 소개로 연인이 되었던 스티븐과 진이 있다. 헤어짐으로 인해 괴로웠던 스티븐은 진을 잊기 위해 결혼을 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다. 긴 시간을 건너 역시 줄리언으로 인해 다시 만나 그들은 ‘결혼’이라는 것을 한다. 결혼 생활의 희로애락을 각각 줄리언에게 털어놓곤 하는데 거기에 전제 조건은 하나 ‘우리 이야기를 소설로 쓰지 말라’였다. 그 약속을 이 책으로 깨게 되는 것. 각각 줄리언에게 와서 서로에 대해 은밀한 이야기까지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줄리언이 들은 이야기의 총합이 과연 그들의 전부였을까? 그들이 전한 이야기들 속에 수년 전 대학 시절의 기억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한다. 각자가 기억하는 과거의 현실이란 무엇일까?

진과 함께하던 개 지미는 이제 줄리언과 함께하고 있다. 16살 사람 나이로 치면 112살이 되는 노견이다. 줄리언보다 노쇠를 더 심하게 겪는 지미. 관절염이 심하고 청력과 시력을 거의 잃은 개의 삶에서 이점을 찾지만, 기억을 잃는 모습에 놀라 약을 처방해서 먹인다. 몸의 기능을 잃은 것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친구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를 기억하지 못할 정도의 상태가 되는 것은 피하고 싶다.

저자의 문학적 지식을 다 따라갈 수 없는 포인트들이 있었지만, 이 작가 이렇게 유머가 있었나? (옮긴이의 글을 보면 이 작품이 저자의 전작에 비해 과하게 웃긴 포인트가 많음을 알 수 있다.) 싶을 정도로 재밌는 지점이 많고 저자가 품은 질문들을 함께 고민하며 따라가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답을 구할 수 없는 질문들이지만, 노년의 지식인이 던진 질문을 죽음을 손에 쥐기 전(누구나 죽음과 닿아있지만 우린 생각하지 않고 지내니까~)에 품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당신은 과연 당신 자신에 관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알고 싶을까? 그게 좋은 생각일까, 나쁜 생각일까? 22p

행복한 시간은 그 순간에 소진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불행하고 황량하고 거짓되고 질투심에 사로잡히고 편협한 시간은 일반적으로 억눌렸다가 나중에 슬픔, 격노, 자기연민과 함께 일기에서 범람한다. 96p

내 관점에서는 사실 아무도 어른이 아니야, 우리 모두 성인 옷을 입고 있는 유아야. 그럼에도 이게 우리가 될 수 있는 어른의 최대치야. 141p

“감정을 보여주는 것과 감정을 표현하는 건 달라.” 150p

‘도착‘이 뒤따르지 않는 ’떠남‘은 생각할 여유도 없이 갑자기 닥칠 수도 있다. 216p

그냥 우주가 자기 일을 하는 것일 뿐이다. 220p 😤

플래그 가득!

소설가 친구가 있다면 그의 작품에서 나는 어떻게 변신하여 나타날 것인가?를 찾아보는 재미? 가 있을 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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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과 데이브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0
서수진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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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은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에서 2년간 머물며 데이브랑 연인이 된다. 부잣집에서 자라고 꽤 괜찮은 직장을 소유하고 있는 데이브와는 비자가 만료되어 귀국하며 잠시 떨어지게 되는데 3달 후 ‘서프라이즈’를 외치며 한국에 온다.
한 달 일정으로 온 데이브는 1년으로 기한을 연장하게 되면서 유진은 데이브를 위해 체류를 위한 모든 것을 준비한다. 한국말을 전혀 알지 못하는 그였기에 유진이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데이브가 살 방을 찾고, 부동산 계약을 하고, 가스를 연결하고 인터넷을 설치하고, 가구 가전을 사고, 세탁기 작동법을 알려주는 등 끝도 없는 일들과 안내를 해야 했다.
유진은 호주에서 영어에 익숙지 않았지만 이 모든 일을 혼자 해야 했고, 혼자 해냈었다.
내가 와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왜 이런 일을 하고 있어야 하는 건지? 때때로 화가 끓어올랐다.

친구는 같이 웃으면서 데이브 한번 보고 싶다고 했다.
“불러볼까?”
데이브는 단번에 거절했다.
”지금 가면 돌아올 교통편도 없어.”
“택시 타면 되지.”
“내가 그곳에 갔다가 너희 집에 갔다가 다시 우리 집에 오라는 거잖아, 지금. 너는 집까지 한 번이면 가는데 나는 세 번이나 움직여야 해. 너무 불합리하지 않아?”
“위험한 밤길을 여자 친구가 혼자 걸을 생각을 하면 걱정도 안 돼?”
“왜 걸어? 택시 탈 거 아냐?”
“택시도 그렇지! 술 취한 여자 친구가 택시를 타는 게 넌 진짜 아무렇지 않아?”
“택시도 혼자 못 탈 정도로 술에 취한 건 아니잖아. 목소리도 멀쩡한데.”
“술을 많이 안 마셨어도 시간이 늦었잖아. 밤에 여자가 혼자 다니는 게 위험하다는 걸 정말 몰라서 그러는 거야?”
“그럼 왜 위험한 시간까지 술을 마셨어? 왜 자기 자신을 스스로 책임지지 못하는 상황으로 몰아넣지? 그리고 그게 왜 내 책임이 되는 거야? 네가 밤늦게까지 술을 마신 게 내 책임이야? 114p

데이브 동생의 초대로 테즈메니아 섬에 초대받았던 곳으로 그들은 다시 함께 떠난다. 도시보다 더 인종 차별이 심한 이곳에서 유진은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생활비와 집 세를 제대로 내지 못할까 봐 걱정하던 중 가까스로 청소 일을 구하게 된다. 결혼은 형식일 뿐인 것이라고 하지 않는다는 데이브와 달리 동성애 합법이 선언되자마자 결혼을 하는 데이브의 동생 커플. 그리고 그들이 서로의 가족을 통해 아이를 낳아 키운다고 선언하는데..

사견 : 같은 문화권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도 각자의 집안 문화를 융화하는데 어려움이 있는데 다른 나라 사람이라면 아마도 문화 차로 발생하는 거리가 있겠지! 하지만 또 그 차이가 더 득이 되는 경우도 분명 많을 텐데.. 성인 둘이 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 일은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향한 배려의 유무가 문제인 거다. 그 차이를 좀 쉽게 설명하는 도구로 호주와 한국인의 만남을 선택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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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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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루는 6남 3녀의 장남인 고이치의 아들이다. 선생이고 대가족의 장남. 융통성 없고 보수적일 것이라는 추측이 자동이지 않은가? 엄마도 선생님인 이 집안에서 유일하게 학교와 도저히 가까워지지 못하고 겉도는 아이가 태어나 자라고 있다. 배 속의 거품이 점점 더 많아지고 도저히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된 가오루를 막내인 가네사다에게 보내기로 한다.

러시아어를 안다는 이유로 더 혹독한 시베리아 포로 생활을 경험해야 했던 가네사다. 살아 귀국했을 때 ‘빨갱이’라는 프레임을 입고 살아가야 하는 그를 가족들도 외면했었다. 이제는 그저 가정의 큰 행사 때나 얼굴을 보고 지내는 정도의 아주 느슨한 관계인데 어떠한 이유로 부탁을 하는 것일까?

바다가 있는 간사이 지역에 살아서?
솔로라서?
월급쟁이가 아니라 자영업자라서?

가네사다는 온천과 해수욕의 도시, 사리하마에서 재즈카페 ‘오부브’를 운영하고 있다. 오전 11시 반에 문을 열고 밤 10시에 닫는다. 유일한 종업원인 오카다는 가게를 열면 바로 나타나고 교대 시간에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내내 가게에 머문다. 50대까지 혼자 운영했던 이 가게였는데 이제는 가네사다보다 오카다가 가게의 대부분의 일을 많이 넘기고 은퇴한 듯한 마음으로 지낸다.

오카다는 오 년 전 여름의 끝자락에 머리카락도 수염도 오래도록 정리하지 않는 모습으로 온 손님이 이젠 가게의 주요 인물이 된 샘이다. 말수가 적고 센스가 있고 손이 야무진 오카다와 가네사다는 서로의 삶에 대해 말한 적이 없어 어떻게 살아왔는지 서로 알지 못한다. 그냥 오부브에서의 삶이 그들이 서로를 아는 전부다.

그런 담백한 관계 속에 들어간 가오루는 오전엔 바다에 갔다가 오후에 오부브에 들러 잔심부름을 하며 지낸다. 학교에선 무언가 배우고 싶은 것이 하나도 없었는데 그래도 이 가게에선 무언가 ‘배우는 것’을 해보게 된다.

뭔가를 익힌다는 것은 반복 앞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반복하는 동안에 발견이 있고 수정이 있다. 발견과 수정에서 완성에 이르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시간의 흐름, 경과가 필요하다. 그리고 자연히 몸에 밴다.
가오루는 반복이 싫다. 싫다기보다 잘하지 못했다. 시간의 흐름을 쫓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무엇보다 힘들었다.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 보고 있는 오카다의 움직임은, 가오루에게 뭔가를 전해온다. 힘들이지 않는 반복도 있어. 그것이 바로 자기를 해방시켜주지 않을지라도, 이렇게 보고 있으면 지루하지도 불쾌하지도 않을뿐더러 강렬하게 매료된다. 자기도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151p

도쿄로 다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그들은 다시 각자의 자리를 잘 찾아가겠지?

당신은 어떤 거품을 품고 있나요?
배가 아플 만큼 거품이 가득 차면 어떻게 해결하나요?
거품이 당신에게 고통을 주기 전에 조금씩 버려내는 일을 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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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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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이야기를 들려줘요>를 읽기 위해 시작했다. 이 작가의 작품을 <오 윌리엄>만 읽었기에 기존 작품을 싹 무시하고 신간을 읽기 껄쩍지근했다. 🤭

올리브 키터리지는 수학 교사로 정년퇴직한 60대 중후반의 여성이다. 이 여성의 노년의 삶을 중심으로 이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퉁명스럽고 고집 센 그녀에게도 중년에 사랑이 찾아왔었다. 자신의 모든 이야기를 들어주는 남편과 아들을 떠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순간도 있었다. 남편 헨리는 약국의 지박령처럼 살아간다. (나 같아도 집에 있기 싫겠어…;;) 다정하지 못한 아내와 다르게 친절하고 온화한 헨리는 관계 지향적인 사람으로 인정 욕구가 강하고 감성적인 사람이다. 그의 약국에 근무하게 된 일머리 좋은 데니즈의 힘겨운 삶에 동정 이상의 감정을 느끼기도 하지만 각자의 삶을 흩트리지 않고 살아간다.

올리브가 인생의 큰 변화를 겪는 퇴직 이후 아들은 올리브보다 더 기가 센 여자와 결혼을 하면서 올리브 인생에 파장을 일으킨다. 올리브와 헨리가 정성을 기울여 만든 그들의 신혼집은 얼마 살지 않고 팔고 동쪽 집에서 가장 먼 서부로 이사를 가버린다. 어떻게 그럴 수가! 그 집을 그렇게 쉽게 팔고 떠날 수가!

올리브는 아들 크리스토퍼와 관계가 점점 어긋남에 힘들어한다. 거기에 헨리가 쓰러지는 일까지.. 삶은 고단함의 연속이다. 자신의 고단함을 타인의 고단함에서 이겨보려는 그녀의 이기심은 글을 읽을 때 분노를 유발하지만, 어느 누가 그 일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아들의 범죄로 운둔의 삶을 살아가는 노부부, 엄마의 자살의 그늘에서 고통받는 케빈, 아내와의 관계가 지쳐가는 하먼 등 누구 하나 평온하다고 할 수 없는 삶을 살아간다.

겉으로 보기에 평온해 보이는 타인의 삶 속에도 상처와 고통 외로움이 있다. 그것을 드러내지 않으려, 이겨내려,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많은 인물 등장하지만, 그 인물들을 따라가기 어렵지 않은 책이다. 읽을 때보다 덮고 나서의 여운이 긴 책. 누구의 시선에서 서술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모습을 다르게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이 작가 작품을 따라가야 하는 이유로 충분하지 않은가? 싶다.

슬금 슬금 다음 책으로 넘어가 빨리 신간 만나야지.
+ 멀쩡한 부부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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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고 소문이 없는 사람. 깔끔한 이미지의 직장 생활 20년 차의 유미 차장.
11년 차 선호에게 그런 유미 차장은 얼마나 멋있어 보일까?
그런 멋진 여자가 내 여자친구가 될 확률은?

여기저기 소문을 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기 힘든 상대인 유미가 바로 내 여자친구가 됐다. 사귀고 나서야 알았다. 그녀는 ‘파이어족’이었다. 그리고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었다.

결혼까지 이어졌다.
결혼 후 얼마 되지 않아 유미는 퇴사를 했고 투자와 글쓰기를 한다고 했다.
22년간의 직장 생활로 혼자서 웬만큼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모았다고 했지만 정확한 금액을 알려주진 않았다.

퇴사 후의 삶은 조금씩 변해갔다. 시간이 많은 유미에게 집안일의 대부분이 옮겨졌다.
그런 유미가 금요일은 글쓰기 모임에 나가야 해서 저녁 준비를 하지 못한다고 했다.
처음엔 금요일 하루는 자신이 집안일을 하고 혼자 밥을 차려먹고 유미를 마중 나가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 배달 음식을 먹으며 늘어지게 되고, 유미의 외부 활동과 글이 궁금해졌다.

그녀의 컴퓨터를 훔쳐보기로 계획한다.
일기
적나라한 묘사들이 들어있는 글
그리고 자신의 이름이 들어있는 칠면조 폴더를 확인하려는데..

자신의 컴퓨터에 들어 있는 모든 것을 내보이지 못하면서, 남의 것을 훔쳐보는 남편이란..
22년간 자신의 노후를 감당할 만큼 돈을 벌고 파이어족이 된 아내.
분명 첫 시작은 감사였으나, 막상 일상이 되고 나니 생겨나는 잡생각들.
이 둘의 부부 생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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