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최선
문진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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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최선> 문진영

<277p><별점 : 4>

단편집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이 책이 좋다고 느끼는 이유를 읽으며 궁금했다. 몇 개의 작품을 제외하고 이 책에 수록된 단편들은 어느 사건 또는 짧은 시간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지 않고, 장편에서 볼 법한 제법 긴 시간의 서사를 갖고 있다.

🔖 미노리와 테츠
어디서나 빛나는 존재인 친구 수민과 희주는 대학 졸업 후 마땅한 직업에 안착하지 못하던 시기에 일본 여행을 떠났다. 우연히 들른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식당에서 그들과 친분을 맺고 여행의 마지막 날을 함께 보내게 된다. 희주의 눈에 완벽한 부부의 모습이던 그들. 그 후로도 수민은 종종 일본에 가서 미노리와 만나곤 했고, 사진을 보내곤 했다. 묘한 질투심을 느끼곤 했는데 수민은 그 부부가 이혼했다는 사실을 말한다. 무려 지난해에… 그리곤 미노리가 한국에 왔다고 연락을 하는데..

시간이 흐른 뒤 나는 종종 웃긴 이야기라면 사람들에게 이 얘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말하다 보면 제법 웃기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에 내가 느꼈던 것은 분명 모멸감이었다. (중략) 그렇게 한번 자라난 것은 되돌릴 수 없었고, 나는 그것을 마음속 어두운 구석에 숨겨두고 문을 잠갔다.

🔖 변산에서
민주, 승민과 나의 대학 졸업 기념으로 떠난 여행을 승민이와 승민 딸인 수온이와 함께 떠났다.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는 병아리에서 중닭이 되어가는 중이라고 승민의 시어머니의 표현이었다. 아이가 태어나서 조금 큰 집으로 한 집안의 가장으로 역할을 다하고 싶어 시골로 내려간 이들 부부에게 닥친 시련은 이른 나이에 과로사로 가장을 잃는 슬픔이었다. 지난한 싸움 끝에 승소했지만, 회사는 항소를 했다. 우리가 착한 쪽이냐? 묻는 아이의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지만, 늘 착한 쪽이 승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진 못했다.

🔖 오! 상그리아
주색잡기에 능한 할아버지와 쌀집을 하며 알뜰하게 사는 할머니 사이엔 3남이 있었다. 어느 날 딸을 데리고 귀가한 할아버지. 그런 딸을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었던 할머니. 그런 막내딸에게 할아버지는 역마살을 물물려줬고 그 덕에 나는 할머니 손에 키워졌다. 엄마는 나름 잘나가는 여행 작가로 지냈던 시절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나 때문이었을까? 엄마가 말하는 나의 아빠는 스페인 사람인데 나는 아무리 봐도 토종이다. 할머니가 말하는 아빠는 동네 철물 점집 아들이라는데 나의 아빠는 과연 누구일까? 지독한 숙취의 계보

🔖 내 할머니의 모든 것
나의 외할머니 47년생 배정심 여사. 자식을 버리고 40년간 연락이 없다가 나타난 사람. 단정하고 깔끔하고 지적인 이미지의 여인. 갑자기 나타나서도 덥석 와락이 아닌 적당한 선을 유지하는 묘한 느낌을 풍기는 사람. 갑작스러운 서프라이즈 생일 파티 후 다시 살아진 할머니. 할머니가 삶의 방식은 최소한의 최선이 아니었을까?

🔖너무 늦지 않은 어떤 때
29살의 인도 여행에서 낯선 나이 든 남자에게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

🔖 고래사냥
어릴 때의 보물 상자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순간.

🔖 네버랜드에서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저지르는 행동파인 언니가 결혼 후 아이를 낳고 물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사람이 됐다. 늘 뭔가 바꾸기 힘들어하는 정 반대의 나. 23살 때부터 만난 희욱과 결혼은 해야겠지?

🔖 지나가는 바람
누군가의 gap year는 눈부신 발전을 이루는 시간인데 나의 갭 이어는 엄청난 무게가 자꾸 나를 누르는 시간이 되고 있다. 진짜 쉰다는 게 뭘까?

🔖 한낮의 빛
30명 남짓한 아르바이트생 중 눈에 띈 아이 주명이 나를 언니라 불러도 되냐고 묻는다. 나는 언니라고 부르는 사람이 딱 한 명이다. 엄마와 아빠가 소개한 부부의 사이에서 태어난 유영 언니. 굉장한 부자로 살다가 IMF에 회사가 힘들어지자 잠시 우리 집에 맡겨진 언니. 언니한테 일어난 일이 무언가 잘못된 일이라는 정도만 알았던 나는 부모에게도 다음날 학교에서 친구에게도 그 일을 이야기했다.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할 때를 놓친 나는 언니와 이별하게 되고 이후로 함구증을 앓는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선 어둠 속에 자신을 내버려 둘 용기가 필요한 게 아닐까. 너무 어두워서 도무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가도, 시간을 견디면 결국에는 아주 느린 속도로 시야가 밝아지듯이. 캄캄한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 - P61

다만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영원히 살 수 있는 꿈같은 건 없다는 것을. 이 순간은 오직 지금뿐이라는 것을. 어떤 오늘도 내게 너무 늦지는 않았다는 것을. - P150

사는 게 아주 그냥 너무, 피곤해요. 이런 말 하면 형이고 친구고 다 뭐라고 하는지 알아요?
응, 알아.
너만 그런 거 아니라고 하잖아. 다 그렇게 산다고.
그러니까요. 그 말이 제일 싫어.
좋아하는 일 하면서 돈도 많이 벌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되겠냐고.
그러니까요.
근데 그런 사람 되게 많은 거 같잖아.
그러니까요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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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키
요헨 구치.막심 레오 지음, 전은경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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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키> 요헨구치, 막심레오 / 전은경_옮김

전지적 고양이 시점으로 쓰임.

베르코비치 부인을 만나 사랑을 받으며 살았던 프랭키. 그전의 아픔을 잊고 따스함 속에 살았는데, 그녀마저 이별의 말도 없이 천장에 불 달린 자동차를 타고 사라졌다. 그녀가 떠나고 쓰레기 언덕 위에 청설모와 교수와 친구로 지내며 살던 프랭키는 버려진 집에 갔다가 내가 사랑하는 줄을 목에 걸고 의자에 올라선 남자를 봤다. 너무 멋진 끈이길래 미소를 보냈는데 고함으로 응답한다. 무언가에 맞아 기절한 나를 죽은 것으로 착각한 남자는 어딘가에 전화를 걸고 있다. 죽은 고양이 신고 전화?
그 순간 고양이어가 아닌 인간어로 남자와 통성명을 하고 (아! 참고로 이 남자 이름 줄여서 골드라 하기로 했다. )집을 둘러보는데 멋진 티브이에 소파에 푹신한 침대까지 이 집 맘에 든다!
잊고 있었다. 골드가 날 죽었다 어딘가 알렸었지. 집으로 수의사인 안나가 찾아왔다. 그녀는 예의 바르게 접근하더니 상처에 뭘 떨어뜨려 불붙는 것 같은 느낌을 주지 않나 화살로 날 찌르질 않나! 인간들이란!

나는 수고양이고, 나에게 모든 인간은 똑같아 보인다. 중간에 달걀 모양의 몸체가 있고, 거기 발이 붙은 긴 다리가 네 개 달려 있고, 아주 큰 머리가 매달려 있다. 인간 묘사는 이걸로 끝이다. 털은? 몇 올 있긴 한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자리에 붙어 있다. 누가 인간을 만들었는지 몰라도 별로 힘들이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이게 사실이다. 52p

이 집엔 먹을 음식도 없고, 청결도 꽝이다. 골드는 인간인데 음식을 거의 먹지 않고, 계속 목이 마른지 물만 마신다. 가끔 기절하듯 잠을 자는데 이상한 냄새도 풍풍 풍긴다. 하지만 그녀의 당부 덕분인지 프랭키와 동거가 시작됐다. 같이 동물용품점도 가고 할리우드에도 진출하게 되는데 ….

영혼이 뭐야?
너 정말 알고 싶구나. 그렇지? 영혼은…뭐랄까. 죽지 않는 너의 일부야. 네 감정과 생각, 경험 등 네 존재의 정수지. 72p

인간은 도대체 왜 이런 일에 관심이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높은 산… 그래서 어쩌라고? 당연히 ’다섯 번째로 높은 산‘과 ’여섯 번째로 높은 산‘도 있을 테지만 거기서 무슨 차이가 있나? 산은 자기가 얼마나 높은지 관심이 없다. 다른 그 누구도 마찬가지다. 오로지 인간만이 미친 듯이 모든 것에 등수를 매긴다. 125p

“내 말 잘 들으라고! 죽는 건 바보 같은 일이야. 그러니까 내 말은, 당신이 지렁이라면 나도 그런 행동을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몰라. 팔다리도, 머리도 없으니까. 지렁이는 그냥 벌레잖아. 내 생각에 그건 사는 게 아니야. 하지만 나는 지렁이를 몇 마리 아는데, 그들조차 자기 자신을 죽일 생각은 하지 않아. 그냥 벌레에 불과하지만 말이야. 그런 당신은 인간이잖아. 당신에게는 모든 것이 오전하게 달려 있어. 뭐든 할 수 있다고. 여기 집도 있고, 나도 있고, 당신은…” 227p

잠시 후에 만나

그녀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걸 실천하려는 골드에게 불가지론 쾌락주의자인 프랭키는 골드에게 삶의 의미가 될 수 있을까?

전지적 고양이 시점으로 그려져 유머가 계속되는 소설 속에는 깊은 슬픔에 잠긴 한 인간의 내면 싸움이 묘사된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이를 몸에 품은 골드의 사랑하는 린다가 떠나간 후 그 슬픔을 이기지 못한 골드에게 찾아온 인간어를 구사하는 프랭키는 골드를 두 번이나 자살의 순간에서 건진다. 하지만 끝까지 막을 수 있을까?

혈통을 증명하는 서류가 있는 고양이만 고양이 사료 오디션에 참석할 수 있다는 광고 회사. 마약을 의미하는 중독에 대한 이야기 등이 녹아있는 소설. 유머가 전반에 깔려 있지만 묵직한 이야기까지 선사하는 초등 고학년부터 읽기 좋은 책.

고양이의 눈 깜빡임은 만사 OK 또는 나 기분 좋아라는 뜻

동물 장례식장의 추도사를 하는 동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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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8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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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라우라 에스키벨 / 권미선 옮김

<268p>

아 남미 소설 어렵습니다. 왜이리 야해 ;;
이 책의 뒷표지에 이 책의 한 줄을 가장 잘 이야기한 멘트
음식과 성이 환상적으로 만난 재미있고 관능적이면서 낭만적인 소설.

멕시코 배경에 요리를 아주 잘 하는 주인공 티타가 등장하기에 나는 요리 장면에서 <바베트의 만찬>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거기에 약간의 환타지적인 요소가 가미되고, 배경과 등장 인물이 현실의 인물이라기 보다 영화 속 인물처럼 그려졌다. (현실적으로 쓰였다기 보다 환상적으로 쓰였달까..)

주인공의 감정까지 포함되어 만들어지는 음식에서 식물이나 요리를 할 때의 마음까지 포함된다는 게 과하게 표현됐다.

책은 주인공 티타를 이모 할머니라 부르는 조카가 기록한 것으로 표현된다. 만약 이 화자의 엄마는 티타가 없었다면 평생 결혼도 하지 못하고 엄마를 모셔야 하는 굴레에 빠져 교육도 받지 못하고 오로지 돌봄과 가사일로 찌들어 사는 삶이 예정된 사람이라 이 조카의 존재는 없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존재하는 이유는? 그리고 왜 그런 삶이 예정된 것인가?

“네가 내 명령을 거스르는 건 용납할 수 없다.” 33p

티타 이모 할머니 즉 이 책의 주인공 티타의 엄마 ‘마마 엘레나’는 군대 대장도 피할만큼의 대단한 포스를 지닌 사람이다. 그가 말하는 이 집안의 법도는 ’막내 딸은 평생 엄마를 곁에서 모셔야 한다!‘ 다. 티타는 어릴 적부터 부엌에 좋긴 했다. 음식을 사랑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평생 시집도 가지 않고 엄마를 곁에서 모시는 삶만을 강요한다면? 그것도 자신을 보고 한 눈에 반해 청혼하는 멋진 남자가 있는데?? 그 시점부터 티타의 불행은 급물결은 탄다. 그 전에도 엄마의 가혹행위는 상식을 벗어났지만, 티타가 좋다고 청혼하러 온 사람에게 티나의 언니를 권한다? 그런데! 거절해야 마땅한 이 남자는 또 그 제안을 수락하네? 나를 사랑한다더니 형부가 된다고? (이건 뭐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도 상식에 벗어나는 동방 예의지국 사람으로 소화가 참 어렵네… 그런데 우리나라도 요즘 요런거 아침 방송에 나오죠?)

엄마에 대한 증오, 언니에 대한 미움 괴롭지만 묵묵히 그들을 돌보는 그녀에게 삶의 희망을 주는 존재가 등장한다. 둘 사이에 태어난 아기 ‘로베르토’ 언니의 젖이 나오지 않아 배를 곯는 이 아이를 위한 마음에 처녀인 티타의 가슴에서 젖도 나온다? 그렇게 물려 키운 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와 생이별을 한다. 이번에도 어머니의 방해. 티타와 형부인 페드로를 갈라두려는 엄마의 계획.

이 계획으로 사랑스런 로베르토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티타는 엄마에게 대차게 드리 박고 비둘기장에 들어가서 광란을 피우고 이런 그녀를 데려간 사람은 언니 로사우라를 돌보러 왔다가 티타에게 반한 닥터 존~ 그와 함께 살면서 그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깨닫게 되고 그와 관계가 좋아지는 시점에 어머니의 집에 떼도둑이 들어 함께 살고 있는 첸차는 강간당하고, 엄마는 다치는 일이 생긴다. 맘 약한 티타는 다시 어머니를 돌보러 그 집으로 들어가고 장례를 치르며 페드로의 가족과 어머니의 망령이 한 집에 살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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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그녀에게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많은 대가를 치러야 자기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고, 그리고 몇가지밖에 이룰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더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176p

이제 티타는 씨앗이나 곡물 들이 새 삶을 주기 위해 자기 몸을 터트려 가며 껍질을 벌여 물을 깊이 빨아들이는 게 놀랍고 존경스러웠다. 씨앗이나 곡물 들은 자기 몸속에서 첫 번째 뿌리 끝이 삐죽 튀어나오는 것을 너무나도 자랑스러워하며, 자신의 원래 모습이 망가져도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새싹을 당당하게 세상에 보여주었다. 208p

“나는 나예요! 원하는 대로 자기 삶을 살 권리를 가진 인간이란 말이에요. 제발 날 좀 내버려 둬요! 더 이상은 참지 않을 거예요! 나는 어머니를 증오해요! 항상 증오해 왔다고요!” 210p

태어난 그대로 맨 몸으로 집에서 뛰쳐나간 언니! 열심히 치열하게 엄마와 싸워 자신의 자리를 만든 티타랑 너무 비교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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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을 말씀드립니다
유키 신이치로 지음, 권일영 옮김 / 시옷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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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을 말씀드립니다> 유키 신이치로 / 권일영 옮김

5번의 추리 소설?이 실려 있는 단편. 딱 현대에 맞는 소제로 풀어낸 추리 소설.
첫 작품인 <참자면담>은 대면하여 일어지는 사건이고 나머지는 인터넷 상에서 시작된다. 단편집이랑 앞부분에 서술된 것들이 뒤와 맞아 떨어지는 쾌감이 있다. 이 소설 매니아들이라면 다 맞추시려나?

<참자면담>에서 알게 된 바는 일본은 중학교 입시부터 치열하구나. 여기도 과외 광풍이구먼! 요즘 유명 대학교 재학생들로 구성된 1대1 매칭 과외 선전을 우리나라에서 많이 하던데 여기서도 가정 교사 영업을 현직 유명 대학생이 한다. 상담을 요청한 집에 찾아간 주인공은 그 집에서 묘한 기운을 느낀다. 고무장갑을 끼고 있는 어머니, 아이를 향한 거친 말투, 가족사진이 전무하고, 화장실과 아이의 방 사용을 금지시키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이어지는데…
<매칭어플> 20대의 딸을 둔 아버지도 사용하는 매칭 어플. take out이 매칭어플에선 이런 뜻으로 쓰이는구나! 😳😤 딱! 딸 나이쯤의 파트너를 만났다. 본인 나이보다 10살쯤 아래로 프로필에 올렸지만, 직업 미용인으로 자기 관리가 철저하기에 이쯤이야 들킬 염려가 없다. 역시! 나의 감은 탈월하지. 아주 수월하게 take out이 성공하겠어? 자기의 집으로 초대하고 샤워를 하고 오라네?
<판도라> 아이가 생기지 않아 고생했던 경험이 있던 터라 정자 제공에 대해 흥쾌히 허락한 아내. 하지만 딱 한 번 기증하고 이후로 기회가 닿지 않았는데.. 진짜 나의 아버지가 맞는지 찾으러 온 또 다른 딸. 알고보니 정자를 제공받은 그 아이의 엄마의 전남편은 연쇄 살인범이었다는데?
<삼각간계> 간만에 옛친구들이 온라인으로 회식하기로 했다. 그런데 경제력을 자랑하는 모기와 말하는 걸 좋아하던 우지하라 사이가 아슬아슬하다. 그 와중에 모기의 집에 낯선 사람 화면에 잡히는데…
간계 (奸計) 명사 :간사한 꾀.간계에 넘어가다.
<#퍼뜨려주세요> 초등학생이 딱 4명인 오지의 섬. 한 아이에게 아이폰이 생기며 관계가 어그러지는데..

-사랑하는 아내와 나 사이에는 아기를 가질 수 없다. 이건 한 남자로서, 생물인 수컷으로서 가장 중요한 ‘존엄’을 박탈당한 셈이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굳이 원인이 어디 있는지 들춰내지 말고 그대로 두자. 그래, 굳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맣고 그냥 내버려두는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선택이 아닐까? 1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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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 이피디의 사생활
이동원 지음 / 느린서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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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 이피디의 사생활> 이동원

느린서제 / 281

부여에 있는 독립서점 ’책방 세간‘에 방문했을 때 산 책이다. 독립서점에 들르면 꼭 책을 한 권 이상 사야하는 혼자만든 의무감이 있는데 내가 한 권 골랐더니 아들도 한 권을 골랐다. 그저 제목이 재밌어서 골랐다는데 경영에 관한 책이라 재미없다나 😔 <회사를 망하게 하는 법>이라니… 이 책을 구입한 후 얻은 교훈은 ’제목에 낚이지 말자‘라고.. 뭔가 교훈을 얻었다니 그것으로 되었다. 😅

<그것이 알고 싶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 연출자란다. 그냥 한 회사의 월급쟁이라고는 하는데 방송이라는 업계의 특성상 업무 과다가 기본 옵션인가보다. 이 업계에 관심과 큰 사명감이 없으면 못 할 직업같은데 ’어쩌다가‘로 시작하는 책의 쳇 챕터 페이지가 심상치 않다.

1부 어쩌다가는 어떻게 피디를 하게 되었는지가 기록되어 있다. 시작은 초등학교 6학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선생님들의 부조리함에 무단결석을 하는 아이.(이걸 그냥 부모님이 보고 계셨다고? 나도 초등 6학년에 엄청나게 부조리함을 겪은 사람이지만, 결코 이런 행동을 하지 못했는데 아… 나도 했어야 했;;;;) 지방러로 티비에 서울만 동네 이름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왜 그럴까? 질문을 품는 아이는 서울 상경을 목표로 가열차게 공부하기 시작했다는데 무려 서울대?? (흠… 진짜 이렇게 고등 1학년부터 정신차리고 공부하면 서울대 가는건가요?)
남들 유럽 여행할 때 아프리카 마사이족 마을에 가서 한 달 살기?를 하는 청년… 그리고 세계 일주를 하고, 책도 출간하기도 하고(사연이 더 있지만 책으로 확인하시길), 연애를 하는데 여자 친구는 이미 국가 고시에 합격을 한 상태이고, 자신은 그냥 복학한 20대 중후반인 대학생이라는 신분이라 대학 졸업장 없어도 원서를 낼 수 있는 SBS라는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도전한 직업이 바로 현재의 그의 신분되시겠다.

이 양반 지금까지의 삶을 보면 보통은 아니다. 어딘가에 머무르지 않고 도전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자신은 그렇다 표현하지 않지만 삶에서 드러나는데, 유일하게 성실하고 꾸준히 오래도록 ’월급쟁이‘로 지내고 있다. 그것도 가열차게 영육을 갈아 넣으며…

교양 프로 피디 그것도 <그것이 알고 싶다>의 명성은 대단하다.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그 프로그램으로 변화된 일들도 많기에 ’팩트‘를 전달하기 위한 노력과 관련자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한 노력이 없다면 계속 이어지는 것이 불가능한 프로그램이다. 그저 대출 관련 문자에 카드값에 메인 월급쟁이라 지금까지 이 생활을 해오고 있다고는 하지만, 책을 읽어보면 드러나는 이 일을 잘, 제대로, 최선을 다해 하는 그의 모습들을 볼 수가 있다.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나면 끝!이 아니라 이후에도 꾸준히 그들과 소통하고 마음을 전하려는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겸손이 장착된 사람이 적어낸 글이라 거부감 없이 읽히지 않았을까?

‘고졸 피디’에서 시작한 그의 피디 생활은 어느덧 12년차가 되었다고 한다. 어쩌다가로 시작하는 부분에서 허허 웃게 만들기 시작한 그는 점점 마음을 뭉클하게 끌어간다.

억울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한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노력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래도 그 억울함이 아주 조금은 놓여날 수도 있겠구나. 참 다행이구나. 싶었다.

웃음과 눈물을 다 만드는 사람의 방송 이야기도 궁금해졌다.

-매번 겪는 일이지만 어떤 사건이든 피해자를 마주하는 일은 힘들고 괴롭다. 차라리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차아가는 일이 훨씬 쉽다. 지인들은 범죄자를 만나는 게 두렵지 않냐고 종종 내게 묻는다. 범죄자를 만날 땐 단순히 범행 사실에 대해 묻고 그에 대한 입장을 담아오면 그만이다.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다. 방송 이후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그건 법적인 문제가 대다수라 추후 회사와 상의하여 해결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피해자를 인터뷰하는 일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피해자를 만나서 대화하다 보면 여전히 치유되지 못 한 그들의 상처를 오롯이 마주하게 된다. 그걸 어설프게 위로해선 안 된다. 말 한마디가 트라우마를 자극하게 될지 모르니 함부로 말을 꺼낼 수 없다. 진심으로 우리가 하는 일을 설명드리고, 질문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쏟아내는 감정과 말을 담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감정이 이입되어 며칠은 몸살을 앓듯 여기저기 아플 때가 있다. 그걸 꾹 참고 결국 방송을 내야만 한다. 그래서 편집할 때도 몇 번이고 피햊의 인터뷰를 다시 보며 수정한다. 방송 직후에도 혹시 피해자의 마음에 상처가 되는 일은 없는지 걱정하며 전전긍긍한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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