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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 이피디의 사생활
이동원 지음 / 느린서재 / 2023년 11월
평점 :
<월급쟁이 이피디의 사생활> 이동원
느린서제 / 281
부여에 있는 독립서점 ’책방 세간‘에 방문했을 때 산 책이다. 독립서점에 들르면 꼭 책을 한 권 이상 사야하는 혼자만든 의무감이 있는데 내가 한 권 골랐더니 아들도 한 권을 골랐다. 그저 제목이 재밌어서 골랐다는데 경영에 관한 책이라 재미없다나 😔 <회사를 망하게 하는 법>이라니… 이 책을 구입한 후 얻은 교훈은 ’제목에 낚이지 말자‘라고.. 뭔가 교훈을 얻었다니 그것으로 되었다. 😅
<그것이 알고 싶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 연출자란다. 그냥 한 회사의 월급쟁이라고는 하는데 방송이라는 업계의 특성상 업무 과다가 기본 옵션인가보다. 이 업계에 관심과 큰 사명감이 없으면 못 할 직업같은데 ’어쩌다가‘로 시작하는 책의 쳇 챕터 페이지가 심상치 않다.
1부 어쩌다가는 어떻게 피디를 하게 되었는지가 기록되어 있다. 시작은 초등학교 6학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선생님들의 부조리함에 무단결석을 하는 아이.(이걸 그냥 부모님이 보고 계셨다고? 나도 초등 6학년에 엄청나게 부조리함을 겪은 사람이지만, 결코 이런 행동을 하지 못했는데 아… 나도 했어야 했;;;;) 지방러로 티비에 서울만 동네 이름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왜 그럴까? 질문을 품는 아이는 서울 상경을 목표로 가열차게 공부하기 시작했다는데 무려 서울대?? (흠… 진짜 이렇게 고등 1학년부터 정신차리고 공부하면 서울대 가는건가요?)
남들 유럽 여행할 때 아프리카 마사이족 마을에 가서 한 달 살기?를 하는 청년… 그리고 세계 일주를 하고, 책도 출간하기도 하고(사연이 더 있지만 책으로 확인하시길), 연애를 하는데 여자 친구는 이미 국가 고시에 합격을 한 상태이고, 자신은 그냥 복학한 20대 중후반인 대학생이라는 신분이라 대학 졸업장 없어도 원서를 낼 수 있는 SBS라는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도전한 직업이 바로 현재의 그의 신분되시겠다.
이 양반 지금까지의 삶을 보면 보통은 아니다. 어딘가에 머무르지 않고 도전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자신은 그렇다 표현하지 않지만 삶에서 드러나는데, 유일하게 성실하고 꾸준히 오래도록 ’월급쟁이‘로 지내고 있다. 그것도 가열차게 영육을 갈아 넣으며…
교양 프로 피디 그것도 <그것이 알고 싶다>의 명성은 대단하다.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그 프로그램으로 변화된 일들도 많기에 ’팩트‘를 전달하기 위한 노력과 관련자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한 노력이 없다면 계속 이어지는 것이 불가능한 프로그램이다. 그저 대출 관련 문자에 카드값에 메인 월급쟁이라 지금까지 이 생활을 해오고 있다고는 하지만, 책을 읽어보면 드러나는 이 일을 잘, 제대로, 최선을 다해 하는 그의 모습들을 볼 수가 있다.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나면 끝!이 아니라 이후에도 꾸준히 그들과 소통하고 마음을 전하려는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겸손이 장착된 사람이 적어낸 글이라 거부감 없이 읽히지 않았을까?
‘고졸 피디’에서 시작한 그의 피디 생활은 어느덧 12년차가 되었다고 한다. 어쩌다가로 시작하는 부분에서 허허 웃게 만들기 시작한 그는 점점 마음을 뭉클하게 끌어간다.
억울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한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노력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래도 그 억울함이 아주 조금은 놓여날 수도 있겠구나. 참 다행이구나. 싶었다.
웃음과 눈물을 다 만드는 사람의 방송 이야기도 궁금해졌다.
-매번 겪는 일이지만 어떤 사건이든 피해자를 마주하는 일은 힘들고 괴롭다. 차라리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차아가는 일이 훨씬 쉽다. 지인들은 범죄자를 만나는 게 두렵지 않냐고 종종 내게 묻는다. 범죄자를 만날 땐 단순히 범행 사실에 대해 묻고 그에 대한 입장을 담아오면 그만이다.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다. 방송 이후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그건 법적인 문제가 대다수라 추후 회사와 상의하여 해결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피해자를 인터뷰하는 일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피해자를 만나서 대화하다 보면 여전히 치유되지 못 한 그들의 상처를 오롯이 마주하게 된다. 그걸 어설프게 위로해선 안 된다. 말 한마디가 트라우마를 자극하게 될지 모르니 함부로 말을 꺼낼 수 없다. 진심으로 우리가 하는 일을 설명드리고, 질문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쏟아내는 감정과 말을 담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감정이 이입되어 며칠은 몸살을 앓듯 여기저기 아플 때가 있다. 그걸 꾹 참고 결국 방송을 내야만 한다. 그래서 편집할 때도 몇 번이고 피햊의 인터뷰를 다시 보며 수정한다. 방송 직후에도 혹시 피해자의 마음에 상처가 되는 일은 없는지 걱정하며 전전긍긍한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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