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로 다르게 보는 세계 - 한국 사회와 세계의 현상을 읽는 지리적 시선
김성환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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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가 나를 사로잡았다.

“어릴 적부터 조기교육을 받았다. 냇가에서 헤엄치고 개구리를 잡으면서 하천을 이해했고, 산에서 칡뿌리를 찾고 갯벌에서 조개 캐고 간척지에서 야구를 하며 산지와 해안 지형을 섭렵했다. 여름이면 까맣게 그을리고 겨울이면 손이 틀 정도로 밖에서 노느라 계절별 기후를 몸소 느꼈고, 촌락이었던 고향이 공단으로 변모하면서 환경 파괴와 도시화를 경험했으니 ‘지리’ 조기교육이 확실했다. / 책날개 중

저자의 조기 교육에 웃을 수 있으나 경험에서 얻어진 그는 단순히 책상에 앉아 책을 통해 자신의 관심사를 넓힌 교육과 차별화를 갖는다. 단순히 공간을 공부하는 지리라는 학문이 아닌 공간을 이해하는 과정은 세상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삶의 방식을 접하는 일이라고 규정한다. 이를 통해 세상에 기여할 자신의 역할을 고민하고, 타인과 다른 문화를 존중하며, 자연과 환경을 배려하며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세상을 꿈꾸는 지리 학자.

이 책은 저자의 그런 가치관과 시선이 녹여진 책이다.

1부 지구 온난화와 식량문제, 공장식 축산의 문제
2부 지방 소멸, 환경 불평등, 공간에 숨겨진 권력과 불평등
3부 열대우림 파괴와 몽골의 사막화. 오버 투어리즘과 다문화 사회
4부 고정관념을 깨고 새롭게 세상을 바라보는 지리의 힘
5부 자연의 원리를 삶의 지혜로 재해석

단순히 지리적 지식을 얻기 위해 펼친 책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 이면의 것들을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의 장점을 살려 아주 쉬운 말로 기록한 책이라 전 연령대가 읽기 좋다.

말라리아 퇴치가 어려운 이유가 의학 기술 부족 때문이 아니듯 식량 부족 또는 곡물 생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29p

“어떤 결론이든 그에 맞는 통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문제는 숫자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의 선택과 의도다. 122p

책임 광물은 분쟁의 자금줄이 되지 않고 인권과 환경ㅇ르 존중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방식으로 채굴된 광물을 의미한다. 140p

천연자원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자원 이익의 분배가 이루어지기 위해 생겨난 예 : 알래스카 영구 기금, 신안군의 햇빛 연금과 바람 연금

#제로책방 #책리뷰 #책추천 #책기록 #비문학추천 #지리와세계현상 #초등고학년부터어른까지 #지리교양입문서 #지리로보는따뜻한시선 #신간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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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나가
김진영 지음 / 반타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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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나가 [도서협찬]
#김진영_지음
#오펜하우스
#이키다서평단

<334p>

❝이 터엔 죽은 자만 남길 것이다! 삶을 빌려 목숨을 잇고 죽음을 남겨 어둠에 바치노라. 아귀는 탐하고, 혼은 흩어지고, 산 자의 탐욕은 죽은 자의 제물이 되어 굶주림에 묶인 자는 스스로 입멸에 이를 것이다! ❞

작년 6월 16일, 큰아들 형진이 세상을 떠난 여름부터 예년과 다른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 비는 형진의 서러움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인지도 몰랐다. 잘생긴 외모에 공부도 잘했던 형진은 부부에게 자랑이었다. 그런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엔 억울함이 있었던지 모른다.

❛꺼내줘. ❜

형진이 작년 급성 심장마비로 쓰러저 사망한 이후로 형용도 부모의 건강이 염려됐다. 아버지는 형의 죽음에 의구심을 품고 있었고, 갑작스럽게 재산을 증여해 준다고 했다.

평생 부모의 자랑이었던 형진은 결혼만큼은 그렇지 못했다. 40이 넘어서야 결혼을 한다고 했지만, 결혼 상대는 딸이 있는 해령이었다. 그렇게나 말렸던 결혼이었는데 결혼한 지 2년이 지나 형진이 죽었으니, 처음부터 미운 며느리였던 해령을 곱게 볼 수가 없었다. 그런 해령이 형진의 집도 차지했는데 자신의 딸에게 상속을 운운했으니 그럴 수는 없었다.

형과 쓰던 방에서 자던 형용에게도 악몽이 찾아왔지만, 그 방에서 엄마 명의로 된 군산의 땅문서를 발견하는데!

회사에서 내쫓기는 시점에 입지가 좋은 곳에 땅이라니!


❛돈이 되는 땅. ❜
형진이 생전에 함께 사업을 하려고 했다는 ‘필석’과 함께 카페를 짖기로 결심한 형용.
베이커리 카페 아르바이트 경험으로 베이킹이 가능한 아내와 베이커리 카페를 오픈한다면?
이곳에 서점이라니 이 좋은 땅에! 돈이 되는 카페가 맞다고 생각한 형용.

❝저 땅은 먹는장사하는 곳이 아녜요. 저렇게 폐허로 남아 있었던 게 몇 년인 줄 압니까?
아주머니 저 땅이, 무려 70년이요. 70년이 넘게 주인이 아무도 쓰지 못하게 꽁꽁 묶어뒀던 땅을 왜 뒤집어 놓냐는 말이요. 여기 동네 사람들이 저 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는 거요? ❞

❝저 땅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오? 사람이 죽어 나갔단 말이오. 사람이! ❞

❝죽은 사람을 어떻게 이기겠다고❞ 81p

1932년 전라북도 군산부 청사정 남서쪽 해변에 자리한 언덕 위, 일본인 이치카와 다케오 씨의 신저택 준공식이 있었다. 1919년 조선에 건너와 군산 일대에 정착하여 미곡 반출에 힘을 썼던 사람. 해방 후 일본으로 건너가지 않고 남아있으려 했던 그를 향한 조선의 민심은 분노였다. 귀화 좌절. 후 이 저택에 살던 다케오 부부에게 험한 일이 일어났었는데…

형진의 죽음엔 해령이 관련되어 있을까?
해령이 만나는 무속인은 어떤 비밀을 알고 있는 것인가?
형용의 카페엔 자꾸 곰팡이가 생기는 일이 발생하고 점점 유화와의 관계에도 금이 가기 시작하는데..
논에 나타났던 하얀 얼굴에 빨간 입술의 남자 정체는?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을 펼치면 놓을 수가 없음.
책태기가 온 분들이나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분들 추천입니다.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신간도서 #추리소설 #가독성좋은도서 #장편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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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책상이 뒤집혀 있었다
세이야 지음, 이지수 옮김 / 리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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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야_소설
이지수_옮김
#포레스트북스
#이키다서평단

<186p>

학기 초는 친했던 친구랑 떨어지는 아쉬움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만 하는 두려움과 긴장감이 동반된다. 누구나 평범한 1인으로 적당히 친구들과 지내며 학업을 수행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이 지내기를 바라는 같은 소망이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가 늘 있기 마련이다. 어느면에서나 두각을 나타내는 친구도 있지만, 선생님의 눈에 계속 거슬려 잔소리 유발하는 친구도 있고, 선생님 앞에선 순하지만 친구들에게 묘하게 고통을 주는 친구, 약자를 괴롭히는 친구, 누군가와 어울리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친구 등 모습이 다양하다.
집단생활에서 혼자 지낸다는 것이 지금은 편리로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대체로는 적당한 교류가 필요한 게 사람이다. 어른도 직장에서 타의로 인해 혼자가 되는 경우 버티기가 힘든데 하물며 친구가 전부라 생각되는 학창 시절에 혼자가 된다는 것은 얼마나 괴로운 일일까?

오사카에 나고 자라서 주목받는 것을 즐기는 이시카와는 고등학교에서도 새 친구를 만날 것을 기대하며 입학했다. 그런 그의 앞에 뒤집힌 책상이 놓여 있었다. 뒤집힌 책상을 바로 세우고, 또 세우고, 소소한 괴롭힘이 지속되고, 반 전체가 모르쇠 하는 상황.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것만으로도 학교생활은 힘들었을 텐데 점점 강도가 세져만 간다.

교묘한 방법으로 구타를 가하고, 도시락을 편히 먹을 수 없게 되고, 철체 청소 도구함에 갇히는 등 다양한 형태의 괴롭힘이 지속된다. 부모를 걱정시킬 수 없었던 이시카와는 집에서 최대한 티를 내지 않았고, 학교에서도 의연하게 대처했지만 결국 머리카락이 심각하게 빠지는 신체 반응이 생긴다. 학교 선생님과 엄마가 걱정을 했지만, 학교를 그만둘 수는 없었다.

’절대 어두워지고 싶지 않아. 이런 놈들이 내 인생을 바꾸게 둘 수 없어. 되받아치고 싶어‘하고 오기를 부리며 애써 밝게 행동했다. 79p

머리카락은 자꾸 빠져 드레곤 볼의 ’프리저 님‘이란 별명을 얻었지만, 계속해서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한 도전이 계속된다. 구로카와의 방해로 릴레이 선수에서 발탁되는 일은 실패했지만, 학교의 가장 큰 행사 연극 공연을 노리기로 한다. ‘문극제’에 올릴 작품을 공들여 작성하고, 그의 점심 메이트가 된 야마이의 도움으로 결국 이시카와의 작품이 문극제 작품으로 채택이 되는데…


“집단 괴롭힘은 당하는 쪽에도 원인이 있다“라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하지만 그 원인이 압도적으로 괴롭히는 쪽에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남을 괴롭히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행동하게 된 나름의 배경이나 가정 환경 같은 힘든 사정이 있으며, 그러한 요인은 이후 인격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그로카와가 왜 이렇게 이시카와를 괴롭히는지 의아해하는 살마도 있을 것이다. 그건 괴로운 경험으로부터 생겨난 고독과 외로움, 누군가가 떠나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즉 약함에서 비롯되었다. 결국 남을 괴롭히는 사람은 자신의 약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른 이를 업신여기며 안도하는 것이다. 그래서 집단 괴롭힘 문제는 복잡한 것이며, 결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만약 지금 집단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면 마음에 새겨두기 바란다.
‘남을 괴롭히는 사람은 아주 불쌍하다. 그 사람은 불행할 뿐 아니라 스스로에게 전혀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거니까. 그런 놈들 때문에 내 인생이 바뀌어선 안 된다.’ 137~8p

당하는 쪽의 원인이 있을까? 괴롭히는 쪽에서 눈에 거슬리는 무언가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면 (외모, 능력, 부, 다정함, 애교 등) 타깃이 되는데 그걸 원인이라 표현할 수 있을까? 거슬리는 요소를 갖고 있는데 그에게 엄청난 백그라운드가 있다면? 그 타깃에서 배제되겠지. 결국 자신이 만만하게 누를만한 약자를 찾는 비열함이 있을 뿐이다. 누군가가 이유 없이 밉다면 그건 그저 나의 열등감일 뿐이다. 집단 따돌림은 한 사람만을 괴롭히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을 사랑하는 모두에게 상처 주는 것이다. 당신이 저지른 것보다 더 오래 더 깊이 많은 이들에게 칼을 휘두르는 일이다.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실화바탕소설 #집단따돌림 #성장소설 #치유극복 #신간도서 #학원물

그토록 힘겨운 시간을 이겨낸 저자의 강함에 박수를!!
나도 우리 아이들도 겪은 일이라 읽으며 내내 맘이 무거웠다. 😭
사랑하며 살기에도 짧은 시간! 다정하게 지냅시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폭발 직전이라 느끼는 분
어렵고 괴로운 순간을 지혜롭게 넘기고 싶은 분들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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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헤일메리 (영화 특별판) 앤디 위어 우주 3부작
앤디 위어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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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SF 소설 좋아함. 질문?
읽긴 하는데 어려워하기도 해.

과학 좋아함. 질문?
과학 어려워.

이 책에 과학 얘기 많음. 질문?
많긴 한데 그걸 다 따라가지 않아도 괜찮아.

아들이 계속 추천했는데 왜 이제 읽음. 질문?
두껍잖아! 그리고 SF잖아. 영화 개봉한다기에 부랴부랴 읽었지.


물이 필요하지 않는 생명체도 있다!라는 주장을 하며 여러 해를 보내다가 과학자가 아닌 과학 교사로 삶을 살아가는 그레이스에게 물이 없이 살 수 있는 생명체일 수도 있는 미지의 물체에 대한 실험 기회가 주어진다.

산 넘고 물 건너 바다 건너서~
각종 이동 수단과 여러 나라의 협력으로 망망대해 가운데 항공모함에 실험실이 꾸려진다.
처음엔 그저 자신의 주장에 맞는 생명체가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흥분했었는데…
다른 측면으로 흥분할 만한 물건임이 밝혀진다.

아스트로파지
기본적으로 온도가 높고 빠른 속도로 빛을 흡수하여 성장하는 존재.
이 속도라면 10%의 태양빛을 30년 내에 잃게 되는데, 그럼 지구 생명체는??

8광년 내의 모든 별이 아스트로파지에 의해 감염됐는데 유일하게 감염되지 않는 별이 있다.
‘타우세티‘ 그곳에 답이 있다.
아스트로파지를 에너지로 쓴다면 성간 항해가 가능한 우주선을 만들 수 있다는데!


눈을 떠보니 여긴 지구가 아니다.
내가 자원했나?
자신과 함께 탄 중국, 러시아 대원은 어떤 이유인지 이미 사망한 상태다.
우주 한가운데 홀로 눈을 뜬 그레이스 박사

그런데 타우세티를 연구하러 온 것이 지구만이 아니다.
내 우주선 바로 옆에 지구발이 아닌 우주선이 있다.
방금 우리의 이웃을 만났다.
그레이스 혼자. “이런 씨발!” 179p

지구에 없는 꽤 단단한 물체를 소유하고 있는 이 존재는 나를 이웃으로 생각할까? 적으로 생각할까?

가끔은 우리 모두가 싫어하는 일이 일 처리를 하는 유일한 방법이 되기도 한다. 336p

우주선이 발사되기 전의 과정에서 나오는 일 처리 과정에 보며 공의와 자신의 신념 사이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나는 이 인물들 중 어떤 인물에 가깝나? (물론 누구나 아무것도 모르는 소시민 1이 되겠지만)를 생각해 보기 좋다. 읽으며 내내 맨해튼 프로젝트가 생각나기도 했다.
우주에서 혼자라니! 소리마저 없는 곳에서 혼자 남기다니. 이건 가혹하지 않은가? ㅠ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장편소설추천 #sf추천 #가독성좋은소설 #시간순삭 #우정 #협력 #우리모두가영웅 #문과생도재밌는과학기반소설

3월 영화 개봉 전에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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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크림빵 새소설 19
우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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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전작 <시티 뷰>가 인상적이라 지금도 내용이 드문드문 기억난다.(소설책 덮으면 급 휘발하는 기억력의 소유자) 책을 읽으며 이 작가 굉장히 영리하구나.를 몇 번이나 느꼈다. 이 책도 비슷한 느낌이다. 소설에 관한 이론은 다 아는 사람이라는 느낌?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죽은 <아버지의 해방일지>보다 더 강렬한 죽음으로 시작한다.

고도 비만의 한 지방대학 국문과 여교수가 변기에 머리를 박고 사망하는 일이 발생한다. 떡집의 둘째로 태어난 그녀는 어머니가 떡집에서 일하다가 화장실에서 태어났다. 예정일보다 무려 3개월이나 일찍!
그녀는 태어남에서도 남들보다 월등하게 빨랐지만, 읽기도 월등하게 빨랐다. 고단하고 고단한 어머니의 삶에 그녀의 영민함은 기쁨이었다. 어머니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조금이라도 어머니의 노동을 줄이기 위해 딱딱해진 떡으로 밥을 대신하며 몸도 부풀리고 지식도 부풀려가며 성장한 여인.
어릴 때부터 이미 몸이 거대했던 그녀에게 유일하게 집에 초대한 친구가 있었으니, 노동으로 지친 엄마와 전혀 다른 모습을 한 친구의 어머니가 내어준 간식마저 그녀를 홀렸으니~
카스텔라와 우유의 조합이라니! 씹지도 않고 넘어가는 이 부드러움이라니! 딱딱하게 굳은 떡을 아작아작 씹어 넘기던 그녀에게 이 부드러움은 그녀를 평생 매혹시켰다. 점점 불어나는 몸집. 남들 앞에서 점점 더 먹을 수가 없어진 그녀는 교수실 냉장고 가득 크림빵을 채워두고 홀로 먹고 뱉기를 반복하는데.. 어마어마한 읽기와 논문을 작성하지만, 그녀의 수업은 언제나 외면당하기 일쑤였다. 안타깝게도 지식과 가르침에 간극이 있었는데…
그런 그녀에게도 대학원생이 하나 있었다. 지방 국문과 대학원생이라니! 지원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사회적으로 인지도 있는 학과장에게 몰렸는데 유일하게 그녀에게 지도를 받는 이종수는 조교로서 능력이 워낙 출중하여 학과장에게도 신임을 받고 있어 과의 모든 교수의 뒷일을 하느라 늘 분주한데.. 하필 지도 교수의 사망이라…

교수 자리 공석!
교수들의 뒤를 다 아는 조교는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어마어마한 글이 남겨진 허자은 교수의 노트북엔 무엇이 들어 있을까?

거창하게 말하자면 언어의 세계와 사랑에 빠진 거지. 그래, 알아. 언어는 돼먹잖은 허상, 쓸데없는 기호일 뿐이라는 거. 참기름이란 글자에선 고소한 냄새가 나지 않고, 가래떡이란 이름에선 젖빛 김이 피어오르지 않아. 부부를 배불려 주지 않고, 자식들의 학원비로 변신하지도 않지.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그래서 단어들이 좋았어. 그 무력함이. 그 무용함이. 95p

하긴, 휴먼입니까, 묻는 컴퓨터에게 휴먼 이하입니다, 답해 마땅한 게 대학원생의 처지니까. 강의 나가는 이틀은 교수님, 나머지 오 일은 불가촉천민으로 사는 삶은 자이로드롭처럼 아찔하게 어지러웠으니까. 2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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