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크림빵 새소설 19
우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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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전작 <시티 뷰>가 인상적이라 지금도 내용이 드문드문 기억난다.(소설책 덮으면 급 휘발하는 기억력의 소유자) 책을 읽으며 이 작가 굉장히 영리하구나.를 몇 번이나 느꼈다. 이 책도 비슷한 느낌이다. 소설에 관한 이론은 다 아는 사람이라는 느낌?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죽은 <아버지의 해방일지>보다 더 강렬한 죽음으로 시작한다.

고도 비만의 한 지방대학 국문과 여교수가 변기에 머리를 박고 사망하는 일이 발생한다. 떡집의 둘째로 태어난 그녀는 어머니가 떡집에서 일하다가 화장실에서 태어났다. 예정일보다 무려 3개월이나 일찍!
그녀는 태어남에서도 남들보다 월등하게 빨랐지만, 읽기도 월등하게 빨랐다. 고단하고 고단한 어머니의 삶에 그녀의 영민함은 기쁨이었다. 어머니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조금이라도 어머니의 노동을 줄이기 위해 딱딱해진 떡으로 밥을 대신하며 몸도 부풀리고 지식도 부풀려가며 성장한 여인.
어릴 때부터 이미 몸이 거대했던 그녀에게 유일하게 집에 초대한 친구가 있었으니, 노동으로 지친 엄마와 전혀 다른 모습을 한 친구의 어머니가 내어준 간식마저 그녀를 홀렸으니~
카스텔라와 우유의 조합이라니! 씹지도 않고 넘어가는 이 부드러움이라니! 딱딱하게 굳은 떡을 아작아작 씹어 넘기던 그녀에게 이 부드러움은 그녀를 평생 매혹시켰다. 점점 불어나는 몸집. 남들 앞에서 점점 더 먹을 수가 없어진 그녀는 교수실 냉장고 가득 크림빵을 채워두고 홀로 먹고 뱉기를 반복하는데.. 어마어마한 읽기와 논문을 작성하지만, 그녀의 수업은 언제나 외면당하기 일쑤였다. 안타깝게도 지식과 가르침에 간극이 있었는데…
그런 그녀에게도 대학원생이 하나 있었다. 지방 국문과 대학원생이라니! 지원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사회적으로 인지도 있는 학과장에게 몰렸는데 유일하게 그녀에게 지도를 받는 이종수는 조교로서 능력이 워낙 출중하여 학과장에게도 신임을 받고 있어 과의 모든 교수의 뒷일을 하느라 늘 분주한데.. 하필 지도 교수의 사망이라…

교수 자리 공석!
교수들의 뒤를 다 아는 조교는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어마어마한 글이 남겨진 허자은 교수의 노트북엔 무엇이 들어 있을까?

거창하게 말하자면 언어의 세계와 사랑에 빠진 거지. 그래, 알아. 언어는 돼먹잖은 허상, 쓸데없는 기호일 뿐이라는 거. 참기름이란 글자에선 고소한 냄새가 나지 않고, 가래떡이란 이름에선 젖빛 김이 피어오르지 않아. 부부를 배불려 주지 않고, 자식들의 학원비로 변신하지도 않지.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그래서 단어들이 좋았어. 그 무력함이. 그 무용함이. 95p

하긴, 휴먼입니까, 묻는 컴퓨터에게 휴먼 이하입니다, 답해 마땅한 게 대학원생의 처지니까. 강의 나가는 이틀은 교수님, 나머지 오 일은 불가촉천민으로 사는 삶은 자이로드롭처럼 아찔하게 어지러웠으니까. 2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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