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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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류진표 생활 밀착형 소설.
첫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의 느낌과 비슷하다. 술술 읽히고 이건 현실인가? 소설인가를 구분하기 어려울만큼 극중 누군가의 인물에 잠시 빙의되기도 했다가 극중 관찰자가 되어 보기도 했다가 하다보면 책은 끝난다. 이번 책도 장류진 작가가 장류진했구나.

총 6편으로 구성

🎈연수 (training)

“근데, 수업을 이렇게 일찍 해서 어떡해. 남편은 굶고 출근했나?
“남편이요?”
“여기는 밥 안 차려줘도 돼?”
“저 결혼 안 했는데요.”

“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이제 출퇴근길 연습을 좀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아휴, 좀 기다려요. 그건 내가 알아서 해준다니까.”

명문대 입시, 장학금, cpa 합격, 원하던 빅펌 입사 실패라는 것을 모르던 주연은 운전을 못한다. 시험 중 사고를 낸 후엔 공포증까지 더해졌다. 하지만, 대중 교통으로 불편한 곳에 출퇴근하게 되면서 운전에 다시 도전했다. 가장 고급정보가 오간다는 맘카페에서 얻은 번호로 연락을 했고, 연수를 시작했다.

저 대화체에서 나는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가사 도우미로 나왔던 분이 겹쳐 보였는데 그 사이 진화하셨다. 다행스러웠다. ㅎ

🎈펀펀 페스티벌
누가 만든 제도인가? 회사 입사 지원의 과정을 이리 힘들게 만들다니. 1차 서류전형, 2차 인적성검사, 3차 합숙면접. 2박 3일의 합숙면접 중 마지막 ‘펀펀 페스티벌’에서 밴드를 하려 모인 팀의 이야기. 그 밴드 일원에 이미 SNS로 유명한 이가 있다. 키도 크고, 인물도 훌륭한데 노래도 잘하는 거기에 영악함까지. 하지만, 합숙 면접이 아니던가? 영악함보다 성실함과 배려심을 장착한 사람이 뽑히지 않을까? 과연 결과는!

🎈공모
이 회사는 회식하면 가는 장소가 정해져 있다. ‘천의 얼굴’이라는 호프집인데 회사의 모든 사람들의 히스토리와 입맛을 다 기억한다. 너무 잦은 출입이고 늘 이 회사 사람들이 벅적이는 이 곳. 사람을 고용해도 늘 자리가 나지 않아 기다리거나, 다른 곳에 잠시 갔다가 다시 와야하는 일이 발생해서 더 큰 곳으로 확장했는데.. 그 무렵 전국단위로 취업 비리 문제가 터지고, 그 중심엔 이 회사가 있었다. 그 덕분인지 팀장으로 승진한 주인공은 회식 문화를 완전히 바꿔버린다. 볼링장이나 와인바 낮에 단체 영화관람 등으로 바꾸면서 ‘천의 얼굴’과 자연스레 멀어지게 됐다.
부서가 커지면서 사람을 추가 채용해야 하는 순간이 왔는데 김상무가 이력서 하나를 건낸다.

🎈라이딩 크루
자전거 라이딩 모임을 찾다 직접 만들기로 했다. 제법 꼼꼼하게 회원을 선발해서 즐거운 라이딩을 하게 되는데, 신규 회원 추가 모집에 긴 생머리의 몸매까지 훌륭하고 귀여운 말투의 소유자가 나타난다. 함께 하자고 말을 건낸 후 알게된 사실은 남자라는 것! 호감의 작대기가 이어지려는 이 순간 추가 남성의 합류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유망주의 집에 취재를 가게 된 인턴 기자 이야기.

🎈미라와 라라
32살에 대학에 입학한 만학도 ‘박미라’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를 타고 다니는 학생. 온갖 스마트 기기를 펼쳐두고 수업을 듣는 이 학생은 잘나가는 회사를 그만두고 선택한 길이 작가다. 하지만 작가로 성공할 역량이 전혀 없어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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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쇄 위픽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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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 제 눈을, 파내려고 하셨어요.
-귀한 인재한테 그런 짓 안 합니다.
- 제가 못 피했으면요.
- 근데 피했잖아.

2013년에 출간된 <파과>의 외전이라고 해야할까? 65세 현역 킬러로 활동중인 여성 주인공의 이야기이면, 이 책은 그 여성이 킬러로 훈련 받는 이야기다.
책 내용에 시대 배경이 영향을 주는 바가 없지만, 작가는 친절하게도 1963~1965년이라고 작가의 말에 알려준다.
그 시대를 알지 못해도 전혀 지장이 없는, 그저 산 속에서 사부와 둘이 킬러로 향한 훈련중에 관한 이야기고, 그 내용도 길지 않다. 이 내용으로도 충분히 장편이 한 권 나올 수 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훈련의 끝이라 여겨 잠시 맘을 놓은 틈에 손발 그리고 눈까지 결박당한 상태로 소설은 시작된다. 그리고 처음 훈련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곱씹는 것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킬러의 삶을 사는 <파과>보다 더 엑션신이 많다고 해야할까? 잠시 정신줄을 놓으니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더니’하는 유머의 상상으로 빠지기도 했다. -_-;
작가는 이 여자의 인생 내내 그 어떤 마음의 쉼을 두지 않는다. 그저 이렇게 내내 긴장하며 사는 인생도 있노라고 그냥 그런 삶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아주 작은 틈의 따스함이 스며들면 킬로론 끝이라고 파과보다 파쇄에서 더 쎄게 기록한다. 작은 틈이 생기면 생각이 많아지노라고 생각을 없애라는 문장이 가슴에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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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개정판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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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첫 책이라는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다. 이건 정말 작가의 모든 재능을 갈아 넣지 않고서야 나올 수가 없는 작품이구나. 어떻게 이렇게 잘 쓸 수가 🥶🥶🥶🥶🥶 은희경 작가는 자신의 최대 라이벌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줄거리는 한 줄로 요약 가능하다.
: 인생 2회차인 진희의 성장 소설.

일찍부터 삶의 이면을 보기 시작한 진희는 6살쯤 엄마는 죽고 아빠는 사라지고, 할머니와 이모 그리고 대학생 삼촌과 함께 산다. 시대 배경은 1960년대 후반. 그 시절 대부분이 그랬듯 여러 가정으로 이루어진 집에 산다.
남의 말하기 좋아하는 장군이 엄마와 장군이, 그리고 장군이네 하숙생인 최선생과 이선생. 광진테라 아줌마와 아저씨와 재성이(2살)가 산다.
가겟집은 모두 네 칸으로 뉴타일양장점, 광진테라, 우리미장원, 문화사진관이 세 들어있다. 각각의 집의 일들은 숨길 수가 없다. 우물이 집의 가운데에 있기 때문이다.
8살쯤 친척아주머니의 방문 이후 남의 시선을 싫어하게 됐고, 나를 숨기는 방법을 터득했다. 나를 두 개로 분리시켜 ‘보여지는 나’와 나 자신이 ‘바라보는 나’로 만들어 역할을 분담하기 시작한다.
12살이라고 하기에 성숙하고, 시니컬하고 이성적이고 제법 상황 대처에 능숙한 아이가 바로 진희. 화자다.
안쓰러운 맘에 할머니는 늘 진희에게 잘해주지만, 극단의 상황에서 할머니는 과연 이모 말고 나를 선택할까? 라는 질문을 던지는 아이.
힘든 상황이 닥치면 그 상황을 극복하려 훈련을 하는 아이. 어느 상황에서나 이성적인 판단을 하려 노력하는 아이 진희 곁엔 철없고 해맑은 이모가 있다. 진희는 이모에게 카운슬러고 국어사전이며 차밍스쿨이다.
남의 말을 좋아하는 장군이네와 바람피고 정치 백수인데 집에 들어와 애먼 와이프를 때려 늘 숨죽인 울음 소리가 들리는 광진테라네까지 진희네는 늘 다양한 소리가 난다.
이미 다 자란듯한 진희와 덜 자란 이모. 10대를 시니컬하게 통과하는 진희 앞에 첫사랑이 나타나고, 20대를 천진하게 보내는 이모 곁에도 첫사랑이 나타난다. 마음으로만 품은 사랑과 상호간의 사랑은 어떤 결말을 가져올까?

순결이 곧 생명이라 강조하던 시대. 밤마다 맞고 살아도 자식 버리고 떠난 매정한 년이란 욕이 난무하던 시대에도 친구의 친구를 사랑하기도 하는 사랑의 작대기는 동서남북으로 뻗는다.
70년대는 세상이 뒤바뀔거라 생각하며 60년대의 끝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세상을 일찍 세상을 통찰하는 눈을 갖은 사춘기 언저리의 진희의 눈으로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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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이브의 방문객 위픽
김기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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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작, 쿵작.”
“쿵작, 쿵작, 쿵작, 쿵작.”

“또각또각, 또각또각, 또각또각, 또각또각.”
말이 달리고 있었다. 1601호 거실이 마치 드넓은 초원이기라도 하다는 듯, 말이 달리고 있었다.

코사크 댄스를 아시나요?
코사크는 ‘방랑하는 자’라는 뜻을 지녔다.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서남부 일대를 떠돌돈 유목민인 코사크족이라 불리는 공동체가 있었다. 드넓은 초원에서 사냥한 들짐승을 안주 삼아 거한 술판을 벌이고, 달빛 아래에서 춤을 췄다. 코사크 춤을
팔짱을 끼고 무릎 굽혀 앉은 자세로 폴짝폴짝 뛰어오르며 발을 앞으로 옆으로 힘껏 뻗는 일명 오락실용 테트리스 춤.

21세기 아파트 16층에서 누군가 밤마다 코스크 댄스를 춘다. 15층에 사는 원고 노동자(번역가)인 예주는 밤마다 들리는 이 소리를 더이상 참을 수가 없다.
관리실을 통해 1601에 전달했지만, 층간 소음의 원인을 제공한 적이 없으나 조심한다고 한다. 관리실에서는 층간 소음 문제로 절대로 직접 연락하지 말라는 당부를 하며 직접 연락하여 상황이 악화된 경우가 있다는 말을 전한다.
계속되는 소음에 베란다로 나가 확인을 하니 말도 달린다. 아파트 거실에서?
다시 관리실에 전했으나, 그들은 유목민이 아니라 원시인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
직접 만나지 않고 해결하는 방법으로 편지를 쓰기로 한 예주는 편지를 직접 전달하러 엘리베이터를 타고 16층에 올라갔는데…. 16층은 공산층의 냄새가 나지 않고 초원의 냄새가 난다. 센서 등이 꺼지자 1601호 앞은 밤의 대초원처럼 느껴지는데…

다음 날 예주는 1601로 부터 답장을 받는다. 분명 초원을 느꼈는데 16층은 전혀 그런 적이 없는 것이라 한다.

결투를 신청할까? 하다가 밖으로 나온 예주는 자동차가 사람을 치는 듯한 소리를 듣게 되고, 그 상황을 목격하는 한 여자를 보게 되는데 .. 목격자는 사라지고, 뺑소니 사고에 대한 현수막이 걸린다.
그런데…
그런데…
층간소음도 사라졌다.

16층이 가해자일까? 동승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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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양형 이유
박주영 지음 / 모로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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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구할 수 있었잖아요, 당신이 우리를 버렸잖아요, 당신은 그럴 힘이 있었잖아요, 우리가 정의를 맡겼잖아요, 정의를 찾아달라고 부탁했잖아요, 당신은, 당신은…..’

저자는 판사다. 7년간 변호사 일을 하며 험한꼴을 당하고, 법대의 가장 높은 자리에 앉는 판사가 됐다. 분노에 찬 상대편 대리인에게 넥타이를 잡힌 채 끌려다니거나, 무능한 변호사라는 쌍욕을 듣거나, 협박을 받는 일에서 벗어났지만, 세상의 온갖 추악함을 엄청난 양의 서류를 통해 재판을 통해 만나고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는 공정하고 냉정한 판단을 해야하는 고뇌로 시달리는 더 무거운 짐을 짊어졌다.

신문에서 정치와 사회면을 보며 분노가 끓는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만 번쯤)한다. 악행에 대한 형벌이 가벼워서, 권력자에게만 가벼운 형벌이 주어지는 것만 같아서, 너무 불공정한 세상이라서 분통이 터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런 판단을 내리는 판사들에게 쌍욕을 날린다. 이런 사법부가 있는 이 나라 이 땅엔 정의란 업노라고 분노한다. 나도 수차례 분노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판사들이 그렇다고 일반화하는 것은 분명 큰 오류다. 여기 적어도 정의에 대해 재판정에 서는 인간 한 명, 한 명을 바라보려 노력하는 판사가 있다. 그리고 그런 동료들이 있다. 우리가 말도 안되는 판결이라고 분노하는 사건들의 판결에도 법의 기준이 그러하기에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엄청난 업무량에도 어떻게든 가장 좋은 판결을 위해 재판을 미루고 미뤄 국내외 사례들을 다 뒤져 공부하고, 새로운 판례를 만들기도 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분들. 시력 저하와 근골격계 질환, 계속 머리를 써서 대부분 이른 나이에 반백이 되는 와중에도 최대한 공정하고 올바르게 판결하려 애쓰는 판사들이 우리나라엔 여전히 많다.

판결문은 법적으로 의미 있는 사실만을 추출해 일정한 볍률 효과를 부여할 뿐 모든 감상은 배제하는 글이다. 그나마 판사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글은 형사 판결문의 ‘양형 이유’부분이다. 양형 이유는 공소 사실에 대한 법적 설시를 모두 마친 후 판결문 마지막에 이런 형을 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히는 곳이다. 대부분의 사건엔 내용을 쓰지만, 피고인에게 특별히 전할 말이 있거나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고 싶을 때 공들여 쓴 양형 이유.

책의 1장은 이런 양형의 이유가 따라 붙은 사건들과 양형 이유로 이루어져 있다.
2장은 판사로 일하면서 안타까웠던 사건들과 사연들
3장은 정의와 인간에 대한 판사의 고뇌로 이루어져 있다.

2장에서 사건이 너무 간략하게 소개돼 아쉬운 부분이 있기도 했지만, 책의 전체를 다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많은 분들이 읽으면 좋겠다.

- 우리 사회의 가정폭력에 대한 불개입 풍조는 극복되어야 한다. 가정은 사적 영역이므로 공권력 개입은 가급적 자제되어야 하고 신중하게 한다는 명제는, 그 가정이 가정으로서 최소한의 기능을 유지하고 있을 때에만 성립될 수 있는 것이다. 큰 사람이 작은 사람을 학대하고,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가 폭력으로 누군가에게 고통만을 안겨주고 있다면, 그곳에는 더 이상 가정이라 불리며 보호받을 사적 영역이 존재하지 않는다.
폭력이 난무하는 곳보다 더한 공적 영역은 없다. (양형 이유 일부)

위의 글처럼 이는 판결문이 아니고, 사건에 대한 설명 후 양형 이유가 기록되어 있어, 마르고 어려운 글이 아니다. 저자는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으로 영화, 문학 등을 많이 접하시는 것으로 보여진다. 책에 많은 부분 언급이 되어 있다. 종종 나도 아는 책이 나올 때면 이런 멋진 분과 나도 같은 책을 읽었구나! 하고 즐겁기도 했다.
더 집중해서 꼼꼼히 읽지 못한 마음이 아쉬워 책을 구매했다. 조만간 꼭 재독해서 내용을 곱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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