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누구든
올리비아 개트우드 지음, 한정아 옮김 / 비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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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누구든 #도서지원
#올리비아개트우드
한정원_옮김
#비채 @drviche
#헤세드서평단 @hyejin_bookangel

<343p>

산타모니아 바닷가 휴양지 마을. 미티는 이곳의 가장 안쪽에 자리한 집에 살고 있다. 미티는 자기 집에 못 미쳐서 걸음을 멈추고 옆집을 올려다본다. 기하학적 구조의 대저택. 온통 유리로 되어 있는 집. 미티와 베델이 ‘인형의 집’이라 부르는 이 집은 5년간 비어 있다가 최근 샌프란시스코의 첨단기술업계 종사자를 위해 지어졌다.

65년부터 이 지역에 산 미티의 동거인은 이런 변화를 개탄하지만, 미티는 마음 한구석에 세입자를 만나는 즐거움을 품고 있다. 밤마다 어느 집이 불이 켜져 있을까? 어떤 사람들이 놀러 왔을까? 그런 호기심을 품은 미티의 옆집에 드디어 사람이 살게 됐다. 미티에게 관람이 당연한 권리인 것처럼 유리로 만든 집이라니!

잘 생기고 부유한 남자와 미티의 눈길을 사로잡는 여자. 분명 원시인들이 아닌데 알몸 생활을 즐기 커플. 유리로 만든 집에 알몸 생활이라니 🫢 자의 반 타의 반 그들의 생활을 관람하며 지내는 미티. 🔭😜

”언제 함께 식사해요. 초대할게요. 두 분 다“

30세인 미티는 현재 79세인 이모 베델과 함께 살고 있다. 65년부터 살았던 그녀의 집에 미티가 온 지도 벌써 10년.

산타모니아도 많이 변했다.
연쇄살인범과 대량학살 살인범들이 발생했던 과거에서 어느 순간 살인사건이 멈췄다. 하지만 여전히 그 후유증을 겪고 있고 낡은 것과 새로운 것 사이의 갈등도 생겨났다.

한동안 잠잠했었는데 그런 갈등의 원인인지 최근 테크 엔지니어가 살해된 채로 발견됐다.

”최근에 테크 엔지니어가 살해된 소식 들어셨죠?“
”그럼요.“ 서배스천이 진지하게 말했다.

”이건 알아둬, 자긴 안전하다는 거.“
”나도 알아.“
”하지만 팩스는 사라져줘야 했어.“ 😳 서배스천이 말을 잇는다. 레나는 자신의 어깨에 놓인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낀다. “계속 이의를 제기했고, 도덕적으로 맞느냐며 물고 늘어졌거든. 그래서 난 늘 걱정이 많았지.”
“누군가 자기가 옳다고 독선적으로 나오면 그때부턴 위험인물이 되는 거야. 상대방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이미 마음을 정해기 때문에 편향된 관점에서 일을 하면서도 역사의 옳은 편에 서기를 원하지. 하지만 나중에 보면 늘 옳지 않았다는 게 자명해지고.” “팩스는 나쁜 사람으로 보일까 봐 두려워했어. 자신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도 두려워했고.”

새배스천과 동업하기로 했던 팩스가 죽었다.
장례식을 앞두고 자신의 몸 깊이 상처를 내는 레나.

“농장에선 내가 직접 일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진행되지 않았어요. 근데 서배스천을 만난 후론 모든 것이 바뀌었어요. 우리가 소유한 모든 것은 삶을 더 편리하게 하기 위해 존재하더라고요. 그래서 무언가를 직접 성취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잊어버렸을까 걱정될 때도 종종 있어요.“ 83p

서배스천을 만난 이전의 기억을 지운 여자 레나.
사랑의 상처로 사소한 복수를 품었다가 큰 상처를 주고 도피한 지 10년째인 마티
이 둘이 점점 더 가까워지는데..

레나는 장례식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자신이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에, 장례식장에 도착하기 전에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에 그녀는 당혹감을 느낀다. 잔인하게 살해당한 사람도 관을 열어놓고 장례식을 하나? 고인과의 관계를 기준으로 좌석이 정해져 있나? 울어야 하나? 눈물이 안 나오면 어떻게 하지? 171p

사람을 마비시키는 사랑의 진정제에 눈이 멀고 뼈가 녹은 이상 다른 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돌이켜보면, 그때 어떻게 해서든 그 사랑에 영향을 덜 받았다면, 그녀와 에스미는 그 영원한 여름에, 사랑이 결코 식지 않는 그곳에 계속 머무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220p

10 살 무렵 시를 쓰기 시작했고, 단순 낭독을 넘어 감정을 표현하는 공연 예술로 전국을 순회하고, 공연을 담은 유튜브가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한 베스트셀러 작가의 첫 장편. 출간 후 바로 영상화가 확정된 작품으로 2024년 <타임> ‘반드시 읽어야 할 책 100권’에 선정되었다. 😲

휴양지 바닷가 풍경에서의 느슨함과 스릴러의 쫄깃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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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냐고, 철학이 내게 물었다 - 30인의 철학자가 오늘 나에게 건네는 철학의 말들
임재성 지음 / 필름(Feelm)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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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냐고철학이내게물었다 #도서제공
#임재성_지음
#필름 @feelmbook

<281p>

삶이 무겁게 느껴질 때, 버티고 버티는 삶이라고 느껴질 때, 내일에 희망이 느껴지지 않는다. 치열한 삶의 한가운데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자기 자신일 가능성이 크다.

이 책은 그런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지금, 괜찮은가?”

30인의 철학자들의 말을 통해 얻는 삶의 질문에 대한 답

흔들림 속에서도 평화를 지키고 싶다면?
내 뜻대로 삶이 풀리지 않는다면?
삶의 의미를 찾고 싶다면?
나를 더 깊이 성찰하고 싶다면?
고난을 극복할 지혜를 만나고 싶다면?
우울로 인한 불안에 사로잡혀 있다면?
마음의 방황을 멈추고 싶다면?
지금, 관계로 힘들어하고 있다면?
현상 너머의 진실을 보고 싶다면?
불확실한 세상에서도 성장하고 싶다면?

누구나가 품은 질문에 대한 답을 그에 적합한 철학자의 이야기로 풀어준다. 우리가 아무리 찾아도 찾지 못했던 삶의 질문에 대한 정답지라고 해도 무방하다. 어쩜 이리 쉽게 그에 딱 맞는 철학자의 말을 찾아냈을까?

책은 총 5개 파트로 구분하고 30개의 질문을 던진다. 철학자에 대한 아주 간단한 소개로 재미를 더하고 밑줄 치고 싶은 가슴을 후비는 문장들을 지나면 요약 글과 함께 나의 적용을 적을 공간이 주어진다. 어떤 페이지를 펼쳐도 명문장과 내 마음을 흔드는 문장을 만날 수 있다.

명언 카드 뉴스는 이 책 한 권이면 최소 100일쯤은 버틸 수 있다. 😎

30인의 철학자의 말이 다 다르지만,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를 찾자면 자신만의 중심을 찾으라는 것. 세상에 살아가는 우리가 세상을 무시하며 살아갈 수는 없지만, 수없이 많은 세상의 다양성에 나를 맞추려는 것에 비중을 둔다면 끝없이 흔들리고 지치기만 한다는 것.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나의 기준을 세우고,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 지금, 여기에 있는 나 자신이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갖는 것이 이들이 이야기하는 공통의 이야기 중 하나였다.
나는 지금, 여기 어떤 것을 품고 살아가고 있는가?
답답함이 있는 분들에게 정답을 말해줄 책이다.

우리의 생각이 곧 우리의 삶을 결정한다. 인생이 힘들지라도 마음을 바로 세운다면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다. 21p

내가 추구하는 것이 진정 나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타인과의 비교나 세상의 유행이 만들어낸 허상인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 욕망이 나를 이끄는 대로 끌려다니면 마음은 쉽게 요동치지만, 내가 욕망을 다스릴 수 있다면 마음은 훨씬 가벼워진다. 27p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이성적으로 해석해 긍정 감정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평소에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해석의 습관이 필요하다. 55p

삶은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깊이 느끼는 것이다. 멈춰서서 오늘의 숨결을 느끼고 그 속에서 감사와 만족을 발견하라. (중략) 평화는 어떤 부와 명예로도 살 수 없는, 오직 내 마음속에서 길어 올린 참된 보물이다. 80p

+ 샤르트르랑 슈바이처랑 외가 쪽 친척이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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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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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 생애 마지막 소설.
전 세계 18개국 동시 출간

저자의 전작을 한 권밖에 읽어보지 않은 사람으로(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하이브리드 소설이 신선했다. 픽션, 논픽션, 자서전을 합쳐 쓴 책을 말한다고 한다.(저자가 이미 여러 번 이런 방식으로 책을 썼다고 함) 어느 부분이 픽션이고 논픽션인지 자서전인지 모호한 경계를 넘나드는 글이라 매력적이었다.

책의 큰 축은 예감은~에서도 그렇듯 기억에 관한 이야기다. 기억이 한꺼번에 몰려온다면? 기억이 사라져도 나인가? 기억의 오류는? 과거를 기억하고 있는 것은 과거뿐인 것인가? 현재까지 쌓아온 해석의 시간을 덧입은 것인가? 등
저자는 현재 혈액암 투병 중이다. 다행스럽게도 몸을 한꺼번에 망가트리는 나쁜 종류의 암이 아니라 남은 생에 함께 가는 관리형이라는 것. 그로 인해 체력이 예전과 다르지만 그것이 나이에서 오는 것인지? 정확하진 않다는 것. 70이 넘은 저자의 기억이 점차 흐려지고 있고, 관리형 암이지만 결국 자신이 죽음과 가까워져 간다는 것을 전보다 더 실감해야 한다는 것. 저자는 운이 좋게도 담대히 마지막을 보내고 떠난 아내와 친구들이 있었다.

20대에 저자의 소개로 연인이 되었던 스티븐과 진이 있다. 헤어짐으로 인해 괴로웠던 스티븐은 진을 잊기 위해 결혼을 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다. 긴 시간을 건너 역시 줄리언으로 인해 다시 만나 그들은 ‘결혼’이라는 것을 한다. 결혼 생활의 희로애락을 각각 줄리언에게 털어놓곤 하는데 거기에 전제 조건은 하나 ‘우리 이야기를 소설로 쓰지 말라’였다. 그 약속을 이 책으로 깨게 되는 것. 각각 줄리언에게 와서 서로에 대해 은밀한 이야기까지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줄리언이 들은 이야기의 총합이 과연 그들의 전부였을까? 그들이 전한 이야기들 속에 수년 전 대학 시절의 기억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한다. 각자가 기억하는 과거의 현실이란 무엇일까?

진과 함께하던 개 지미는 이제 줄리언과 함께하고 있다. 16살 사람 나이로 치면 112살이 되는 노견이다. 줄리언보다 노쇠를 더 심하게 겪는 지미. 관절염이 심하고 청력과 시력을 거의 잃은 개의 삶에서 이점을 찾지만, 기억을 잃는 모습에 놀라 약을 처방해서 먹인다. 몸의 기능을 잃은 것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친구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를 기억하지 못할 정도의 상태가 되는 것은 피하고 싶다.

저자의 문학적 지식을 다 따라갈 수 없는 포인트들이 있었지만, 이 작가 이렇게 유머가 있었나? (옮긴이의 글을 보면 이 작품이 저자의 전작에 비해 과하게 웃긴 포인트가 많음을 알 수 있다.) 싶을 정도로 재밌는 지점이 많고 저자가 품은 질문들을 함께 고민하며 따라가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답을 구할 수 없는 질문들이지만, 노년의 지식인이 던진 질문을 죽음을 손에 쥐기 전(누구나 죽음과 닿아있지만 우린 생각하지 않고 지내니까~)에 품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당신은 과연 당신 자신에 관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알고 싶을까? 그게 좋은 생각일까, 나쁜 생각일까? 22p

행복한 시간은 그 순간에 소진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불행하고 황량하고 거짓되고 질투심에 사로잡히고 편협한 시간은 일반적으로 억눌렸다가 나중에 슬픔, 격노, 자기연민과 함께 일기에서 범람한다. 96p

내 관점에서는 사실 아무도 어른이 아니야, 우리 모두 성인 옷을 입고 있는 유아야. 그럼에도 이게 우리가 될 수 있는 어른의 최대치야. 141p

“감정을 보여주는 것과 감정을 표현하는 건 달라.” 150p

‘도착‘이 뒤따르지 않는 ’떠남‘은 생각할 여유도 없이 갑자기 닥칠 수도 있다. 216p

그냥 우주가 자기 일을 하는 것일 뿐이다. 220p 😤

플래그 가득!

소설가 친구가 있다면 그의 작품에서 나는 어떻게 변신하여 나타날 것인가?를 찾아보는 재미? 가 있을 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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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과 데이브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0
서수진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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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은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에서 2년간 머물며 데이브랑 연인이 된다. 부잣집에서 자라고 꽤 괜찮은 직장을 소유하고 있는 데이브와는 비자가 만료되어 귀국하며 잠시 떨어지게 되는데 3달 후 ‘서프라이즈’를 외치며 한국에 온다.
한 달 일정으로 온 데이브는 1년으로 기한을 연장하게 되면서 유진은 데이브를 위해 체류를 위한 모든 것을 준비한다. 한국말을 전혀 알지 못하는 그였기에 유진이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데이브가 살 방을 찾고, 부동산 계약을 하고, 가스를 연결하고 인터넷을 설치하고, 가구 가전을 사고, 세탁기 작동법을 알려주는 등 끝도 없는 일들과 안내를 해야 했다.
유진은 호주에서 영어에 익숙지 않았지만 이 모든 일을 혼자 해야 했고, 혼자 해냈었다.
내가 와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왜 이런 일을 하고 있어야 하는 건지? 때때로 화가 끓어올랐다.

친구는 같이 웃으면서 데이브 한번 보고 싶다고 했다.
“불러볼까?”
데이브는 단번에 거절했다.
”지금 가면 돌아올 교통편도 없어.”
“택시 타면 되지.”
“내가 그곳에 갔다가 너희 집에 갔다가 다시 우리 집에 오라는 거잖아, 지금. 너는 집까지 한 번이면 가는데 나는 세 번이나 움직여야 해. 너무 불합리하지 않아?”
“위험한 밤길을 여자 친구가 혼자 걸을 생각을 하면 걱정도 안 돼?”
“왜 걸어? 택시 탈 거 아냐?”
“택시도 그렇지! 술 취한 여자 친구가 택시를 타는 게 넌 진짜 아무렇지 않아?”
“택시도 혼자 못 탈 정도로 술에 취한 건 아니잖아. 목소리도 멀쩡한데.”
“술을 많이 안 마셨어도 시간이 늦었잖아. 밤에 여자가 혼자 다니는 게 위험하다는 걸 정말 몰라서 그러는 거야?”
“그럼 왜 위험한 시간까지 술을 마셨어? 왜 자기 자신을 스스로 책임지지 못하는 상황으로 몰아넣지? 그리고 그게 왜 내 책임이 되는 거야? 네가 밤늦게까지 술을 마신 게 내 책임이야? 114p

데이브 동생의 초대로 테즈메니아 섬에 초대받았던 곳으로 그들은 다시 함께 떠난다. 도시보다 더 인종 차별이 심한 이곳에서 유진은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생활비와 집 세를 제대로 내지 못할까 봐 걱정하던 중 가까스로 청소 일을 구하게 된다. 결혼은 형식일 뿐인 것이라고 하지 않는다는 데이브와 달리 동성애 합법이 선언되자마자 결혼을 하는 데이브의 동생 커플. 그리고 그들이 서로의 가족을 통해 아이를 낳아 키운다고 선언하는데..

사견 : 같은 문화권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도 각자의 집안 문화를 융화하는데 어려움이 있는데 다른 나라 사람이라면 아마도 문화 차로 발생하는 거리가 있겠지! 하지만 또 그 차이가 더 득이 되는 경우도 분명 많을 텐데.. 성인 둘이 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 일은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향한 배려의 유무가 문제인 거다. 그 차이를 좀 쉽게 설명하는 도구로 호주와 한국인의 만남을 선택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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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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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루는 6남 3녀의 장남인 고이치의 아들이다. 선생이고 대가족의 장남. 융통성 없고 보수적일 것이라는 추측이 자동이지 않은가? 엄마도 선생님인 이 집안에서 유일하게 학교와 도저히 가까워지지 못하고 겉도는 아이가 태어나 자라고 있다. 배 속의 거품이 점점 더 많아지고 도저히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된 가오루를 막내인 가네사다에게 보내기로 한다.

러시아어를 안다는 이유로 더 혹독한 시베리아 포로 생활을 경험해야 했던 가네사다. 살아 귀국했을 때 ‘빨갱이’라는 프레임을 입고 살아가야 하는 그를 가족들도 외면했었다. 이제는 그저 가정의 큰 행사 때나 얼굴을 보고 지내는 정도의 아주 느슨한 관계인데 어떠한 이유로 부탁을 하는 것일까?

바다가 있는 간사이 지역에 살아서?
솔로라서?
월급쟁이가 아니라 자영업자라서?

가네사다는 온천과 해수욕의 도시, 사리하마에서 재즈카페 ‘오부브’를 운영하고 있다. 오전 11시 반에 문을 열고 밤 10시에 닫는다. 유일한 종업원인 오카다는 가게를 열면 바로 나타나고 교대 시간에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내내 가게에 머문다. 50대까지 혼자 운영했던 이 가게였는데 이제는 가네사다보다 오카다가 가게의 대부분의 일을 많이 넘기고 은퇴한 듯한 마음으로 지낸다.

오카다는 오 년 전 여름의 끝자락에 머리카락도 수염도 오래도록 정리하지 않는 모습으로 온 손님이 이젠 가게의 주요 인물이 된 샘이다. 말수가 적고 센스가 있고 손이 야무진 오카다와 가네사다는 서로의 삶에 대해 말한 적이 없어 어떻게 살아왔는지 서로 알지 못한다. 그냥 오부브에서의 삶이 그들이 서로를 아는 전부다.

그런 담백한 관계 속에 들어간 가오루는 오전엔 바다에 갔다가 오후에 오부브에 들러 잔심부름을 하며 지낸다. 학교에선 무언가 배우고 싶은 것이 하나도 없었는데 그래도 이 가게에선 무언가 ‘배우는 것’을 해보게 된다.

뭔가를 익힌다는 것은 반복 앞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반복하는 동안에 발견이 있고 수정이 있다. 발견과 수정에서 완성에 이르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시간의 흐름, 경과가 필요하다. 그리고 자연히 몸에 밴다.
가오루는 반복이 싫다. 싫다기보다 잘하지 못했다. 시간의 흐름을 쫓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무엇보다 힘들었다.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 보고 있는 오카다의 움직임은, 가오루에게 뭔가를 전해온다. 힘들이지 않는 반복도 있어. 그것이 바로 자기를 해방시켜주지 않을지라도, 이렇게 보고 있으면 지루하지도 불쾌하지도 않을뿐더러 강렬하게 매료된다. 자기도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151p

도쿄로 다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그들은 다시 각자의 자리를 잘 찾아가겠지?

당신은 어떤 거품을 품고 있나요?
배가 아플 만큼 거품이 가득 차면 어떻게 해결하나요?
거품이 당신에게 고통을 주기 전에 조금씩 버려내는 일을 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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