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의 유서 위픽
백세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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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p>
아름다움을 좇는 마음과 죽고 싶은 마음과 살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오가는 고단함이 잘 드러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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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파트리크 쥐스킨트 저자, 장자크 상페 그림, 박종대 역자 / 열린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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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
#파트리크쥐스킨트
박종대_옮김
<75p> <별점 : 3.9>

초저녁, 룩상부르 공원 북서쪽 구석의 한 정자에서 두 남자가 체스판을 마주하고 있다. 족히 열 명은 넘어보이는 구경꾼은 흥미롭게 두 사람의 승부를 지켜본다.
이 동네 체스 챔피언 vs 한 번도 이 동네에서 체스 두는 걸 본 적이 없는 사람
어딘가의 숨은 고수가 나타났다!!
챔피언이 바뀔 것인가!
몇 번의 수를 주고 받더니 젊은 이방인은 대뜸 퀸으로 적진으로 향한다. 이 얼마나 놀라운 기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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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의 미학 - 죽음과 소외를 기억하는 동시대 예술, 철학의 아홉 가지 시선
한선아 지음 / 미술문화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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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소외를 기억하는 동시대 예술, 철학의 아홉 가지 시선

숨겨진 고통을 찾아내고 알아채는 것. 이러한 다정한 구원에 대한 믿음을 부축해 준 예술가와 철학가를 묶어 9가지 카테고리로 기록한 책이다. 무형의 언어인 철학을 유형의 예술로 접목시켜 이해의 폭을 확장시켜준다. <타인의 고통>과 겹쳐지는 글들도 많았지만, 그 책보다 더 직관적이고 입체적인 문장으로 기록되었기에 더 가까이 느껴지고, 분량에 비해 훨씬 풍성한 독서를 가능하게 한다.

1. 순환의 고리 / 취약성과 비폭력성
주디스 버틀러 : 삶과 죽음 인간의 삶을 요약하는 것. 인간은 필멸의 존재이기에 취약성. 하지만 이 취약함에도 불평등이 존재한다. 현대 예술가 마르골레스는 작품을 통해 일반적인 죽음이 아닌 예기치 못한 폭력으로 갑작스럽게 소멸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름다운 비눗방울의 재료로 부검할 시신을 닦은 물을 사용하며 비눗방울 하나하나가 곧 시체라고 얘기한다. 삶과 마찬가지로 죽음도 예우가 다르다는 점을 작품으로 보여준다.

2. 침범의 봄 / 미디어와 프로파간다 <- 타인의 고통 축소 버전
스스로 추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공동의 선, 과연 자발적 선택인가?
거짓이 아닌 왜곡으로 삭제되는 이야기들을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

3. 버려진 숲 / 아동학대와 돌봄
리아오는 아이는 사회 전체의 ‘잔여 책임’이 되며, 부모가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은 아이가 사랑받을 수 있도록 보조하는 의무를 지니게 된다고 주장한다.

4. 비극의 위계 / 대량 학살과 재현
홀로코스트가 카논화 되면서 여타의 비극적 사건 역시 그와 비슷한 부분만을 선별하여 시각화된다. 모든 학살을 비슷하게 해석하게 되는 것. 강대국의 고통에 비해 약소국의 고통은 알려지지 않는 것. 그러면서 비극에 위계가 발생한다.

5. 뿌리 뽑힌 꽃 / 인권과 인간성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리를 갖는다는 것. <사람, 장소, 환대> 그러나 누구에게나 자리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

6. 한 점의 궁극 / 장애와 불능화
자본주의 거대한 시계의 빠름에 맞출 수 없는 몸들은 ‘무능한 몸’으로 배제된다. 가치 창출을 하기 위한 몸을 유지하는 데에도 개인의 노력이 필요한 현대 사회. 현대 사회에서 장애의 문제란 어떠한 구조적 결함을 말하는 것인가?

7. 사랑의 역사 / 동성애와 인류애
“’인류애의 정치‘는 타인의 선택에 무조건 찬성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며, 심지어 그들이 하는 행동을 존중해야 한다는 뜻도 아니다. ‘인류애의 정치’는 그저 타인을 광범위한 목표로 추구하고 있느 인간, 평등한 존엄성, 평등한 권리를 가진 인간으로 바라볼 것만을 요구한다. 128p

8. 사라진 몸과 남겨진 뼈 / 성폭력과 전시 강간
여전히 온천 호텔로 이용되고 있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블라스 호텔. 전쟁과 학살에서 자행된 성폭력 문제는 수치심에 의해 침묵을 강요당해왔다. 경제적인 문제를 이유로 더욱 침묵이 요구되어, 과거의 폭력은 침묵되고 여전히 기능적인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그러한 폭력으로 인해 태어난 생명은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9. 나비를 위한 철할 / 이민과 이주
면역화. 의학에서 사용되는 면역이라는 개념이 사회에 던져질 경우 내부 방어선의 구축을 촉발하는 명분을 제시하게 된다. 복잡한 관계와 폭넓은 소통, 새로운 가치가 창조됨과 동시에 면역에 대한 욕구도 같이 올라가는 방어 기제. 그러나 언제나 과도하면 부작용을 초래한다. 타자를 방어하고 제거함으로써 죽어가는 낡은 것이 될 것인가? 외부적 가능성을 흡수하여 전적인 새로움으로 변화할 것인가?

잊혀진 누군가의 죽음에 모두가 목소리를 낼 수는 없더라도 누군가가 애써 낸 목소리를 듣고 읽는 것은 소극적이지만 하나의 힘이 될 수 있기에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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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에 있다는 것
클레르 마랭 지음, 황은주 옮김 / 에디투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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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K의 2025년 비문학 도서 탑 5에 있었던 책.
덕분에 진짜 간만에 철학 책을 읽음. 생각보다 재미있음.
뭔가 정리하고 싶으나, 그건 나의 영역 밖이고 너무 유려한 그의 논리 속에 빠져 웃기도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면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함. 꽤 많은 문장에 밑줄을 긋고, 어떤 문장에선 멈추고 나와 내 주변을 생각하며 적용하기도 하는 독서였음.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산다고들 한다. 정착민과 유목민.
어른들 말로 역마살이 낀 사람들. 정착하고 살면 엉덩이에 가시가 돋는 사람들이 분명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런 일부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정착하여 있을 때 안전함을 느끼고 편안함을 느낀다. 많은 사람들이 내 집 마련에 목숨을 거는 이유도 아마도 정착이 주는 안정감 때문이겠지.

그렇지만, 아무리 제자리를 찾아 안주하려고 해도,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과연 여기 딱 좋아! 이거 내 자리하고 정착이 가능한지 생각해 보자. 사회적, 물리적, 환경적, 감정적인 동요가 없는 인생은 없다.

페렉은 ❝산다는 것, 그것은 최대한 부딪치지 않으려 애쓰면서 하나의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라고 했단다. 12p

결혼과 출산을 경험한 여성들은 더더욱 제자리를 찾기 어려운 환경에 노출되기 쉽다. 한꺼번에 자신의 자리에서 너무 멀리 낯선 곳에 덜커덕 놓이는 경험이기에 불안하고 낯설고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그런 이유겠다. 그럴 때 곁에 있는 사람의 사랑은 그 사람의 존재를 인식 시킨다.

❝사랑을 나눈다는 것은 자신의 몸이 자신을 담는 것을 느끼는 것이며, 마침내 모든 유토피아의 바깥에서 제 모든 밀도를 지닌 채 타인의 손 가운데 존재하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당신을 어루만지는 타인의 손가락 아래에서 몸의 보이지 않는 부분들이 비로소 존재하기 시작한다. 타인의 입술에 닿는 순간 내 입술은 민감해지고, 반쯤 감긴 타인의 눈앞에서 당신의 얼굴은 확실성을 얻는다. 그리고 마침내 당신의 감긴 눈꺼풀에 그의 시선이 닿는다. 사랑은(…) 당신의 몸의 유토피아를 누그러뜨리고, 침묵시키고, 진정시키며, 상자처럼 감싸고, 닫고, 봉인한다.(…) 우리가 사랑을 나누는 것을 그토록 좋아한다면, 그것은 사랑을 나눌 때 몸이 바로 여기 존재하게 되기 때문이다. ❞ 130p

불안한 사람들에게 신체적 접촉이 어렵다면 따스한 눈빛을 쏘라. 그리하면 그가 자신을 잃지 않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자녀들의 버릇없음을 감사히 여기자.
각자의 역사를 만들어가려면 버릇없음이 있어야만 한다. 조상으로부터 내려오는 것을 전수하려는 것은 폭력이다. 그들이 자기만의 자리를 창조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을 존중하자.

우리의 자리는 그 자체로 이러한 내적 운동들, 일시적 추동, 집착의 동요와 충격을 모두 담는 곳이다. 201p

외부의 영향을 받은 변화를 하는 카멜레온이 될 것인가? vs 자유자재로 색깔을 바꾸는 능동적 변화를 하는 문어가 될 것인가?

다양한 측면의 자리 이동으로 혼란스러울 때 빠르게 균형을 잡을 수 있는 나만의 기술을 연마하자. 때에 따라 그 기술도 변화해야 할 것이기에 그 기술도 진보시켜보자. 타인이 넘어지려고 할 때엔 부축해 주자. 그런 씨앗이 언젠가 나에게 뿌려질 것이다.

책이 좋아서 뭐라도 남기고 싶었음. 다소 민망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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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들 오늘의 젊은 작가 32
이혁진 지음 / 민음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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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길은 회계부서에서 일하던 화이트칼라였다. 지금은 토목 현장일을 하고 있다. 내내 팬을 굴리며 일했던 사람이 당장 현장일에 능숙하기란 참 어려운 법이다. 열심히 일을 배우려고 하지도 않고 수시로 전화기를 들고 어디론가 사라지는 그의 태도에 현장 사람들도 곁을 내주려 하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 주어진 새로운 임무 : 멧돼지 보초

힘든 노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유일한 낙은 점심 식사다. 잘 먹어도 모자랄 판에 허술하기 짝이 없는 음식이 제공되며 사람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그렇게 허술한 이유가 멧돼지가 부식 비닐하우스를 습격해서라니 멧돼지 보초를 세운 것이다.

밤엔 멧돼지를 홀로 지키느라 춥고 무섭고 인터넷도 안 되는 곳에서 진상도 모르고 진짜 멧돼지가 언제 내려오려나 긴장하고 있는 선길은 낮에도 제대로 쉬지 못해 급격히 몹쓸 꼴이 되어간다.

그런 그의 모습을 그래도 관찰이라도 하는 건 방음이 전혀 되지 않는 허름한 모텔에서 다른 인부들과는 달리 3층을 사용하고 있는 선길 옆방을 사용하는 굴착기 기사 현경이다.

연말이 다가오는데 쉬는 날도 없이 계속 날짜에 맞춰 공사를 마무리해야 한다며 조으는 소장. 그 틈에 잠시 사라진 선길. 공사 현장은 날로 원성이 자자하고 열심보다는 투덜거리며 뺀질거리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아픈 아이의 수술이 잘 되었는지 다시 공사 현상에 합류한 선길은 전과 다르게 현장 일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잘 돌아가는 머리로 현장 일에 효과를 더해 소장의 눈에 드는데, 현장 밥을 오래 먹고 나름 중심을 잘 지키는 목 씨와 선길 현경 정도를 제외하고는 점점 근무 시간에 일이 아닌 술자리로 향하던 중에 사고가 나게 되는데…

안전 규정은 매일 반복되다 보면 무시하게 되고, 시간과 돈을 줄이는 일이라면 원칙은 뭉개지기 쉬운 현장. 왜 사고는 농땡이 피우는 사람이 아닌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발생하는 것일까? 그리고 대의를 위해 한 사람의 희생 정도는 축소하고 각색해도 괜찮은 걸까? 없는 사람의 목소리는 어차피 회사를 상대로 묻히기 마련이니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말에 따라야 할까?

잘못을 시인해야 할 사람들이 아닌 엉뚱한 사람이 자기 탓이라며 가슴을 치고 우는 상황.

진실을 밝히면 이 억울함이 해결될까?
목소리 하나론 진실은커녕 다수에게 원망만 듣고 또 한 명의 희생자만 만들어질까?


관계가 대등하지 않으면 공정할 수 없다. 우위에 선쪽은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20p

절박하다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 천천히 수렁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 지쳐 있다는 것을 몰라 더욱 지쳐 가는 것, 그렇게 외따로 고립되어 가는 것. 이렇게 떨어져 지내게 되고서야 그것이 보였다. 27p

사람들이 하는 것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와 감정이 있고 그 사람이 돼 보기 전에는 모르는 일이었다. 각자 자신의 몸으로 느끼고 체험할 뿐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돼 보는 건 어렵고 타인에게 무심한 것은 쉽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36p

역시나 관리자에게 필요한 것은 갈라 세우고 갈라 세우고 오로지 어떻게든 갈라 세우는 일이었다. 줄을 세우고 편을 갈라서 저희끼리 알아서 치고받도록, 그러느라 뭐가 중요하고 누가 이득을 보는지 생각도 못 하도록. 인간이란 고작 그런 것이다. 서로 믿지 못하고 지기 싫어한다. 그 속성마저 남들만 그렇고 자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간이란 그래서 싸우고, 그렇게 싸우기 때문에 싸울수록 더 편향되고 나약해질 수밖에 없다. 스스로 그 불신을 극복하지도, 서로 이기거나 져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깨닫지 못한 채 진흙탕 밑바닥까지 서로 끌고 들어가기만 한다. 그러다 결국 자신들을 끄집어 올려 줄 관리자를 찾게 되는 것이다. 94p

세상엔 공짜가 없어. 비용을 꼬라박고 때려 박아야 가까스로 살아지는 거라고. 그러니까 손절을 칠 수가 없는 거야. 안 그러면 지금까지 처박은 게 말짱 황이 되니까. 사람이란 그걸 참 무서워한단다. 말짱 황이 되는 거, 죄 다 도루묵이 되는 거. 뭔가를 하면 계속 더 그렇게 해야 돼. 이미 했으니까, 이미 했는데가 아니라. 그게 계속된다는 거고 그렇게 계속되는 게 인생이야. 17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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