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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의 미학 - 죽음과 소외를 기억하는 동시대 예술, 철학의 아홉 가지 시선
한선아 지음 / 미술문화 / 2025년 1월
평점 :
죽음과 소외를 기억하는 동시대 예술, 철학의 아홉 가지 시선
숨겨진 고통을 찾아내고 알아채는 것. 이러한 다정한 구원에 대한 믿음을 부축해 준 예술가와 철학가를 묶어 9가지 카테고리로 기록한 책이다. 무형의 언어인 철학을 유형의 예술로 접목시켜 이해의 폭을 확장시켜준다. <타인의 고통>과 겹쳐지는 글들도 많았지만, 그 책보다 더 직관적이고 입체적인 문장으로 기록되었기에 더 가까이 느껴지고, 분량에 비해 훨씬 풍성한 독서를 가능하게 한다.
1. 순환의 고리 / 취약성과 비폭력성
주디스 버틀러 : 삶과 죽음 인간의 삶을 요약하는 것. 인간은 필멸의 존재이기에 취약성. 하지만 이 취약함에도 불평등이 존재한다. 현대 예술가 마르골레스는 작품을 통해 일반적인 죽음이 아닌 예기치 못한 폭력으로 갑작스럽게 소멸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름다운 비눗방울의 재료로 부검할 시신을 닦은 물을 사용하며 비눗방울 하나하나가 곧 시체라고 얘기한다. 삶과 마찬가지로 죽음도 예우가 다르다는 점을 작품으로 보여준다.
2. 침범의 봄 / 미디어와 프로파간다 <- 타인의 고통 축소 버전
스스로 추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공동의 선, 과연 자발적 선택인가?
거짓이 아닌 왜곡으로 삭제되는 이야기들을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
3. 버려진 숲 / 아동학대와 돌봄
리아오는 아이는 사회 전체의 ‘잔여 책임’이 되며, 부모가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은 아이가 사랑받을 수 있도록 보조하는 의무를 지니게 된다고 주장한다.
4. 비극의 위계 / 대량 학살과 재현
홀로코스트가 카논화 되면서 여타의 비극적 사건 역시 그와 비슷한 부분만을 선별하여 시각화된다. 모든 학살을 비슷하게 해석하게 되는 것. 강대국의 고통에 비해 약소국의 고통은 알려지지 않는 것. 그러면서 비극에 위계가 발생한다.
5. 뿌리 뽑힌 꽃 / 인권과 인간성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리를 갖는다는 것. <사람, 장소, 환대> 그러나 누구에게나 자리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
6. 한 점의 궁극 / 장애와 불능화
자본주의 거대한 시계의 빠름에 맞출 수 없는 몸들은 ‘무능한 몸’으로 배제된다. 가치 창출을 하기 위한 몸을 유지하는 데에도 개인의 노력이 필요한 현대 사회. 현대 사회에서 장애의 문제란 어떠한 구조적 결함을 말하는 것인가?
7. 사랑의 역사 / 동성애와 인류애
“’인류애의 정치‘는 타인의 선택에 무조건 찬성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며, 심지어 그들이 하는 행동을 존중해야 한다는 뜻도 아니다. ‘인류애의 정치’는 그저 타인을 광범위한 목표로 추구하고 있느 인간, 평등한 존엄성, 평등한 권리를 가진 인간으로 바라볼 것만을 요구한다. 128p
8. 사라진 몸과 남겨진 뼈 / 성폭력과 전시 강간
여전히 온천 호텔로 이용되고 있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블라스 호텔. 전쟁과 학살에서 자행된 성폭력 문제는 수치심에 의해 침묵을 강요당해왔다. 경제적인 문제를 이유로 더욱 침묵이 요구되어, 과거의 폭력은 침묵되고 여전히 기능적인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그러한 폭력으로 인해 태어난 생명은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9. 나비를 위한 철할 / 이민과 이주
면역화. 의학에서 사용되는 면역이라는 개념이 사회에 던져질 경우 내부 방어선의 구축을 촉발하는 명분을 제시하게 된다. 복잡한 관계와 폭넓은 소통, 새로운 가치가 창조됨과 동시에 면역에 대한 욕구도 같이 올라가는 방어 기제. 그러나 언제나 과도하면 부작용을 초래한다. 타자를 방어하고 제거함으로써 죽어가는 낡은 것이 될 것인가? 외부적 가능성을 흡수하여 전적인 새로움으로 변화할 것인가?
잊혀진 누군가의 죽음에 모두가 목소리를 낼 수는 없더라도 누군가가 애써 낸 목소리를 듣고 읽는 것은 소극적이지만 하나의 힘이 될 수 있기에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