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쫓는 아이 (개정판)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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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970년대 후반에서 2001년 9.11이 발생한 이후까지 아프가니스탄과 미국을 배경인 소설이다. 저자가 65년 카블에서 태어나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망명하여 정착한 이력을 갖고 있기에 이 소설의 내용이 어느 정도는 자전적인 측면이 들어갔다고 할 수도 있겠다.

책은 내가 기억하는 슬픈 사연이 초반에 몰아닥친다. 하지만, 그것이 초반인 이후는 이어지는 내용마저 가슴을 부여잡고 읽을만큼 아프기 때문.

아버지 바바가 집안일을 돌보는 알리를 가족처럼 여기며 살았던 것처럼 주인공(아미르)도 어린 시절 늘 하산과 함께였다. 같은 젓을 먹고 자란 사람은 형제라는 말을 듣고 자란 둘.

아비에 대한 온전한 사랑에 대한 갈망이었을까? 하산을 향한 아비의 칭찬에 묘하게 질투를 느껴서였을까? 진정으로 하산을 친구라 여긴적이 없는 아미르는 종종 그의 무지함을 놀리고, 그의 충성심을 확인하곤 한다. 그의 못난 행동에도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를 외치는 하산.

아프가니스탄의 오래된 겨울 전통인 연싸움 대회에서 1등을 하던 날, 하산은 아미르에게 기쁨에 기쁨을 더하기 위해 마지막 연을 찾아 떠났다. 연이 어디로 날아가는지 귀신같이 알았던 하산.그런 하산이 기다려도 연을 들고 나타나지 않아 찾아 나섰던 아미르가 목격한 것은 악날한 아세프 일당에게 둘러쌓인 하산이었다.

뺏기지 않고 마지막 날아간 연을 들고 돌아온 하산. 연싸움 대회의 1등과 마지막 날린 연까지 차지한 아미르. 분명 기뻐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죄책감이 무겁게 짖눌렀다. 하지만 그 죄책감을 제대로 표현할 줄도 모르는 그저 비겁하기만한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결국, 자신의 생일에 하산을 도둑으로 모는 것을 선택했고, 아미르의 계획은 제대로 성공했다. 하산을 본 것이 그게 마지막이었으니까…..

아프가니스탄에서 점차 총격과 폭격 소리가 잦아지자, 바바와 아미르는 조국을 떠나기로 한다. 험난한 여정을 거쳐 파키스탄을 통해 미국에 정착한 그들. 거기서 그들은 밑바닦 생활부터 시작해야 했다.
평소 선을 실천하며 살았던 바바가 떠나기 전 아미르에게 가족이 생겼다. 그렇게 미국에서 20여년의 삶을 살아가던 중 파키스탄에서 그토록 궁금했던 라힘 칸(아버지의 절친이자 아미르를 늘 감싸줬던 어른)의 전화를 받게 되는데…

“아이들은 컬러링 북이 아닐세. 자네가 좋아하는 색깔을 칠할 수는 없는 거네.” 34p

- 그는 내가 배반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다시 한 번, 어쩌면 마지막으로 나를 구해주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그를 사랑했다. 내가 사랑했던 그 누구보다 그를 더 사랑했다. 157p

- 하산은 나를 사랑했었다. 아무도 그렇게 할 수 없을 만큼 나를 사랑했다. 333p

- 전쟁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아버지를 귀한 존재로 만들어놓고 있었다. 360p

333p 읽으면서도 리뷰를 쓰면서도 눈물이 흐른다.
아직도 계속되는 이야기이기에 더 마음이 아프다. 저자의 유명한 다음 작품도 읽고 싶은데 텀을 한참 벌려야겠다. 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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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는 하루 - 두려움이라는 병을 이겨내면 선명해지는 것들
이화열 지음 / 앤의서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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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여기서 머리카락이 더 빠지면 어쩌죠?”
“에이, 그럼 뭐 군인처럼 싹 밀면 되죠.”
대답이 어찌나 빠르고 흔쾌했는지 웃음이 터지고 만다. 병에 걸렸다고 병적일 이유는 없다. 짧은 머리가 마음에 든다. 24년 올비의 긴 머리 취향에서 이렇게 해방되는 방법도 있었다고 중얼거린다.
자른머리를 보고 현비가 깜짝 놀라 웃으며 말한다.
“엄마, 어제보다 더 예뻐.”
“나도 그렇게 생각해.”

“6개월 뒤에 출산하는 거야. 이번에는 아이가 아니라, 새로운 자신을.”
우린 매일 조금씩 새로워진다. 단지 그걸 눈치채지 못할 뿐이지. <116p>

작가의 최신작 <서재 이혼시키기>의 문체가 맘에 들어 이 책이 궁금했다. 모든 일에 이렇게 열심히 사는 분이 있구나.를 전 책에서도 느낄 수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복통으로 쓰러진 저자는 직장암을 선고 받는다. 그리고 인파선 등의 전이로 12번의 항암 치료까지… 이 와중에도 지독히 배고프면 가족을 먹는가?라는 질문에 자신은 굶어 죽는 것을 택하는 사람이겠구나!를 생각하며 안도하는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모성이 가득한 이 분을 어찌할꼬…

백혈구 수치가 떨어져 항암을 미뤄야한다는 말에 거침없이 직진을 선택하는 그녀. 항암 사이사이 기운을 차려 여행을 다니는 그녀를 보며, 단단함이 습관화 된 사람은 위기에서 빛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다음 책을 먼저 읽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아니면 저자의 건강이 내내 걱정스러웠겠다. 항암은 암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암세포가 당신을 공격하는 확률을 줄이고 있는 거라는 팩폭을 들으면서도 불안을 떨어내는 분! 어찌 멋지지 아니한가?

내가 없는 생일 파티, 내가 없는 삶을 상상한다. 그렇게 슬프지도 억울하지도 않다. 어차피 세상의 아름다운 곳을 전부 여행할 수 없고, 세상의 맛있는 음식을 다 먹을 수 없고, 가슴 뛰는 그 많은 책을 다 읽을 수 없다. 경험의 밀도가 중요할 뿐이다. 83p

- 난 책을 슬렁슬렁 읽지 자세히 파고들지는 않는다. 그렇게 읽고 났을 때 내게 남는 건 그 책의 내용 자체가 아니라, 그 책을 통하여 내가 판단한 것, 감동받은 것, 상상한 것뿐이다. 작가, 배경, 어휘들, 이런저런 상황들, 그런 것들은 당장에 잊어버리고 만다. / 몽테뉴 114p

이 작가의 책을 읽으면 몽테뉴의 <수상록>은 필독이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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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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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책으로 소개 받았다. 그런데 나는 왜 슬프게 읽었는가? 😑

오베는 59세다. 사브를 몬다.( 그에게 사브 브랜드 자동차가 아닌 차는 차가 아니기에 아주 중요한 요소다. BMW를 산 친구와 의절할 정도) 매일 같은 시간에 기상하고 커피를 마시고, 동네 시찰을 도는 일정이 정확한 사람이다. 이 구역의 칸트라고나 할까…

외부에서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지독히도 성실한 사람. 원칙이 너무도 중요한 사람. 융통성이라고는 0.1도 찾아볼 수가 없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고.집.불.통

하지만, 그를 한없이 유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면 더이상 사랑을 더 할 수 없을만큼 사랑하는 소냐.

오베는 화학공장에 다녔던 엄마를 8살에 잃었다. 철도회사에 다니던 조용하던 아버지마저 16살에 세상을 떠났다. 옳은 건 옳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가르쳐 준 사람마저 떠나고 나니 오배는 세상을 혼자서 살아가야만 했다. 삶의 기쁨과 행복?이란 단어를 알기는 할까?하는 삶을 사는 그에게 그 모든 것을 안겨주는 한 사람 소냐를 만났다.

하지만, 그런 그녀가 6개월 전에 세상을 떠났다. 이제 오배가 세상을 살 이유는 없다. 평화롭게 죽는 것. 그것만이 목표다. 그 목표는 어렵지 않았다. 아니, 어렵지 않다고 오베가 생각했다.
그의 인생에 패트릭과 파르바네가 끼어들기 전까지….

오베의 집에 우체통을 박는 것이 시작이었다. 그들이 오베의 인생이 끼어든 것은… 3살 7살 자녀에 임신한 상태인 파르바네가 자주 오베의 삶에 끼어들면서 오베의 곁엔 많은 사람들 + 고양이가 등장하고, 누군가를 돌본다는 말을 뱉게 만드는데…

“지금보다 두 배 더 날 사랑해줘야 해요.“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오베는 두 번째로 - 또 마지막으로 - 거짓말을 했다. 그는 그러겠다고 했다. 그가 지금껏 그녀를 사랑했던 것보다 더 그녀를 사랑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았음에도. 232p

”우린 사느라 바쁠 수도 있고 죽느라 바쁠 수도 있어요, 오베.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해요.“ 276P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집에 들어가는 것과 같아요.”
”처음에는 새 물건들 전부와 사랑에 빠져요. 매일 아침마다 이 모든 게 자기 거라는 사실에 경탄하지요. 마치 누가 갑자기 문을 열고 뛰어 들어와서 끔찍한 실수가 벌어졌다고, 사실 당신은 이런 훌륭한 곳에 살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말할까봐 두려워하는 것처럼. 그러다 세월이 지나면서 벽은 빛 바래고 나무는 여기저기 쪼개져요. 그러면 집이 완벽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불완전해서 사랑하기 시작해요. 온갖 구석진 곳과 갈라진 틈에 통달하게 되는 거죠. 바깥이 추울 때 열쇠가 자물쇠에 꽉 끼어버리는 상황을 피하는 법을 알아요. 발을 디딜 때 어느 바닥 널이 살짝 휘는지 알고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옷장 문을 여는 법도 정확히 알죠. 집을 자기 집처럼 만드는 건 이런 작은 비밀들이에요. 411p

이하 생략.

오베의 삶에 소냐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그리고 그들의 이웃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나는 이 고집불통 투덜이 스머프가 왜이리 안쓰럽고 짠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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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타이거 - 2008년 부커상 수상작
아라빈드 아디가 지음, 권기대 옮김 / 베가북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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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실상에 대해 블랙유머로 풀어낸 소설이다. 이런 풍자가 가득한 소설을 미리 알았더라면, 중2 딸램의 수행평가할 때 도움을 줄 수 있었을 텐데…(풍자, 역설 등의 예를 3개씩 문학 작품에서 찾아오라는 수행이 있었음)

책은 편지 형식이다. 자유를 사랑하는 나라 중국의 원지아바와 총리 각하에게 인도의 한 기업가인 화이트 타이거가 보내는 소설.

영국이 지배하던 시절엔 동물원에 비교된 삶을 살았던 인도. (적어도 과자를 만드는 집안의 사람들은 과자를 만들고 청소하는 집안 사람들은 청소를 하고..) 영국이 떠나고 난 후의 인도는 정글이 됐다.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만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

기업가들이 많은 인도를 방문하는 중국의 총리. 화이트 타이거라서 지칭하는 이는 인도를 이렇게 표현한다. 식수도 없고, 전기며, 오수 처리시설이며, 대중교통이며, 위생에 관한 의식도 없거니와, 기강도, 예절도 없고, 시간도 안 지키는 나라이긴 하지만, 그래도 기업가만 있는 나라.

자신이 태어난 집안의 환경에 대체로 순응하며 사는 이들의 집에 이는 튀는 존재다. 버는 돈의 대부분을 집에 보내고, 큰 돌벌이 수단인 결혼(신부 집에서 지참금을 받기에.. 그것도 어린 신부를 데려오면서… 이제 막 생리를 시작해서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되면 신부가 된다는 글에 간담이 서늘해진다.)도 거부하는 존재. 그렇기에 ‘화이트 타이거‘라 지칭하는 그. 과자 만드는 집안의 성을 갖고 있지만, 과자를 만들 형편도 되지 않는 상황에 형과 함께 돈을 벌러 가지만, 그곳에서 운전 기사라는 직종이 꽤 벌이가 좋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한 석탄업을 하는 집안의 2번째 운전 기사가 된다.

1번째도 아니고 2번째 운전 기사였던 그는 어쩌다 기업가가 되었을까?

시골엔 의사도 없고, 어떤 일을 진행하려면 뒷돈이 필수인 인도. 사업가들에겐 꼭 정치인과의 만남과 돈 가방이 오가야 하는데…. 그런 부조리한 삶을 참아내기도 역하게 여기기도 하는 화이트 타이거!

책은 초반에 그가 지맹수배범인 것을 알린다.
하지만, 그가 운전 기사로 들어간 집안엔 빌런이 한 두명이 아닌데, 과연 누가 죽임을 당한걸까?

부자의 살인까지 대신해야 하는 하인의 삶. 그 삶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어쩐지 자신도 태생부터 갇힌 수탉의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

개인적으로 이런류의 소설들을 좋아한다. 영화 슬럼덕 밀리언 에어를 영화 추천 리스트 중 하나로 꼽는 사람이고,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책도 인상적으로 읽었다.

편지글이라 읽는데 좀 어려움이 있기도 했지만(이건 개취) 이런 책들이 많이 읽히면 좋겠다. 우리도 이런 시스템에서 헤어나온 지 얼마되지 않았는가….

이 책의 역자 후기가 굉장히 인상적이다. 역자분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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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국내 출간 30주년 기념 특별판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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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등만 바라보고 장식으로 있을 줄 알았는데 독서모임이 살린 책.
책은 3부 이해받지 못한 말들을 기준으로 1,2 / 4,5가 대칭구조이고, 6부 7부로 이어진다.

큰 틀은 토마시, 테레자, 사비나, 프란츠 4명의 사랑이야기다. 그 틀을 베이스로 체코의 역사, 철학, 정치 등이 녹아져 있다.

니체의 회귀 사상이 책이 가장 서두에 나오는데, 영원한 회귀가 주장하는 바는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영원한 회귀가 가장 무거운 짐이라 했기에 이를 배경으로 거느린 우리 삶은 가벼움 속에서 그 자태를 드러낸다.
그러나 묵직함은 끔찍하고, 가벼움은 아름다울까? 묵직한 것은 긍정적이고 가벼운 것은 아닐까? 분명한 것은 무거운 것-가벼운 것의 모순이 가장 신비롭고 가장 미묘하다. 13p

전처와 아들과 헤어지면서 자유로운 몸이 된 토마시는 테레자를 만나고 다시 함께하는 삶을 택한다. 1명의 여자를 만나는 적이 없고, 섹스 후 잠까지 자는 법이 없는 토마시는 테레자를 만나고 동침이 가능해진다. 송진이 발라진 바구니를 타고 온 아이같은 여자 테레자.
테레자를 사랑하지만 100만분의 1의 상이성을 수집하는 기이한 수집가 유형인 그는 수많은 여성과 섹스하는 것을 즐긴다.
수용소에서 삶 같았던 엄마의 가정 속에서 고통스러웠던 테레자가 찾은 남자는 바람둥이 토마시. 책으로 남과 자신을 구분하고 순정 중시하는 그녀는 바람둥이 토마시가 힘들지만 그를 놓지 못한다. 결국 그를 점점 아래로 아래로 끌어 내려(전적으로 그녀의 의지는 아니였지만..) 의사에서 유리창 닦는 노동자로 시골의 트럭 운전수로 살게 한다.

토마시의 연인이었기도 했던 사비나는 유부남 프란츠와 만난다. 토마시에게도 가장 쿨한 여자 친구이자 섹스 파트너였는데 그런 쿨함이 프란츠에게도 발휘된다. 가정을 버리고 그가 그녀에게 오자 이별을 통보하는 여자. 사실 이 둘은 너무도 달랐다. 이런 다름이 서로에게 끌렸을까? 하지만, 이런 다름은 오랜 시간을 함께하는 관계로 이어지긴 어려웠겠다.

토마시의 바람은 유리창 닦는 노동자가 되자 빛을 발한다. 의사 출신은 유리창 닦는 노동자가 되어도 어드벤테이지가 붙는건가? ;;; 이정도의 노동이면 유리창 닦는 것보다 힘든거 아닌가? 싶었다. 🙄🙄

키치를 끔찍하게 여기는 사비나 공산주의라는 키치를 끔찍하게 싫어했기에 조국에서 최대한 먼 곳으로 거처를 옮겨간다.
하지만, 그 어떤 인간도 키치에서 벗어나긴 힘든법.

“그는 지상에서 하나님의 왕국을 원했다”라는 비문을 얻은 토마시.
“오랜 방황 끝의 귀환”이란 비문을 얻은 프란츠.

아이러니하게도 생에서 가장 피했던 존재에게서 비문을 받는다.

바람둥이 토마시와 살며 힘들었던 테레자에겐 다행스럽게도 이해관계가 없고, 바꾸려 들려는 욕심이 없는 대상인 카레닌이 있었다. 자신의 일상을 유지하게 만들어준 존재였다.

수영장의 끔찍한 꿈은 토마시가 약해지며 작은 토끼의 꿈으로 변한다. 수집가의 정체성에서 벗어나서였을까? 힘을 잃은 작은 토끼가 된 토마시. 어쩐지 테레자와 가벼움과 무거움을 함께 나눈 존재가 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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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위의 목격자가 있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좋건 싫건 간에 우리를 관찰하는 눈에 자신을 맞추며, 우리가 하는 그 무엇도 더 이상 진실이 아니다. 군중이 있다는 것, 군중을 염두에 둔다는 것은 거짓 속에 사는 것이다. 188p

- 그는 근본적인 문제는 그들이 알았는지 몰랐는지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문제는 몰랐다고 해서 그들이 과연 결백한가에 있다. 권좌에 앉은 바보가, 단지 그가 바보라는 사실 하나로 모든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292p

- 슬픔은 형식이었고, 행복이 내영이었다. 행복은 슬픔의 공간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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