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키
요헨 구치.막심 레오 지음, 전은경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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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키> 요헨구치, 막심레오 / 전은경_옮김

전지적 고양이 시점으로 쓰임.

베르코비치 부인을 만나 사랑을 받으며 살았던 프랭키. 그전의 아픔을 잊고 따스함 속에 살았는데, 그녀마저 이별의 말도 없이 천장에 불 달린 자동차를 타고 사라졌다. 그녀가 떠나고 쓰레기 언덕 위에 청설모와 교수와 친구로 지내며 살던 프랭키는 버려진 집에 갔다가 내가 사랑하는 줄을 목에 걸고 의자에 올라선 남자를 봤다. 너무 멋진 끈이길래 미소를 보냈는데 고함으로 응답한다. 무언가에 맞아 기절한 나를 죽은 것으로 착각한 남자는 어딘가에 전화를 걸고 있다. 죽은 고양이 신고 전화?
그 순간 고양이어가 아닌 인간어로 남자와 통성명을 하고 (아! 참고로 이 남자 이름 줄여서 골드라 하기로 했다. )집을 둘러보는데 멋진 티브이에 소파에 푹신한 침대까지 이 집 맘에 든다!
잊고 있었다. 골드가 날 죽었다 어딘가 알렸었지. 집으로 수의사인 안나가 찾아왔다. 그녀는 예의 바르게 접근하더니 상처에 뭘 떨어뜨려 불붙는 것 같은 느낌을 주지 않나 화살로 날 찌르질 않나! 인간들이란!

나는 수고양이고, 나에게 모든 인간은 똑같아 보인다. 중간에 달걀 모양의 몸체가 있고, 거기 발이 붙은 긴 다리가 네 개 달려 있고, 아주 큰 머리가 매달려 있다. 인간 묘사는 이걸로 끝이다. 털은? 몇 올 있긴 한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자리에 붙어 있다. 누가 인간을 만들었는지 몰라도 별로 힘들이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이게 사실이다. 52p

이 집엔 먹을 음식도 없고, 청결도 꽝이다. 골드는 인간인데 음식을 거의 먹지 않고, 계속 목이 마른지 물만 마신다. 가끔 기절하듯 잠을 자는데 이상한 냄새도 풍풍 풍긴다. 하지만 그녀의 당부 덕분인지 프랭키와 동거가 시작됐다. 같이 동물용품점도 가고 할리우드에도 진출하게 되는데 ….

영혼이 뭐야?
너 정말 알고 싶구나. 그렇지? 영혼은…뭐랄까. 죽지 않는 너의 일부야. 네 감정과 생각, 경험 등 네 존재의 정수지. 72p

인간은 도대체 왜 이런 일에 관심이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높은 산… 그래서 어쩌라고? 당연히 ’다섯 번째로 높은 산‘과 ’여섯 번째로 높은 산‘도 있을 테지만 거기서 무슨 차이가 있나? 산은 자기가 얼마나 높은지 관심이 없다. 다른 그 누구도 마찬가지다. 오로지 인간만이 미친 듯이 모든 것에 등수를 매긴다. 125p

“내 말 잘 들으라고! 죽는 건 바보 같은 일이야. 그러니까 내 말은, 당신이 지렁이라면 나도 그런 행동을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몰라. 팔다리도, 머리도 없으니까. 지렁이는 그냥 벌레잖아. 내 생각에 그건 사는 게 아니야. 하지만 나는 지렁이를 몇 마리 아는데, 그들조차 자기 자신을 죽일 생각은 하지 않아. 그냥 벌레에 불과하지만 말이야. 그런 당신은 인간이잖아. 당신에게는 모든 것이 오전하게 달려 있어. 뭐든 할 수 있다고. 여기 집도 있고, 나도 있고, 당신은…” 227p

잠시 후에 만나

그녀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걸 실천하려는 골드에게 불가지론 쾌락주의자인 프랭키는 골드에게 삶의 의미가 될 수 있을까?

전지적 고양이 시점으로 그려져 유머가 계속되는 소설 속에는 깊은 슬픔에 잠긴 한 인간의 내면 싸움이 묘사된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이를 몸에 품은 골드의 사랑하는 린다가 떠나간 후 그 슬픔을 이기지 못한 골드에게 찾아온 인간어를 구사하는 프랭키는 골드를 두 번이나 자살의 순간에서 건진다. 하지만 끝까지 막을 수 있을까?

혈통을 증명하는 서류가 있는 고양이만 고양이 사료 오디션에 참석할 수 있다는 광고 회사. 마약을 의미하는 중독에 대한 이야기 등이 녹아있는 소설. 유머가 전반에 깔려 있지만 묵직한 이야기까지 선사하는 초등 고학년부터 읽기 좋은 책.

고양이의 눈 깜빡임은 만사 OK 또는 나 기분 좋아라는 뜻

동물 장례식장의 추도사를 하는 동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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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8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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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라우라 에스키벨 / 권미선 옮김

<268p>

아 남미 소설 어렵습니다. 왜이리 야해 ;;
이 책의 뒷표지에 이 책의 한 줄을 가장 잘 이야기한 멘트
음식과 성이 환상적으로 만난 재미있고 관능적이면서 낭만적인 소설.

멕시코 배경에 요리를 아주 잘 하는 주인공 티타가 등장하기에 나는 요리 장면에서 <바베트의 만찬>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거기에 약간의 환타지적인 요소가 가미되고, 배경과 등장 인물이 현실의 인물이라기 보다 영화 속 인물처럼 그려졌다. (현실적으로 쓰였다기 보다 환상적으로 쓰였달까..)

주인공의 감정까지 포함되어 만들어지는 음식에서 식물이나 요리를 할 때의 마음까지 포함된다는 게 과하게 표현됐다.

책은 주인공 티타를 이모 할머니라 부르는 조카가 기록한 것으로 표현된다. 만약 이 화자의 엄마는 티타가 없었다면 평생 결혼도 하지 못하고 엄마를 모셔야 하는 굴레에 빠져 교육도 받지 못하고 오로지 돌봄과 가사일로 찌들어 사는 삶이 예정된 사람이라 이 조카의 존재는 없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존재하는 이유는? 그리고 왜 그런 삶이 예정된 것인가?

“네가 내 명령을 거스르는 건 용납할 수 없다.” 33p

티타 이모 할머니 즉 이 책의 주인공 티타의 엄마 ‘마마 엘레나’는 군대 대장도 피할만큼의 대단한 포스를 지닌 사람이다. 그가 말하는 이 집안의 법도는 ’막내 딸은 평생 엄마를 곁에서 모셔야 한다!‘ 다. 티타는 어릴 적부터 부엌에 좋긴 했다. 음식을 사랑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평생 시집도 가지 않고 엄마를 곁에서 모시는 삶만을 강요한다면? 그것도 자신을 보고 한 눈에 반해 청혼하는 멋진 남자가 있는데?? 그 시점부터 티타의 불행은 급물결은 탄다. 그 전에도 엄마의 가혹행위는 상식을 벗어났지만, 티타가 좋다고 청혼하러 온 사람에게 티나의 언니를 권한다? 그런데! 거절해야 마땅한 이 남자는 또 그 제안을 수락하네? 나를 사랑한다더니 형부가 된다고? (이건 뭐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도 상식에 벗어나는 동방 예의지국 사람으로 소화가 참 어렵네… 그런데 우리나라도 요즘 요런거 아침 방송에 나오죠?)

엄마에 대한 증오, 언니에 대한 미움 괴롭지만 묵묵히 그들을 돌보는 그녀에게 삶의 희망을 주는 존재가 등장한다. 둘 사이에 태어난 아기 ‘로베르토’ 언니의 젖이 나오지 않아 배를 곯는 이 아이를 위한 마음에 처녀인 티타의 가슴에서 젖도 나온다? 그렇게 물려 키운 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와 생이별을 한다. 이번에도 어머니의 방해. 티타와 형부인 페드로를 갈라두려는 엄마의 계획.

이 계획으로 사랑스런 로베르토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티타는 엄마에게 대차게 드리 박고 비둘기장에 들어가서 광란을 피우고 이런 그녀를 데려간 사람은 언니 로사우라를 돌보러 왔다가 티타에게 반한 닥터 존~ 그와 함께 살면서 그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깨닫게 되고 그와 관계가 좋아지는 시점에 어머니의 집에 떼도둑이 들어 함께 살고 있는 첸차는 강간당하고, 엄마는 다치는 일이 생긴다. 맘 약한 티타는 다시 어머니를 돌보러 그 집으로 들어가고 장례를 치르며 페드로의 가족과 어머니의 망령이 한 집에 살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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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그녀에게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많은 대가를 치러야 자기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고, 그리고 몇가지밖에 이룰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더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176p

이제 티타는 씨앗이나 곡물 들이 새 삶을 주기 위해 자기 몸을 터트려 가며 껍질을 벌여 물을 깊이 빨아들이는 게 놀랍고 존경스러웠다. 씨앗이나 곡물 들은 자기 몸속에서 첫 번째 뿌리 끝이 삐죽 튀어나오는 것을 너무나도 자랑스러워하며, 자신의 원래 모습이 망가져도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새싹을 당당하게 세상에 보여주었다. 208p

“나는 나예요! 원하는 대로 자기 삶을 살 권리를 가진 인간이란 말이에요. 제발 날 좀 내버려 둬요! 더 이상은 참지 않을 거예요! 나는 어머니를 증오해요! 항상 증오해 왔다고요!” 210p

태어난 그대로 맨 몸으로 집에서 뛰쳐나간 언니! 열심히 치열하게 엄마와 싸워 자신의 자리를 만든 티타랑 너무 비교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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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을 말씀드립니다
유키 신이치로 지음, 권일영 옮김 / 시옷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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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을 말씀드립니다> 유키 신이치로 / 권일영 옮김

5번의 추리 소설?이 실려 있는 단편. 딱 현대에 맞는 소제로 풀어낸 추리 소설.
첫 작품인 <참자면담>은 대면하여 일어지는 사건이고 나머지는 인터넷 상에서 시작된다. 단편집이랑 앞부분에 서술된 것들이 뒤와 맞아 떨어지는 쾌감이 있다. 이 소설 매니아들이라면 다 맞추시려나?

<참자면담>에서 알게 된 바는 일본은 중학교 입시부터 치열하구나. 여기도 과외 광풍이구먼! 요즘 유명 대학교 재학생들로 구성된 1대1 매칭 과외 선전을 우리나라에서 많이 하던데 여기서도 가정 교사 영업을 현직 유명 대학생이 한다. 상담을 요청한 집에 찾아간 주인공은 그 집에서 묘한 기운을 느낀다. 고무장갑을 끼고 있는 어머니, 아이를 향한 거친 말투, 가족사진이 전무하고, 화장실과 아이의 방 사용을 금지시키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이어지는데…
<매칭어플> 20대의 딸을 둔 아버지도 사용하는 매칭 어플. take out이 매칭어플에선 이런 뜻으로 쓰이는구나! 😳😤 딱! 딸 나이쯤의 파트너를 만났다. 본인 나이보다 10살쯤 아래로 프로필에 올렸지만, 직업 미용인으로 자기 관리가 철저하기에 이쯤이야 들킬 염려가 없다. 역시! 나의 감은 탈월하지. 아주 수월하게 take out이 성공하겠어? 자기의 집으로 초대하고 샤워를 하고 오라네?
<판도라> 아이가 생기지 않아 고생했던 경험이 있던 터라 정자 제공에 대해 흥쾌히 허락한 아내. 하지만 딱 한 번 기증하고 이후로 기회가 닿지 않았는데.. 진짜 나의 아버지가 맞는지 찾으러 온 또 다른 딸. 알고보니 정자를 제공받은 그 아이의 엄마의 전남편은 연쇄 살인범이었다는데?
<삼각간계> 간만에 옛친구들이 온라인으로 회식하기로 했다. 그런데 경제력을 자랑하는 모기와 말하는 걸 좋아하던 우지하라 사이가 아슬아슬하다. 그 와중에 모기의 집에 낯선 사람 화면에 잡히는데…
간계 (奸計) 명사 :간사한 꾀.간계에 넘어가다.
<#퍼뜨려주세요> 초등학생이 딱 4명인 오지의 섬. 한 아이에게 아이폰이 생기며 관계가 어그러지는데..

-사랑하는 아내와 나 사이에는 아기를 가질 수 없다. 이건 한 남자로서, 생물인 수컷으로서 가장 중요한 ‘존엄’을 박탈당한 셈이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굳이 원인이 어디 있는지 들춰내지 말고 그대로 두자. 그래, 굳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맣고 그냥 내버려두는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선택이 아닐까? 1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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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 이피디의 사생활
이동원 지음 / 느린서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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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 이피디의 사생활> 이동원

느린서제 / 281

부여에 있는 독립서점 ’책방 세간‘에 방문했을 때 산 책이다. 독립서점에 들르면 꼭 책을 한 권 이상 사야하는 혼자만든 의무감이 있는데 내가 한 권 골랐더니 아들도 한 권을 골랐다. 그저 제목이 재밌어서 골랐다는데 경영에 관한 책이라 재미없다나 😔 <회사를 망하게 하는 법>이라니… 이 책을 구입한 후 얻은 교훈은 ’제목에 낚이지 말자‘라고.. 뭔가 교훈을 얻었다니 그것으로 되었다. 😅

<그것이 알고 싶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 연출자란다. 그냥 한 회사의 월급쟁이라고는 하는데 방송이라는 업계의 특성상 업무 과다가 기본 옵션인가보다. 이 업계에 관심과 큰 사명감이 없으면 못 할 직업같은데 ’어쩌다가‘로 시작하는 책의 쳇 챕터 페이지가 심상치 않다.

1부 어쩌다가는 어떻게 피디를 하게 되었는지가 기록되어 있다. 시작은 초등학교 6학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선생님들의 부조리함에 무단결석을 하는 아이.(이걸 그냥 부모님이 보고 계셨다고? 나도 초등 6학년에 엄청나게 부조리함을 겪은 사람이지만, 결코 이런 행동을 하지 못했는데 아… 나도 했어야 했;;;;) 지방러로 티비에 서울만 동네 이름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왜 그럴까? 질문을 품는 아이는 서울 상경을 목표로 가열차게 공부하기 시작했다는데 무려 서울대?? (흠… 진짜 이렇게 고등 1학년부터 정신차리고 공부하면 서울대 가는건가요?)
남들 유럽 여행할 때 아프리카 마사이족 마을에 가서 한 달 살기?를 하는 청년… 그리고 세계 일주를 하고, 책도 출간하기도 하고(사연이 더 있지만 책으로 확인하시길), 연애를 하는데 여자 친구는 이미 국가 고시에 합격을 한 상태이고, 자신은 그냥 복학한 20대 중후반인 대학생이라는 신분이라 대학 졸업장 없어도 원서를 낼 수 있는 SBS라는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도전한 직업이 바로 현재의 그의 신분되시겠다.

이 양반 지금까지의 삶을 보면 보통은 아니다. 어딘가에 머무르지 않고 도전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자신은 그렇다 표현하지 않지만 삶에서 드러나는데, 유일하게 성실하고 꾸준히 오래도록 ’월급쟁이‘로 지내고 있다. 그것도 가열차게 영육을 갈아 넣으며…

교양 프로 피디 그것도 <그것이 알고 싶다>의 명성은 대단하다.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그 프로그램으로 변화된 일들도 많기에 ’팩트‘를 전달하기 위한 노력과 관련자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한 노력이 없다면 계속 이어지는 것이 불가능한 프로그램이다. 그저 대출 관련 문자에 카드값에 메인 월급쟁이라 지금까지 이 생활을 해오고 있다고는 하지만, 책을 읽어보면 드러나는 이 일을 잘, 제대로, 최선을 다해 하는 그의 모습들을 볼 수가 있다.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나면 끝!이 아니라 이후에도 꾸준히 그들과 소통하고 마음을 전하려는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겸손이 장착된 사람이 적어낸 글이라 거부감 없이 읽히지 않았을까?

‘고졸 피디’에서 시작한 그의 피디 생활은 어느덧 12년차가 되었다고 한다. 어쩌다가로 시작하는 부분에서 허허 웃게 만들기 시작한 그는 점점 마음을 뭉클하게 끌어간다.

억울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한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노력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래도 그 억울함이 아주 조금은 놓여날 수도 있겠구나. 참 다행이구나. 싶었다.

웃음과 눈물을 다 만드는 사람의 방송 이야기도 궁금해졌다.

-매번 겪는 일이지만 어떤 사건이든 피해자를 마주하는 일은 힘들고 괴롭다. 차라리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차아가는 일이 훨씬 쉽다. 지인들은 범죄자를 만나는 게 두렵지 않냐고 종종 내게 묻는다. 범죄자를 만날 땐 단순히 범행 사실에 대해 묻고 그에 대한 입장을 담아오면 그만이다.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다. 방송 이후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그건 법적인 문제가 대다수라 추후 회사와 상의하여 해결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피해자를 인터뷰하는 일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피해자를 만나서 대화하다 보면 여전히 치유되지 못 한 그들의 상처를 오롯이 마주하게 된다. 그걸 어설프게 위로해선 안 된다. 말 한마디가 트라우마를 자극하게 될지 모르니 함부로 말을 꺼낼 수 없다. 진심으로 우리가 하는 일을 설명드리고, 질문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쏟아내는 감정과 말을 담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감정이 이입되어 며칠은 몸살을 앓듯 여기저기 아플 때가 있다. 그걸 꾹 참고 결국 방송을 내야만 한다. 그래서 편집할 때도 몇 번이고 피햊의 인터뷰를 다시 보며 수정한다. 방송 직후에도 혹시 피해자의 마음에 상처가 되는 일은 없는지 걱정하며 전전긍긍한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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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 박완서 소설전집 결정판 1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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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 박완서

미군 px 초상화부에서 일했을 당시 초상화를 그리던 일을 했던 박수근 화가의 전시를 유고전으로 보게 된 작가는 그 감정을 어쩌지 못하고 글을 썼고, 그렇게 탄생한 소설은 박완서 작가를 소설가로 살게 했다.

작가는 당시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한 학생으로 그런 곳에서 일하는 자신의 상황이 괴로웠다고 하는데 이 작품의 주인공인 경이는 대학에 떨어졌고, 현재 엄마를 부양해야만 하는 가장으로 지내고 있다. 양갈보로 여겨지는 미군 부대에서의 일하는 경력은 당시 시집가는 것에 방해가 되는 요소였기에, 큰댁에서는 자꾸 부산인 큰댁으로 내려오라는 메시지를 보내지만, 살고 싶다. 죽고 싶다를 오가는 마음을 갖은 그녀에게 협박이 될 수 없었다.
미친 상태라고 규정지어진 어머니의 상태. 그녀는 감정을 잃었다. 애초에 어머니의 사랑은 오빠들, 금지옥엽 나를 예뻐했던 건 아버지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직도 전쟁통이던 시절 남자들은 모조리 군대에 끌려가는 상황이었다. 집이 큰 도로 근처가 아니라 오빠들은 집에 숨어 지냈는데, 큰 댁의 식구들이 찾아와 더 허름하고 안전한 곳으로 오빠들의 거처를 옮겼다. 나름 자신의 오빠들을 더 안전한 곳으로 안내하고, 큰 댁 식구들에겐 더 좋은 장소를 양보하는 것으로 양쪽에게 인심을 산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진.

여기저기 흩어진 고깃덩어리들
어떤 부문은 아직도 삶에 집착하는지 꿈특꿈틀 단발마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장면이 어머니와 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잠시 부산으로 내려갔다가 부서졌지만 내 집인 서울로 일찍 다시 돌아온 어머니와 경이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회색빛 세상을 살아가는 엄마, 그런 차가운 엄마의 모습에 속상하기도, 분노하기도 하는 경이는 자신에게 추파를 던지는 태수에게도 한 켠을 내어주고, 옥희도씨에게 마음도 내어준다. 추파를 던지는 조에게까지도..

상식적이고도 완만한 삶의 궤도에서 벗어나 지름길로 삶의 재미난 것을 재빠르게 삹으며 가는 삶이 과연 이런 것일까?

진짜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초상화만 그리고 있는 옥희도씨의 처지에 답답함에 한줄기 탈출구가 되어주는 경. 그런 경이는 불쑥 옥희도씨의 집에도 찾아가지만, 허름한 옷 속에서도 빛나는 옥희도씨의 아내에게 묘한 감정을 느낀다. 그녀를 좋아하는 감정도 질투하는 감정도..

술을 마시는 침팬지를 구경하는 루틴에 그녀는 결국 그에게 소꿉장난 세트를 선물받았지만, 내 던지고 만다. 그녀가 꿈꾸는 삶이 도달할 수 있는 만큼이 어디까지인지 이미 깨닫기때문이 아니었을까?

아들들은 다 잡아가시고 계집에만 남겨놓은 하늘의 무심함을 탓하던 엄마에게 비참함을 더해주고 싶었던 딸. 하지만 아직 부드러운 손을 마음껏 어루만질 수 있음에 흡족하기도 했던 딸. 결국 그녀를 사람들이 말하는 정상의 궤도에 앉혀 놓은 것은 어머니였다. 아버지와 오빠들이 그렇게도 사랑하던 어머니가 그렇게도 집착하던 고가는 사라졌지만, 후원만은 여전한 그 곳에서… 누군가의 아내로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삶을 선사한 사람은 자신이 겪는 비참함을 그대로 던져주고 싶어했던 그녀로부터 였다.


사람들은 어리석게도 평화를 바라고 있지만 그렇게는 안 될걸. 전쟁은 누구에게나 재난을 골고루 나누어주고야 끝나리라. 절대로 나만을, 혁이나 욱이 오빠만을 억울하게 하지는 않으리라. 거의 광적이고 앙칼진 이런 열망과 또 문득 덮쳐오는 전쟁에 대한 유별난 공포. 나는 늘 이런 모순에 자신을 찢기고 시달려, 균형을 잃고 피곤했다. 49p

태수 캐릭터는 결혼 후 딱 바람각인 줄 알았는데 꽤 멋진 남편의 모습이라 놀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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