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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 ㅣ 박완서 소설전집 결정판 1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목> 박완서
미군 px 초상화부에서 일했을 당시 초상화를 그리던 일을 했던 박수근 화가의 전시를 유고전으로 보게 된 작가는 그 감정을 어쩌지 못하고 글을 썼고, 그렇게 탄생한 소설은 박완서 작가를 소설가로 살게 했다.
작가는 당시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한 학생으로 그런 곳에서 일하는 자신의 상황이 괴로웠다고 하는데 이 작품의 주인공인 경이는 대학에 떨어졌고, 현재 엄마를 부양해야만 하는 가장으로 지내고 있다. 양갈보로 여겨지는 미군 부대에서의 일하는 경력은 당시 시집가는 것에 방해가 되는 요소였기에, 큰댁에서는 자꾸 부산인 큰댁으로 내려오라는 메시지를 보내지만, 살고 싶다. 죽고 싶다를 오가는 마음을 갖은 그녀에게 협박이 될 수 없었다.
미친 상태라고 규정지어진 어머니의 상태. 그녀는 감정을 잃었다. 애초에 어머니의 사랑은 오빠들, 금지옥엽 나를 예뻐했던 건 아버지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직도 전쟁통이던 시절 남자들은 모조리 군대에 끌려가는 상황이었다. 집이 큰 도로 근처가 아니라 오빠들은 집에 숨어 지냈는데, 큰 댁의 식구들이 찾아와 더 허름하고 안전한 곳으로 오빠들의 거처를 옮겼다. 나름 자신의 오빠들을 더 안전한 곳으로 안내하고, 큰 댁 식구들에겐 더 좋은 장소를 양보하는 것으로 양쪽에게 인심을 산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진.
여기저기 흩어진 고깃덩어리들
어떤 부문은 아직도 삶에 집착하는지 꿈특꿈틀 단발마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장면이 어머니와 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잠시 부산으로 내려갔다가 부서졌지만 내 집인 서울로 일찍 다시 돌아온 어머니와 경이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회색빛 세상을 살아가는 엄마, 그런 차가운 엄마의 모습에 속상하기도, 분노하기도 하는 경이는 자신에게 추파를 던지는 태수에게도 한 켠을 내어주고, 옥희도씨에게 마음도 내어준다. 추파를 던지는 조에게까지도..
상식적이고도 완만한 삶의 궤도에서 벗어나 지름길로 삶의 재미난 것을 재빠르게 삹으며 가는 삶이 과연 이런 것일까?
진짜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초상화만 그리고 있는 옥희도씨의 처지에 답답함에 한줄기 탈출구가 되어주는 경. 그런 경이는 불쑥 옥희도씨의 집에도 찾아가지만, 허름한 옷 속에서도 빛나는 옥희도씨의 아내에게 묘한 감정을 느낀다. 그녀를 좋아하는 감정도 질투하는 감정도..
술을 마시는 침팬지를 구경하는 루틴에 그녀는 결국 그에게 소꿉장난 세트를 선물받았지만, 내 던지고 만다. 그녀가 꿈꾸는 삶이 도달할 수 있는 만큼이 어디까지인지 이미 깨닫기때문이 아니었을까?
아들들은 다 잡아가시고 계집에만 남겨놓은 하늘의 무심함을 탓하던 엄마에게 비참함을 더해주고 싶었던 딸. 하지만 아직 부드러운 손을 마음껏 어루만질 수 있음에 흡족하기도 했던 딸. 결국 그녀를 사람들이 말하는 정상의 궤도에 앉혀 놓은 것은 어머니였다. 아버지와 오빠들이 그렇게도 사랑하던 어머니가 그렇게도 집착하던 고가는 사라졌지만, 후원만은 여전한 그 곳에서… 누군가의 아내로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삶을 선사한 사람은 자신이 겪는 비참함을 그대로 던져주고 싶어했던 그녀로부터 였다.
사람들은 어리석게도 평화를 바라고 있지만 그렇게는 안 될걸. 전쟁은 누구에게나 재난을 골고루 나누어주고야 끝나리라. 절대로 나만을, 혁이나 욱이 오빠만을 억울하게 하지는 않으리라. 거의 광적이고 앙칼진 이런 열망과 또 문득 덮쳐오는 전쟁에 대한 유별난 공포. 나는 늘 이런 모순에 자신을 찢기고 시달려, 균형을 잃고 피곤했다. 49p
태수 캐릭터는 결혼 후 딱 바람각인 줄 알았는데 꽤 멋진 남편의 모습이라 놀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