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에 빚을 져서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4
예소연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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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에빚을져서
#예소연
#현대문학_PIN_054
#이동진추천도서

우리는 같은 사건을 경험하고도 아주 다른 사람들이 되었다. 그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우리가 왜 달라지게 되었는지 정도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확실한 건 나는 직접적으로 연루되어 있지 않은 일에는 쉽게 눈을 감아버리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94p

전혀 신을 믿지 않을 것만 같던 석이가 신을 믿게 되었고, 정착한 교회에서 재한 씨를 만나 결혼을 했다. 믿지 않고서는 살 수 없었다고 했다. 죽은 사람이 좋은 곳으로 간다고 믿어야만 산 사람이 살 수 있는 거라고 했다. 그런 석이가 실종됐다.

캄보디아, 실종, 여성

혜란과 석이와 나는 대학교 해외 봉사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만난 친구였다. 프놈펜에 있는 바울 학교에 파견되어 재능 기부를 하면 한 학기 동안 학교를 다닌 걸로 인정해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그곳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던 중 한국에선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고, 타지에서 그 일은 현실로 실감이 되지 않았다. 그 일을 두고 삐썻은 캄보디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고 말했다. 꺼삑섬의 물축제에서 발생한 사건.

❝어떤 죽음은 그런 식이기도 해요. 다를 게 없어요. ❞ 59p

캄보디아의 킬링필드에 지어진 바울 학교에서 세월호 참사를 그리고 이태원 참사를 가까운 곳에서 봤어야 했을 석이를 찾아 캄보디아로 향했다. 예상했던 것처럼 석이는 삐썻을 만났었다고 했다. 아마도 꺼삑섬에 갔을 거라고…

❝돌이켜 보는 사람. ❞
❝실수를 많이 하는 사람. ❞
❝실수를 되돌리려는 사람. ❞
❝가고 싶으면 가는 사람. ❞
❝돌아오고 싶으면 돌아오는 사람. ❞
❝허둥지둥하는 사람. ❞
❝우리가 아닌 사람. ❞

그리고 온 맘을 쏟는 사람.

그런 석이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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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와 혜란의 문제는, 어떤 식으로든 석이의 마음과 고통을 함부로 가늠하려고 했다는 것. 바로 그것이었다. 이해하는 것과 가늠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65p

어떤 기억을 집요하게 추적하다 보면, 그것이 정말 물성을 지닌 무엇처럼 느껴지게 된다. 생생하게 만져지는 감각, 흐르는 기류, 시시껄렁했던 나의 마음 같은 것들. 그러니까 기억을 추적하는 과정은 고통 그 자체이지만, 그 고통 너무에 존재하는 희미한 마음이 있다. 건너보는 마음, 살펴보는 마음, 그 기억을 안고 내일을 살기 위해 다짐하는 마음들. 6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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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보내려는 마음 에세이&
박연준 지음 / 창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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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잡고 좋은 글을 만날 수 있겠구나 하고 펼친 책이다. 이미 많은 분들의 리뷰로 이 책의 좋음은 많이 읽었기에 믿고 읽는 책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작가님 원래 이렇게 재밌는 분이신가요? 작가님 공상 세계 너무 재미난데요? 너무 아름다운 책만 쓰지 마시고 작가님 머릿속에서 뻗어나가고 있는 이야기도 글로 써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행복은 소풍 나가서 풍경을 구경하며 반쯤 졸다가, 나를 잊어버리는 상태예요.
: 작가님 저에게 행복은 저녁 시간인데 가족들이 하나도 밥을 찾지 않는 것? 😆

소설의 이야기 방식은 효용과 거리가 멀다. 소설은 직접적이지 않고 에둘러 말하는 방식을 택한다. 독자가 목차를 미리 본다고 줄거리나 전체 흐름을 파악할 수도 없다. 대충 읽을 수 있는 부분도 없고 넷플릭스처럼 빠르게 돌리며 볼 수도 없다. 어떤 소설은 한번 멈추면 다시 진입하기 어려워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 한다.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우직하게 읽을 수밖에 없다. 백 개의 문이 있다면 백 개의 문을 하나씩 다 열어본 뒤 들어갔다 나와야 한다. 시작부터 끝까지 오롯이 ‘통과’하며, 주인공의 삶을 그 사람인 듯 살아봐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있다. 178p

소설은 인간을, 정확히는 ❛패배한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연습을 하게 한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혹은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책을 읽는 사람이 있다. 이 자체로 근사한 태도다. 하지만 문학 텍스트에는 훌륭한 인물보다 실패하거나 좌절한 인물이 더 많이 등장한다. 쿤데라의 말처럼 우리가 “삶이라고 부르는 이 피할 수 없는 패배”에 직면한 존재라고 한다면, 삶의 본질은 성공에 있지 ㅇ낳을 것이다. 삶의 가치는 실패를 인정하는 가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겸허히 나아가는 인간의 태도에 있다. 소설은 그게 무엇이든 진실을 보여준다.
성공담이 아니라 실패담, 부조리한 세상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의 이야기에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이 소설을 읽는다. 훌륭한 삶을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깊이 있는 삶을 살기 위한 독서다. 당신을 다 이해할 수 없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입장에 서보겠다는 다짐이 소설을 계속 읽게 한다. 180p

최근 내 입장에 가려 타인을 불편하게 한 일이 있었다.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아마도 꽤 오래 지속될 것이다. 나 자신을 이해하기도 버거운데 타인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소설을 읽을 이유. 충분히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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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도 새소설 18
김엄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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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이 아니라,
미안하지만,

이 둘 뒤에 과한 의무를 지우던 아버지가 죽었다.

그리고 할도로 갔다.

사변적이다 할 때 사변은 네모의 네 개의 선분을 말하는 게 아니오. 은총이 실버 건이 아니듯이. 우리가 우리 나라말을 똑바로 알아야 개인과 개인이 대화를 할 때 비로소 참된 소통이 가능할 것이오. 젊은 사람들은 노인을 신기해하는데. 가령 노인이 유튜브 동영상에 등장해서 능동적으로 상황을 진행하면 그것을 두고 굉장히 재미있어한단 말입니다. 왜 그런지 혹시 아시는지?

늙었기 때문이겠죠.

맞아요. 늙었기 때문이지요. 노인은 노인임에도 불구하고 건강하다는 이유로 놀라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오. 사람들이 노인을 볼 때 위태롭거나 신기하거나 불쾌하거나 그 셋 중 하나의 반응이란 말이오. 그런데 그 사람들의 시선이라는 게 왜 그런지 알고 계시는지?

충분히 젊을 때는 자기의 늙음을 모르기 때문이오. 77p

사람은 왜 태어나 슬픈 기억을 하나쯤 만들고. 시간이 지나면 그걸 추억이라고 부르기도 할까요? 92p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짧은소설 #어려운질문 #독특한서사 #북스타그램

난해하지만 묘한 매력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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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문경민 지음 / 우리학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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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훌훌 보다 좋았음.

엄정현 선생님
예상치도 못한 조우였다. 초등학교 6학년 2학기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인혜의 첼로 레슨을 맡아 주었던 선생님이었다.

너 지금 첼로 들고 산책하니? 소풍 가고 싶어?
집어치워! 도저히 들어 줄 수가 없잖아!

인혜의 첼로 레슨을 데려다주는 할머니에게 내내 퉁퉁거렸다. 바짝 말라만 가는 인혜를 그냥 두지 않고 레슨 선생님을 바꿔준 사람도 할머니였다. 그런 할머니는 이제 떠나고 없는데 엄정현 선생님은 다시 나타났다.

할머니의 죽음은 인혜에게 큰 충격이었고, 거기에 엄정현 선생님이 참석한 실기 시험이라니…
제대로 망쳤구나.

5명 중 5등

사무관으로 시작한 고위직 공무원을 그만두고 할머니의 국숫집을 차린 아빠.
투닥거리던 부부 싸움이 좀 잦아지나? 싶었는데 ..
분점을 낸다는 아빠의 의견으로 할머니와 분쟁이 생겨 거의 보지 못하고 지냈었다.
분점은 아빠의 예상처럼 흥하지 못했기에 다시 엄마와 싸움이 잦아졌다.

이 상황에 나는 계속 첼로를 해야 할까?

인혜가 사랑하며 살아가길
할머니가 주신 브릿지엔 할머니가 적어 준 문구가 흐리게 남았다.

❝할머니는 자기 자신을 사랑해요? ❞

이젠 직접 물어볼 수가 없다.
할머니를 종종 만나러 간다.
거기서 이상한 악기의 소리를 듣는다. 어떤 악기인지 소리로 알 수가 없었다. 그 악기 소리가 난 교회에서 같은 학교에서 첼로를 하는 5명 중 한 명인 대호를 만났다. 첼로만 해도 모자랄 판국에 다른 악기라니! 그런데 그 악기를 매번 1등 하는 연습 벌레 연수가 한다고? 그 악기를 우리 할머니가 사줬다고? 왜 어째서?

할머니와 서먹하게 지냈던 지난 2년 동안 할머니가 어떻게 지내신 거지?
대호는 연수하고 어떻게 알고 지내신 거지?
할머니가 교회를 다녔다고? 성가대를 하셨다고?

넘치도록 흥분하고 귀까지 빨개졌다.
화가 나고, 궁금하고, 죄스럽기도 하다.
복잡한 감정은 은혜도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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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삶을 닮아 가고 싶었다. 자기 일을 사랑하고 주변을 돌아보고 누군가에게 중요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었다. 편한 삶보다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 원치 않는 결과가 나와도 다시 일어서는 강인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 194p

❝저는 공부를 안 할 계획인데요? ❞

❝인혜야, 세상에 무슨 계획이, 안 할 계획이 있니? 이건 뭔가 좀 이상하잖아. ❞
❝쉬느라 힘들어 죽겠네. 그런 말인가? ❞

요 포인트에 웃는 어무니 믓지네~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가족들의 의견 충돌에 늘 해결사로 나서는 은혜. 분명 너의 인생을 잘 연주하고 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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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도 새소설 18
김엄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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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도
#김엄지
#자음과모음_새소설_18

다름이 아니라,
미안하지만,

이 둘 뒤에 과한 의무를 지우던 아버지가 죽었다.

그리고 할도로 갔다.

사변적이다 할 때 사변은 네모의 네 개의 선분을 말하는 게 아니오. 은총이 실버 건이 아니듯이. 우리가 우리 나라말을 똑바로 알아야 개인과 개인이 대화를 할 때 비로소 참된 소통이 가능할 것이오. 젊은 사람들은 노인을 신기해하는데. 가령 노인이 유튜브 동영상에 등장해서 능동적으로 상황을 진행하면 그것을 두고 굉장히 재미있어한단 말입니다. 왜 그런지 혹시 아시는지?

늙었기 때문이겠죠.

맞아요. 늙었기 때문이지요. 노인은 노인임에도 불구하고 건강하다는 이유로 놀라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오. 사람들이 노인을 볼 때 위태롭거나 신기하거나 불쾌하거나 그 셋 중 하나의 반응이란 말이오. 그런데 그 사람들의 시선이라는 게 왜 그런지 알고 계시는지?

충분히 젊을 때는 자기의 늙음을 모르기 때문이오. 77p

사람은 왜 태어나 슬픈 기억을 하나쯤 만들고. 시간이 지나면 그걸 추억이라고 부르기도 할까요? 92p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짧은소설 #어려운질문 #독특한서사 #북스타그램

난해하지만 묘한 매력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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