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보내려는 마음 에세이&
박연준 지음 / 창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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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잡고 좋은 글을 만날 수 있겠구나 하고 펼친 책이다. 이미 많은 분들의 리뷰로 이 책의 좋음은 많이 읽었기에 믿고 읽는 책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작가님 원래 이렇게 재밌는 분이신가요? 작가님 공상 세계 너무 재미난데요? 너무 아름다운 책만 쓰지 마시고 작가님 머릿속에서 뻗어나가고 있는 이야기도 글로 써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행복은 소풍 나가서 풍경을 구경하며 반쯤 졸다가, 나를 잊어버리는 상태예요.
: 작가님 저에게 행복은 저녁 시간인데 가족들이 하나도 밥을 찾지 않는 것? 😆

소설의 이야기 방식은 효용과 거리가 멀다. 소설은 직접적이지 않고 에둘러 말하는 방식을 택한다. 독자가 목차를 미리 본다고 줄거리나 전체 흐름을 파악할 수도 없다. 대충 읽을 수 있는 부분도 없고 넷플릭스처럼 빠르게 돌리며 볼 수도 없다. 어떤 소설은 한번 멈추면 다시 진입하기 어려워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 한다.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우직하게 읽을 수밖에 없다. 백 개의 문이 있다면 백 개의 문을 하나씩 다 열어본 뒤 들어갔다 나와야 한다. 시작부터 끝까지 오롯이 ‘통과’하며, 주인공의 삶을 그 사람인 듯 살아봐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있다. 178p

소설은 인간을, 정확히는 ❛패배한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연습을 하게 한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혹은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책을 읽는 사람이 있다. 이 자체로 근사한 태도다. 하지만 문학 텍스트에는 훌륭한 인물보다 실패하거나 좌절한 인물이 더 많이 등장한다. 쿤데라의 말처럼 우리가 “삶이라고 부르는 이 피할 수 없는 패배”에 직면한 존재라고 한다면, 삶의 본질은 성공에 있지 ㅇ낳을 것이다. 삶의 가치는 실패를 인정하는 가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겸허히 나아가는 인간의 태도에 있다. 소설은 그게 무엇이든 진실을 보여준다.
성공담이 아니라 실패담, 부조리한 세상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의 이야기에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이 소설을 읽는다. 훌륭한 삶을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깊이 있는 삶을 살기 위한 독서다. 당신을 다 이해할 수 없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입장에 서보겠다는 다짐이 소설을 계속 읽게 한다. 180p

최근 내 입장에 가려 타인을 불편하게 한 일이 있었다.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아마도 꽤 오래 지속될 것이다. 나 자신을 이해하기도 버거운데 타인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소설을 읽을 이유. 충분히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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