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서, 마지막 꽃을 지킵니다
김선미 지음 / 오리지널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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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가 사혼화를 본 것은 7살 때였다.
줄기부터 잎사귀까지 환한 빛에 둘러싸인 꽃을 본 순간 별이라 생각했다.
❝만져선 안 돼. ❞

죽은 자의 영혼이 깃든 꽃. 사혼화.
사혼화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겠다는 죽은 자의 의지가 담긴 꽃이니 함부로 만져서는 안된다고 엄마가 당부했다.

그런 마리도 사혼화를 만나서 사혼수를 가지고 있다.
물류 창고 사고로 엄마, 아빠와 이별을 해야 했던 마리는 두 분의 사혼화를 만나 사혼수를 보관하고 있다.
아직은 두 분을 마지막으로 만날 준비가 되지 않았다.

짧은 시간
단 한 문장만 나눌 수 있기에..
사혼화를 누구나 만날 수도 없고,
사혼화를 찾은 사람하고만 한 마디 대화가 가능하다.
너무도 귀하고 소중한 시간과 한 마디.

77번째 불합격 통보. 통보조차 없는 곳까지 합하면 100군데 넘게 지원했고, 서류 전형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런 마리의 능력을 살려 일할 기회가 왔다.
귀화서 채용 공고!
마리를 위한 자리가 아닌가 😉

자기를 구하고 죽은 형을 만나는 동생.
납치된 후 이레만에 강에서 찾은 할머니를 찾은 할아버지.
일하느라 귀찮다는 이유로 윽박질러 가게에서 내쫓은 딸을 교통사고로 잃은 엄마.

모든 사연이 가슴 아프고, 절절했다.
눈물을 흘리는 감정은 비슷했으나,
그들이 그리고 죽은 영혼이 남기는 한 마디는 마리가 생각했던 것과 같지 않았다.
원망이 아닌 행복을 바라는 이들의 다정한 말.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여자가 내민 꽃 뿌리를 만지고 정신을 잃은 마리.

교실에서 동급생들에게 괴롭힘당하는 남학생의 모습,
남학생이 자퇴하는 모습,
거실에서 싸우는 부모님의 목소리를 듣기 싫어 귀를 막는 모습,
수면제를 한 움큼 삼키고,
위세척을 받는 남학생.

사혼화로 보이는 빛나는 꽃이 다 순수한 사혼화가 아닐 수도 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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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ejin_bookangel
책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덕분에 비스킷도 읽었어요~

할멈! 어디에 있소? 내 목소리가 들리오? 우리 아이들은 이제 다 컸다오. 당신과 함께 끝마쳐야 마땅했을 일을 나 혼자 하느라 그간 고단했소. 그래도 약속은 지킨 게 아니오. 이쯤 하면 더는 할멈이 외롭지 않게 내가 곁으로 가도 될 것 같소만. 만나서 우리 못다 한 세월 야속하다 생각 말고 오순도순 지냅시다. 그러니 내가 가도 되는지 대답 좀 해주구려. 😭😭😭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하루를 보내고 이에게 자신만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미안해하는 날을 반복하는 것이다. 110p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는 건 자신의 한 부분을 같이 잃는 것이다. 부모님의 죽음과 함께 마리도 행복을 영영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소중한 사람이 떠난다해도, 그와 함께 행복까지 사라진 건 아니다. 떠난 사람은 남은 사람이 전보다 더 행복하길 바라고, 그 행복 속에서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길 원할 것이다. 271p

요거 감정 노동이 너무 심한 직업이다.. 😢
한 마디만 가능하다니..
너무 가혹해.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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