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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월
평점 :
아프고 아프고 아픈 소설이다.
언나, 간나, 이년, 저년, 유나 등의 이름으로 불린 소녀. 한때는 장미라는 이름을 드드덕이라는 이름을 원하기도 했으나, 이름따윈 없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 적이 더 많았던 아이.
출생 신고도 된 적이 없는 돌봄이란 것이 무엇인지 느껴보지 못하고 폭력만 난무한 곳에서 진짜 엄마를 찾으러 떠나는 아이는 잠깐씩 자신에게 온기를 내어주는 사람들을 만난다. 하지만 그 인연은 길게 이어지지 못한다. 자신이 생각했던 온기가 아니라서 떠나기도, 버려지기도 하는 아이. 그 어느 곳에서도 자신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껴본 적이 없는 아이의 이야기.
- 나는 엄마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원래 내가 살던 곳.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고 안락한 그곳에 다시 들어가 죽을 때까지 태어나고 싶지 않았다. 그곳에서 그냥 엄마인 채로 살고 싶었다. 아무도 나를 보지 못하고, 내 소기를 듣지도 못하고, 내가 무얼 원하는지 알지 못해도 그곳이 내겐 최고다. 왜냐면, 그 속에서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으니까.
- 거리를 떠돌며 내가 정했던 진짜엄마의 조건은 모두 껍데기고 포장이며 환상이고 거짓말이다. 나의 진짜엄마는 어떤 얼굴이라도 가질 수 있으며 그래서 결국, 어떤 얼굴이라도 상관없는 그런 사람이다. 맞는 대신 때리는 자이고 때리는 게 번거로우면 죽여 없앨 수도 있다. 그 모든 게 구찬을 땐 외면한다. 상관없는 척한다. 그뿐이다. 오직 중요한 건 자신의 생존이다. 불행이나 행복 따위엔 관심도 없다. 이젱 알겠다. 그런 사람을 찾기는 너무 쉽고, 너무 쉽기 때문에 나는 여태 못 찾고 있었다. 너무 흔하니까, 어디에나 있으니까.
가끔 이게 지금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라고? 하는 뉴스를 만날 때가 있다. 그런 뉴스의 대부분은 가장 약한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 대처할 아무런 능력이 없는 아이들이 당해야만하는 갖가지 위험들. 천사 같은 미소를 빼앗지 말자.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