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문학 에세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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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나를 위해 돈을 쓰고 살았던 시절엔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일이 많지 않았다.
장영희 교수, 김점선 화가, 박완서 작가, 신경숙, 공지영, 은희경 작가 등의 책은 나오면 모두 구입해서 읽곤 했다.
직업에 화가, 교수, 작가라는 타이틀이 다른 김점선, 장영희, 박완서님의 책을 읽으며 비슷한 감정선을 느끼곤 했는데 세 분이 친분도 있으시다고 들어 놀랐던 기억이 있다.
안타깝게도 김전선 화가님의 타계 소식에 이어 교수님도 그리고 머지 않아 박완서 작가님까지 …. 세 분 거기서 만나서 즐거우신거죠?

장영희 교수님은 서울대 영문과 교수인 장왕록 박사의 차녀다. 부모의 노력으로 장애를 갖은 사람에게 대학의 문이 열리지 않던 시기에 서강대에서 공부할 수 있었고, 모교에서 교수로 활동하셨다. 아버지와 같이 교과서를 만드시는 일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녀는 영문과 교수라는 이름보다 이 책에도 언급됐지만, 장애…라는 타이틀을 앞에 붙여 티비나 출판 시장에서도 마케팅으로 활용되곤 했다. (사실 나도 처음에 그래서 더 관심을 갖었으므로 반성합니다.)
이 책은 교수님이 다양한 문학 작품을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 일상적인 이야기를 끼워 넣어 아주 쉽게 설명해준다. 이 대작을 이렇게 간결하게 설명하실 수도 있구나! 라고 나는 생각을 했고, 이 책을 좋아했었고, 지금도 그렇다. 반대로 어떤 분들은 너무 가벼워 부정적 의견을 표하는 분들도 있을 듯하다.
2005년에 출간된 책이라 그 느낌이 있는 부분도 있다. 잠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어서 행복했다.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문학에세이추천
#좋은시와멋진문학작품소개

- 어쩌면 동서고금을 통해 쓰인 모든 위대한 문학 작품들의 기본적 주제는 ’같이 놀래‘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형색색으로 다르게 생긴 수십억의 사람들이 서로 부대끼고 자리싸움하며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인간의 보편성을 찾아 어떻게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긍정적으로 화합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가를 가르치는 것이야말로 무학의 과업이기 때문이다.

- ’위대함‘은 인간의 어떤 속성을 말하는가? ’위대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사랑할 수 없는 자>라는 글에서 #휠체어를 탄 소녀를 위한 동화는 없다.라는 책의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한 글이 있다. 이미 교수님이 먼저 이야기하셨군요!
이 에피소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맘이 아프다.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는 엄마가 교수님을 손으로 가리키며 “저 봐, 에비 에비, 너 계속 울면 저 사람이 잡아간다”라고 했단다. 그 엄마는 아이에게 신체 장애를 갖은 사람 = 무서운 사람, 괴물, 나를 잡아가는 사람. 이라는 교육을 한 것이다. 2005년의 우리 사회가 이랬다. ㅠㅠㅠㅠ

+ 멋진 시를 감상할 수 있고, 훌륭한 작품들을 간단한 줄거리로 만날 수 있어서 어쩐지 유식해지는 기분? 거기에 작가들의 사적인 이야기 + 멋진 삽화까지 풍성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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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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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작가님의 #쇼코의미소 #밝은밤 모두 좋았다. 그렇지만 작가님 정말 글을 잘 쓰신다. 믿고 읽는 작가님! 이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이젠 작가님은 나에게 최소 천재, 만재, 억재 이상이다. 이 책 읽어 보셨다구요? 그럼 제 말이 동의하시죠?

개인적으로 단편집을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 짧은 이야기들이 여러개 들어가 있어서 작품마다 충분한 몰입이 불가능한 독서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 그런데 이 책은 제외!
모든 작품이 하나의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감정을 확! 터트리지 않고 슬며시 차오르게 만든다. 나의 감정은 <아리다>로 귀결됐다.
내게 무해할 것으로 생각되는 사람에게 상처받는 이야기들. 그 감정을 얼마나 섬세하게 잘 그렸는지 책을 뚫고 전해진다. 천재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런 글이 가능한 것인가!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단편소설추천
#한국소설추천
#최은영영원하라
#갓은영만만세

🎈그 여름 : 난 분명 너를 좋아하는데 내 마음이 자꾸 저기로

🎈601, 602 : 자고로 시집을 왔으면 남자 아이를 낳아야지.

🎈지나가는 밤 : 해외에서 학위를 받느라 바쁜 윤희와 한국에서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느라 바쁜 주희. 서로가 떨어질 당시 서로를 향해 날카로운 말을 내뱉고 헤어진 터라 좀처럼 살가운 자매로 지내지 못한다. 좀처럼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매가 오 년 반 만에 만났다.

🎈모래로 지은 집 : 천리안을 통해 익명으로 알고 지냈던 아이 셋이 오프라인으로 만났다. 그 시절 공무, 모래, 나비라는 닉네임을 쓰던 아이들. 넉넉한 환경에서 자란 모래, 말도 안되는 규칙을 갖은 군인 출신 아버지를 둔 공무, 사는게 바쁜 나비. 친하게 지내고 있지만 서로에게 속마음을 다 내어주지 않는 이들

🎈고백 : 완전 절친인 고등생 주나, 진희, 미주. 너무나 친했기에 자신의 속내를 고백한 진희. 그런 진희의 고백을 받아주지 못했던 두 아이.

🎈아치디에서 : 부모 그늘에서 빈둥거리며 살던 랄도와 악착같이 삶을 살아내는 하민. 그 둘은 타국에서 만나 서로에게 의지하지만 ..

- 어쩌면 그때 그녀는 자기에게 그 모든 게 다 사랑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는지도 몰라. 그 말이 거짓이고 얕은 자기 위안에 불과하다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제대로 된 위로조차 할 수 없었던 외로운 사람에게 어떤 비난을 할 수 있을까.

- 나비는 세상 모든 이름없는 고양이들의 이름이라고. 그냥 길 가는 고양이에게 나비야, 하고 부르는 목소리들이 좋아서 나비라고 했다고. 화를 내면서, 악을 쓰면서 나비야, 나비야, 하진 않잖아, 라고.

- 사람이란 신기하지. 서로를 쓰다듬을 수 있는 손과 키스할 수 있는 입술이 있는데도, 그 손으로 상대를 때리고 그 입술로 가슴을 무너뜨리는 말을 주고받아. 난 인간이라면 모든 걸 다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하는 어른이 되지 않을 거야.

- 나는 ‘살다’라는 동사에 ‘열심히’라는 부사가 붙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hard’는 보통 부정적인 느낌으로 쓰이는 말이 아닌가. ’hardworking’이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사는 게 일하는 건 아니니까.

+ 재독할 때는 한 편씩 천천히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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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의 장례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5
천희란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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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짧은 책이 나에겐 얼마나 길었던지… 읽으며 여러번 덮었고, 읽으며 계속 졸린 ;;;;
일단 제목을 K장례라고 내 멋대로 읽은 것부터 잘못. K팝 K 드라마 K 클래식처럼 뭔가 Korea 장례 문화가 독특하니 거기에서 오는 에피소드라 생각했는데… 이건 혼자만의 상상 ㅋ

소설가로 30여년간 살아온 K라는 남자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그의 딸은 성과 이름까지 바꾸고 현재 소설가이자 교수다.
그런 그녀에게 죽은 아버지의 글이 배송된다. 무려 15년 전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아버지로부터…
그 글을 전달한 사람은 자신도 알고 있는 동시대의 소설가. 과연 그녀와 아버지는 어떤 사이길래 아버지의 글을 갖고 있으며, 왜 15년이 지난 이제서야 전달하는건가?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한국문학
#한국소설
#신간도서

- 한때는 정말로 부모에게 상처를 입힐 만큼 한부로 살고 싶다는 충동이 있었다. 학교 폭력에 가담하거나 허락되지 않은 유흥을 즐기는 일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반듯하던 자식이 학업을 게을리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부모는 마음을 졸인다. 카페나 노래방에 자주 들락거리거나 연예인에 눈이 멀어버리고, 느닷없이 가난한 예술가를 꿈꾸기만 해도 부모들은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물론 나는 곧 내가 다른 것에 깊이 빠져들 수 없으며, 설령 가능하다고 한들 내 부모를 상처 입힐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대신에 나는 꿈이 없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책에 대한 내 사랑이 소진된 것처럼 행동했다. 아버지는 몰라도 어머니가 그것을 두려워하리라는걸 분명히 알고 있었다.

(세상에나….. 똑똑이….)

K를 이해할만한 서사가 없어서 도통 이해가 어려움. 내가 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나에겐 난해한 소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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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버스 - 욕망의 세계
단요 지음 / 마카롱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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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굶지는 않지만, 학원비를 낼 돈이 없는 집에서 자란 주인공은 대학에 들어갔지만, 집에서 투자를 하며 지낸다. 그것도 선물거래. 4억 8천이던 잔고를 갖은 적이 있었다. 그 잔고가 500이 되어서야 멈췄다. 평소 약자들의 돈으로 돈벌이는 사람이라 욕을 했던 정윤채에게 투자비를 받고 다시 시작했다. 이번엔 인버스 ETN 생각보다 큰 돈을 빌려 투자를 시작한다. 경제학을 공부한 적도, 주식을 제대로 공부한 적도 없지만, 동향 파악과 감을 믿는 주인공에게 행운이 따라줄까?

평소 투자에 큰 관심이 없지만, 선물거래나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지식 정도만 있어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자신의 삶을 갈아 넣는 투자자의 삶. 인생 최고의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지 싶다.

#제로책방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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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추천


- 타인의 삶을 영화처럼 관람하는 건 인간의 나쁜 습관이었다. 더 나쁜 건 그런 태도가 착각과 망상을 불러온다는 사실이었다. 삶에는 누구라도 알아볼 만한 복선이 깔려 있으므로 잘못된 결말로 향하는 복선을 피하는 것은 모두의 의미라는 착각. 의무를 지키지 못한 사람은 악인이며 악인은 심판받아야 한다는 망상.

-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자신이 생각을 현실에 옮겨 놓을 힘이 있을지라도 유지시키는 동력은 부족했다. 그러니까 이건 합리와 망상의 문제라기보다는 힘과 지속성의 문제인 듯했다.

- 욕망하기 위해서는 투지가 필요한 반면 욕망을 멈추기 위해서는 결심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 불행과 절규를 팔아 치우고, 시세를 흔들어 각가의 포지션을 죽이고, 한 나라의 환율과 산업을 공격하고, 잇달아 터지는 지뢰처럼 파생상품을 매설하는 곳. 여기에서는 법과 제도조차 욕망에 부역하는 수단일 뿐이다. 금융기관과 각국의 정부는 곧잘 티켓 다발에 사람의 운명을 써서 찢어 버리고, 밟혀 죽지 않은 개미들은 그 조각을 전리품처럼 주워 쓴다. 그리고 서로 깨물어 죽인다. 아무런 적의도 악의도 없이. 패배자는 그렇게 사라지고 승리의 영광만이 영원하다. 그 모든 것이 하나다.

코인에 대한 장류진 작가의 <달까지 가자>가 생각나긴 했지만, 그 책은 장르가 드라마라면 요건 블럭버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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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스무 살 - 제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대상 수상작 창비교육 성장소설 7
최지연 지음 / 창비교육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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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살이 되어 겨우겨우 집에서 벗어났다. 생물학적 유전자 물려준 것을 빼곤 아버지의 역할이라는 것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과 너무 치열하게 삶을 살아내는 엄마 그리고 그 살얼음 같은 환경에서 어쩐지 보호해야만 할 것 같은 남동생에게서 겨우 벗어났다.
바쁜 엄마를 돕는 일을 해도, 공부를 잘해도 칭찬을 들어본 일이 없고, 참지 못해 던지는 투덜거림엔 니가 나보다 더! 라는 말로 입을 막아버리는 엄마에게서 멀어져 대학생활을 하는 은호.
그런 자유로움이 한순간 막혔다. 엄마가 이혼을 하고 은호에게로 왔다. 좁고 좁은 집에서 살아가는 둘. 서로에게 가장 많이 의지하면서도 서로에게 불만이 가장 많은 둘이 좁은 공간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제로책방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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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추천

- 이혼, 두 개의 혼. 실제 한자는 다르지만, 그렇게 생각하니 아름다웠다. 결혼으로 묶여 있던 혼이 자유롭게 놓여나는 것만큼 아름다운 일이 있을까.

- 좁은 공간을 함께 쓰는 만큼 우리는 서로에게 신경을 꺼야 했다. 염려와 격려를 주고받는 건 각자 방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었다. 최대한 서로를 의식하지 않고 무심해지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배려였다.

- 내가 생각하기에 딸에게 최고의 엄마는 자기 인생을 잘 사는 엄마였다. 이렇게 말하면 엄마도 내게 그러겠지. 엄마도 네 인생 잘되라고 이러는 거라고. 그러니까 엄마는 내 인생을 간섭하고, 나는 엄마 인생을 간섭하고. 이게 뭐 하는 건가. 앙갚은하듯이 서로에게. 이 고리를 어떻게 끊을 수 있을지 생각할수록 한숨이 났다.

은호도 이해가 가고, 엄마도 이해가 가고. 그래도 어린 은호에게 그러는건 아니잖아요. 엄마가 참아야지.. 했다가도 20살도 되기 전에 엄마가 되어 어떻게든 아이를 키우며 살아내는 삶을 견디기 위해 애쓰는 그 삶을 생각하면 저만큼 참는 것도 용하다 싶고 ㅠㅠ 첫남자인 남편이 얼마나 싫었으면, 남자와 살짝 닿는 스킨쉽에도 소름이 돋을까…
그런 엄마의 인생 무게에 짖눌린 은호도 현호도 안쓰러워 토닥.
그래도 상담도 받고,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으니 재양육의 기회가 있으니까 다행이다. 엄마도 은호랑 같이 성장할 거라고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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