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빛을 따라서
권여름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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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사투리
나는 저 두가지에 아주 약하다.

역시나 할머니의 사투리 덕분에 터지는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96년 내장산으로 가는 도로에 인접한 필성슈퍼의 가족 이야기다. 할머니와 부모, 한살 언니 은세, 은동, 그리고 6살 막둥이 은율이 구성원이다. 슈퍼로 돈을 벌어 서울 어느 한산한 동네에 건물을 올린 고모의 뒤를 이어 은동이네 가족이 슈퍼를 운영중이다.
교회 신방에서 할머니가 글을 읽지 못하는 것을 알게된 은동은 그 때부터 할머니의 한글 선생님이 된다. 은동은 배우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아카데미 등록비를 벌어야 할 목적이 있고, 할머니는 수강료를 지불하며 배우신다고 했으니 수요와 공급이 딱! 맞았다.
그런데, 경쟁 업체가 나타났다. ‘엉터리 마트’ 두부 한 모도 배달하는 서비스를 시작으로 다양한 서비스 전략을 동원해 겨우겨우 경쟁 업체의 출현에서 살아남았다.

그런데! 작은 것을 해결하니 더 큰게 나타났다. 대형마트라니! 대형마트를 치우니 향토 마트를 가장한 마트까지 끝없이 나타나는 경쟁사.

한글 공부, 은동이의 꿈, 동네 마트가 경쟁 업체에서 살아남기의 이야기들이 할머니의 구수한 사투리와 함께 물을 타듯 흐른다.

평생 서운이라는 이름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던 할머니의 이름은 ‘황서은’이라는 세련된 이름을 갖은 분이셨지만, 여전히 구수한 할머니의 말투를 통해 잠시 추억 속에 빠진다. 나의 할머니와 동네 어른들이 하시던 말투. 연달아 슬픔이 전제된 책을 읽은 후라 그런지 더 유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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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는 사이 여섯 살짜리 막내 은율은 벽에 붙은 자음 표를 어느새 외워버렸고, 바침이 없는 글자를 읽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할머니는 부러운 눈치였다.
“저것은 대그빡이 새것이잖냐. 핑핑돌아갈 거 아니냐”
“나도 애기 때에 배워놨으믄….” 35p

“뼉다구 끊어지겄다. 안 그려도 션찮은 몸땡이, 조만간 아작 나겄어.” 46p

뚜부, 챔지름, 들끼깨루, 무시, 도마도

- 현실 직시. 2학년이 되어 가장 많이 듣는 말이었다. 여전히 그 현실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가리키는 방향이 현실적인 방향인 걸까. 가능성이 낮은, 어울리지 않는 꿈을 꾸는 것과 반대쪽인. 149p

“나 속에서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는디, 성질이 나서 펄쩎 뛰겄는디야, 오메 세상에 나 하늘이 낮아서 못 뛰었다잉.“
<- 실제로 요런 표현이 기본값임. ㅎ 간만에 요런 말투 만나니 반갑고요~

간당간당 이어지는 유머와 이야기
따스한 책을 만나고 싶으시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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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의 노래
공선옥 지음 / 창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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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안 가면 할머니 따라 장에 가자고오?”
“할미 생각해 주는 사람은 만고강산 내 강아지뿌일세 그려.”
“아이쿠, 그런데 어쩌나요, 오늘도 어제와 같이 학교를 가는 날이랍니다.”

그 순간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선재의 유일한 가족 할머니와 나눈 마지막 대화였다. 방학을 했음에도 할머니와 장에 함께 가는 일을 피하려 거짓말을 했고, 사실을 다 알면서도 내새끼 어야둥둥하는 할머니와의 마지막이 거짓말이었다. 할머니가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는 동안 나는 집에 다시 들어와 배불리 밥을 먹었다.
동네 사람들의 도움으로 장례를 치루고 할머니의 유골함을 들고 집으로 왔다. 동네 사람들이 밥을 챙겨 먹고 지내기는 했다. 할머니가 없어도 졸리기도 배가 고프기도 하는 이 상황이 당황스럽기만 하다.
할머니 냄새가 나는 옷과 할머니 유골함을 등에 지고, 영정사진을 손에 들고 할머니가 장에서 쓰던 돈 가방을 들고 무작정 집을 나섰다. 터미널에 도착해서야 행선지가 결정됐다. 할머니가 유언처럼 말했던 절골 미륵사.
과연 13살 소년 혼자 처음 가보는 그곳에 무사히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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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거시 가랑잎아나 한가지여. 바람 함번 건듯 불면 또르르르 굴러가 부러. 이쪽에서 저쪽으로 굴러가 분당게. 잡도 못허게 또르르르, 가 부러.” 26p

- 할머니는 울 때 거의 소리를 내지 않거나 눈물을 흘리지 않아서 나는 할머니가 우는 줄 모르는 때가 많았다. 그렇지만 이제 나는 안다. 할머니가 웃어도 할머니 가슴에는 밖으로 나오지 못한 눈물이 한가득이었다는 것을. 36p

“주건 사램으은 주건 사램이고 산 사램으은 산 사램이여어. 말이 안 있냐, 눈물은 아래로 내레가고 숟구락은 우로 올라가는 것인게이. 애기들이 한쪽으로는 골딱꼴딱 움서도 한쪽으로는 꿀떡꿀덕 어매 젖을 묵는단다. 니가 밥 묵는다고 숭볼 사람 암도 없응게 묵어라, 묵어. 묵어야 또 울제. 안 그냐?” 74p

영화 <집으로>가 생각나는 책이라길래 미뤘는데, 나의 20대 책친구님 @bri_booklog (사실 이 친구의 엄마와 내가 친구급이지만.. 내 맘대로 책친구 ㅋ )이 추천하셔서 읽었어요. 집이 아닌 공간에서 읽어서 눈물이 흐르는 것을 막을 수가 있기도 했고, 눈물 나오는데 어르신들 왜이리 웃기신건지. 같은 말도 사투리로 들음 더 재밌고, 따스하고, 어떤 점에선 더 슬프기도 하고.. 이런 귀한 언어가 거의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슬프네요.

맡겨진 소녀보다는 덜 슬픈 이유가 주변의 다정한 사람들의 여부때문. 아이들에게 단 한 사람이라도 손을 내민다면 슬픈 상황에서도 따스함으로 기억되는구나!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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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대 감기 소설, 향
윤이형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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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분량에 비해 많은 인물이 나오는 책이다. 여기서 이 인물들로 이야기가 진행되나? 싶으면 그와 관련된 인물들로 또 퍼져나간다. 남자가 배제된 책. 같은 여성이지만 서로 입장과 처지가 다른 여성들의 이야기.

일이 너무 바빴다. 시부모님과 남편이 교회 수련회에서 눈썰매장에 갔다던 아이는 잘 놀았다는데 갑작스레 열이 나기 시작했고, 그대로 아이는 의식을 잃은 상태로 깨어나지 못한다. 내가 일을 그만두고 아이의 곁에 있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미용실에 와서도 단답형의 대답 외에 말을 하지 않고, 책만 보던 여자. 아이가 미용실을 시끄럽게 떠들며 다녀도 제대로 통제하지 않던 여자. 남들과 차별화 된 삶을 추구했던 여자인 은정은 그렇게 자신이 직장맘의 삶을 살았던 것을 후회하는 일이 발생한다.

고등시절 파운데이션을 얼굴에 바른다는 이유로 소문이 돌고 왕따를 당했던 세연에게 유일하게 손을 내밀어준 사람이 진경이었다. 교련시간 서로 짝을 이뤄 붕대감기 실습과 시험을 봐야했던 시간. 자신의 짝이 되어준 아이. 잠시 관계가 끊어졌다가 페북을 통해 다시 만나 관계를 이었지만, 서로의 입장이 달랐다. 육아자와 미혼인 차이.

여성의 권위를 여성의 자리를 찾기 위한 시위대에 속해 있지만, 자신의 직업이 미용인지라 그 사이에서 괴로운 지현.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 일이 잘못된 일인가? 그걸 지탄해야만 하는걸까?

-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기 삶에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지 못했다. 그것을 숙고하는 데 들일 시간과 집중력과 에너지가 없었다. 타인이 선택을 하고 먹기 좋게 만들어 입에 직접 떠 넣어줘야 소비를 했다. 8p

- 머리를 자르는 일, 단백질을 먹고 소화시켜 머리카락으로 바꾸는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필요한 그 일 자체에는 잘못이 없었다. 그건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 외의 시술들이 갑자기 낯설고 이상하게 생각되기 시작했다. 이 거대한 산업의 어디까지가 여성들에게 꼭 필요한 일이고, 어디서부터가 여성을 아름다움에 억지로 묶어 자유를 빼앗는 일일까. 지현은 구분할 수가 없었다. 37p

- 사랑하는 딸, 너는 네가 되렴. 너는 분명히 아주 강하고 당당하고 용감한 사람이 될 거고 엄마는 온 힘을 다해 그걸 응원해줄 거란다. 69p

-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화를 내다가, 무언가를 하니까 또다시 당신은 자격이 없다고 비난하는 건 연대가 아니야. 그건 그냥 미움이야. 가진 것이 다르고 서 있는 위치가 다르다고 해서 계속 밀어내고 비난하기만 하면 어떻게 다른사람과 이어질 수 있어? 그리고 사람은 신이 아니야. 누구도 일주일에 7일, 24시간 내내 타인의 곹오만 생각할 수 없어. 너는 그렇게 할 수 있니? 너도 그럴 수 없는 걸 왜 남한테 요구해?

- 우린 이제 어른이잖아. 언제까지나 무임승차만 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나는 최소한의 공부는 하는 걸로 운임을 내고 싶을 뿐이야. 어떻게 운전을 하는 건지, 응급상황에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정도는 배워둬야 운전자가 지쳤을 때 교대할 수 있잖아. 너는 네가 버스 바깥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우리 모두가 버스 안에 있다고 믿어. 우린 결국 같이 가야 하고 서로를 도와야 해. 그래서 자꾸 하게 되는 것 같아, 남자들에게는 하지 않는 기대를. 156p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 사라지면 좋겠다.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으니 연대가 당연하다고 말하는 세상이면 좋겠다. 서로 다름은 당연한 것이니 그걸 뛰어 넘는 공존의 힘이, 서로의 차이를 견디는 우정이 넘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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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과 나 - 배명훈 연작소설집
배명훈 지음 / 래빗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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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최근에 저의 올해의 소설일 예정이라고 <칠드런 액트>를 소개했죠… 그런데… 아 고민되는 책을 만났어요. 올 해의 마지막에 이렇게 좋은 소설들을 많이 만날 줄이야 제가 알았을까요?(작년에도 그랬는데… )

제가 SF 어려워한다고 너무 여러번 말을 해서 이젠 다들 아실텐데… 거기에 배명훈 작가님이라니 외면하기 딱 좋은 조건입니다.(제가 배명훈 작가님 = 어려운 SF 쓰는 분) 그런데, 심채경 박사님 추천이라잖아요. (제가 박사님 무척 좋아합니다.) 사실, 제 5도살장을 추천하셔서 읽을 때는 10번 이상 덮고 싶었다죠. 쩝…. 끝까지 읽고 난 후에야 추천의 이유를 알았죠. 그래서 이 책도 겁을 먹고 시작했는데.. 래빗홀에서 책 전에 보내주신 웰컴키트에서 <김조안과 함께하라면>을 읽고 안도를 했어요.

그런데!!!!
총 6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이 책.
김조안과 함께하려면은 개인적으로 5,6번으로 꼽게 되네요?

이 책 너무 재밌어요~~~~ 😆😆😆

일단, 내용이 어렵지 않습니다.
웃음 포인트가 너무 많아요.
그리고 다양한 비유들이 나와요.
이걸 여기다 이렇게 쓸 수가 있다고???
놀라움의 연속~

화성의 이야기인데
우리들의 이야기로 읽혀요.
이 책으로 현실을 지금 우리를 돌아보게 만들어줘요.
인간이란 종족이 어딜가나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서 그런걸까요? 😳

어제 잠시 이런 대화를 했었어요.
미국에 가도 한국 아이들을 수학 과외를 한다고 😔
한 분이 깜짝 놀라시더라구요.
놀랄 일인가요?
화성에서 수학 학원과 과외는 돈을 쓸어담는 도구?가 아닐까요? ㅎㅎ
수학 잘하는 일이 기본값인 화성.
이공계 박사 2-3개쯤 있는 사람들만 이주가 가능한 화성.

이 화성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사회계약론, 공자, 아리스토텔레스, 컬링의 버튼 드로우, 그리스로마신화, 로미오와 줄리엣 등은 여기에 왜 등장하는걸까요?

궁금하시죠? 🤓😎😎

🍡 붉은 행성의 방식
화성에서 첫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깻잎 대신 샐러리를 키운다고? 살해당한 온실책임자. 이 피의자는 살해를 하고 그 옆에 그대로 있었다. 세상에 😳 하지만, 이 곳은 화성. 어디에 가둘 것인가? 가둘 곳은 있긴 하고?

🍡 김조안과 함께하려면
육상선수, 배구선수, 수학영재, 영어 스피치 대회 수상자의 이력을 두루 갖춘 다재다능한 김조안과 어쩌다 연인인 나는 그녀의 화성 이주 통보에 어쩐지 예정된 일이라 생각되기도 했다. 그녀가 아니면 누가 가겠는가? 너무도 화성 이주에 적합한 그녀. 분명 그녀와 헤어진 것과 마찬가지인데 자꾸 그녀의 가족들이 나에게 연락을 해온다.

🍡위대한 밥도둑
식욕이라고는 전혀 없는 이사이는 그런 이유에서 화성에서의 삶이 수월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 무슨 일인가? 딱 한 번 가족의 모임에서 먹은 ‘간장게장’의 맛이 떠올랐다. 화성에서 가장 마련하기 어려운 해산물의 식재료인 게??????

🍡 행성봉쇄령
사이클러는 ‘큰 순환’을 하는 존재다. 화성과 지구 사이를 오가는 작은 순환을 도킹해서 이주를 돕거나 식량을 받고 전하기도 하는 것. 큰 순환에서 계속 머무는 존재인 나나는 지구에서 사소한 잘못으로 지구에서 방출된 상태다. 지상의 형법이 적용되지 않는 공간인 이곳에서 종착지가 없는 삶.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한다. 궤도 동맹이 그 어떤 것도 행성으로 이동하지 못하게 하라는 통첩. 그냥 계속 떠돌다 지구도 돌아가거라~ 그렇지 않으면 미사일을 쏘겠다아~ 진짜 🙄

🍡 행성 탈출속도
수학이 디폴트 값인 화성에서 수학에 재능이 없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일이란… 화성에서 왕따를 당하면 홀로 탄 우주선이 발사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

🍡나의 사랑 레드밸트
화성에서도 이어지는 혈연지연학연? 부동산 투기? 😔

- 왜요? 구속이라도 하라고요? 어디로 도망치는데요? 여기서는 몰래 도망가면 숨을 못 쉬어서 죽습니다. 아시잖아요. 21p

- 아무도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는 사회는 안전하기는 해도 건강하지는 않다.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도록 훈련된 사람은 타인을 위해서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30p

- 남들이 전하는 떠들썩한 소식에 압도되지 말고 이 사람의 존재 자체에서 나오는 메시지를 오래 들여다보기. 80p

- 지상에서는 안 그런데 천상은 꽤 수월하게 군사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쿠데타고 뭐고 필요 없이 무기를 우주로 쏘아 보내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사람들의 무관심 때문이었다. 147p

- 둘은 서로에게 온전히 집중하고 있었다. 가야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전혀 모르지만, 그걸 몰라도 알 수 있었다. 둘 모두의 삶이 짧게나마 완성되고 있다는 것을. 그 온전함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겠지만, 꼭 영원한 것만이 가치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도 함께. 175p

- 박사님이 지켜내신 거예요. 이 풍경을, 그리고 우리를. 하지만 뭐, 다음에는 또 다른 사람이 지키겠죠. 그걸 언제까지 혼자 다 지켜요? 산신령이야 뭐야.

“일단 인공 소행성이고, 그보다 이건 길들여서 타고 다니는 루돌프 같은 거잖아요. 야생 순로 ㄱ떼랑 같나요? 썰매를 끄는 순간 중립은 아니죠. 제 생각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우주군 군사교리가 그렇다고요.” 149p

미사일 공격을 받을 수도 있는 와중에 루돌프를 비교한 대화라니 ㅋ

+ 화성에 대한 깨알 정보도 곳곳에 숨는 배명훈만이 쓸 수있는 책. 인정!

심채경 박사님 추천이라 서평 신청해서 받은 책인데 너무 내 유머랑 맞아 신나고 🥳🥳🥳 재미는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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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지나가다 소설, 향
조해진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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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진 작가의 글은 참 여운이 길어요. 이번 책은 얇은데 여운은 역시나 깁니다. 글을 어떻게 이렇게 쓸 수가 있을까?읽을 때마다 감탄하는 작가의 글.

둘째 미연이 7살쯤 다른 여자와 살러 집을 떠난 아버지. 정연과 미연을 키우느라 인천에서 기사식당을 했던 엄마는 미연의 대학 입학 후 자신의 고향인 작은 마을 J읍으로 돌아가 칼국수집을 운영하며 지냈다.
작년 늦봄 딸들에게 자신이 갖은 동부동산 등에 대한 정보를 주며, 췌장암 환자라는 사실을 밝혔다.
자신들의 생업과 가족이 있는 상황이라 엄마에게 필요한 돌봄은 외부 인력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른 비용은 엄청났는데 엄마가 들어둔 사망 보험금을 염두하고, 나머진 두 자매가 감당하자 합의했다.
엄마의 병이 깊어지자 가족이 없이 가벼운 정연은 일을 그만두고 엄마 곁을 지키기로 한다. 고작 두 달 그것도 온전히 간호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떠오른건 엄마를 떠나보낸 장례식장에서였다.
두 아이와의 삶이 있는 미연은 정례식 후 자신의 처소로 돌아가고 정연은 엄마의 집에 남는다. 세상에 남긴 것은 두 딸이면 충분하다는 엄마의 유골의 한 줌이 뭍힌 모과나무를 바라보며 지내는 나날.
술이 떨어져 외출을 하던 날. 엄마의 가게에 붙은 메모를 발견한다. 엄마가 키우던 강아지 ‘정미’의 집이 완성되었으니 찾아가라는 글이었다. 연락처도 적히지 않은 단순한 두 줄. 그 메모의 출처를 찾아 목공소를 방문한 정연은 엄마가 투병 중에도 틈틈이 칼국수집을 열었다는 것을 알게되고,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칼국수 재료를 사서 엄마의 가게에 들어선다.
엄마가 떠나고 처음 제대로 된 음식을 먹으며, 목공소에서 만난 사장이 말했던 ‘담백한 포만감‘을 느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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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심이 없는 사람이 야심 없이 이룩해놓은 곳, 어쩌면 목공소 안에 엷게 퍼져 있는 냄새 때문에 그런 인상을 받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오기도 원한도 업이, 독성을 배우지 못한 채, 그저 뿌리 내리고 생장하다가 잘려서 운반된 나무들의 냄새가 무해하게 느껴졌다. 64p

“정연 씨 어머니는 어떤 분이셨어요?“
영준 씨는 짐짓 무게감 없는 말투로 물었지만, 내게는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몇 마디의 말로는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79p

- 저는 나무가 좋더라고요. 나무는 죽어서, 그러니까 합판이나 블록 형태로 가공돼서 목공소로 오는데 그걸 자르고 이어 붙이고 조립해서 실용적인 뭔가를 만들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 들거든요. 실제로 원목 가구나 소품은 습도와 온도에 따라 수축과 팽창을 반복해요. 꼭 숨을 쉬는 것처럼요.” 81p

“그런 마음은 참 좋은 거야. 누군가를 즐겁게 해주고 싶은 마음 말이야.“ 112p

- 집으로 걸어가는데 바람 끝에 둥글고 나른한 온기가 배어 있는 게 느껴지긴 했다. 겨울에서 봄 사이의 국경을 지나가는 기차 안의 승객이 된 것만 같았다. 기차는 느리게, 그러나 쉬는 일 없이 규칙적으로 달릴 것이고 겨울 나무와 봄 나무가 섞여 있는 기차 창밖을 바라보다가 문득 주머니 안을 뒤적이면… 131p

- 부재로써 현존하는 방식이 있다는 것, 이번 겨울에 나는 그것을 배웠다. 132p

생명이 갖은 것들이 주는 위로와 용기.
우리 엄마는 어떤 사람인가?
돌봄의 과정을 가난과 외로움의 관계에 대해 깊이 들어가게 하는 작가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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