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의 노래
공선옥 지음 / 창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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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안 가면 할머니 따라 장에 가자고오?”
“할미 생각해 주는 사람은 만고강산 내 강아지뿌일세 그려.”
“아이쿠, 그런데 어쩌나요, 오늘도 어제와 같이 학교를 가는 날이랍니다.”

그 순간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선재의 유일한 가족 할머니와 나눈 마지막 대화였다. 방학을 했음에도 할머니와 장에 함께 가는 일을 피하려 거짓말을 했고, 사실을 다 알면서도 내새끼 어야둥둥하는 할머니와의 마지막이 거짓말이었다. 할머니가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는 동안 나는 집에 다시 들어와 배불리 밥을 먹었다.
동네 사람들의 도움으로 장례를 치루고 할머니의 유골함을 들고 집으로 왔다. 동네 사람들이 밥을 챙겨 먹고 지내기는 했다. 할머니가 없어도 졸리기도 배가 고프기도 하는 이 상황이 당황스럽기만 하다.
할머니 냄새가 나는 옷과 할머니 유골함을 등에 지고, 영정사진을 손에 들고 할머니가 장에서 쓰던 돈 가방을 들고 무작정 집을 나섰다. 터미널에 도착해서야 행선지가 결정됐다. 할머니가 유언처럼 말했던 절골 미륵사.
과연 13살 소년 혼자 처음 가보는 그곳에 무사히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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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거시 가랑잎아나 한가지여. 바람 함번 건듯 불면 또르르르 굴러가 부러. 이쪽에서 저쪽으로 굴러가 분당게. 잡도 못허게 또르르르, 가 부러.” 26p

- 할머니는 울 때 거의 소리를 내지 않거나 눈물을 흘리지 않아서 나는 할머니가 우는 줄 모르는 때가 많았다. 그렇지만 이제 나는 안다. 할머니가 웃어도 할머니 가슴에는 밖으로 나오지 못한 눈물이 한가득이었다는 것을. 36p

“주건 사램으은 주건 사램이고 산 사램으은 산 사램이여어. 말이 안 있냐, 눈물은 아래로 내레가고 숟구락은 우로 올라가는 것인게이. 애기들이 한쪽으로는 골딱꼴딱 움서도 한쪽으로는 꿀떡꿀덕 어매 젖을 묵는단다. 니가 밥 묵는다고 숭볼 사람 암도 없응게 묵어라, 묵어. 묵어야 또 울제. 안 그냐?” 74p

영화 <집으로>가 생각나는 책이라길래 미뤘는데, 나의 20대 책친구님 @bri_booklog (사실 이 친구의 엄마와 내가 친구급이지만.. 내 맘대로 책친구 ㅋ )이 추천하셔서 읽었어요. 집이 아닌 공간에서 읽어서 눈물이 흐르는 것을 막을 수가 있기도 했고, 눈물 나오는데 어르신들 왜이리 웃기신건지. 같은 말도 사투리로 들음 더 재밌고, 따스하고, 어떤 점에선 더 슬프기도 하고.. 이런 귀한 언어가 거의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슬프네요.

맡겨진 소녀보다는 덜 슬픈 이유가 주변의 다정한 사람들의 여부때문. 아이들에게 단 한 사람이라도 손을 내민다면 슬픈 상황에서도 따스함으로 기억되는구나!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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