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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라이, 줄라이
팀 오브라이언 지음, 이승학 옮김 / 섬과달 / 2022년 11월
평점 :
2000년 7월 30번째 동창회에 모인 대학 친구들.
거슬러 올라가면 1950년 전후로 태어난 이들이다. 황금세대라 불리는 전후 세대. 1960년을 청년으로 보낸 이들은 혼란스러운 시대를 고스란히 겪는다. 미국은 이 시기에 흑백 분리주의를 타파하려는 공민원운동이 일어났고 마틴 루서 킹과 JFK와 RFK 등 좋은 사람들이 암살당했고 냉전이 극에 달했고, 인류가 최초로 달을 밟았고,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고, 기존의 경직된 문화를 바꾸려는 시도들이 일어났고, 히피 문화가 부흥했고 우드스톡과 비틀스 밥딜런의 음악을 들었던 시기. 당시 우리나라도 4.19가 일어났던 시점이니 전 세계 대부분이 혼란의 도가니탕이라고 해도 무방할 지경.
그래서일까? 동창회 설정이다 보니 처음부터 인물들이 쏟아지고
60년대 말부터 2000년대를 오가며
인물들의 청년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삶을 이야기한다.
평온하게 잘 살았다.라고 말할만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구나. 싶을 만큼 시절을 고스란히 감내한 그들의 삶.
한참 피 끓는 청춘의 시기에 사랑의 작대기는 이렇게도 저렇게도 이어지기도 어긋나기도 하는데,
그 시간 속에 다시 만나기도 헤어지기도, 합법적인 사랑도 불륜을 저지르기도 하는 와중에
누군가는 살해를 당했고, 누군가는 익사하여 장례식까지 치른다.
그들은 청년의 시절을 알고 있기에 그랬는데~ 그래서? 그랬어. 등의 이야기들이 시끄럽게 오가고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친구는 다리를 잃고, 참전을 피해 도망간 친구는 사랑하는 이를 잃고,
누군가는 안정적이고 부러운 삶을 얻었으나 암으로 가슴을 잃고, 자신의 삶을 비관하여 내던지기도 하지만,
결국엔 어떻게든 자신의 자리를 다시 찾는 중년들.
풋풋함이 초췌함으로 변신해 날 선 무언가로 바뀐 모습을 한 에이미와 한 번도 풋풋한 적이 없었고 끔찍한 전 남편을 둔 잔 휴브너의 이혼의 삶. 전쟁을 피하기 위해 캐나다로 도주한 빌리, 그런 빌리와 연인이었지만 결국 따라가지 않고 안정적인 삶을 이룬 도러시(하지만 그녀의 남편에게 자동차보다 훨씬 후순위로 밀린 인생을 사는 한쪽 가슴을 잃은 유방암 환자), 거짓말이 크게 불어나 괴로운 시기를 보냈던 심장병 환자 마블, 어릴 적 쌍둥이의 죽음 때문인지 독특한 사랑을 하는 두 남편을 둔 스푸쿠, 베트남 전쟁에서 다리를 잃은 데이비드, 그런 그와 결혼했지만 이혼한 상태인 말라, 목사직을 잃은 플렛의 이야기.
이제 막 노년의 시기라 불리는 나이의 앞에서 그들은 어쩌면 이 동창회가 마지막이 아닐까?를 이야기한다.
다시 모이면 안 되겠어. 이 중년들 😥 살아내느라 애썼다고, 서로를 토닥이며 해필리 에버 에프터를 이야기하길~
나이와 상관없이 동창들이 모이면 그 시절로 소환이 가능한 신기한 마법.
31년 전인 1969년의 혹독한 봄, 에이미 로빈슨과 그 밖의 많은 수는 시대에 고양되어 제 한계를 초과해 살았다. 거기엔 선과 악이 있었다. 거기엔 도덕적 열기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2000년도, 즉 공론장에서는 합의가 이루어지고 희망은 김이 샜으며 얼치기들이 백만장자가 되는, 나아가 앨리 애벗의 우울증, 도러시 스타이어의 유방암, 스푸크 스피넬리의 성공적인 이중 결혼과 이날 저녁 그녀가 바브 버텔이 아니면 빌리 맥맨과 삼주 결혼을 하려나 보다 하는 사실에 관해 뒷말이나 나도는 새 밀리니엄이었다. 24-5p
“베트남하고 암은 있잖아, 그건…. 무엇과도 달라, 그렇지? 일단 거기에 발을 들이면, 들이면, 다신 집에 못 돌아오니까. 내 말 맞지? 거기다 대고 네가 할 수 있는 말이 뭐가 있겠어? 많지 않을걸. 잘은 몰라도 와우, 웩, 어머나 아니면 ‘매우 감사하지만 그걸로 충분해요, 다음에 합시다, 난 그 씨발 걸 평생 겪을 테니까’하고 말하겠지. 어머! 입이 거칠어서 미안.“ 323p
술, 담배까진 알겠는데 이 시기에도 마약이 이리 흔한 사회인 건가? 미국이란 사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