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부 매뉴얼
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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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한줄]
사람은 죽을 날이 가까우면 당연히 인생을 뒤돌아보고 잘잘못을 따져보고 후회를 한다. 나도 지난 몇 달간 내 동생과 그랬다. 마음속에 품고 있던 노여움과 남 탓을 버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 과정에서 후회와 자책 목록이 짧아진다. 그 목록은 이제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것들에 관한 것이다.


맨 처음 책을 골랐던 이유는 단연코 표지였다. 아기자기하고 햇살 가득한 동네의 일상적인 언어들이 가득한 책이지 않을까. 소소한 일상 속에 이야기가 가득한 책이 아닐까. 반쯤은 정답. 정말 짤막한 이야기들이 모인 소품집같은 이 책은 그간 루시아 벌린이 얼마나 외롭고 힘겹게 자신의 삶을 쟁취해왔는지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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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집의 내용을 이해하려면 먼저 작가인 루시아 벌린의 삶이 중요한 안내자가 될 것 같다. 서부의 탄광촌과 칠레에서 보낸 10대 시절, 3번 실패한 결혼, 알코올중독, 버클리와 뉴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의 생활, 싱글맘으로 네 아들을 부양하기 위해 일한 경험까지. 어찌보면 하루하루의 고달픔을 토로한 일기장같은 이 작품들은 그녀의 이혼과 네명의 아이들을 키우는 싱글맘으로서의 책임, 여성으로서의 고단함, 알콜중독으로 빠질 수 밖에 없었던 조금의 자기변명으로 가득했다. 그녀가 이렇게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고등학교 교사, 전화 교환수, 병동 사무원, 청소부, 내과 간호보조, 대학교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군에서 다양한 이들을 만났기 때문일 것이다.

한장한장 글을 읽을 때마다 재미있게 술술 넘어가는 책은 아니었다. 고통스럽고 힘겨운 그녀의 목소리가 같은 여성으로서 매우 힘들었기 때문이다. 엄마라는 이름 이전에 그녀 역시 어린 나이에 세상에 뛰어든 한 소녀이자 여성이었을 뿐이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는 늘 존재하기 마련이니까.

그녀의 삶이 단순히 엄마로서의 이야기만 가득했다면 오히려 뻔했을 것 같다. 하루에도 우리는 수만번씩 다른 사람이 되곤 하는데, 그녀의 인생에 전반부가 단순히하나의 색으로만 채워졌다면 아쉬웠을 것 가다. 다양한 목소리와 다양한 생각이 담겨 마치 다른 이들의 이야기처럼 담겨있어서 매혹적인 이야기.

그래서 더욱 그녀의 삶에 한장면장면 응원의 손길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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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뜨는 탑다운 니트 - 목부터 아래로 뜨는 스웨터 & 카디건
김대리(바늘이야기) 지음 / 경향BP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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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면 가장 먼저 꺼내드는 옷이 바로 니트다. 포근하고 따뜻한 질감이 겨울이 옴을 실감나게 해주기 때문인데, 사실 니트만큼 어려운 옷도 없다. 어떤 옷은 너무 두껍고, 어떤 옷은 목이 너무 감감하고, 어떤 옷은 소맷단이 맘에 들지 않는다.



내 손으로 내 마음에 드는 옷을 만든다는 것은 얼마나 짜릿한 일일까. 하지만 스스로 떠본 뜨개질은 목도리가 전부인데다, 목도리도 밋밋하기 그지없는 안뜨기, 겉뜨기의 단순반복의 형태뿐인 나에게 니트를 뜬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



더군다나 옷을 뜬다는 것은 몸통과 팔을 부분부분 만들어 앞판과 뒷판을 꼬매주는 등 번거로운 작업이라고 생각했는데, 탑다운뜨개는 신문명과 다름없었다.



초보들도 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알려주는데다, 다양한 도안이 실려있는 책과 영상이 합쳐져 나도 도전해볼 만 하겠다 싶어지는 책!



조금 더 연습하면 원하는 도안을 조합해서 나만의 니트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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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받고 싶은 마음 - 왜 노력하는 사람이 불행해지는가
오타 하지메 지음, 민경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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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한줄]
번아웃이란 일이나 활동 등에 지나치게 매달린 사람이 에너지가 다 소진된 듯 의욕을 잃어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번아웃 연구자인 구보 마사토는 자아 관여가 높은 사람이 번아웃 상태에 빠지기 쉽다고 한다.
(중략) 그러므로 자아 관여가 높은 사람, 즉 자신의 문제로 쉽게 받아들이는 사람일수록 기대에 응하고 싶고 신뢰를 져버리지 않겠다는 의식이 강하게 작용한다.
그 결과 기어이 무리하게 되거나 바라던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크게 낙담한다. 마음을 다해 최대한 노력했는데 실패했다. 자신은 왜 이렇게 무력할까 생각하는 것이다.

[책속한줄]
애당초 인정은 상대의 의지에 달린 것이다. 자신이 아무리 인정받고 싶어도, 아무리 노력해도, 상대가 인정해주지 않으면 인정 욕구는 채워지지 않는다.(중략) 문제는 인정 욕구의 강박에 빠져 있어도 깨닫지 못하는, 아니 깨달았으면서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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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는 우리를 무한경쟁의 궤도에 올렸다. 유발하라리는 사피엔스를 통해 인류의 가장 큰 사기로 농업의 발전을 꼽았다던가. 정착은 인류를 안정적으로 만들었다고 역사는 이야기하지만, 우리는 어쩌면 그때부터 누군가와 비교하고 성과를 재단하는 사회로 발걸음을 내딛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농업혁명에 이어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한 산업혁명은 아이러니하게도 부익부 빈익빈의 극화를 만들었고, 그 결과 성공과 성취는 성과의 수치로 평가받게 됐으며, 우리는 누구보다 앞서나가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해나가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아주 작은 욕심은 결국 스스로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SNS의 발달 역시 누군가에게 나의 삶 중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일종의 인정욕구가 담긴 일종의 현상이 아닐까. 우리는 우리삶에 가장 빛나고 반짝이는 하이라이트만 골라 마치 일상인 양 올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그런 모습을 올린 타인의 모습에 위축되고 부러워하기도 한다. 간혹은 왜 나는 저런 모습을 갖지 못했느냐며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상처받기도 한다. 이 마음의 이면엔 불특정 다수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심이 담겨있는 것은 아닐까.

뿐만 아니라 요즘들어 심심치않게 번아웃이라는 단어가 많이 들린다. 우리는 합리적이라는 이유로 어느샌가 사람의 가치조차 수치로 평가하고 있지 않나. 남들보다 더많은 성과를 내야한다는 강박은 언제부턴가 인정받아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무의식을 만든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주말연속극 속에 주인공처럼 누군가와 비교해 이겨야만 안정적인 삶의 기회를 얻을 수 있고 끊임없는 비교에 우리는 앞만보고 달려나간다. 그렇게 우리는 마치 태양을 향해 불타오르는지도 모르는 채 달려드는 파에톤처럼. 우리는 전소된 후에야 맹목적인 달리기가 어떤 위험을 가하는지 깨닫기 마련이다.

한 티비프로그램에서 가수 이효리가 한 이야기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기보단 나 스스로가 만족하면 그것으로 의미를 다 했다는 말은 우리의 삶에 큰 교훈을 주었다. 완벽주의를 벗어나 나 스스로를 만족시키기위해 노력한 적이 얼마나 있던가.

지금 당신의 마음 속 인정욕구가 누구를 향해 있는지 먼저 살펴보자. 인정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다면 기꺼이 인정하고, 그 방향을 나에게 돌려내자.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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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 - 7년간 100여 명의 치매 환자를 떠나보내며 생의 끝에서 배운 것들
고재욱 지음, 박정은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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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한줄]
우리는 언제나 내일을 떠올리며 산다. 바쁜 오늘 때문에 당장은 급해 보이지 않는 일, 사랑이나 행복 같은 일들은 내일로 잠시 미뤄둔다. 하지만 내일이면 너무 늦을 수 있다. 모든 이별은 언제나 갑자기 다가오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도 급한 일은 오늘 당장 사랑하는 일, 오늘의 행복을 참지 않는 일이다. 오늘이 세상의 첫날인 것처럼 온통 나와 당신을 사랑하고, 오늘이 세상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아낌없이 행복해야 한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것은 오직 오늘, 지금, 이 순간의 마음뿐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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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온 시간, 기억, 추억을 하나씩 빼앗아먹는 귀신이 산다면,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 일일까.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역사를 이루며 산다. 경험은 인생의 관록을 만들고, 추억은 삶을 더욱 밀도있게 채워주며, 기억은 오늘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다. 그런 기억이 서서히 사라지는 병, 알츠하이머. 흔히 치매라 불리는 이 질병은 내 삶의 기록을 지워버리다 못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까지 위태롭게 만든다.

7년째 요양원에서 치매노인들을 돌보며 느낀 삶의 이유를 덤덤히 담아낸 수필집. 강원도 원주의 요양원에서 치매환자를 돌보는 글쓰는 요양보호사의 기록집이랄까. 그가 이런 시선을 갖게 된 것도 열심히 살아온 40년의 인생사 언저리에서 닥친 IMF는 그를 마포대교로 이끌었고, 영등포의 노숙인 쉼터에서 무기력한 일과 속에서 삶의 의지를 다잡았으며, 치매 환자들이 있는 요양원에서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된 것에서 시작됐다. 삶의 끝을 향해서만 살아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삶에 희망을 놓지 않는 이들을 보면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삶을 살아내야 할까. ​치매라는 병명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끊임없이 내 삶을 적어내리며 살면 기억이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 생각했다. 내 머리 속의 기억을 글로 만들어낸다는 것은 수없이 복기하고 쓰고 다듬어야하는 과정의 결과물이니까. 헌데, 요즘 나는 그 반대의 생각도 의심해보곤 한다. 그 기록이 오히려 내 머리 속의 기억을 다 끄집어내서 지워지는 것인걸까? ​일본에는 치매라는 단어가 없다고 한다. 어리석고 미련하다는 의미인 치매와 달리 일본에서는 인지증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그리고 위험한 상황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을 실시한다. 위험한 요인을 삭제해버리는 우리와 다른 모습이다. 요양원에 모인 이들은 각자 다른 이유와 사연으로 모였을 것이다.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더 많은 이들은 우리의 역사를 직접 일궈온 사람들이다. 한 사람 한사람의 삶은 각자의 박물관을 만든다. 우리의 삶이 모이고 흘러 역사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삶의 방향성과 미래를 그려본다. 기억의 상실 속에서 우리는 어떤 순간으로 삶을 채워야 좋을까. 그리고 어떤 모습으로 현재를 살아내야할까. 온 마음을 다해 살아간다는 것, 그 의미와 깊이를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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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 특별 합본판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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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넘어야 하는 산은 험악할 수 있고, 우리가 건너야 하는 강은 물살이 거칠 수도 있다. 우리가 건너야 하는 바다도 늘 잔잔하지는 않다. 하지만 명심하자. 잔잔한 바다는 결코 튼튼한 뱃사람을 길러내지 못한다. 신화적인 영웅들의 어깨에 무등을 타면 우리는 더 멀리 볼 수 있다. 내가 영웅 신화를 쓰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1033p

[1주차-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

인류는 언제부터 정착을하고 자연을 관찰했을까. 과학이 자연현상의 모든 것을 설명해주진 않지만 신화 속 이야기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참 오랫동안 관찰하고 그 안에서 인간이 느끼는 감정들을 세심하게 담아낸 기록들 같다.



태초의 지구는 빅뱅을 일으켜 탄생했고, 대기가 안정화되면서 생명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과학적인 연구와 관찰을 통해 알아냈지만 여전히 어떻게 생명체가 생겨났는지 알지 못한다. 신화는 아직까지 알아내지 못한 과학의 빈공간을 채워주는 이야기다. 전지전능한 능력을 가졌음에도 신들은 인간과 크게 다를 것 없이 감정을 느낀다. 기쁨, 슬픔, 두려움, 노여움, 미움까지 오롯이 담겨있다. 그래서 결국 신화는 결국 인간이 사는 이야기다.



신화에 순서가 어디있겠냐마는 12가지의 주제로 묶인 신화는 그 어떤 막장극보다 재미있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은 신화는 세계 어디든 비슷하다는 것이다. 다른 대륙에서 서로 다른 언어를 쓰면서도 신들을 통해 하고싶은 이야기는 비슷한 이야기라니 결국 어디든 사는 모습은 비슷하다는 것일까. 전지전능하고 모든 도덕적 가치를 지켜야 할 것만 같은 신들은 술을 마시고 간통을 저지르며 질투를하고 살인도 저지르며 더 나아가 전쟁까지 일으키니까.



신화의 재미있는 또 다른 점은 접점이 전혀 없을 것 같은 언어의 근원을 하나로 묶어준다는 점이다. 신화를 알면 새로운 단어의 뜻을 추측해 보는 재미도 생긴다. 태초의 신을 노래한 이들은 그들의 이야기가 지금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2주차-사랑의 테마로 읽는 신화의 12가지 열쇠]

사랑은 인간의 본성인걸까. 유달리 신화 속에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었구나 새삼 깨닫게 됐다. 우리는 문득 외로움을 느낀다. 끊임없이 나의 욕망과 마음을 채워줄 누군가를 찾아 헤매이곤 한다. 누군가는 그 안정감을 사랑하는 배우자로, 자식으로, 신으로 채우기도 한다. 다시 돌아가면, 그렇게 누군가가 옆에 있다고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인간은 그렇다면 왜 외로운 것일까.



도입부분에서도 언급되었던 이야기이지만, 플라톤은 '향연'에서 태초의 인간은 두개의 머리와 네쌍의 팔다리를 가진 존재였으나 인간의 힘이 두려워진 신이 이들을 반으로 갈라버려 인간은 끊임없이 잃어버린 나의 반쪽을 찾아 헤매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자연적인 현상을 관찰해 이야기를 붙여낸 것이지 않을까 하는 해석도. 유성생식을 하는 대부분의 생명체는 암과 수가 나뉜다. 이는 인간도 마찮가지고, 신도 마찮가지. 신화의 시작이 언제부터일지는 모르겠지만, 기록하기 시작한 때부터라고 이야기한다면 어느정도 인간이 정착하게 된 후로 계산해볼 때 많은 자손을 태어나게 하는 것이 종족유지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했을 것 같다.



신화의 시작인 대지와 하늘도 서로의 비어있는 공간을 채워주며 완벽한 하나를 만들게 되었듯 인간의 삶을 비추는 신들 역시 자신의 빈 부분을 메우려 끊임없이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닐까. 사랑에 대한 12가지 주제로 진행된 2장은 신화 속 아름다운 사랑 뿐만 아니라 비극으로 끝나버린 이야기까지 담고있다. 제우스는 동물의 모습을 넘어 빛으로까지 변해 많은 이들과 사랑을 나누었고, 아름다움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자신의 매력으로 유혹하기도 했다. 헤라 역시 제우스를 사랑했기에 질투도 했을 것이다. 반면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운명을 거스르기 위해 선택한 우연이 필연이 되어 사랑해선 안될 사람과 부부의 연을 맺게 된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공포를 뜻하는 panic의 어원인 PAN의 이야기가 이 부분에서 거론된다는 것이다. 귀엽게 생각했던 헤르메스의 발칙함도 의외.



[3주차-신들의 마음을 여는 12가지 열쇠]

역시 신화의 기본은 사람이다. 피그말리온의 이야기로 시작된 3권은 12가지의 에피소드를 통해 사람과 신이 어떻게 사랑을 나누는지를 다양하게 그려냈다.



지난 섹션은 섹슈얼리즘에 가까운 사랑이었다면 이번엔 남녀간의 사랑만이 아니라 넓은 의미로서의 사랑의 개념을 담아냈다. 믿음, 신의, 존중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는 신과 인간의 관계에서도 예외가 아닌데, 이번 섹션에서 특히나 재미있던 부분은 그리스로마신화의 이야기를 넘어 세계의 신화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연결된다는 것이었다. 이야기가 시작된 공간은 서로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개념은 비슷하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끝은 애민정신이다. 그 옛날의 사람들은 신을 빌어 나라를 통치하는 이들에게 자신들을 대하는 방법이나 방향을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관계 속의 사랑을 담아낸 파트라서 그런지 가족, 동료에 대한 애정도 듬뿍 담겨있다. 글은 결국 나의 목소리가 담기기 마련이라 그런지 유독 이야기의 말미엔 가족이나 자신의 삶을 많이 담아냈다. 왜인지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에 대하여 쓴 부분. 결국 모든 사람은 비슷한가보다. 그 옛날의 신들까지도. 내가 가진 것보다 갖지 못한 것에 부러움을 느끼는 것을 보면.



[4주차-헤라클래스의 12가지 비밀]

헤라클레스라는 이름은 굉장히 익숙했는데, 이상하게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는 것을 느꼈다. 본디 제우스의 아들이었으나, 헤라의 질투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축복받지 못한 채 태어났고, 어린 시절부터 죽음을 원하는 이가 있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자신의 쌍둥이 형과는 다르게 두살배기 아이가 뱀을 양손에 하나씩 목졸라 죽였다긴 하지만 그 과정이 얼마나 고달픈 시험의 굴레였을까.



의외의 어원이 헤라클레스의 이야기와 연관되어 있어 기억이 남는다. 제우스가 헤라클레스에게 헤라의 젖을 물려 영생을 얻으려했으나 결국 그 젖이 흘러 은하수가 되었다는 전설이 가장 마음에 드는 대목이었다. 은하수의 밀키웨이가 이렇게 나온 어원이었다니. 빛나던 별빛이 그 옛날의 사람들에게 희고 아름답게 보였나보다.



아무리봐도 헤라클레스의 삶은 고난의 연속만이 기억에 남는다. 힘이 센 장군으로서 많은 성과를 거뒀지만 삶이 너무 기구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선택이 스스로의 선택이 거의 없는 삶. 50명의 아들을 낳게 된 것도, 미쳐서 아내와 자식들을 자신의 손으로 죽인 것도 사실 그 스스로가 선택한 삶이 아니었으니.



태어날 때부터 축복받지 못한 이 아이는 결국 12개의 관문을 이겨내고 신이 된다. 하지만 그에게 묻고싶다. 그의 삶이 쾌락을 포기하고 택할만큼 뜻깊었는지를.



[5주차-아르고 원정대의 모험]

헤라클레스의 이야기부터 반신반인들의 모험기가 본격적으로 다뤄졌다. 사실 이 이야기는 무척 생소했는데, 읽다보니 어느 영화에서 본 것 같은 장면들이 느껴졌다. 황금 양피를 찾기위해 함께 떠나는 여정과 그 과정에서 투쟁하는 사람들까지. 무엇보다 이 이야기가 모든 것을 쟁취하고 돌아오는 성공담이라서 더욱 좋다. 그러면서도 한켠에는 이러한 원정대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이들은 영토를 넓히고, 자신의 무리를 굳건히 하기 위해서 자행된 침범과 전쟁이 모험기로 남겨진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결국 역사는 승자들의 기록이고, 이들은 원정의 당위성을 찾기 위해서도 신들의 목소리와 이름을 불러온 것이 아닐까.



이 아르고 신화는 로마 시대의 가장 오래된 신화 중 하나라고 한다. 이아손과 아르곤호에 탑승한 50인의 영웅은 황금양피를 찾기 위해 모이고, 바다 위에서 항해하던 이들은 도전 가득한 모험을 진행한다. 이 신화 역시 그리스인들이 처음으로 장거리 항해를 한 것을 기념하며 겪은 모험담을 모은것이라 추정한다고 한다. 그 결과 자신들의 조상들을 하나씩 넣다보니 많은 영웅들이 참여하게 됐다는 해석도 있다.



결국 신화는 많은 이들의 염원이 담겨 완성되는 작품이고, 이 이야기는 끝없이 새로워질 수 밖에 없다. 여전히 후세의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읽고 영감을 얻으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넣기 때문이다.



[챌린지를 마치며]

대망의 벽돌책챌린지의 끝. 신화라는 이름은 어린시절 전래동화같은 이야기였다. 더구나 그리스로마신화는 만화책으로 올림푸스의 12신의 이야기를 들은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 하나의 신화만을 다루는데도 1200장이 넘는 종이가 부족하다. 애석하게도 고인이 되어버린 탓에 5권으로 마무리되고야 말았지만, 아직 담기지 못한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니까.



신화를 읽을수록 우리 조상들은 과학적인 규명을 하기 전에도 대부분의 현상을 이미 발견하고 신의 이름을 빌어 표현하기 시작했다. 지구의 탄생부터 하늘, 땅, 바다의 갈라짐과 생명의 시작과 끝 그리고 생과 사를 비롯해 번개, 태양, 바람 등 자연현상도 포함되어 있다. 사랑, 질투, 시기, 외로움, 슬픔 등 인간의 감정도 담겨있었고, 하물며 전쟁에까지 이들은 신의 뜻으로 칭하기도 했다.



신화는 여전히 우리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여전히 창작의 영감이 되어주기도 하고,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시대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신화의 또 다른 재미있는 점은 서로 이름은 다르지만 비슷한 결로 이야기가 구전되어 내려온다는 것이다. 결국 인류와 인종을 막론하고 사람들의 삶은 돌고 도는 자연의 섭리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신화를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과거의 이야기를 어떤 시각으로 다가가야 좋을지도 고민하게 해준 책이었다. 단순히 이야기로서 받아들이기보단 우리의 삶을 반추해 교훈을 찾아내는 것이 신들이 주는 미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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