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 특별 합본판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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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넘어야 하는 산은 험악할 수 있고, 우리가 건너야 하는 강은 물살이 거칠 수도 있다. 우리가 건너야 하는 바다도 늘 잔잔하지는 않다. 하지만 명심하자. 잔잔한 바다는 결코 튼튼한 뱃사람을 길러내지 못한다. 신화적인 영웅들의 어깨에 무등을 타면 우리는 더 멀리 볼 수 있다. 내가 영웅 신화를 쓰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1033p

[1주차-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

인류는 언제부터 정착을하고 자연을 관찰했을까. 과학이 자연현상의 모든 것을 설명해주진 않지만 신화 속 이야기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참 오랫동안 관찰하고 그 안에서 인간이 느끼는 감정들을 세심하게 담아낸 기록들 같다.



태초의 지구는 빅뱅을 일으켜 탄생했고, 대기가 안정화되면서 생명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과학적인 연구와 관찰을 통해 알아냈지만 여전히 어떻게 생명체가 생겨났는지 알지 못한다. 신화는 아직까지 알아내지 못한 과학의 빈공간을 채워주는 이야기다. 전지전능한 능력을 가졌음에도 신들은 인간과 크게 다를 것 없이 감정을 느낀다. 기쁨, 슬픔, 두려움, 노여움, 미움까지 오롯이 담겨있다. 그래서 결국 신화는 결국 인간이 사는 이야기다.



신화에 순서가 어디있겠냐마는 12가지의 주제로 묶인 신화는 그 어떤 막장극보다 재미있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은 신화는 세계 어디든 비슷하다는 것이다. 다른 대륙에서 서로 다른 언어를 쓰면서도 신들을 통해 하고싶은 이야기는 비슷한 이야기라니 결국 어디든 사는 모습은 비슷하다는 것일까. 전지전능하고 모든 도덕적 가치를 지켜야 할 것만 같은 신들은 술을 마시고 간통을 저지르며 질투를하고 살인도 저지르며 더 나아가 전쟁까지 일으키니까.



신화의 재미있는 또 다른 점은 접점이 전혀 없을 것 같은 언어의 근원을 하나로 묶어준다는 점이다. 신화를 알면 새로운 단어의 뜻을 추측해 보는 재미도 생긴다. 태초의 신을 노래한 이들은 그들의 이야기가 지금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2주차-사랑의 테마로 읽는 신화의 12가지 열쇠]

사랑은 인간의 본성인걸까. 유달리 신화 속에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었구나 새삼 깨닫게 됐다. 우리는 문득 외로움을 느낀다. 끊임없이 나의 욕망과 마음을 채워줄 누군가를 찾아 헤매이곤 한다. 누군가는 그 안정감을 사랑하는 배우자로, 자식으로, 신으로 채우기도 한다. 다시 돌아가면, 그렇게 누군가가 옆에 있다고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인간은 그렇다면 왜 외로운 것일까.



도입부분에서도 언급되었던 이야기이지만, 플라톤은 '향연'에서 태초의 인간은 두개의 머리와 네쌍의 팔다리를 가진 존재였으나 인간의 힘이 두려워진 신이 이들을 반으로 갈라버려 인간은 끊임없이 잃어버린 나의 반쪽을 찾아 헤매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자연적인 현상을 관찰해 이야기를 붙여낸 것이지 않을까 하는 해석도. 유성생식을 하는 대부분의 생명체는 암과 수가 나뉜다. 이는 인간도 마찮가지고, 신도 마찮가지. 신화의 시작이 언제부터일지는 모르겠지만, 기록하기 시작한 때부터라고 이야기한다면 어느정도 인간이 정착하게 된 후로 계산해볼 때 많은 자손을 태어나게 하는 것이 종족유지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했을 것 같다.



신화의 시작인 대지와 하늘도 서로의 비어있는 공간을 채워주며 완벽한 하나를 만들게 되었듯 인간의 삶을 비추는 신들 역시 자신의 빈 부분을 메우려 끊임없이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닐까. 사랑에 대한 12가지 주제로 진행된 2장은 신화 속 아름다운 사랑 뿐만 아니라 비극으로 끝나버린 이야기까지 담고있다. 제우스는 동물의 모습을 넘어 빛으로까지 변해 많은 이들과 사랑을 나누었고, 아름다움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자신의 매력으로 유혹하기도 했다. 헤라 역시 제우스를 사랑했기에 질투도 했을 것이다. 반면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운명을 거스르기 위해 선택한 우연이 필연이 되어 사랑해선 안될 사람과 부부의 연을 맺게 된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공포를 뜻하는 panic의 어원인 PAN의 이야기가 이 부분에서 거론된다는 것이다. 귀엽게 생각했던 헤르메스의 발칙함도 의외.



[3주차-신들의 마음을 여는 12가지 열쇠]

역시 신화의 기본은 사람이다. 피그말리온의 이야기로 시작된 3권은 12가지의 에피소드를 통해 사람과 신이 어떻게 사랑을 나누는지를 다양하게 그려냈다.



지난 섹션은 섹슈얼리즘에 가까운 사랑이었다면 이번엔 남녀간의 사랑만이 아니라 넓은 의미로서의 사랑의 개념을 담아냈다. 믿음, 신의, 존중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는 신과 인간의 관계에서도 예외가 아닌데, 이번 섹션에서 특히나 재미있던 부분은 그리스로마신화의 이야기를 넘어 세계의 신화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연결된다는 것이었다. 이야기가 시작된 공간은 서로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개념은 비슷하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끝은 애민정신이다. 그 옛날의 사람들은 신을 빌어 나라를 통치하는 이들에게 자신들을 대하는 방법이나 방향을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관계 속의 사랑을 담아낸 파트라서 그런지 가족, 동료에 대한 애정도 듬뿍 담겨있다. 글은 결국 나의 목소리가 담기기 마련이라 그런지 유독 이야기의 말미엔 가족이나 자신의 삶을 많이 담아냈다. 왜인지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에 대하여 쓴 부분. 결국 모든 사람은 비슷한가보다. 그 옛날의 신들까지도. 내가 가진 것보다 갖지 못한 것에 부러움을 느끼는 것을 보면.



[4주차-헤라클래스의 12가지 비밀]

헤라클레스라는 이름은 굉장히 익숙했는데, 이상하게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는 것을 느꼈다. 본디 제우스의 아들이었으나, 헤라의 질투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축복받지 못한 채 태어났고, 어린 시절부터 죽음을 원하는 이가 있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자신의 쌍둥이 형과는 다르게 두살배기 아이가 뱀을 양손에 하나씩 목졸라 죽였다긴 하지만 그 과정이 얼마나 고달픈 시험의 굴레였을까.



의외의 어원이 헤라클레스의 이야기와 연관되어 있어 기억이 남는다. 제우스가 헤라클레스에게 헤라의 젖을 물려 영생을 얻으려했으나 결국 그 젖이 흘러 은하수가 되었다는 전설이 가장 마음에 드는 대목이었다. 은하수의 밀키웨이가 이렇게 나온 어원이었다니. 빛나던 별빛이 그 옛날의 사람들에게 희고 아름답게 보였나보다.



아무리봐도 헤라클레스의 삶은 고난의 연속만이 기억에 남는다. 힘이 센 장군으로서 많은 성과를 거뒀지만 삶이 너무 기구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선택이 스스로의 선택이 거의 없는 삶. 50명의 아들을 낳게 된 것도, 미쳐서 아내와 자식들을 자신의 손으로 죽인 것도 사실 그 스스로가 선택한 삶이 아니었으니.



태어날 때부터 축복받지 못한 이 아이는 결국 12개의 관문을 이겨내고 신이 된다. 하지만 그에게 묻고싶다. 그의 삶이 쾌락을 포기하고 택할만큼 뜻깊었는지를.



[5주차-아르고 원정대의 모험]

헤라클레스의 이야기부터 반신반인들의 모험기가 본격적으로 다뤄졌다. 사실 이 이야기는 무척 생소했는데, 읽다보니 어느 영화에서 본 것 같은 장면들이 느껴졌다. 황금 양피를 찾기위해 함께 떠나는 여정과 그 과정에서 투쟁하는 사람들까지. 무엇보다 이 이야기가 모든 것을 쟁취하고 돌아오는 성공담이라서 더욱 좋다. 그러면서도 한켠에는 이러한 원정대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이들은 영토를 넓히고, 자신의 무리를 굳건히 하기 위해서 자행된 침범과 전쟁이 모험기로 남겨진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결국 역사는 승자들의 기록이고, 이들은 원정의 당위성을 찾기 위해서도 신들의 목소리와 이름을 불러온 것이 아닐까.



이 아르고 신화는 로마 시대의 가장 오래된 신화 중 하나라고 한다. 이아손과 아르곤호에 탑승한 50인의 영웅은 황금양피를 찾기 위해 모이고, 바다 위에서 항해하던 이들은 도전 가득한 모험을 진행한다. 이 신화 역시 그리스인들이 처음으로 장거리 항해를 한 것을 기념하며 겪은 모험담을 모은것이라 추정한다고 한다. 그 결과 자신들의 조상들을 하나씩 넣다보니 많은 영웅들이 참여하게 됐다는 해석도 있다.



결국 신화는 많은 이들의 염원이 담겨 완성되는 작품이고, 이 이야기는 끝없이 새로워질 수 밖에 없다. 여전히 후세의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읽고 영감을 얻으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넣기 때문이다.



[챌린지를 마치며]

대망의 벽돌책챌린지의 끝. 신화라는 이름은 어린시절 전래동화같은 이야기였다. 더구나 그리스로마신화는 만화책으로 올림푸스의 12신의 이야기를 들은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 하나의 신화만을 다루는데도 1200장이 넘는 종이가 부족하다. 애석하게도 고인이 되어버린 탓에 5권으로 마무리되고야 말았지만, 아직 담기지 못한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니까.



신화를 읽을수록 우리 조상들은 과학적인 규명을 하기 전에도 대부분의 현상을 이미 발견하고 신의 이름을 빌어 표현하기 시작했다. 지구의 탄생부터 하늘, 땅, 바다의 갈라짐과 생명의 시작과 끝 그리고 생과 사를 비롯해 번개, 태양, 바람 등 자연현상도 포함되어 있다. 사랑, 질투, 시기, 외로움, 슬픔 등 인간의 감정도 담겨있었고, 하물며 전쟁에까지 이들은 신의 뜻으로 칭하기도 했다.



신화는 여전히 우리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여전히 창작의 영감이 되어주기도 하고,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시대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신화의 또 다른 재미있는 점은 서로 이름은 다르지만 비슷한 결로 이야기가 구전되어 내려온다는 것이다. 결국 인류와 인종을 막론하고 사람들의 삶은 돌고 도는 자연의 섭리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신화를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과거의 이야기를 어떤 시각으로 다가가야 좋을지도 고민하게 해준 책이었다. 단순히 이야기로서 받아들이기보단 우리의 삶을 반추해 교훈을 찾아내는 것이 신들이 주는 미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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