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부 매뉴얼
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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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한줄]
사람은 죽을 날이 가까우면 당연히 인생을 뒤돌아보고 잘잘못을 따져보고 후회를 한다. 나도 지난 몇 달간 내 동생과 그랬다. 마음속에 품고 있던 노여움과 남 탓을 버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 과정에서 후회와 자책 목록이 짧아진다. 그 목록은 이제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것들에 관한 것이다.


맨 처음 책을 골랐던 이유는 단연코 표지였다. 아기자기하고 햇살 가득한 동네의 일상적인 언어들이 가득한 책이지 않을까. 소소한 일상 속에 이야기가 가득한 책이 아닐까. 반쯤은 정답. 정말 짤막한 이야기들이 모인 소품집같은 이 책은 그간 루시아 벌린이 얼마나 외롭고 힘겹게 자신의 삶을 쟁취해왔는지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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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집의 내용을 이해하려면 먼저 작가인 루시아 벌린의 삶이 중요한 안내자가 될 것 같다. 서부의 탄광촌과 칠레에서 보낸 10대 시절, 3번 실패한 결혼, 알코올중독, 버클리와 뉴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의 생활, 싱글맘으로 네 아들을 부양하기 위해 일한 경험까지. 어찌보면 하루하루의 고달픔을 토로한 일기장같은 이 작품들은 그녀의 이혼과 네명의 아이들을 키우는 싱글맘으로서의 책임, 여성으로서의 고단함, 알콜중독으로 빠질 수 밖에 없었던 조금의 자기변명으로 가득했다. 그녀가 이렇게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고등학교 교사, 전화 교환수, 병동 사무원, 청소부, 내과 간호보조, 대학교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군에서 다양한 이들을 만났기 때문일 것이다.

한장한장 글을 읽을 때마다 재미있게 술술 넘어가는 책은 아니었다. 고통스럽고 힘겨운 그녀의 목소리가 같은 여성으로서 매우 힘들었기 때문이다. 엄마라는 이름 이전에 그녀 역시 어린 나이에 세상에 뛰어든 한 소녀이자 여성이었을 뿐이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는 늘 존재하기 마련이니까.

그녀의 삶이 단순히 엄마로서의 이야기만 가득했다면 오히려 뻔했을 것 같다. 하루에도 우리는 수만번씩 다른 사람이 되곤 하는데, 그녀의 인생에 전반부가 단순히하나의 색으로만 채워졌다면 아쉬웠을 것 가다. 다양한 목소리와 다양한 생각이 담겨 마치 다른 이들의 이야기처럼 담겨있어서 매혹적인 이야기.

그래서 더욱 그녀의 삶에 한장면장면 응원의 손길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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