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스템이 우리의 도구로 쓰여야지, 우리가 디지털 시스템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수동적으로 소비를 하는 최면 상태에서 깨어나야 한다. 그러자면 무엇보다도 아동과 청소년이 너무 일찍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교육제도를 정비하여 초등학교 5학년부터 체계적으로 디지털 기술의 올바른 사용법을 가르쳐야 한다. 디지털 기술에 끌려다니며 내가 ‘현실감 상실‘이라 부른 고통을 당하지 않고 아이들과 우리가 인생의 주인으로 주권을 회복해 스스로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를 차지하는 시스템 배후에는 이 시스템을 차지하고 권력을 행사하는 세력이 숨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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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자아는 돌에 새겨진 게 아니라, 생애 초기에 형성된 자아 씨앗을 평생에 걸쳐 키워야 하는 것이다. 자아를 정보 저장고에 빗대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자아는 일종의 사회적 장기이며, 기계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무엇이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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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빼고 오버하지 않는 게 왜 이토록 어려운지 오래 생각했다. 내가 찾은 답은 ‘내가 나를 믿지 못해서‘였다. 확실히 했다는 믿음, 틀리지 않고 제대로 하고 있다는 확신이 없어서 자꾸 ‘조금 더‘를 생각했다. 그건 베이킹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었다. 일을 할 때도 대체로 그랬다. 나를 믿지 못했다. - P88

‘지난번에 이렇게 했으니까 이번에도 그때처럼 하면 돼‘라는 경험에서 나오는 믿음도 필요했다. 과거의 성공이 늘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최소한의 믿음은 가지고 가야 한다. 선생님이 "힘을 빼는 게 어렵죠? 시간이 필요해요"라고 말한 건 나를 믿고 경험을 쌓으면서 자신에 대한 신뢰를 다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의미였을지 모른다. 멈춰야 할 때를 아는 좋은 베이커가 되기 위해, 성공의 경험을 위해, 나를 좀 더 믿어주는 연습부터 해야겠다. - P89

누구에게나 공기가 필요하고, 나도 누군가에게 공기를 넣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언젠가 적당한 때가 되면 예쁘게 부풀어 폭신하고 부드러운 힘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공기 같은 한마디.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당시엔 알 수 없다. 오븐에 들어가봐야 그 말이 공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도 언제 누군가의 공기가 될 지 모를 말들을 아낌없이 해주려고 노력 중이다. 좋은 건 충분히 좋다고 알려주고 잘한 건 충분히 잘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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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취향과 욕망을 갖고, 주체적으로 즐기고, 소비하고, 섹스하는 여성은 공포의 대상이다. 가부장제적인 권력 자체는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음에도, 여전히 그런 관계 안에서만 여자와 남자 간의 관계를생각할 수 있는 남성들은 자신에게 주도권은커녕 관심조차 없는 여성과의 관계에서 박탈감과 분노(나를 무시했다!)를 느낀다. 그러나 무엇이 이들로부터 박탈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심지어 이들의 부모 세대도 가부장/남성으로서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 박탈은 상상적 박탈이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하고, 그것을 가짜 기원으로 삼으면서 동시에 향수를 느끼는 것이다. 현재 상태에 대한 불만을 가장 쉽게, 그러나 부적절하고 정의롭지 못한 방식으로 풀어내려는 시도다. 그러나 이 향수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을 향하고 있으며, 당연하게도 해결책으로서도, 참조할 만한 것으로서도 아무런 가치가 없는 무책임한 반동일 뿐이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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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부당한 취급을 당하는 여성과 비-남성들의 입장을 잠시 잊고생각해보면, 남성 지배란 소수의 권력을 가진 남성들을 위해 다수의 별볼일 없는 남성들이 열과 성을 다해 복무하는 불공정한 게임이다.
즉 지배의 비용은 남성으로 호명된 모두가 지고 있지만, 지배를 통해 얻어낸 산물은 일부가 독식하는 구조다. 이 일부는 동료 지배자들을 위한 배당금도 자신의 주머니에서 꺼내지 않는다. 이들이 주는 배당금은 여성과 비-남성에게 행해지는 차별이다. 즉 대부분의 남자들은 자신들의 발밑에 자신보다 더 못한 이들이 있다는 것을 보며 얻는 위안과 약간의 반사이익을 위해 가부장제의 수호자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도래 이후 이 남자들 안의 간극은 더 커졌다. 과거 제조업 정규직 노동자와 낮은 직급의 화이트칼라들로 구성되었던 중산층은 거대한 파열음을 내며 양쪽으로 찢기고 있다. 남자들에게 고강도 노동을 시키고 가족이 먹고살 만한 임금을 주는 것은 새로운 경제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다. 중산층 남성들이 집에서 제왕 노릇을 할 수 있도록 해준 마지막 원천이었던 ‘남자-생계 부양자-가장‘은 끝장났다. 오늘날 마주하게 된 현실은, 아버지들이 누리던(사실은 누렸다고 상상되는) 가부장의 권력을 달라고 징징거리는 남성 청년들과, 바뀌어가는 세태에 적응해보려고 몸부림치는 소수의 남자들과, 이 시대의 권력과 권위와 명예가 하나로 통합된 돈을 움켜쥔 극소수의 부자 남자들이 어색하게 손을 맞잡고 있는 형국이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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