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삼십대의 내가 영월로 휴가를 온다. 이번에는 차를 몰고 혼자 온다. 유일하기 때문에 저절로 최고가 되는 것들이 영월에는 있다. 하나뿐인 문학서점. 하나뿐인 서점주인. 숙소 근처에 하나뿐인 편의점. 읍내로 나가는 하나뿐인 길. 읍내의 하나뿐인 영화관. 하나뿐인 터미널……… 그곳들을 드나들 땐 비교를 멈추게 된다. 날마다 영월 최고의 무언가를 발견하고 이렇다 할 고민 없이 잠든다.

진정한 일꾼들은 늘 소리 없이 많은 일을 끝내놓는다. 엄살도 생색도 없이 다음 일을 향해 간다. - P78

우리의 생각이 언제나 같지는 않다. 그럼 나는 반대하고 새로운 것을 제안한다. 그러는 사이 내가 선생님을 얼마나 좋아하고 신뢰하는지 잊힐까 걱정이 된다. 그래서 반대 의견을 꽃수레 같은 언어에 태워서 보낸다. 하루는 선생님에게 묻는다. 제가 하나하나 관여해서 혹시 피곤하시느냐고. 선생님은 대답한다. 정성과 예의를 갖추는 선에서 우리는 최선을 다해 침범해야 한다고. 사랑이란 본래 그런 것이지 않느냐고.

사랑과 침범이 너무 좋은 나머지 이 책을 영원히 만들고 싶었다.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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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하는 아이의 입장으로 관점을 돌리면, 사람의 탄생을 맞이하는 마음이 어떠해야 할지 다르게 보인다. 국가의 존속과 발전보다는 사람이 이 땅에 태어나 존엄하고 평등한 삶을 살 수 있는가, 양육자를 희생시키지 않으면서도 행복한 시간을 나누며 성장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된다. 사람을 그 자체로 존엄하게 여기지 못하고 도구로 취급하는 사회에 기꺼이 태어날 아이가 있을까. 자신이 어떤 삶의 제비를 뽑을지 모르는 불평등한 세상에 나오기로 마음먹는 일이 쉬울까. 어쩌면 지금의 낮은 출생률은, 사람이 어떻게 태어나든 존엄하고 평등한 삶이 보장되는 사회가 될 때까지 세상에 나올 수 없다는 아이들의 절박한 집단행동일지도 모른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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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리는 연재가 하는 말들, 제 몸이 될 부분들에 관한 설명을 들으며 유독 빛나는 연재의 눈을 보았다. 사람은 아주 가끔, 스스로 빛을 낸다. - P209

지수와 붙어 다닌 지 몇 주 만에 몸무게가 3킬로그램이 늘어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라 굳게 믿었던 신념이 처음으로 깨졌다. 함께 보낸 시간이 몸에 쌓인 기분이었다. -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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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비교는 암이고 걱정은 독이야. 안 그래도 힘든 세상살이. 지금의 나만 생각하고 살렴." - P186

변화. 누가 시켜서 되는 게 아닌 스스로의 변화 말이다. 사람은 변화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변화를 요구받는 게 싫은 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바뀔 것을 요구하기보다는 기다려주며 넌지시 도와야 했다. -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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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그냥 옷 한 벌 산 것뿐‘이라는 말은 변명이 될 수 없다. 쇼핑으로 분출된 도파민에 도취되는 그 찰나의 순간에 우리는 이미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가해자로 거듭난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가 여성이라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보이는 존재가 되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것도 여성, 옷을 실컷 사둔 옷장 앞에 서서 옷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는 것도 여성, 위험한 노동환경에서 옷을 만들다 목숨을 잃는 것도 여성이라니,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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