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하는 아이의 입장으로 관점을 돌리면, 사람의 탄생을 맞이하는 마음이 어떠해야 할지 다르게 보인다. 국가의 존속과 발전보다는 사람이 이 땅에 태어나 존엄하고 평등한 삶을 살 수 있는가, 양육자를 희생시키지 않으면서도 행복한 시간을 나누며 성장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된다. 사람을 그 자체로 존엄하게 여기지 못하고 도구로 취급하는 사회에 기꺼이 태어날 아이가 있을까. 자신이 어떤 삶의 제비를 뽑을지 모르는 불평등한 세상에 나오기로 마음먹는 일이 쉬울까. 어쩌면 지금의 낮은 출생률은, 사람이 어떻게 태어나든 존엄하고 평등한 삶이 보장되는 사회가 될 때까지 세상에 나올 수 없다는 아이들의 절박한 집단행동일지도 모른다. - P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