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교수 - EBS 다큐멘터리
EBS 최고의 교수 제작팀 엮음 / 예담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10년만에 전국 일제고사가 치루어졌다고 합니다.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에서는 '학생 개인의 학업성취도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실시한다고 합니다. 지금 초등학생들의 수준은 굳이 평가하지 않더라도 초등학교 전까지 한글도 몰랐던 예전의 제 수준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뛰어날텐데 굳이 초등학생에게까지 이런 시험을 치르게 해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우리나라 교육 수준이 1:1 맞춤교육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결국 부족한 부분은 학원에서 보충해야 할테니 그 부담은 고스란히 학부모에게로 돌아오겠지요? 경쟁도 필요하겠지만 퇴로가 없는 무한경쟁은 결국 학생과 학부모 모두를 극심한 피로로 몰게 갈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교육의 폐단이 경쟁이 모자라서기 보다는 지나친 경쟁때문인 것 같은데 왜 모든 정책은 이렇게만 흘러 가는 지 알 길이 없습니다. 설사 한 개인이 치열한 노력을 통해 이런 극심한 경쟁에서 이기고 올라왔다면 우리 사회는 어떤 혜택을 줄 수 있을까요? 그것이 고작 '정규직 회사원'이 되는 길이라면 참 허탈하지 않을까요? "우리처럼 양극화된 사회에서는 개천에서 사는 이가 골백번 과로사해도 이룰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라는 박노자 교수의 글이 생각납니다. 개인의 노력보다 가문의 재력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더 많은 현실에서 외치는 '경쟁'은 공허해 보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시험치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자주 놀게 해야 합니다.

경쟁보다는 서로 협력하면서 학문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곳, 이런 곳이 진정한 학교 아닐까요? EBS 최고의 교수에서 그 답을 보여 주었습니다. 아래는 본문 인용.

--------------------------------------------------------------------------------

왜 하버드대 학생마저 열등감을 느끼는가?
 

 하버드대학교에서 강의를 시작하면서 허슈바흐 교수는 자신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모두 고등학교 때 A학점만 받았던 수재들임을 새삼 알게 됐다. 또한 학점에 따라 학생들의 태도와 사기가 민감하게 좌우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모든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는 없기에, 상대적으로 똑똑한 하버드대학교 학생들도 늘 열등감에 시달린다는 사실이 그는 가슴 아팠다.

 그래서 그는 '여유"와 '친밀감'이라는 두 가지 목표 아래 자신만의 평가 원칙을 세웠다. 첫 번째 원칙은 학생들간에 어떤 경쟁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두 번째 원칙은 시험에서는 점수를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첫 번째 규칙을 실행하기 위해, 허슈바흐 교수는 절대평가제를 실시했다. 그리고 처음부터 시험, 과제, 그리고 실험을 통해 각 단계별로 점수가 얼마나 필요한지 학생들에게 공표했다. 원칙적으로 모든 학생이 A학점을 받을 수 있게 문을 열어둔 것이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경쟁에 익숙해진 학생들에게 허슈바흐 교수의 평가방법은 결코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 방법을 적용하면서부터 학생들은 서로 도와가며 공부하기 시작했다. 좋은 점수를 받은 학생이 다른 학생이 낙제하지 않도록 도와주고, 과제와 퀴즈를 팀 단위로 함께 준비하기도 했다. 전에는 결코 볼 수 없던 모습들이었다.
 

 "과학은 결국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연구해야 하는 학문이다. 비록 서로 경쟁하는 사이라 해도 경쟁자의 성과가 나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고, 내 성과가 경쟁자에게 큰 이익을 주기도 한다. 그걸 인정하지 않고는 과학을 할 수 없다." 
 

 허슈바흐 교수가 만든 두 번째 원칙을 지키는 데는 소위 '부할 제도'가 사용됐다. 이는 간단히 말해 중간고사 시험에서 점수를 잃은 학생에게 점수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점수를 잘 못 받은 학생에겐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부족한 부부능ㄹ 세세하게 짚어준다. 그리고 학생이 기말고사를 준비할 때 가장 집중해서 공부해야 할 부분이 어디인지 알려주고 세부적으로 도와준다. 쉽게 말해 보충수업을 해 주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 허슈바흐 ㅂ교수는 그의 아내와 함께 한동안 학부생 기숙사에서 공동사감을 맡아 학생들의 보충수업을 지도해주기도 했다.

 
 "두 번째 기회가 있다는 것은 학생과 교수 모두에게 매우 좋은 일이다. 이는 인생의 메시지와도 같다. 특히 과학은 단번에 뭔가가 이루어지는 학문이 아니다. 과학은 돈을 세고 계산하면 끝나는 것처럼 단발적인 일이 아니다. 과학에선느 99개를 틀리더라도 한 개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원칙은 학생들이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도 적잖은 교훈을 줄 것이다."
---------------------------------------------------------------------------------
 
허슈바흐 박사는 1986년 노벨화학상 수장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분도 한국에서 이렇게 가르친다면 우리 교육부는 경쟁을 유도하지 않았다고 징계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우스 - 어느 소설가가 집 짓는 동안 생긴 일
박정석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인생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집을 지어보아라, 집 짓다가 10년은 폭삭 늙는다 등등의 말로 집짓기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책이다. 그런데 집을 짓기 위해 알아야 할 거창한 건축, 토목 지식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살면서 겪게되는 많은 심적 갈등의 축소판을 저자의 맛깔나는 글솜씨로 차분히, 때로는 후다닥 보여주는 책이다. 건축에 대해서 아는 것 하나없는 여자(남자라도 다를 것은 별로 없을 것 같다)가 강원도 한 구석, 바다가 보이는 곳에 집을 짓고자 겪어야 했던 험남한 인간관계를 유쾌하게 보여준다. 세상을 살다보면 알면서 당해주는 경우도 많고 때로는 안 되는 줄 뻔히 알면서 부딪히는 경우도 많으리.

"총 공사비의 최소 30퍼센트는 그 사람들이 가져간다고 봐야지. 너한테 어떤 말을 하든, 어떤 자재를 쓰든 최소 30페센트는 남기려 할 거다. 네가 무슨 수를 써도 그걸 막을 수는 없을 거야.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사람들이 그 이상을 가져가는 것을 막는 일이지." 사촌오빠의 조언에 나타나는 우리의 '업자' 아저씨들.

저자의 글을 읽으며 돈을 위해서라면 온갖 비굴한 표정과 치사한 짓도 마다하지 않는 업자들이지만 어쩌면 그 모습 또한 또 다른 나를 거울처럼 보여주는 것 같았다. 나 하나 잘 되기 위해 힘들어 할 동료나 이웃, 혹은 타인에게 그들이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을 가면같은 얼굴을 들이밀고, 그리고는 아무 일 없었듯이 '착한' 나로 돌아왔던 것 같다. 오직 나만 모른채... 집 짓는 과정에서 마주치기 싫은 무수한 나를 접하면 인간적으로 성숙해질 수 있을까?

그 힘들고 험한 과정을 거치는 동안에도 이런 재기 넘치는 언어로 이야기를 풀어준 박정석 작가에게 박수를...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8-09-15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미국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
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 / 삼인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코끼리는 공화당의 상징이라고 합니다. 

매번 궁금했습니다. 왜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을 위한, 부자밖에 없는 정당을 지지할까? 아무리 지원하더라도 가난한 그들에게 돌아올 것은 아무것도 없을텐데 무엇때문에 지지할까? 처음에는 몰라서, 배우지 못해서, 무지해서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는 유수한 학력의 그렇지만 부자는 아닌 분들께서도 여전히 부자 정당을 지지하고 계십니다. 왜 그런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미국의 유명한 언어학자가 자신이 전공한 인지언어학을 토대로 해석한 것에 따르면, 사람은 자신만의 생각의 틀(Frame)을 가지고 있고 어떤 내용이 자신의 프레임에 부합되지 않으면 사실 여부를 떠나 프레임 속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국가를 가족에 빗대어 비유를 한 대목에서 미국 보수주의를 '엄격한 아버지' 모델로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엄격한 아버지 모델 (아버지 = 국가, 자녀 = 국민)
-세상은 험한 곳이고 자녀들은 자기들이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하려고 하기 때문에 아버지는 이를 올바로 인도하기 위해 엄격해져야 하며 규율을 가르쳐야 한다.
-자녀들은 아버지에게 순종해야 한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도덕적 권위자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순종하는 법을 가르치는 방법은 그릇된 길을 갈때 체벌을 함으로써 교훈을 주는 것이다.
-체벌을 통해 아이 스스로 내면적 규을 확립할 수 있다.
-기회가 있는 곳에서 내면적 규율을 통해 자기를 절제하고 이익을 추구하면 물질적으로 부유해 질 수 있다. (자기 이익의 도덕성: 애덤 스미스가 보았던 자본주의 관점에서 유래. 모든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모두의 이익이 극대화된다.)
-선한 사람은 규율을 잘 따르며 순종적이며 무엇이 옳고 그름을 잘 배워서 옳은 일은 하고 그른 일은 하지 않는 사람이며, 자기 이익을 추구하여 부와 자립을 이룩한 사람이다.
-자기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을 돕는 사람들은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방해한다. (이 논리에 따르면 다른 사람을 돕는 사회복지는 비도덕적인 것이 됩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함으로써 스스로의 자립을 방해하며 의존적인 사람을 만들기 때문에…)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면 규율을 갖추어 부유해지던지 그렇지 않게 될 것이다. 이때 엄격한 어버지는 그들의 삶에 개입하지 않는다. (기업이 일정 궤도에 오르면 정부는 개입하지 않는다.)


미국의 보수단체는 이러한 엄격한 아버지 모델의 프레임을 꾸준히 전파해서 선거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진보는 부시 행정부의 실정을 예로 들며, 사실이 이런데도 아직도 지지를 하냐고 미쳤다고 외쳤지만 사실은 미친게 아니라 보수의 프레임 속에서는 지지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보수가 미친게 아니라 아주 똑똑해서 사람들의 생각 속에 잘 스며든 반면에 진보는 매번 보수 입장에서는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죠.

미국의 예가 한국에 얼마나 적용될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그동안의 궁금증이 조금 풀렸습니다. 언어로 세상을 지배하려는 정치인들의 노력. 만만하게 볼 것이 아니군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로잡힌, 몸 - 통증의 자연사
프랭크 T. 버토식 주니어 지음, 김숙진 옮김 / 이제이북스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통증을 바라보는 저자의 다양한 시각. 또 통증에 대한 여러 이론과 임상을 통해 나타나는 비유들이 눈 와 닿을 듯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오랜만에 접하는 철학이 있는 책! 강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