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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 어느 소설가가 집 짓는 동안 생긴 일
박정석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인생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집을 지어보아라, 집 짓다가 10년은 폭삭 늙는다 등등의 말로 집짓기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책이다. 그런데 집을 짓기 위해 알아야 할 거창한 건축, 토목 지식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살면서 겪게되는 많은 심적 갈등의 축소판을 저자의 맛깔나는 글솜씨로 차분히, 때로는 후다닥 보여주는 책이다. 건축에 대해서 아는 것 하나없는 여자(남자라도 다를 것은 별로 없을 것 같다)가 강원도 한 구석, 바다가 보이는 곳에 집을 짓고자 겪어야 했던 험남한 인간관계를 유쾌하게 보여준다. 세상을 살다보면 알면서 당해주는 경우도 많고 때로는 안 되는 줄 뻔히 알면서 부딪히는 경우도 많으리.
"총 공사비의 최소 30퍼센트는 그 사람들이 가져간다고 봐야지. 너한테 어떤 말을 하든, 어떤 자재를 쓰든 최소 30페센트는 남기려 할 거다. 네가 무슨 수를 써도 그걸 막을 수는 없을 거야.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사람들이 그 이상을 가져가는 것을 막는 일이지." 사촌오빠의 조언에 나타나는 우리의 '업자' 아저씨들.
저자의 글을 읽으며 돈을 위해서라면 온갖 비굴한 표정과 치사한 짓도 마다하지 않는 업자들이지만 어쩌면 그 모습 또한 또 다른 나를 거울처럼 보여주는 것 같았다. 나 하나 잘 되기 위해 힘들어 할 동료나 이웃, 혹은 타인에게 그들이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을 가면같은 얼굴을 들이밀고, 그리고는 아무 일 없었듯이 '착한' 나로 돌아왔던 것 같다. 오직 나만 모른채... 집 짓는 과정에서 마주치기 싫은 무수한 나를 접하면 인간적으로 성숙해질 수 있을까?
그 힘들고 험한 과정을 거치는 동안에도 이런 재기 넘치는 언어로 이야기를 풀어준 박정석 작가에게 박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