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톨랑의 유령
이우연 지음 / 문예연구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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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독서기간: 240909~0910

1. 디자인
- 붉은 꽃잎들이 바람에 날리는 듯한 강렬한 색감을 가지고 있어서 눈에 띈다. 약간 거친 느낌의 질감을 가진 커버.

2. 내용

<교실>
누구나 말을 걸지 않는 한 소녀가 있다. 처음에는 그 소녀를 외면하는 것이 이상했지만 자신이 겪고나서 그들과 동일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본다. 애초에 처음부터 그러하지 않았던 것처럼... 누구나 자신과 생각의 차이가 있으면 오해를 하게 된다. 그것을 이해하려는 시간조차 아깝다는 듯이...

<조종실>
부기장이 화장실을 간 사이에 기장은 문을 잠그고 이제 이 비행기는 바다로 추락할 것이고 승객들의 운명은 자신에 손에 달려있다고 한다.

결국 죽을 운명으로 가고 있음에도 기장은 본인만이 스스로 선택한 죽음에 함께 동의하는 사람들이 없음을 느끼고 실패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함께하는 결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서로를 향한 믿음과 신뢰라는 것을 시사하는 작품이다.

<고래의 뱃속>
피노키오가 제페토 할아버지의 진실을 믿으려했던 것처럼 당신은 다른 사람의 진실을 믿을 수 있는가? 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작품.

이 질문에 대해 전적으로 믿고 따르는 존재라면 충분히 가능하지만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기득권자에게 많이 기대고 있다는 불편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설령 그것이 비민주적이고 비인권적인 상황임에도 그의 적이 되고 싶지 않아 존재에 대한 필수요소인 것 마냥 그렇게 행동을 한다. 다수가 몰려있는 집단에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가려는 집단주의에 물들지 말아야 할 것은 오만과 그릇된 잣대로 오염된 그들의 자리가 아닐까?

<교실 책상>
앨리스가 김진아의 친구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거절의 욕구를 숨겼던 것처럼 동일한 장면이 떠올랐다.

약 보름 전에 읽었던 '레지스탕스'라는 작품에서 기윤이 학교에서 일진인 상민의 일행과 어울리게 되며 자신도 그들과 같은 부류임을 착각하게 한 것이 앨리스의 감정과 오버랩된다.

누구나 자신의 동경하는 사람이나 집단에 소속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나의 지위나 위치를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간의 욕망을 제대로 살린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3. 리뷰

- '오르톨랑의 유령'은 총 42편의 초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42편 중 '오르톨랑의 유령'이라는 작품은 없다(다만 주방이라는 작품에서 오르톨랑이 등장하기는 함)

처음에는 200여 페이지로 부담없는 두께라 하루에 가능하겠다 싶어 시작했는데 처음 작품부터 난관에 빠졌다.

쉽게 생각하기에는 다소 난해한 문장들이 나오는 것을 보고 "이거 쉽지 않겠다"라고 생각했고 결국 이틀만에 완독을 했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친절하지만 친절하지 않다??"

그 안에서 독자들의 상상력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자유도는 최상급이지만 단 번에 이해되는 구조는 아니라는 얘기.

비유적이고 함축적인 의미의 내용들이 이루어져 있고 어떠한 것을 확실하게 표현하지는 않는다.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이 책은 시작할 때 여간 마음을 다잡지 않고서야 힘들다.

* 이 책은 그믐북클럽 서평이벤트를 통해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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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산가옥의 유령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4
조예은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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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간: 240909

적산가옥(敵産家屋)에서 '적산'(敵産)은 '적의 재산', 혹은 '적들이 만든'이라는 뜻으로, 말 그대로 적들이 만든 집이라는 뜻이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근대 및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이 지은 건축물 중 일본식 주택(화옥)을 뜻한다. - 나무위키 '적산가옥' 내용 일부 발췌

1. 디자인
- 양장제본으로 제작해서 디자인적으로 신경을 쓴 부분이 느껴진다. 몽환적이고 동양적인 표지의 그림과 제목의 폰트가 한층 미스테리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 손에 잡기 편하게 휴대성이 좋은 편이고 페이지당 300~400 글자 수라서 읽는데 부담이 없고 진행도 수월한 편이다.

2. 스토리
- 주인공은 외증조모가 살았던 적산가옥에 거주하게 되면서 숨겨진 사건에 대해 조우하게 된다. 과연 그 날에 있었던 사건과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3. 리뷰
- 이 날 오후에 시작된 독서는 중간에 다른 일로 끊어서 읽기는 했지만 4시간 정도로 완독이 가능할만큼 막힘없이 쉽게 읽혔다.

전체 8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꿈에서 보여지는 과거의 외증조모의 상황과 현재 주인공의 모습이 교차되어 보여주는 병렬몽타주기법으로 나타난다. 이는 두 상황이 일으키는 상호적인 관계성을 효과적으로 연출한다.

처음으로 접한 조예은 작가의 작품인데 이 한 편으로 호러물 마니아인 나에게 큰 각인이 되었다. 군더더기없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깔끔하다. 또한 유려하고 세련된 문맥의 표현들이 한층 더 공간적 상황을 떠올리는데 도움이 된다.

* 이 책은 서평이벤트를 통해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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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차인표 지음, 제딧 그림 / 해결책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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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열여섯이라는 꽃다운 나이에 일본군에게 캄보디아로 끌려가 지난 1997년에 한국땅을 밟았던 훈 할머니의 소식을 뉴스를 접한 차인표의 장편소설이다.

위안부 문제를 잘 모르는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동화책을 쓰고 싶었다는 그의 의지가 담겨있다.

문체는 동화책이라고 느껴지는 친절하고 고운 언어로 표현되어 있다.

초반에는 호랑이 마을의 사람들의 생활 모습들이 나타나고 중, 후반부에 본격적인 일본군들의 모습이 나오는데 이러한 배치가 더욱 그 날의 비극이 극대화된다.

주인공인 순이, 용이 뿐만 아니라 일본군 지휘관가즈오 중위의 어머니에게 쓴 편지가 중간중간 나오는데 하나의 인간적인 모습으로 그려낸 것이 인상적이다.

위안부와 관련해 여러 매체를 통해 접한 소식과 뉴스를 통해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도 순수한 소녀들의 마음을 짓밟은 일본군의 만행에 분노가 차오른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은 하늘에 떠있는 별을 엄마별이라고 하며 마음속에 빌었던 순이의 간절함이 담겨 있다.

함께 그 별을 바라본다면 용이가 어머니와 동생을 잃게 한 백호에 대한 복수심을 내어놓고 용서라는 두 글자로 세상을 풍요롭게 살고자 하는 진심이 느껴진다.

* 이 책은 서평이벤트를 통해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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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생에서 웃음만 골라먹었다 - 대부분 힘들고 가끔 좋았던 내 인생
김양미 지음 / 헤르츠나인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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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웃기는 한 편의 드라마를 본 듯한 기분이다.

예전에 어머니가 좋아하셔서 반강제적으로 들었던 라디오 프로그램 '싱글벙글쇼' 나 '여성시대'에서 나올만한 사연들을 모아 엮은 것 같이 일상의 모습들을 담고 있다.

인간미가 풍기는 글들 모두가 하나같이 김양미로 살아왔던 순간들의 진실이었다.

특히 2부 '슬프기만 한 인생은 없다'에서 대부분의 글들이 마음에 깊게 남는다.

'죽은 고양이를 씻기다' 편에서는 본가에 있는 열두살 고양이 아름이가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났다.

딸아이처럼 키우던 고양이 토리가 죽고 깨끗하게 보내주고 싶어 정성껏 목욕을 시키는 장면에서 왠지 나도 그럴 것 같다는 생각에 공감이 되었다.

우리 아름이도 토리처럼 언젠가는 하늘 나라에 갈텐데...

또한 돌아가신 어머니와의 이야기들은 우리 모두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재미있는 글도 많았는데 왜 이리 가슴이 먹먹한 장면들이 오랫동안 남는지 모르겠다.

누구나 힘든 순간이 있다.

항상 지금보다 높은 곳만을 바라보고 좇는 삶이 얼마나 처절하고 힘겨운가...

당시에는 사는게 힘들어서 도피하고 싶지만 돌이켜보면 그 힘듦을 이겨냈기에 지금의 삶이 만족스럽고 이 자체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 이 책은 서평이벤트를 통해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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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스탕스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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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스탕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점령에 저항하여 유럽, 특히 프랑스에서 일어난 지하운동 및 단체.

□ 외관

- 일반 책보다는 작지만 포켓북보다는 큰 사이즈라서 휴대성이 용이.
- 500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두께감이지만 폰트의 크기가 적당해서 시간을 잡고 읽으면
1~2일로도 완독 가능.
- RESISTANCE라는 영문 제목과 함께 시선을 끄는 강렬한 레드톤이 군더더기없이 깔끔하고 주제 전달이 명확.

□ 줄거리

- '저항'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고등학생 기윤이 겪은 일진, 입시제도, 기성세대 등과의 마찰을 통해 획일시 되왔던 기존의 방식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 사회가 담고 있는 규율과 불합리하게 짜여진 틀을 비판하고 이 시대의 자유를 향한 외침을 담고 있다.

□ 리뷰

각자가 지닌 꿈과 이상은 다양한데 공부를 열심히 하고 대학에 진학해서 대기업에 들어가는 모두가 똑같은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이 올바른 삶이라고 강요당하는 삶이 얼마나 불행한가...

우리는 그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교육을 받으며 그렇게 자라왔다.

기윤이 학교에서 일진인 상민의 무리들과 어울리며 주도적인 모습으로 애쓰려고 했던 장면에서 지난 날의 철없던 나의 모습이 보였다.

누구나 그 나이에 걸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민재는 달랐다.

물리적인 충돌이 아닌 자유를 억압하는 대상을 향해 강한 울림이 있는 전달력으로 표명했던 것처럼 지금 갈등을 빚고 있는 각계 각층이 이와 같이 성숙한 행동으로 나아가야 함을 깨닫는다.

그리고 소수의 꿈과 희망을 짖밟는 누구나 그렇게 해야 한다는 일관된 의식 또한 달라지기를 바란다.

다년 간의 기본교육이 한 번의 수능으로 평가받는 시대가 가고 모두가 그러하듯 각자의 원하는 이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게 스스로 정립해나가는 시스템으로 변모하기를 소망한다.

* 이 책은 서평이벤트를 통해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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