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생활은 의외로 세세한 스케줄로 구분되어 있어 잡념이 끼어들지 않도록 되어 있다. 벨이 울리고 이동한다. 버스를 타고 내린다. 이를 닦는다. 식사를 한다. 어느 것이나 익숙해져 버리면 깊이 생각할 것 없이 반사적으로 할 수 있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연속하여 사고를 계속할 기회를 의식적으로 배제하도록 되어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생활에 의문을 느끼게 되고, 일단 의문을 느끼면 사람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래서 시간을 촘촘히 구분하여 다양한 의식을 채워 넣는 것이다. 그러면 의식은 언제나 자주 바뀌어 가며 슬데없는 사고가 들어갈 여지가 없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 보행제는 얻기 힘든 기회라고 생각한다. 아침부터 만 하루, 적어도 선잠을 잘대까지는, 계속 걷는 한 사고가 한줄기 강이되어 자신의 속을 거침없이 흘러간다.
한눈 한번 팔지 않고 누구보다도 빨리 달려 어른이 되려고 했던 자신이, 제일 어렸다.
청춘의 흔들림이랄까, 번뜩이랄까, 젊음의 그림자라고나 할까
강미희 선생님이 선물해 주신 책이다. 고등학생들이 밤을 세워 80킬로미터를 24시간동안 걷는 이야기 이다. 별것 없는 이 이야기가 무척 특별하게 느껴진다.
이 책의 주인공 도오루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이었다. 나 또한 도오루처럼 한눈 한번 팔지않고 빨리 어른이 된 모범생이었다. 젊은 시절이 너무 힘들고 아파서 빨리 벗어나고만 싶었던 거겠지. 돌이켜 생각해 보면 많이 안타깝다. 청춘의 흔들림, 길을 돌아가며 볼 수 있는 새로운 풍경들과 그것들이 주는 작은 행복을 이 나이가 되어서야 느끼게 되다니... 최근 내가 추구하는 것들을 조금이나마 인식하게 된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내 하염없이 걷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요즘 다시 허한 느낌에 빠져드나 보다. 하염없이 걷고 싶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찾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