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변화하는 인간의 표정을 한순간에 포착한 그의 초상은 언제보아도 신선하고 현대적이다. 조금치의 감상도 허용하지 않고 자신을 직시하는 렘브란트. 그 끔찍한 자의식은 거의 19세기 보를레르 수준이다.

  나의 신이여! 내가 형편없는 인간이 아니며 내가 경멸하는 자들보다 못하지 않다는 것을 나 자신에게 증명해 줄 아름다운 시 몇 편을 스도록 은총을 내려 주소서.  - 보를레르 <빠리의 우울>

  바로 이거다. 뒤러가 세상에 대해 그토록 간절히 자신을 증명하고 싶어했다면, 렘브란트와 보들레르는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만 자신을 증명하고 싶어했을 뿐이다. 뒤러와 렘브란트의 차이는 두개의 자의식, 르네상스적 인간과 바로크적 인간의 차이인 것이다.

  이 부분에서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에 사색 노트를 열었다.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 그것은 오직 나 자신에게 나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었구나. 나의 허무는 여기에서 기인한 것이었구나. 치열한 자의식의 세계에서 아직 길을 찾지 못해서...

  신이여 내가 경멸하는 인간들 보다 나 자신이 형편없는 인간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는 길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인도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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