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미모자꽃 가득 핀 들판에 한참 서 있다 왔다.

누가 미모자를 그렸나 - 손미나의 로드 무비 fiction
손미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7월

이충걸, 임경선 등 에세이스트로 혹은 글 참 잘 쓰는 기자로 이름 날리는 사람들이 상반기동안  서점에서 소설가로 자리매김했다. 더러 완성도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재미있다, 공감간다'라는 독자들의 반응을 등에 업고 이 책들은 판매에서도 성공했다. 자, 이번에는 손미나다. 아나운서에서 여행작가로 성공적인 변신을 한 그녀가, 또다른 꿈을 꾸고 있었다니... 이 여자 욕심이 참 많구나. 그녀의 마지막 꿈은 무엇일까.  암튼 소설 외적인 이야기는 여기까지하고, 소설 속으로 들어가보자.  

전체적으로 현재와 과거, 진실을 파헤치는 커플과 진실을 쥐고 있는 커플의 이야기가 씨실과 날실처럼 교차하고 이야기의 틀을 만들어낸다. 교차하는 이야기가 느슨해지는 일 없이 놀랍도록 팽팽하여 독자들은 눈깜짝할 사이에 이 책의 마지막 장에 도달할 가능성이 많다. 파리, 엑상프로방스, 마르세유, 봄레미모자.... 이름도 아름다운 프랑스의 도시, 시골마을이 등장인물들의 매력도를 한층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트위터에서 프랑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여행하고 있다는 소식을 본 적이 있었는데, 아마도 소설 구상을 위해서였나보다. 소설에 등장하는 노란 미모자꽃이 들판에 넘치게 피어있다는 봄레미모자라는 마을에 나는 꼭 가보고 싶어졌다. (소설을 다 읽고나서 화훼시장이 가서 미모사 모종을 샀다. 다음 해에나 꽃이 필까?) 

로맨스소설이면서 추리소설 형식을 띤 이 책은 매우 매력적이다. 어린 나이대의 독자들이 더 열렬히 빠지게 될 것 같다. 프랑스라는 나라에 대한 로망과 연애에 대한 환상이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이 소설은 더 없이 달콤할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손미나가 계속 대중소설을 써주었으면 한다. 로맨스추리소설이면 더 좋겠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독자들에게도 널리 사랑받는 그런 소설이면 손미나 작가도 행복하지 않을까. 현재 문단에 있는 소설가들이 드러내는 한계라든가, 폐쇄성, 다양하지 못한 이야기 에 대해 손미나는 대안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이전에 정유정 같은 작가가 나와주었으니 가능한 말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손미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처녀작은 어쩔 수 없이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들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하지 않나. 그녀는 레아일까, 장미일까. 나는 앞으로도 손미나의 소설이 읽고 싶다고 생각했다. 다음 소설의 장소는 어디일지 그것이 제일 궁금하다. 그녀를 지금의 여행작가로 만들어준 '스페인'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 나오면 재미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고나서  우린 한 사람을 판단하는 데 너무 적은 시간을 들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얼굴과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라면 더더욱. 이 소설을 읽고나서는 손미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더 이상 판단하지 않고 계속 기다려보기로 한다. 판단을 할 수가 없다. 그 변신이 너무 놀라워서. 응원하는 마음으로 그녀의 다음 행보를 기다려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