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까지 가자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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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인 문학평론가의 요약처럼 이 책은 “흙수저 여성 청년 3인의 코인열차 탑승기”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세 여성이 가상화폐가 떠오르던 2017년, 코인 시장에 합류해 떡락과 떡상을 오가며 울고 웃는다. 워낙 하이퍼리얼리즘인데다 오늘의 세태를 여과없이 보여주는 내용이라 단 몇 시간만에 완독했다.

금수저로 태어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빚이 없는 것 같은 시대다. 학자금 대출이라는 빚더미에 앉아 사회로 등떠밀려 나왔는데 인턴이다, 무기계약직이다, 하청이다 하는 나쁜일자리들만 즐비한 현실에 눈 앞이 캄캄하다. 80년대의 민주화와 고도성장기의 열풍으로 ‘승리‘의 경험을 갖고 있는 기성세대와는 달리 청년세대에겐 ‘노오력‘을 해도 달라지지않는 밑바닥 아래의 삶이 일상이다. 그런 청년들에게 가상화폐는 ‘유일한 탈출구‘ 어쩌면 그 보다 더 큰 의미로 작용한다. 그러니 가진 것이 없어 잃을 것도 없는 청년들은 인생 한방을 노리는 거겠지.

떡상의 시기를 타고 ‘달까지 가자‘는 주문이 현실이 되기를 간절히 염원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며, 위태로운 불안함 속에서도 나까지 그들을 응원하게 됐다. 한편으로는 노동력의 가치가 투여된 것이 화폐라는 마르크스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ㄹ..아, 집을 안 사고 전세로 집을 얻은 주인공 다해를 보고 안타까웠다. 다해야.. 오늘 날 전세대란이 있기 전에 은상언니 말 듣고 집 사는 게 맞았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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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결정 - 행복하고 존엄한 삶은 내가 결정하는 삶이다 일상인문학 5
페터 비에리 지음, 문항심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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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으로부터의 성찰과 사고, 외부로부터의 학습 등은 명확한 자기인식의 기반이 되고 이는 곧 자기결정의 토대가 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사람들이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것에 대한 패턴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알거나(나아가 실천까지) 알고도 모른척 하거나 모른다. 이를 두고 저자는 ˝불편한 진실을 또 한 번 피해가는 자신을 보면서 우리는 스스로를 존중할 수 없습니다. 존중은커녕 명확하고 격렬한 경멸을 느끼지요.˝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들은 스스로에 대한 경멸감을 느낄까.

애초에 자기인식이 가능해야만 자아상에 대한 고찰이 가능하고 그 결과로 자기존중에 가능한데, 진실로부터 도피/회피하는 경향의 사람에게 자기인식이 되어있느냐는 거다. 이를테면 ‘아묻따 내말이 맞다 웅앵웅‘하는 사람들. 나는 오래전 부터 인간은 사유하기에 짐승과 다르다는 말을 믿어왔다. 그런데 이제는 모르겠다.

지금은 찾으려 노력하지 않아도 여기저기서 음성으로 책을 읽어주고, 주요 뉴스를 간추려주고, 장황한 이야기를 세 줄로 요약해준다. 오늘 우리는 그야말로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너무 편한 세상이다. 생각, 그러니까 스스로 사유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다. 오히려 생각하는 사람은 진지충이라고 조롱받기 십상이다.

쏟아지는 이슈들을 발빠르게 요약해 올리는 유튜버A가 여지껏 해왔던 악행들을 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보게 됐다. A는 소위 말하는 ‘렉카‘유튜버인데 온갖 혐오를 조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실이 아닌 의혹만으로 많은 사람들을 마녀사냥 해왔다. 심지어 A에게 저격당해 심한 몰매를 맞던 어느 유튜버가 있었는데 그 때문에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어제, 나는 할 말을 잃었다.

A의 구독자는 약 100만명이다. 그들은 혐오로 범벅된 마녀사냥을 해 온 A의 주장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 그들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A의 말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동화되었으니까. 생각할 필요가 없기때문에, 생각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결핍된 사유의 결과는 참혹했다.

이 뿐인가. 자극적인 혐오이슈를 이용하는 영악함에 수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 적극적인 비가치재가 되고 있다. 존재에 대해 생각하는 요즘,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안타깝고 슬프다. 사고의 결여는 자기인식의 부재를 가져와 무늬만 사람인 꼴이 되고 만다. 선택과 결정은 스스로 하는 것이다. 당신은 사람이고 싶은가, 사람인 척 하고 싶은가.

p34 도덕적 수치심이나 후회는 자문할 수 있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존재에게만 의미가 있습니다.
p70 자기 자신이 하는 행동의 동기에 대한 이해가 적을수록 잔인함으로 치우칠 위험은 높아집니다.
p96 교양을 쌓는다는 것, 그것은 잠에서 깨어나는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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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종말 - 사랑·섹스·연애·결혼에 대한 사유
한중섭 지음 / 도서출판 파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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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가 익히 알고 있듯이 사유재산은 농업혁명 이후 발생했다. 재산 상속을 위해서는 부의 확실성을 따지는 것이 당시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소유로 인한 부계사회와 가부장문화, 결혼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책에 따르면 ˝600만년 인류의 역사를 1년으로 압축한다면 농업혁명이 시작된 시기는 12월 31일 11시 40분˝이다. 이토록 짧은 역사를 가진 결혼제도가 지금은 당위성을 가진 하나의 주요한 제도로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절대적 존재인 신과 달리 인간은 유동적이며 가변적이다. 그런 인간이 결혼을 통해 평생 한 사람과 살아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물론 이혼과 재혼으로 다른 사람과의 결혼 생활을 이어갈 수 있지만, 사회적 낙인 탓에 당사자들의 삶은 녹록지 않다. 한편 성소수자, 비혼/미혼 가정은 결혼제도 안에 속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결혼제도 안팎에서 고통으로 신음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결혼제도 앞에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의 가치는 사라지고 만다. 평등과 존엄을 보장해야 할 국가가 차별적 결혼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국가가 앞장 서서 사회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과 다름없다.

결혼의 종말이 가시화되고 있는 현재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가족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각종 법적 제도를 이미 마련해 시행중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만큼은 여전히 구시대적인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정책입안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연일 출산율이 어떻다, 이혼율이 어떻다 하며 의미없는 숫자놀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태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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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와 사회 - 15개의 시선으로 읽는 여성과 남성
한국여성연구소 엮음 / 동녘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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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은 폭력에 대한 동의를 전제한다.˝는 문장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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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 환상적 모험을 통한 신랄한 풍자소설, 책 읽어드립니다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김문성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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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발생하는 무의미한 당파 싸움과 쓸모없는 전쟁을 마다하지 않는 소인국, 허영과 낭비를 숨기지 않는 상류층의 탐욕으로 얼룩진 거인국.

말이 인간의 역할을 하는 휴이넘 부분에서 저자는 인간 혐오를 가감없이 드러냈다. 유인원의 모습을 한 인간은 휴이넘에서 야후라고 지칭되는데 그들은 간사하고 성품이 고약한데다 배신까지 잘한다. 저자는 걸리버여행기 마지막 파트인 휴이넘을 통해 인간의 추악한 본성과 야만성을 고발했다.

저자 조너선 스위프트가 살던 당시 영국과 프랑스는 작은 일에도 전쟁을 불사하며 백성들의 삶을 파괴하고 궁핍하게 만들었다. 나날이 청년실업률은 곤두박질 치고 노인 자살률은 매년 OECD 1위를 고수하지만 각종 매체에서는 치고 박고 싸우는 국회의원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 모습에 ˝이러니 개콘이 망했지˝라고 조롱하는 우리의 오늘과 이 고전이 만들어진 때가 멀지 않음을 느낀다.

민감하고 충격적인 풍자를 담고 있는 탓에 많은 내용을 삭제시킨 후 아동용 도서로 격하되어 출간되었지만 뒤늦게라도 빛을 발했다. 인간 세계가 멸망하지 않는 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명작이기에 ˝세상의 여섯권의 책만 남긴다면 그 중 하나로 이 책을 고를 것˝이라는 조지 오웰의 의견에 감히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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