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종말 - 사랑·섹스·연애·결혼에 대한 사유
한중섭 지음 / 도서출판 파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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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가 익히 알고 있듯이 사유재산은 농업혁명 이후 발생했다. 재산 상속을 위해서는 부의 확실성을 따지는 것이 당시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소유로 인한 부계사회와 가부장문화, 결혼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책에 따르면 ˝600만년 인류의 역사를 1년으로 압축한다면 농업혁명이 시작된 시기는 12월 31일 11시 40분˝이다. 이토록 짧은 역사를 가진 결혼제도가 지금은 당위성을 가진 하나의 주요한 제도로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절대적 존재인 신과 달리 인간은 유동적이며 가변적이다. 그런 인간이 결혼을 통해 평생 한 사람과 살아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물론 이혼과 재혼으로 다른 사람과의 결혼 생활을 이어갈 수 있지만, 사회적 낙인 탓에 당사자들의 삶은 녹록지 않다. 한편 성소수자, 비혼/미혼 가정은 결혼제도 안에 속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결혼제도 안팎에서 고통으로 신음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결혼제도 앞에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의 가치는 사라지고 만다. 평등과 존엄을 보장해야 할 국가가 차별적 결혼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국가가 앞장 서서 사회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과 다름없다.

결혼의 종말이 가시화되고 있는 현재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가족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각종 법적 제도를 이미 마련해 시행중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만큼은 여전히 구시대적인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정책입안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연일 출산율이 어떻다, 이혼율이 어떻다 하며 의미없는 숫자놀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태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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