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계속 이사 다닐 걸 생각하면 까마득하다. 그렇다고 집을 사야하나 고민하지도 않는다. 애초에 내집마련은 내가 선택할 수도 감행할 수도 없는 영역이라는 걸 안다. 나한텐 끌어모을 영혼도 없으니까. 거주 형태와 무관하게 ‘내 집’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지나온 집들에서 느꼈다는 것. 그거면 됐다.
이해할 수도 없을만큼 미련하고 답답한 엄마의 모습에 수시로 울화가 치솟지만, 내가 엄마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던 순간들. 엄마가 고생하는 게 싫어서, 아무리 설명해도 견고한 엄마의 세계가 짜증나서. 여러 이유가 있을테다. 그렇게 딸들은 엄마를, 그의 삶을 온몸으로 배우고 감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