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데 자꾸만 눈물이 났다.현직 경찰관이 쓴 시시껄렁하고 그저그런 에세이라 생각했는데, 역시 잘 팔리는 책에는 이유가 있더라.숨 쉬듯 혐오를 세뇌당하며 자라왔다는 작가 원도는 그럼에도 다음 생이 있다면 또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고 한다. 언니들을 만나고 싶어서.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어린 시절, 나는 내가 남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추측하건대 벌써부터 남자로 사는 것의 편의성을 느꼈었나보다. 그러다 언젠가부터는 생각이 바뀌었다. 다시 태어나는 것은 원치 않지만,(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다시 태어난다면 괜찮을지도) 다시 태어난다면 또 여자이고 싶다고.이유는 간단하다. 여성끼리 아픔과 용기를 공유하기/할 수 있기 때문에. 역사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제물이 되어 온 여성들은 그만의 공통된 서사가 있다. 그 고통은 여성만이 오롯이 공감할 수 있다. 언뜻 각개전투하는 것 같아 보여도 최근 몇 년동안 사회에 큰 화두를 던지고 하나의 물결을 만들어 낸 것이 그 결과다. 지지 않고 서로의 용기가 되는 것이 그 자체가 나를 그리고 내가 여성임을 긍정하게 한다.16년 강남역 여성혐오 사건 이후 우후죽순처럼 수면위로 올라온 여성혐오 범죄를 마주하면서 나는 역겨움과 고통으로 몸서리쳤다. 그 끝에 죽지말고 살아서 뒤에 올 여성들을 위해 힘이 되자는 생각을 했다. 나 뿐 아니라 내가 아는 모든 언니들도 스러지지 말고 살아냈으면 좋겠다.
디스토피아 소설의 대가 조지오웰이 쓴 아홉편의 에세이 중 단연 흥미로웠던 것은 이 책의 제목이자 첫 파트에 실린 <책 대 담배>우리가 흔히 조지오웰은 세계적 고전 소설 작가로만 알고 있는데, 실은 적지 않은 에세이를 쓴 작가이기도 하단다. 책방에서 우연히 발견, 구입해 읽은 책 치고는 만족스럽다. <책 대 담배> 외에 8편의 에세이도 흥미로운 주제라 읽는 동안 즐거웠다.˝책에 매겨진 가격과 책을 읽어서 창출되는 가치와의 상관관계를 설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여느 취미 중에서도 독서는 가장 돈이 적게 드는 여가활동이라는 주장에 힘을 싣는다. 책과 독서를 좋아하는 것을 넘어 탐닉하는 나로서는 그의 말에 적극 동의할 수 밖에!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은 그야말로 바보상자에 들어가는 느낌이라, 오롯이 혼자 읽고 생각할 수 있는 (게다가 돈까지 적게 드는!) 독서가 최고라고 역시..에세이 묶음집이다 보니 조지오웰의 생각이 가감없이 기록돼있고, 당시의 문화적/정치적 상황이 잘 묘사되어 있었다. 그러다보니 당시가 보다 입체적으로 그려졌는데 1900년대 초에 태어난 조지오웰이 살던 그 때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하고, 사람 생각하는 게 비슷하다고 느껴지기도 해서 오묘했다.
프리즘을 통과한 빛이 알록달록 무지개를 만들어내는 것 처럼, 네 명의 등장인물은 서로를 통해 교차된 감정을 기반으로 사랑하고, 이별하고, 사랑한다.사랑에 빠지는 순간과 과정을 그린 몽글몽글한 문체에서부터 사랑을 잃고 아파하는 과정을 그린 시큰한 문체까지. 극적인 전개나 화려함은 없지만 손원평의 책을 처음 접한 나로서는 그의 문장력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괜스레 지나간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의 기억을 추억하며, 공감하기도했다. 그러나 어쩐지 이 책은 내게 연인들만의 사랑이야기가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해주는 사랑이야기로 읽혀졌다.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은 온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데 사랑만 하기에도 아쉬운 삶, 시간과 에너지를 허투루 써야할까.˝그렇게 원하든 원치 않든 사랑은 영원히 계속된다˝는 책의 마지막 문장은 내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그리고 마침내, 아낌없이는 못주더라도 사랑을 아끼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을 정리했다.p.148 행복했던 순간들은 왜 과거가 되면 슬퍼지고 마는 걸까. 사랑도 영원도 거짓된 명제임이 드러났을 뿐이다.p.261 누가 내게 다가온다면 난 이렇게 반짝일 수 있을까. 또 나는 누군가에게 다정하고 찬란한 빛을 뿜어내게 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빛내주는 사람이 되고싶다.
출생률 저하가 심화되며 급기야 출생률 0명대 국가가 된 이후 정부는 사회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개혁과 시스템 구축을 통해 출생률을 높이려 한다.법적 부부가 되는 사람들은 반드시 결혼 종신제와 갱신제 중 하나를 택해야하는데, 갱신제를 택할 경우 5년 단위로 혼인 관계 유지 여부를 선택해야 한다. 전체적인 내용이 좋았지만 유독 더 마음에 들었던 건, 디폴트 값이 혼인 관계 유지를 원한다는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에 자동 해지가 된다는 것!성소수자를 포함한 다양한 가족구성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생활동반자법의 제정 및 시행, 준비되지 않은 임신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지지 및 지원, 건강상의 이유로 노동을 할 수 없는 임산부에 지급되는 기본소득.소설에 나오는 이런 내용정도 되어야 애 낳고 살까말까 고민이라도 한다는 거 제발 알아라.(=정여랑을 국회로!)그래서 이 책을 국회에 있는 놈들에게 강력 추천한다.소설의 배경이 되는 5년 후의 한국은 여성 중심의 돌봄 노동이 그 가치를 인정받는 그야말로 우리가 꿈 꾸는 세상이다. 나 또한 작가와 같이 ˝이 생이 왜 소설 속 5년 후가 아닌지 슬퍼했˝지만 ˝이성으로 비관해도 의지로써 낙관하라˝는 안토니오 그람시의 말처럼 내일도 나의 의지는 낙관일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