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대 감기 소설, 향
윤이형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혼여성과 비혼여성, 젊은 여성과 나이 든 여성, 탈코르셋을 실천하는 여성과 탈코르셋이 또 다른 억압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는 여성, 전업주부와 워킹맘 등 서로 다른 위치와 입장, 처지 등으로 페미니스트라는 공동체 안에서 조차 여성들은 계속된 대립과 반목으로 여기저기서 신음한다.

나 역시 진짜 페미니스트의 당위성을 논하던 시절이 있었더랬다. 그 태도가 여성들에게 가하는 남성들의 이중잣대와 무엇이 다른지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모든 페미니스트가 도달해야하는 이상향인 것 처럼 진짜 페미니즘이라는 정상성을 상정해두고, 진짜와 가짜를 나누어 구분하는 모순이 구역질 났다. 진짜 페미니즘, 그러니까 그런 페미니즘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책 <붕대감기>는 말한다. 지향점은 같을지언정 모두가 같은 속도, 같은 모습일 수는 없다고. 이번 독서모임에서 어느 모임원이 한 말이 떠오른다. ˝중요한 건 어떻게든 지치지 않고 꾸준히 롱런하는 거죠˝

많은 여성동지들과의 관계에서 서투르고 부족하더라도 서로를 감쌀 수 있는 붕대가 되고 싶다.


p. 108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화를 내다가, 무언가를 하니까 또다시 당신은 자격이 없다고 비난하는 건 연대가 아니야. 그건 그냥 미움이야. 가진 것이 다르고 서 있는 위치가 다르다고 해서 계속 밀어내고 비난하기만 하면 어떻게 다른 사람과 이어질 수 있어? 그리고 사람은 신이 아니야. 누구도 일주일에 7일, 24시간 내내 타인의 고통만 생각할 수 없어. 너는 그렇게 할 수 있니? 너도 그럴 수 없는 걸 왜 남한테 요구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간의 흑역사 -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톰 필립스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1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하도 이 책 관련 광고를 많이 봐서 사서 읽었다. 결론은 괜찮다. 저자 톰 필립스가 흑역사라고 칭한 인간의 잔혹함과 욕망 등에 대한 블랙코미디. 시니컬한 필체 속에 세계의 역사(과거-현재)를 바라보는 저자의 조소가 곳곳에 묻어난다.

저자는 정치, 역사,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나온 인간의 흑역사를 통찰력 있게 분석한다. 꼭 자연에 초점이 맞춰져있지는 않지만, 인간이 역사적으로 워낙 자연 생태계를 초토화시켜놓았기에 자연 파괴로 귀결된 이야기가 많았다.

작년은 유난히도 여름에 비가 많이 왔다. 지형적 조건으로 우리나라는 여름에 비 많이 오는게 당연하긴 한데, 작년 여름에는 이상하리만큼 비가 많이 왔다. 마치 지구가 살려달라고 우는 것 같았다. 봄에 눈이 오고,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폭염에 대홍수..점차 심화되는 이상기후에 지구 멸망 얼마 안남은 거 같아서 무서웠다. 이상기후를 만든 주범이 인간, 새삼 인간종은 정말이지 지구에 정말 쓸모 없다는 생각도..

온 지구를 쑥대밭으로 들쑤시고 다니는 인간종. 하나의 인간종으로서 죄스러운 마음이다. 인간종이 없어져야 지구가 산다는 원론적이고 무의미한 이야기는 그만하자. 그 말 하는 당신, 사실 진짜 없어질 마음도 없잖아? 그래서 난 플라스틱 사용 한 번 줄이고, 한끼의 육식을 멈추자는 신년 다짐을 연말까지 이어가볼테다. 일단 오늘은 성공!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코리안 티처 - 제2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서수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비정규직 노동, 여성 노동, 대학의 상업화, 인종차별을 비롯한 각종 차별 등 두껍지 않은 이 책에서 다루는 사회문제는 꽤 많았다. 구역질 나는 현실을 적나라하고도 은근하게 보여주는 서수진 작가의 필력이 놀라웠다.

개천에서 용나던 시절은 지났다. 공부만 열심히 하면 잘 사는 세상은 이제 없다.(철저한 강제적 주입식 교육으로 단련된 학생들이 하는 공부가 암기에 불과하다는 것은 말 하기도 입 아프다.)그리고 여기 개천의 용은 애초에 바라지도 않고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고학력 비정규직 여성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계약해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대학강사로 살아가는 여성들. 그들은 온갖 부당과 부정을 목격한 과정 속에서 웅크리기와 외면하기를 배웠다. 3개월마다 재계약을 해야하는 상황에 고용불안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대학은 그런 불안함을 이용하여 약자인 강사 간의 연대를 철저히 와해시킨다. 급기야 피해자의 위치까지 뺏어가고야 마는 갑질의 향연은 독자도 소설 속 인물도 모두 괴롭게 한다. 이 엄혹함은 단순히 소설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현실을 우리 모두가 목도했다는 것이기에 더 암담하다.

코로나19가 세상을 휩쓴지 1년이다. 그로 인해 실직자 수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와중에 남성보다도 여성이 더 많은 실직을 감내해야 했다. 이와 관련하여 여성, 특히나 젊은 여성의 자살률이 코로나19 확산 전과 비교하여 급격히 증가했다. 결코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위기 속에도 여성은 혼자다.

˝이 소설은 살아남았다. 이 소설이 살아남았다는 것이, 지금 이 순간에도 삶을 간신히 버텨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닿아 위로를 주었으면 좋겠다.˝는 책 말미에 쓰여진 작가의 말과 이 책이 전원 여성 심사위원이 뽑은 여성작가의 여성 소설이라는 사실에 위로를 받는다. 더 많은 여성의 이야기를 읽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튼, 언니 - 언니들 앞에서라면 나는 마냥 철부지가 되어도 괜찮다 아무튼 시리즈 32
원도 지음 / 제철소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는데 자꾸만 눈물이 났다.

현직 경찰관이 쓴 시시껄렁하고 그저그런 에세이라 생각했는데, 역시 잘 팔리는 책에는 이유가 있더라.

숨 쉬듯 혐오를 세뇌당하며 자라왔다는 작가 원도는 그럼에도 다음 생이 있다면 또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고 한다. 언니들을 만나고 싶어서.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어린 시절, 나는 내가 남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추측하건대 벌써부터 남자로 사는 것의 편의성을 느꼈었나보다. 그러다 언젠가부터는 생각이 바뀌었다. 다시 태어나는 것은 원치 않지만,(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다시 태어난다면 괜찮을지도) 다시 태어난다면 또 여자이고 싶다고.

이유는 간단하다. 여성끼리 아픔과 용기를 공유하기/할 수 있기 때문에. 역사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제물이 되어 온 여성들은 그만의 공통된 서사가 있다. 그 고통은 여성만이 오롯이 공감할 수 있다. 언뜻 각개전투하는 것 같아 보여도 최근 몇 년동안 사회에 큰 화두를 던지고 하나의 물결을 만들어 낸 것이 그 결과다. 지지 않고 서로의 용기가 되는 것이 그 자체가 나를 그리고 내가 여성임을 긍정하게 한다.

16년 강남역 여성혐오 사건 이후 우후죽순처럼 수면위로 올라온 여성혐오 범죄를 마주하면서 나는 역겨움과 고통으로 몸서리쳤다. 그 끝에 죽지말고 살아서 뒤에 올 여성들을 위해 힘이 되자는 생각을 했다. 나 뿐 아니라 내가 아는 모든 언니들도 스러지지 말고 살아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캘리번과 마녀 - 여성, 신체 그리고 시초축적 아우또노미아총서 31
실비아 페데리치 지음, 황성원.김민철 옮김 / 갈무리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무너무 좋은 책. 자본주의의 태동에서부터 여성을 대상으로 한 착취와 폭력 그 역사의 민낯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는데ㅠㅠ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네..번역도 내용도 최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