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동, 여성 노동, 대학의 상업화, 인종차별을 비롯한 각종 차별 등 두껍지 않은 이 책에서 다루는 사회문제는 꽤 많았다. 구역질 나는 현실을 적나라하고도 은근하게 보여주는 서수진 작가의 필력이 놀라웠다.개천에서 용나던 시절은 지났다. 공부만 열심히 하면 잘 사는 세상은 이제 없다.(철저한 강제적 주입식 교육으로 단련된 학생들이 하는 공부가 암기에 불과하다는 것은 말 하기도 입 아프다.)그리고 여기 개천의 용은 애초에 바라지도 않고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고학력 비정규직 여성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계약해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대학강사로 살아가는 여성들. 그들은 온갖 부당과 부정을 목격한 과정 속에서 웅크리기와 외면하기를 배웠다. 3개월마다 재계약을 해야하는 상황에 고용불안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대학은 그런 불안함을 이용하여 약자인 강사 간의 연대를 철저히 와해시킨다. 급기야 피해자의 위치까지 뺏어가고야 마는 갑질의 향연은 독자도 소설 속 인물도 모두 괴롭게 한다. 이 엄혹함은 단순히 소설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현실을 우리 모두가 목도했다는 것이기에 더 암담하다.코로나19가 세상을 휩쓴지 1년이다. 그로 인해 실직자 수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와중에 남성보다도 여성이 더 많은 실직을 감내해야 했다. 이와 관련하여 여성, 특히나 젊은 여성의 자살률이 코로나19 확산 전과 비교하여 급격히 증가했다. 결코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위기 속에도 여성은 혼자다.˝이 소설은 살아남았다. 이 소설이 살아남았다는 것이, 지금 이 순간에도 삶을 간신히 버텨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닿아 위로를 주었으면 좋겠다.˝는 책 말미에 쓰여진 작가의 말과 이 책이 전원 여성 심사위원이 뽑은 여성작가의 여성 소설이라는 사실에 위로를 받는다. 더 많은 여성의 이야기를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