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데 자꾸만 눈물이 났다.현직 경찰관이 쓴 시시껄렁하고 그저그런 에세이라 생각했는데, 역시 잘 팔리는 책에는 이유가 있더라.숨 쉬듯 혐오를 세뇌당하며 자라왔다는 작가 원도는 그럼에도 다음 생이 있다면 또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고 한다. 언니들을 만나고 싶어서.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어린 시절, 나는 내가 남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추측하건대 벌써부터 남자로 사는 것의 편의성을 느꼈었나보다. 그러다 언젠가부터는 생각이 바뀌었다. 다시 태어나는 것은 원치 않지만,(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다시 태어난다면 괜찮을지도) 다시 태어난다면 또 여자이고 싶다고.이유는 간단하다. 여성끼리 아픔과 용기를 공유하기/할 수 있기 때문에. 역사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제물이 되어 온 여성들은 그만의 공통된 서사가 있다. 그 고통은 여성만이 오롯이 공감할 수 있다. 언뜻 각개전투하는 것 같아 보여도 최근 몇 년동안 사회에 큰 화두를 던지고 하나의 물결을 만들어 낸 것이 그 결과다. 지지 않고 서로의 용기가 되는 것이 그 자체가 나를 그리고 내가 여성임을 긍정하게 한다.16년 강남역 여성혐오 사건 이후 우후죽순처럼 수면위로 올라온 여성혐오 범죄를 마주하면서 나는 역겨움과 고통으로 몸서리쳤다. 그 끝에 죽지말고 살아서 뒤에 올 여성들을 위해 힘이 되자는 생각을 했다. 나 뿐 아니라 내가 아는 모든 언니들도 스러지지 말고 살아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