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양귀자 지음 / 쓰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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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된 시기를 생각해보면 신선하다 못해 파격적인 내용임에 틀림 없지만, 한편으로는 학대받거나 차별받는 여성의 메세지를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공감하며 읽는다는 사실이 착잡하기도 했다.

독자에 따라 주인공의 태도나 말이 간혹 신경질적으로 보이고 이해하기 힘들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공감되는 부분이 너무 많은데다 그 당시 양귀자가 가진 통찰에 감탄했다.

이야기의 중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주인공의 입을 빌려 양귀자는 말한다. 폭력이나 혐오에 직접 가담하지 않더라도 방관하는 것 역시 정당한 행위가 아니라고. 그리고 주인공의 가치관과 심경을 통해 이 책의 제목이 가진 의미를 독자에게 전달한다.

˝나는 가능하면 이 소설이 여성소설의 범주에만 잃히지 않고 세상의 온갖 불합리와 유형무형의 폭력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에게 함께 읽히기를 감히 소망한다.˝(작가의 말_3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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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싱 - 백인 행세하기
넬라 라슨 지음, 서숙 옮김 / 민음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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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밝은 피부 덕에 백인 사회에 소속되기 쉬웠지만 그 속에서도 절망을 계속 마주하는 클레어의 모습은 성소수자가 이성애 중심 사회에서 자신의 성적 지향이나 성적 정체성을 숨기고 살며 경험하는 소외와 불안과도 맞닿아있다.

패싱이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혐오하는 사람이더라도 ‘정상‘으로 보이기 위해, 자신의 안전을 위한 장치라는 건 그 선택이 결코 자의적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 분전까지만 해도 그 잔을 어떻게 없애 버릴지 전혀 몰랐다는 거예요. 하지만 이제 알아요. 그냥 깨뜨리기만 하면 되는 거였는데. 그러면 영영 그 잔에서 벗어나는 거지요. 그렇게 간단하게! 그런데 전에는 그걸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니까요. (188쪽)

이 문장은 넬라 라슨이 말하고 싶은 내용과 절묘하게 일치하다고 생각했다. 평생을 체득하고 체화해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관습, 계급, 인종, 성별이 사실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사회 억압의 도구이고 그것은 한 순간에 깨뜨려 없애 버릴 수 있는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 과거에는 당연했던 신분제나 노예제가 현대에 와서는 반인륜적이고 비윤리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듯 지금 첨예하게 갈등을 이루는 어떤 문제들 역시 마찬가지로 후대에서는 같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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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유미리 지음, 강방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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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을 지나갈 때는 누구나 시선을 돌리지만 동시에 많은 사람들에게 감시당하는 존재가 노숙자(150쪽)라는 문장은 차별과 배제 그리고 멸시를 먹고 사는 노숙자의 현재를 보여준다.
평생토록 일했지만 어떤 노력으로도 좀체 빈곤과 궁핍은 사라질 줄 모른다. 그러나 얄궂게도 계속 되는 삶 앞에 속수무책으로 흐려져만 가는 사람들. 그리고 혐오어린 눈빛을 보내며 그 옆을 지나가는 선량한 얼굴의 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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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돌이 산책을 하다 문득 벚꽃이 핀 것을 보고 봄이 왔음을 실감했다. 전장연이 이준석에게 사과를 요구하자 그가 SNS를 올렸다는 기사를 보고 습관처럼 댓글창을 열었다. 승객을 볼모로 한 시위는 인질극이라는 말부터, 제발 시위는 합법적으로 하라는 댓글까지. 혐오발언에 스스로 정당성을 부여한 댓글을 보니 정신마저 아득해진다. 사라져가는 인류애를 가까스로 잡아보려하지만 그럴수록 더 버거워진다. 그래도, 그래도 내가 할 일을 찾아서 해야겠지. 나는 나이가 들면 자연을 찾지 않을 줄 알았는데, 언제부턴가 자연이 좋더라. 파괴적이다 못해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누는 인간에게 언제나 무해한 얼굴인 자연을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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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두려운 사랑 - 연애 불능 시대, 더 나은 사랑을 위한 젠더와 섹슈얼리티 공부
김신현경 지음, 줌마네 기획 / 반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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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기류를 타고 대중매체 속 여성혐오 문제를 비판하는 내용의 책은 사실 이제 흔해졌다. 이 책 역시 익숙한 미디어의 장면들을 페미니스트의 시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다른 책들과 같지만, 발견하기 어려운 이면을 페미니즘의 역사적 맥락에서 고찰하며 그 가능성을 제시하기에 특별하다.

˝그럼에도 사랑을 하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는 마지막 장에서, 되도록 많은 남성을 만나라(262쪽)는 저자의 제안에는 동의하지도 공감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친밀한 관계를 통한 어떤 형태로의 사랑이 지금 우리를 있게 한 것(263쪽)이라는 통찰은 인정할 수 밖에. 우리는 가까운 관계일 수록 인정투쟁을 벌이고, 사람과 사랑 사이에서 늘 갈등하며 성장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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