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유미리 지음, 강방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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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을 지나갈 때는 누구나 시선을 돌리지만 동시에 많은 사람들에게 감시당하는 존재가 노숙자(150쪽)라는 문장은 차별과 배제 그리고 멸시를 먹고 사는 노숙자의 현재를 보여준다.
평생토록 일했지만 어떤 노력으로도 좀체 빈곤과 궁핍은 사라질 줄 모른다. 그러나 얄궂게도 계속 되는 삶 앞에 속수무책으로 흐려져만 가는 사람들. 그리고 혐오어린 눈빛을 보내며 그 옆을 지나가는 선량한 얼굴의 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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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돌이 산책을 하다 문득 벚꽃이 핀 것을 보고 봄이 왔음을 실감했다. 전장연이 이준석에게 사과를 요구하자 그가 SNS를 올렸다는 기사를 보고 습관처럼 댓글창을 열었다. 승객을 볼모로 한 시위는 인질극이라는 말부터, 제발 시위는 합법적으로 하라는 댓글까지. 혐오발언에 스스로 정당성을 부여한 댓글을 보니 정신마저 아득해진다. 사라져가는 인류애를 가까스로 잡아보려하지만 그럴수록 더 버거워진다. 그래도, 그래도 내가 할 일을 찾아서 해야겠지. 나는 나이가 들면 자연을 찾지 않을 줄 알았는데, 언제부턴가 자연이 좋더라. 파괴적이다 못해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누는 인간에게 언제나 무해한 얼굴인 자연을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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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두려운 사랑 - 연애 불능 시대, 더 나은 사랑을 위한 젠더와 섹슈얼리티 공부
김신현경 지음, 줌마네 기획 / 반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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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기류를 타고 대중매체 속 여성혐오 문제를 비판하는 내용의 책은 사실 이제 흔해졌다. 이 책 역시 익숙한 미디어의 장면들을 페미니스트의 시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다른 책들과 같지만, 발견하기 어려운 이면을 페미니즘의 역사적 맥락에서 고찰하며 그 가능성을 제시하기에 특별하다.

˝그럼에도 사랑을 하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는 마지막 장에서, 되도록 많은 남성을 만나라(262쪽)는 저자의 제안에는 동의하지도 공감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친밀한 관계를 통한 어떤 형태로의 사랑이 지금 우리를 있게 한 것(263쪽)이라는 통찰은 인정할 수 밖에. 우리는 가까운 관계일 수록 인정투쟁을 벌이고, 사람과 사랑 사이에서 늘 갈등하며 성장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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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무휴의 사랑 - 나와 당신을 감싼 여러 겹의 흔적들
임지은 지음 / 사이드웨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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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부분이 왜 없겠냐만은 그마저도 글로 고백한 저자의 용기,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다정함과 애정, 그리고 애씀이 그가 말하는 연중무휴의 사랑을 단단히 지탱하고 있다. 언제든지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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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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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진짜 엄마를 찾기 위해 집을 나와 겪게 되는 이야기. 중반부까지는 언뜻 성장소설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내 작가가 소녀의 눈과 목소리를 빌려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모습, 그러니까 사회 이면을 꿰뚫고 있음을 알게 된다.

엄마의 구멍을 찢고 바깥으로 나왔던 그 순간, 이미 끝을 경험했다(18쪽)는 소녀의 말은 태어남과 동시에 고통이 시작되는 사람들의 마음과 사회의 잔혹한 현실을 말해준다. 덤덤하고도 진솔한 소녀의 언어로 묘사되는 경악할 만한 장면들과 책의 제목은 우리가 무심코 혹은 모른 척 지나친 사람들을 떠올리게 만듦과 동시에 마음 한편을 저릿하게 만든다. 또 ˝누군가가 웃으면 누군가는 반드시 울어야 한다.˝(99쪽) 거나 ˝불행한 사람은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다. 오직 자기 가슴속만 보고 산다.˝(238쪽)는 문장은 적자생존, 약육강식, 서열주의가 일상을 뒤덮은 냉혹하고 참담한 오늘을 관통한다.

소녀의 이름은 만나는 사람과 상황에 따라 이년, 언나, 간나, 꼬마, 거지새끼 등으로 불릴 뿐 소녀를 포함한 누구도 진짜 이름을 알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추레하고 더러운 소녀를 경멸하거나 피하기도 한다. 그런 소녀를 도와주는 건 소녀처럼 가난하고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누구도 찾지 않는 사람들이다. 살면서 맞닥뜨리는 불행이 저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것처럼, 삶이 팍팍한 사람들에게만 자꾸 불행이 가중되는 것처럼. 소설에서 불행은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다.

뛰어난 가독성에도 쉬이 읽어내릴 수 없는 꽤나 묵직한 서사는 최진영 작가만의 특장점이 아닐까. 설핏 종잡을 수 없는 전개 같아 보일지 몰라도, 마지막 문장까지 읽고 나면 분명 알 수 있을 테니, 일독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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