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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월
평점 :
소녀가 진짜 엄마를 찾기 위해 집을 나와 겪게 되는 이야기. 중반부까지는 언뜻 성장소설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내 작가가 소녀의 눈과 목소리를 빌려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모습, 그러니까 사회 이면을 꿰뚫고 있음을 알게 된다.
엄마의 구멍을 찢고 바깥으로 나왔던 그 순간, 이미 끝을 경험했다(18쪽)는 소녀의 말은 태어남과 동시에 고통이 시작되는 사람들의 마음과 사회의 잔혹한 현실을 말해준다. 덤덤하고도 진솔한 소녀의 언어로 묘사되는 경악할 만한 장면들과 책의 제목은 우리가 무심코 혹은 모른 척 지나친 사람들을 떠올리게 만듦과 동시에 마음 한편을 저릿하게 만든다. 또 ˝누군가가 웃으면 누군가는 반드시 울어야 한다.˝(99쪽) 거나 ˝불행한 사람은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다. 오직 자기 가슴속만 보고 산다.˝(238쪽)는 문장은 적자생존, 약육강식, 서열주의가 일상을 뒤덮은 냉혹하고 참담한 오늘을 관통한다.
소녀의 이름은 만나는 사람과 상황에 따라 이년, 언나, 간나, 꼬마, 거지새끼 등으로 불릴 뿐 소녀를 포함한 누구도 진짜 이름을 알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추레하고 더러운 소녀를 경멸하거나 피하기도 한다. 그런 소녀를 도와주는 건 소녀처럼 가난하고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누구도 찾지 않는 사람들이다. 살면서 맞닥뜨리는 불행이 저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것처럼, 삶이 팍팍한 사람들에게만 자꾸 불행이 가중되는 것처럼. 소설에서 불행은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다.
뛰어난 가독성에도 쉬이 읽어내릴 수 없는 꽤나 묵직한 서사는 최진영 작가만의 특장점이 아닐까. 설핏 종잡을 수 없는 전개 같아 보일지 몰라도, 마지막 문장까지 읽고 나면 분명 알 수 있을 테니, 일독 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