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나라 - 오래된 미래에서 페미니스트의 안식처를 찾다
추 와이홍 지음, 이민경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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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결혼제 없이도 모쒀사회는 잘 유지되고 운영된다. 정치적 제도는 사람을 통제, 관리하기 쉽도록 만든 하나의 규정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더욱 느끼게 됐다. 한 부모가정, 조손가정, 비혼가정, 이주민가정, 성소수자 공동체 등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소수의 존재와 삶을 배제하고 다수의 의견만을 따르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인지 모두의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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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0 섹스를 못해서 죽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사랑의 결핍으로 죽어간다. 여기에는 내가 사랑할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 내가 사랑할 만한 사람들은 전부 죽어버렸거나 다른 곳에 있다. 이름이 뭔지, 지금 어디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들에게 내가 그렇듯이, 그들 역시 내겐 어디에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나 역시 실종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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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마음에 훅 꽂혀 몇 번이고 다시 읽은 부분. 너에게 나는 실종된 사람이고 싶지 않은데, 어쩐지 이미 사라져버린 사람이 된 것 같다. 당신의 기억 외진 곳 어딘가에 내가 남아있기를. 그럼 내가 덜 슬플지도 몰라. 아, 정말 가을이 오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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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지음 / 창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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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한 사람은 누구나가 홀로 남아 상대를 추억한다. 하지만 이성애가 기본값인 사회에서 결혼, 사람들의 시선과 비난 등 장애물을 넘어야만 하는 성적 소수자들에게는 사랑도, 이별도 험난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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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지음 / 창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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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적극적인 홍보와 권유로 큰 맘 먹고 이 책을 구입했다. 어떤 내용인지 작가가 누구인지 등 사전지식따위는 전혀 없이 책을 읽었다. 여느 소설과 마찬가지로 쉽게 읽혀졌으나,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는 아팠고, 슬펐고, 황홀했고, 행복했다. 사랑의 경험이 있는, 사랑을 기억하는 누구나가 그렇겠지만.
이성애가 중심인 사회에서 동성 연애 서사를 이렇게 구현해놓은 책은 처음이었으므로, 내게는 특별하게 느껴졌다.


책 표지에 연작소설이라고 쓰여져있듯이 이야기는 4편으로 구성되어있지만 [대도시의 사랑법] 책 전체를 보았을 때 한 편의 장편소설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 화자는 대학시절 헤테로 여성 친구와 서로 친구 이상으로 동지애를 느끼며 동거를 하고, 띠동갑의 형에게 모든 것을 걸 수 있을 것 같은 뜨거운 사랑을 경험하고, 상대의 이름을 소원으로 풍등에 쓸 만큼의 가슴 벅찬 사랑도 경험한다. 그 사랑들은 결혼이나 사실혼 혹은 동거 등 사회가 규정한 행복한 결말을 맺지는 못했으나 사랑의 과정 속에서 화자가 느낀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고스란히 내게 전해졌다. 내가 한 때 사랑했던 사람들과 그 순간의 기억들이 자꾸만 떠올라 나를 행복하게도 슬프게도 만들었다.

절친 헤테로 여성 ‘재희‘가 결혼하자 ‘나‘는 함께 살던 방으로 돌아와 눕는다. 제멋대로인데다 운동권 시절 이야기만 늘어놓아도 열렬히 사랑한 형으로부터 일방적인 이별통보를 받은 뒤 ‘나‘는 그의 추억이 담긴 종이를 찢어 변기에 버린다. 타국에서 함께 할 미래를 꿈 꿨지만 갖고 있는 병때문에 ‘규호‘만 상해로 떠나보내고 돌아 온 뒤 방에서 그를 그린다.

[붉은 선]을 쓴 홍승희는 사랑의 형태에 대해 말한다. 남성과 여성의 관계가 반드시 성적 끌림이 있는 섹슈얼한 관계가 아니더라도, 정서적으로 깊이 교감한다면 그 역시 사랑이라고. 나는 ‘재희‘와 ‘나‘ 역시 그와 같은 맥락에서 사랑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세상은 남녀 사이에 친구가 가능한지 아닌지 따위를 논하고 그것을 유머로 소비하며 터부시한다. 이성애 사랑을 강요하면서도 이성간의 사랑(‘재희‘와 ‘나‘가 나눈 사랑의 형태)을 비난한다. 또한 사랑의 끝이 결혼이 아니라면 혹은 그 사랑이 이성애가 아니라면 비정상으로 치부되기에, 책 속 화자는 다시 혼자다. 이별을 한 사람은 누구나가 홀로 남아 상대를 추억한다. 하지만 이성애가 기본값인 사회에서 결혼, 사람들의 시선과 비난 등 장애물을 넘어야만 하는 성적 소수자들에게는 사랑도, 이별도 험난하기만 하다.

매년 퀴어축제를 찾아다니는데, 헤테로 여성인 나는 이루 말 할 수 없는 자유와 행복감을 느낀다. 퀴어축제에 참가한 사람이라는 티를 팍팍 내면서 시위하는 호모포비아들 옆을 당당히 지나갈 때면, 짜릿한 희열감까지 느낀다. 그 때 느끼던 희열감을 이 책을 통해서도 느꼈다. 자유롭게 열렬히 사랑하는 장면들은 독자인 나로 하여금 죽었던 연애세포 마저 살아나게 만들었다.

책 속의 ‘재희‘가 ‘나‘를 통해서 게이로 사는 건 때론 참으로 좆같다는 것을 배웠고, ‘나‘는 ‘재희‘를 통해 여자로 사는 것도 만만찮게 거지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듯이 그를 알기 전까지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좁은 시야로 세상을 보지 말고 모르면 좀 배우자. 모든 사람이 나와 같지 않다는 것을 직시하자. 세상에는 다양성이 존재하니까. 언제나처럼 나는 이 세상 모든 사랑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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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꿈꾸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 믿을 건 9급 공무원뿐인 헬조선의 슬픈 자화상
오찬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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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하고 부패한 사람들이 잘 사는 한국. 그 뿌리깊은 역사가 오늘 날 한국을 증명한다. 입바른 소리를 해봤지 달라지지 않는, 대졸자도 취업할 곳이 없는, 죽기살기로 일해도 삶이 나아지지않는 나라에서 청년들이 공무원시험에 매달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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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했다. 고등학교 자습시간에 책을 읽던 어느 날, 한 선생님이 내게 시험공부는 안하고 쓸데없이 책을 읽느냐고 하셨다. 선생님 시각에서 시험을 치루고 뒤돌아서면 다시 시험공부를 해야하는 학생들에게 책 읽기는 쓸데 없는 것이었다. 독서가 쓸데 없는 것으로 규정되니 사색하는 것은 사치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시간을 지나온 청년들은 운 좋게 취업하더라도, 독서와 사색은 그들에게 여전히 쓸데 없고 사치로운 것에 머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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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당시 매주 주말 촛불을 들면서 나는 지인들에게 박근혜만 끌어내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란 말을 줄곧 했었다. 5년마다 정부는 바뀌지만 서민의 삶은 바뀌지 않는다. 지금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다음 세대가 더 나은 삶을 살게 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오늘도 나는 쓸데 없고 사치로운 사색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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