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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패밀리
고은규 지음 / 작가정신 / 2015년 3월
평점 :
고액 아르바이트인 리뷰왕좌 유지를 위해 구매와 환불을 반복하다 더 큰 빚더미에 앉게 되는 로라,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여러 알바를 전전하는 로민, 쏟아지는 반품요청으로 운영하던 가구회사의 도산 위기에 놓인 아빠, 꼼꼼하고 야무진 마트 고객에서 어려워진 형편으로 이제는 마트 캐셔로 일하는 엄마. 제목 그대로 알바 패밀리다. 가난의 비탈길에 진입한 가족은 계속해서 아래로 떨어진다. 작가는 갑갑하고 무거운 이야기를 경쾌하고 발랄하게 이야기하는 역설을 보인다. 또한 등장인물의 위치와 방향을 조정하는 것으로 서비스 공급자와 수급자를 오가며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을 비춰준다. 노동자로 사는 우리가 어딘가에서는 고객이 되고, 고객이던 우리가 어딘가에서는 노동자가 되듯이.
상권을 살리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된 시장과 국회의원은 기업과 손잡고 시장 상인들의 터전을 무너뜨린다. 이는 미래를 위한 선택을 강조하는 정치가들이 정작 민중의 삶에는 무관심한 현실에 닿아있다. 빈번하게 돌아오는 정치쑈를 조만간 또 봐야한다니 벌써부터 역하다.
자본주의는 갑에 자리하려하는 을들의 전쟁으로 유지된다. 또한 을인줄 알았더니 실은 그마저도 병,정인 현실과 그들이 그토록 염원하는 갑을 뛰어넘는 갓(God)의 영역-그러니까 재벌, 기업, 건물주 등의 카테고리-에는 감히 속할 수도 없고, 오히려 그들의 손 안에서 놀아난다는 현실을 교묘하게 감춘다.
로라와 로민의 시각으로 쓰여진 서사에서 유지되었던 유쾌함은 종국에 로라의 눈물로 승화되며 이윽고 가족이 한 데 모여 이야기하는 불안한 희망으로 되살아난다. 어디에선가 느껴 본 기분. 영화 『기생충』이다. 영화를 보며 느꼈던 불쾌하고 씁쓸한, 서글픈, 우울한, 허망한 그런 기분을 이 책에서도 느꼈다.
우리는 경쟁적 자본주의의 흐름에 따라 알게 모르게 우리의 전쟁을 조장하고 관장하는 계급을 배불린다. 이 소설은 한국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를 확인하게 하고, 설 자리가 어디인지 가늠하게 한다. 이 서글픈 한국의 자화상을 보고 마냥 희망을 노래하긴 어렵다. 노력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고달픈 삶 앞에 구체적인 실체를 담은 정책과 제도가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