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무휴의 사랑 - 나와 당신을 감싼 여러 겹의 흔적들
임지은 지음 / 사이드웨이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쉬운 부분이 왜 없겠냐만은 그마저도 글로 고백한 저자의 용기,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다정함과 애정, 그리고 애씀이 그가 말하는 연중무휴의 사랑을 단단히 지탱하고 있다. 언제든지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녀가 진짜 엄마를 찾기 위해 집을 나와 겪게 되는 이야기. 중반부까지는 언뜻 성장소설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내 작가가 소녀의 눈과 목소리를 빌려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모습, 그러니까 사회 이면을 꿰뚫고 있음을 알게 된다.

엄마의 구멍을 찢고 바깥으로 나왔던 그 순간, 이미 끝을 경험했다(18쪽)는 소녀의 말은 태어남과 동시에 고통이 시작되는 사람들의 마음과 사회의 잔혹한 현실을 말해준다. 덤덤하고도 진솔한 소녀의 언어로 묘사되는 경악할 만한 장면들과 책의 제목은 우리가 무심코 혹은 모른 척 지나친 사람들을 떠올리게 만듦과 동시에 마음 한편을 저릿하게 만든다. 또 ˝누군가가 웃으면 누군가는 반드시 울어야 한다.˝(99쪽) 거나 ˝불행한 사람은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다. 오직 자기 가슴속만 보고 산다.˝(238쪽)는 문장은 적자생존, 약육강식, 서열주의가 일상을 뒤덮은 냉혹하고 참담한 오늘을 관통한다.

소녀의 이름은 만나는 사람과 상황에 따라 이년, 언나, 간나, 꼬마, 거지새끼 등으로 불릴 뿐 소녀를 포함한 누구도 진짜 이름을 알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추레하고 더러운 소녀를 경멸하거나 피하기도 한다. 그런 소녀를 도와주는 건 소녀처럼 가난하고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누구도 찾지 않는 사람들이다. 살면서 맞닥뜨리는 불행이 저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것처럼, 삶이 팍팍한 사람들에게만 자꾸 불행이 가중되는 것처럼. 소설에서 불행은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다.

뛰어난 가독성에도 쉬이 읽어내릴 수 없는 꽤나 묵직한 서사는 최진영 작가만의 특장점이 아닐까. 설핏 종잡을 수 없는 전개 같아 보일지 몰라도, 마지막 문장까지 읽고 나면 분명 알 수 있을 테니, 일독 하시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밤이여 오라 - 제9회 제주 4·3평화문학상 수상작
이성아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나의 중국이라는 말로 대만과 홍콩을 압박하고 강제하는 중국, 군부 쿠테타로 정권을 찬탈당한 미얀마, 그리고 매일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우크라이나의 소식은 신을 더 이상 믿지않는 내게 다시 신을 찾게 만든다. 신이 있다면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우리가 여느 때와 다름 없는 일상을 보낼 때 저들은 생사를 오가며 촌각을 다투는 하루를 보내고 있으니까. 국가폭력은 현재진행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육식의 딜레마 - 우리가 먹는 소, 닭, 돼지는 어디에서 오는가
케이티 키퍼 지음, 강경이 옮김 / 루아크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공장식 축산으로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저렴한 가격으로 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된 소비자들은 더 싼값의 고기를 원한다. 그에 대한 응답으로 기업은 더 좁은 케이지에 동물들을 밀어 넣고 더 많은 항생제를 투여한다. 또 가능한 한 빨리 동물 사체를 분리하기 위해 초 단위 노동이 가능한 노동자들을 고용해 신체가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모른체한다. 그래야만 소비자가 원하는 값싼 고기를 제공할 수 있으니까. 그야말로 악순환의 반복이다.

저자는 육식 문화의 세계화로 인해 무분별하게 작동되고 있는 공장식 축산의 실태를 조명할 뿐, 육식을 멈추라거나 채식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먹음직스러운 고기‘가 우리의 식탁에 오기까지 사회와 육식 업계가 손잡고 의도적으로 생략한 과정을 설명한다.

무항생제, 친환경, 동물복지 등의 키워드가 삽입된 고기를 먹으며 똑똑한 소비자라고 자부하는 것은 자위에 불과하다는 걸 인정하기까지 참 오래 걸렸다. 소비자가 직접 도축 현장이나 축산농장에 가서 확인하지 않는 이상 증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책에 언급된 대로 고기 자체의 종을 바꾸거나 함유량을 속이는 ‘사기‘를 벌이는 것이 기업이기도 하니까

자신과 함께 하는 반려동물은 안 되고 소, 돼지, 닭은 되는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육식을 끊는 것은 의지가 아닌 감수성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엄마가 먹여 살렸는데 - 어느 여성 생계부양자 이야기
김은화 지음, 박영선 구술 / 딸세포 / 2019년 5월
평점 :
품절


저자 김은화가 이혼 전후 홀로 자녀들을 부양하며 쉴 틈 없이 일해 온 엄마의 구술을 기록한 책.

여성노동자는 남성노동자의 60% 수준으로 임금을 받는데,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된 기혼 여성에게 제공되는 비정규직 노동의 임금은 정규직 남성노동자의 절반 수준이다.

이혼이나 비혼, 미혼 등을 이유로 혼자서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경우에도 여성은 고강도 저임금 노동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노출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 시킬 듯한 발언을 했고, 탄력적 근무라는 미명 하에 주 120시간 노동의 가능성을 말했다. 본격적인 정책이 집행되어야 알겠지만, 모든 노동자의 삶의 질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여성 노동자들은 더 떨어질 곳이 없는데도 말이지.

<어느 여성 생계부양자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노동을 중심으로 구술기록이 되어 있지만, 결혼과 가정폭력, 시집살이, 이혼 등 그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엄마‘의 이야기가 참 소중하게 느껴진다. 우리 엄마의 생애사를 이렇게 쓴다면 엄청난 분량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엄마한테 구술기록 인터뷰를 해달라고 요청했었는데, 흔쾌히 알겠다고 말씀하셔서 기뻤다. 인터뷰 시작 전부터 둘이서 붙잡고 울겠지만.

p.249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살아남은 여자는 누구나 강하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밀려난 곳에서 태어나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