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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어드 - 인류의 역사와 뇌 구조까지 바꿔놓은 문화적 진화의 힘
조지프 헨릭 지음, 유강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22년 10월
평점 :
위어드[WEIRD] | 조지프 헨릭 | 총균쇠와 사피엔스 뒤를 잇는 진화심리학 벽돌책 | 최재천 교수 추천사 수록
【위어드(WEIRD)】는 하버드대학교 인간진화생물학과 조지프 헨릭(Joseph Henrich) 교수가 제도 및 규정이 우리의 사회심리를 어떻게 형성하는지를 연구한 책이다. 저자는 특히 "WEIRD"라고 칭한 집단에 집중하는데, 이는 서구의(Western), 교육 수준이 높으며(Educated), 산업화되고(Industrialized), 부유하고(Rich), 민주적인(Democratic) 사회에서 자란 인물들을 뜻하며, 각 단어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저자는 "weird"라는 본래의 뜻처럼 "WEIRD"들은 기이하고 기묘하다고 말한다. 인류의 역사를 놓고 봤을 때, 이들은 굉장히 독특한 사고방식과 생활패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개인적이며, 관행을 따르지 않고, 분석적이며, 관계와 사회적 역할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좀 더 집중하는 성향을 보인다고 말한다. 조지프 헨릭은 어떻게 이런 심리를 가진 인류가 탄생하였고, 그들이 이 사회의 주류가 되었는지에 의문을 갖는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위험을 감지하면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리고, 여럿이 똘똘 뭉친다. 같은 종족끼리 부족을 이루어 사는 것은 선택이 아닌 본능이었다. 태초 인류가 혈족과 친족에 강한 결속력을 가졌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심지어 20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는 사촌 간의 결혼을 하는 비율이 20%를 넘겼다. 심한 지역은 50%를 차지하기도 했다. 반면, 미국, 영국, 네덜란드는 0.2%에 불과했다.
【위어드(WEIRD)】에서는 집약적 친족 기반 제도의 해체를 교회의 등장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4세기 무렵 교회와 기독교 제국은 일련의 새로운 방침을 정했는데, 저자는 이를 '결혼 가족 강령'이라고 지칭했다. '결혼 가족 강령'에는 혈족 간 결혼을 금하고, 일부다처를 금하며, 비기독교인과 결혼을 금하고, 입양을 금하며, 중매결혼이 억제되고, 신혼부부는 독립 가구를 구성할 것을 장려하고, 개인적 자산 소유와 개인적 유서에 의한 상속을 장려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교회는 친족 기반 제도와 경쟁을 시작하였고, 개인이 속한 씨족에서 집안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해방해주는 모습을 보였다. 나아가 가족으로부터 분리되어 나온 만큼 교회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고, 해야 하는 분위기를 조성하였으며, 이는 기독교의 수익 창출과 함께 기독교 제도의 확산으로 촉진되었다.
가족의 해체로 자유를 얻은 개인은 개인주의를 바탕으로 독립 거주 혹은 핵가족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가족을 탄생시켰으며, 독자적인 관계망을 구축하기 시작하여 자치도시, 길드, 대학, 교회 수도원과 같은 집단을 만들어냈다. 교회의 '결혼 가족 강령'이 유럽이 가족을 완전히 개조시킨 것이다. 제도의 변화는 개인의 지각, 정서, 사고방식, 자아개념 더 나아가 노동, 법률, 과학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오늘날 기이하고 기묘한 특징을 가진 "WEIRD"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내가 【위어드(WEIRD)】를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개인 성향이 강하고, 독립된 자아로서, 나에게 집중하는 태도 자체가 나의 타고난 성향이라 생각했는데, 인류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무언가를 금기하고, 새로이 규정함으로써 뒤바뀐 세상 속에 만들어진 성향이라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의 위험성이 극에 달했을 때, 태어날 때부터 마스크를 쓰고 사는 세상에 태어난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했었다. 나아가 그런 세상을 아이들에게 물려준 어른으로서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있었다. 조지프 헨릭은 로마 가톨릭교회의 등장으로부터 "WEIRD"의 탄생을 이야기했던 것처럼, 과연 코로나19의 등장은 먼 미래에 어떤 인류를 탄생시킬지 궁금해졌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