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나무 1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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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과서에서나 보게 되는 연대기식의 내용과 인물의 치적만을 요약해 놓은 그야말로 딱딱하고 죽어있는 역사를 방대한 자료수집을 통한 시대 해석과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이 맞물려 정말 생생하고 실감나게 느껴지는 괜찮은 팩션(faction)하나를 만들어 낸 것 같다.

조선 최고의 왕으로 일컫어지는 세종. 그런 그에게도 위협적인 세력이 있었고, 그 세력은 당시 최고의 과업이었던 한글 창제를 노골적으로 조롱하며 방해했다. 집현전 학자들의 연이은 죽음과 왕에 반하는 상징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훈민정음은 공표 되는데...

 

역사소설 특유의 사실감과 수수께끼같은 연쇄살인이 빚어내는 강한 흡입력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되는... 정말 정교하게 다듬어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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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쉬 스토리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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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카 코타로는 이 책 처음이었다.

하지만 작가에 대해 전혀 모르는 건 아니었다.

독특한 묘사와 함께 작품들끼리의 연결고리가 있는 걸로 유명하고 각종 상을 거머쥘 정도의 빼어난 실력을 갖췄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어떤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갈지 한껏 기대하면서 첫 장을 넘겼다.

 

첫작품인 "동물원의 엔진"은 좀 싱거운 맛이 있었지만 작가의 글쓰기 성향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놀라울 정도의 추리력을 보여주는 등장인물이 나오고 곳곳에 깔린 복선 하며 다수의 화자가 사건을 이끌어 가는 점에서 ‘아! 이런 식의 글쓰기를 하는 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작품인 새크리파이스도 흥미로웠다. 특히 등장인물인 '구로사와'가 예사인물이 아니라는 점이 특히 더 그랬다. 철천지 원수같던 두 친구 간의 은밀한 사연이 밝혀지는 순간 '오..바로 이거였어'라는 혼잣말이 절로 나왔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고 다양한 의미를 지닌 세번째 작품은 세월을 넘나들고 화자들이 오락가락하는 가운데도 의외로 이야기의 구조가 깔끔하고 교훈까지 주는 작품이었다.

정의의 사도가 되자!!!

 

마지막 작품. 야구가 간접 소재여서 더욱 흥미로웠던 "포테이토칩"은 이 작품집에서 가장 큰 은유가 있는 작품 같았다.

차 속에서 실수로 바뀌어 버린 포테이토칩과 병원에서 뒤바뀐 아이...

하지만 언젠가 이마무라의 어머니도 분명 이런 말을 하리라 믿는다.

'...나름대로 괜찮네. 착각해줘서 고마워야 하나...'

그때야 비로소 그의 얼굴에 엷은 미소를 띠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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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약국 - 사랑의 상처를 치유하는 언어학자의 51가지 처방전
박현주 지음, 노석미 그림 / 마음산책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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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그 미묘한 감정을 남자의 입장에서 혹은 여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를 파고드는 책은 몇 번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의 경우는 어른들이 하는 말에 또박또박 대꾸하는 아이처럼 아주 당돌하고도 야무지개 수많은 커플들의 공통분모에 해당하는 일반연애사를 하나하나 꼼꼼하게 다루고 있다.
몇년 전 '연애의 목적'이란 영화가 말해주듯 연애를 하는 연인에 있어서도 남자와 여자의 입장과 생각은 매우 다르다.

물론 연애하기 전에도 마찬가지다. 내가 느끼는 마음을 타인인 상대방이 알리 수 없기 때문에 느끼게 되는 초조함, 두려움... 입속에만 머물러 있던 수 많은 말들... 그 사람 때문에 고뇌하고 전전긍긍했던 일들...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하기 마련인 일들을 저자는 다소 건조한 어투로 입바른소리만 골라 해대는 큰누나처럼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의 드라마 속 상황들을 예로 들어 흥미를 자아내는 점도 이 책을 읽는 커다란 즐거움 중에 하나다.

한편 언어학을 전공한 사람답게 연애에 있어서 '말'이 주는 그 미묘하고 의미심장한 의미를 아주 정확하게 집어내는게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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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더스트 판타 빌리지
닐 게이먼 지음, 나중길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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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여인이 있다.
하지만 좀처럼 그의 마음을 받아주려 하진 않는다.
그녀와 키스를 하고 싶지만 그녀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수많은 맹세를 하지만 모두 허풍에 지나지 않고...
결국 꺼낸 말이 "저 떨어지는 별을 가져다 주겠소"...
여인은 농담처럼 별을 가져다 주면 그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는 약속을 한다.

그래서 떠난 여행...
본능처럼 운명처럼 그는 그 별이 있는 곳을 향해 가기 시작한다.

한편 별을 원하는 사람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절대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형제끼리의 살육조차 마다하지 않는 왕자들과
영원한 젊을 얻기 위해 별의 심장이 필요한 늙은 마녀들이 있었다.
이들과의 필연적인 만남을 뒤로하고 가장 먼저 별을 만나게 되는 쏜.
생각과는 달리 그 별은 귀엽고 아리따운 아가씨였다.
하지만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그녀를 집으로 데려오기란 녹록치 않은 일...
갖은 위험속에서 그에 대한 신뢰를 얻은 뒤에야 비로소 동행을 허락받게 된다.

귀향길에서의 무시무시한 함정...
목숨이 위태로운 위기...
마침내 왕자와 늙은 마녀를 따돌리고 무사히 고향에 도착한다.

모험판타지로서 이 소설은 정말 매력적이다.
마녀와 마법, 유니콘 등 판타지 소설에 등장하는 고전적인 요소들과 추격자들과의 사투 끝에 귀향하는 이야기가 조화롭고 매끄럽게 짜여져 있어 이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손에서 책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또한 사랑을 얻고자 모험을 떠났던 주인공의 순수한 마음이 더 큰 사랑을 이루는 초석이 돼서 끝맺음되는 이야기의 결말은 단순한 해피엔딩 이상의 감동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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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 박물관 마로니에북스 세계미술관 기행 7
루카 모자티 지음, 최병진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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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으로의 초대는 언제나 설레인다.
비록 책속 지면에 할당된 양만큼의 작품만을 접해야 하지만 실제로 박물관에 가더라도 모든 작품을 꼼곰하고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건 아니므로 오히려 이쪽이 더 이득이 된다.
문제는 직접 보면서 느끼는 '실물감'인데...
좀 아쉽긴 해도 마치 소설을 읽는 듯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나름의 위안으로 삼는다.

세계미술관기행은 이 책이 두번째다.
'루브르박물관'이 처음으로 읽은 책인데 책의 구성은 '대영박물관' 역시 비슷하게 짜여져 있었다.
처음에 간단한 서문과 함께 박물관의 역사에 대한 글이 나오고, 본격적으로 작품들이 열거된 다음에 박물관에 대한 안내와 색인으로 마무리된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루브르박물관'이 유럽 위주의 회화작품이 많이 실린 반면 '대영박물관'은 유럽을 포함한 아시아, 아프리카 등등 세계 곳곳의 예술품과 수메르와 신 아시리아같은 고대문명의 예술품이 실려 있다는 점이었다.
인도의 청동상과 중국의 회화작품, 그리고 신 아시리아의 벽화를 보면서 과거 '해가 지지않는 제국'으로 불릴만큼 거대한 제국을 이루었던 영국의 모습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처럼 다양하고 풍성한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장점 외에도 과거에 존재했던 여러문명과 왕조, 종교를 한꺼번에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다는 점도 이 책의 커다란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로마제국, 카롤링거 왕조, 페르시아 제국, 켈트족, 비잔틴, 이슬람 등등 세계사책에서나 들어봤을 법한 이름들이 줄줄이 나온다.

'시간의 창고'라고도 하는 박물관.
과거의 영광과 흔적들이 자리한 '대영박물관'을 읽으면서 책속에 고이 담겨 있는 늙은 시간을 꺼내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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